2005년 12월 31일
감상 - 김준성-욕망의 방, 등등
1.
임진강을 아니면 천안을 아니면 어딘가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집에서 뒹굴고 있다. 내일은 가야겠다. 조용한 곳이 그립다.
점심에 먹은 패밀리 뤠스토랑의 음식이 아직도 속에서 느끼함을 외치고 있다. 흑
느끼함을 달래려 결국 술병을 뜯었다
2.
이제 팔순 연배의 소설가 김준성선생의 약력은 대략 므흣하다. 제일은행 총재 역임 산업은행 총재 역임 한국은행 총재 역임 경제처 차관인가 부총리인가 뭐 등등.
군대에서 호기심으로 돈그리기 라는 작품을 읽고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일년쯤 전 헌책방에서 김준성씨의 단편집 한 권을 샀지만, 무거움 때문에 읽기 망설이다가, 읽을 책도 별로 없고 해서 읽었는데. 아 역시 무겁다. 그는 거장이다.
소설가들은 대개 섬세하고 때때로 편협하기도 하다. 꼭 정치적 성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위치는 생활인의 자리가 아니라 소설가라는 자리라는 느낌이 있다. 소설가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단면을, 지극히 소설가적인 방식으로 소화해낸 글은, 아주 잘 썼다고 하더라도 어느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지기는 힘들다. 이것은 대부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업작가이거나 또는 전업을 꿈꾸는 작가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부장까지 했다는, 소설가보다는 논객으로 유명한 복거일씨 같은 사람도 일정부분 제약을 가지고 있다.
김준성씨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른 곳에서 시작한다. 내가 읽은 대여섯편의 작품들만해도 문학적인 수준으로는 작품간 수준의 편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적인 수준이라는거야 뭐 그 바닥의 룰일 뿐.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힘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김준성씨의 작품활동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중년 이후 - 노년에 더욱 왕성했나보다. 문단에서 노년에 소설을 쓴 사람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정비석씨 정도인데, 그가 노년에 쓴 김삿갓은 말 그대로 노인네의 옛날이야기, 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고 -_; 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김준성씨의 작품은 놀랄만큼 정력적인 모습과 아울러, 그 정도의 연배가 아니면 하기 힘든 과감한 세월의 생략이라거나, 삶에 대한 교조적이지 않은 권위적 서사를 보여준다.
하나를 추가하자면. 그래도 그에게는 예술에 대한 동경이 보인다. 은행총재로 살아온 삶을 그저 긍정만 하는 것은 아닌, 그런 다크포스 -_- 가 언듯언듯 보인다.
3.
김성종씨의 여자는 죽어야 한다, 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 나왔던 오병호나 유화시 같은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옴니버스라고 부를만하다.
김성종씨의 소설은 구무협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중에도 사마달과 느낌이 비슷하다. 검궁인의 재기나 야설록의 감성, 금강의 고지식함과 조금씩 구분이 된다. 적당한 정통의식과 적당한 펜써비스의 결합.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감동깊게 혹은 재밌게 읽기는 어려운 것 같다. 책장 넘어가는 재미가 쏠쏠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고 신나게 읽고 그리고 덮을 때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4.
역시나 초록불님이 주셨던 책 중 하나인 눈물 이중주였나? 에서 전편의 박상우씨 부분을 읽었다. 초록불님의 혹평이 아니더라도, 역시 재밌지는 않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가 처음 상을 탔던 글의 심사위원 세 사람은 박상우/구효서/이순원이다. 비슷한 연배의 이 세 작가는 어딘지 느낌도 비슷하다. 그들은 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고, 비사회적이다. 그런데 구효서/이순원씨의 작품은 기억나는 것이 두어 편이나마 있지만, 박상우씨의 글은 이상하게 기억에 남질 않는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눈 같은 글은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사실은 안 읽었을 수도) 그러고보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도 몇 편 읽긴 읽었나본데... 내가 독서에 관한 한 어마어마한 휘발성 기억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작가/작품에 대한 인상은 기억을 하는 편인데, 그게 별로 없어 이상하다.
5.
예스 24에서 주문한 몇 권의 책을 주말에 읽을 셈이었는데 아직 오질 않는다. 그러고보니 은하철도 999 극장판 DVD를 주문했는데, 우리 집에는 DVD 플레이어(드라이브)가 없다. oTL
6.
