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갑자기 뚝 떨어진 휴가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가까운 마이산을 가기로 하다.
서울에서 진안 가는 차는 하루에 두세대가 전부. 전주로 들려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전주에 도착한 시간은 약 여섯시경. 뭐라도 좀 줏어먹을까 하다가, 걍 진안으로 가기로 했다.
전주까지 약 2H40M 소요. 고속터미널에서 시외터미널까지 5분. 기다리는 시간 없이 거의 바로 버스를 갈아탔다.
진안에 도착한 시간은 일곱시반쯤.

진안은 촌동네다. 느린 걸음으로 이십분쯤 돌자 읍내 구경이 끝날만큼 작은 도시다.
허름한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돼지고기와 소주를 시켰다.
뚱뗑이 아줌마를 기대했는데, 늙수구래한 아저씨가 지키고 앉아있었다.
연탄불에 석쇠로 바로 굽는 돼지갈비였다. 직화로 구우면 아주 흐뭇하다.


소주는 하이트 소주. 화이트는 봤는데 하이트는 처음봤다. 유사품이 아니라, 진짜 하이트에서 나오는 술이었다. 진로보다 낫던데?

저 사진 보면서 좀 이상한 것 한 가지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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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습니까?


바로... 계란이다. 얼핏 보기도 예사롭지 않은 크기다. 어지간한 서울계란의 두세배는 충분히 됨직한 크기이고...
쪼개놓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노른자 크기가 엄청나다.


마늘도 맛있었다. 혓바늘이 돋도록 매운 중국마늘이 아니라, 적당히 순하게 매우면서 향기가 있는 국산마늘이(었던 것 같)다. 서울이었으면 돼지고기가 만원은 받을 양인데, 소주 한 병과 합쳐 팔천원을 주고 나왔다.

소주 한 병을 먹고 느릿느릿 시내를 배회하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진안 촌구석에 와있다고 하자, 다방가서 아가씨 데려다가 노래방이나 가서 놀으란다. 맨날 혼자 술쳐먹고 -_ 상태 안 좋은 사람들이랑 술쳐먹고 -_ 그러지 말고 좀 밝고 건전하게 다방 아가씨와 노래방이나 가라는건데-

상당히 솔깃하게 들렸다. 성적인 긴장감이 전혀 없을 것임에 분명한 중년의 다방 아줌마들과 노래방이라니. 그러고서 돌아다녀보니, 저녁 아홉시인데 불 켜놓은 상점이 거의 없다. 한두 개 있는 생맥주집과, 그리고 몇 개의 노래주점. 이 촌구석에 무슨 노래주점이 저렇게 많담.

그  단란주점에 가면 저렇게 예쁜 아가씨들이 대기하고 있을텐데 말이야... (아가씨의 눈빛 주목)


밤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하고 평화롭다.
낮이 되면, 마치 마을 전체가 거대한 경로당처럼 노인 일색이 되겠지만
밤은 평화롭고 한산하다.

이 곳의 삶이라고 아홉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퇴근해 집에 들어가서,
저녁 먹고 발 씻고 티비 보면서 소일하다가, 아홉시쯤 되면 불 끄고 마누라와 팔씨름하는 생활.... 일 리는 없겠지만
그러니까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논 매고 밭 매고 해질 녘에는 밥 먹고 뉴스 보면서 쌀값 떨어지는 걱정 하고 자식 등록금 걱정하고... 그럴 가능성도 높지만

아무튼 이런 평화가 좋다.
별나라도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조용히 살 수 있을텐데.

사랑 + 추억 = 풍경. 멋지다 T_T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자고 터미널 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어차피 식당은 외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라서, 값 차이가 서울과 크지 않다.


제목 : 중심가


그럴듯한 흑백 사진을 좀 찍어보고 싶었는데 별로 마음에 들게 나온 것이 없다


마이산으로 향했다.
평지를 지나다가 봉우리 두 개가 갑자기 볼똑 솟아있는데, 위압적이라기보다는 어딘지 희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볼똑 솟은 모습은 카메라에 제대로 담는데 실패하고- 아래 사진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찍음.



꽃이 좀 남아있다.
월요일인데 관광객이 제법 있다 했더니, 주말에는 만 명이 다녀갔단다.


여중 중학생 수학여행단이 지나갔는데, 선생님들이 군복바지에 -_ 빨간 조교모자 -_ 를 쓰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건지.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들이 쉼없이 근처를 뛰어다녔고...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로 나있는 산책로를 시속 1.5 KM의 속도로 걸어갔다. 앉아서 쉬다가 누워서 쉬다가 하는데 약 두시간이 걸렸다. 괜찮은 산책코스다.



산책길 끝에 있는 것이 바로 탑사.
손으로 쌓은 바윗돌로 유명하다. 하루만에 쌓았다는 전설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1900년 경에 출생한 이갑룡이라는 사람이 30년간 쌓아올려 1960년쯤에 완성했다고 한다. 팔진법에 의해 쌓아올려, 지구평화를 기원하기 위하여.



사진 보면서 이미 느끼신 분도 있겠지만, ... 어딘지 70년대 관광엽서 필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다. 실제로 봐도 그렇고, 그리고 오가면서 구경하는 사람도 어딘지 그렇다. 서울만 벗어나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유독 이곳이 정도가 심한 편이다.

탑사 아랫쪽 입구에서는 흑돼지 바베큐와 동동주 따위를 파는 가게들이 죽 늘어서있다. 참나무로 즉석에서 구워올리는 바베큐는 먹음직스럽기는 했지만 별로 입에 땅기지는 않았다. 좌판 비슷한 곳에서 국수를 주문하고, 막걸리 대포 한 사발을 시켜먹었다. 국수 + 간장 + 멸치국물 + 오이 몇 조각. 그게 전부인 국수였다 -_; 그러나 국수는 꽤나 먹을만했고, 막걸리는 썩 괜찮았다. 마이산 막걸리가 모두 이 색깔인걸로 봐서는 같은 양조장에서 받아오나본데...  좀 사올까 하다가 쉴 것 같아서 머루술을 조금 사왔