낼모레가 연말이다. 그러고보니 서른 두 살이 된다. 아아 징그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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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을 아니면 천안을 아니면 어딘가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집에서 뒹굴고 있다. 내일은 가야겠다. 조용한 곳이 그립다.
점심에 먹은 패밀리 뤠스토랑의 음식이 아직도 속에서 느끼함을 외치고 있다. 흑
느끼함을 달래려 결국 술병을 뜯었다
2.
이제 팔순 연배의 소설가 김준성선생의 약력은 대략 므흣하다. 제일은행 총재 역임 산업은행 총재 역임 한국은행 총재 역임 경제처 차관인가 부총리인가 뭐 등등.
군대에서 호기심으로 돈그리기 라는 작품을 읽고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일년쯤 전 헌책방에서 김준성씨의 단편집 한 권을 샀지만, 무거움 때문에 읽기 망설이다가, 읽을 책도 별로 없고 해서 읽었는데. 아 역시 무겁다. 그는 거장이다.
소설가들은 대개 섬세하고 때때로 편협하기도 하다. 꼭 정치적 성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위치는 생활인의 자리가 아니라 소설가라는 자리라는 느낌이 있다. 소설가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단면을, 지극히 소설가적인 방식으로 소화해낸 글은, 아주 잘 썼다고 하더라도 어느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지기는 힘들다. 이것은 대부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업작가이거나 또는 전업을 꿈꾸는 작가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부장까지 했다는, 소설가보다는 논객으로 유명한 복거일씨 같은 사람도 일정부분 제약을 가지고 있다.
김준성씨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른 곳에서 시작한다. 내가 읽은 대여섯편의 작품들만해도 문학적인 수준으로는 작품간 수준의 편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적인 수준이라는거야 뭐 그 바닥의 룰일 뿐.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힘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김준성씨의 작품활동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중년 이후 - 노년에 더욱 왕성했나보다. 문단에서 노년에 소설을 쓴 사람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정비석씨 정도인데, 그가 노년에 쓴 김삿갓은 말 그대로 노인네의 옛날이야기, 한 이야기 또 하고 한 이야기 또 하고 -_; 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김준성씨의 작품은 놀랄만큼 정력적인 모습과 아울러, 그 정도의 연배가 아니면 하기 힘든 과감한 세월의 생략이라거나, 삶에 대한 교조적이지 않은 권위적 서사를 보여준다.
하나를 추가하자면. 그래도 그에게는 예술에 대한 동경이 보인다. 은행총재로 살아온 삶을 그저 긍정만 하는 것은 아닌, 그런 다크포스 -_- 가 언듯언듯 보인다.
3.
김성종씨의 여자는 죽어야 한다, 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 나왔던 오병호나 유화시 같은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옴니버스라고 부를만하다.
김성종씨의 소설은 구무협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중에도 사마달과 느낌이 비슷하다. 검궁인의 재기나 야설록의 감성, 금강의 고지식함과 조금씩 구분이 된다. 적당한 정통의식과 적당한 펜써비스의 결합.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감동깊게 혹은 재밌게 읽기는 어려운 것 같다. 책장 넘어가는 재미가 쏠쏠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고 신나게 읽고 그리고 덮을 때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4.
역시나 초록불님이 주셨던 책 중 하나인 눈물 이중주였나? 에서 전편의 박상우씨 부분을 읽었다. 초록불님의 혹평이 아니더라도, 역시 재밌지는 않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가 처음 상을 탔던 글의 심사위원 세 사람은 박상우/구효서/이순원이다. 비슷한 연배의 이 세 작가는 어딘지 느낌도 비슷하다. 그들은 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고, 비사회적이다. 그런데 구효서/이순원씨의 작품은 기억나는 것이 두어 편이나마 있지만, 박상우씨의 글은 이상하게 기억에 남질 않는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눈 같은 글은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사실은 안 읽었을 수도) 그러고보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도 몇 편 읽긴 읽었나본데... 내가 독서에 관한 한 어마어마한 휘발성 기억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작가/작품에 대한 인상은 기억을 하는 편인데, 그게 별로 없어 이상하다.
5.
예스 24에서 주문한 몇 권의 책을 주말에 읽을 셈이었는데 아직 오질 않는다. 그러고보니 은하철도 999 극장판 DVD를 주문했는데, 우리 집에는 DVD 플레이어(드라이브)가 없다. oTL
6.
낼모레가 연말이다. 그러고보니 서른 두 살이 된다. 아아 징그러워라.
# by | 2005/12/31 02:39 | 독서 (및 영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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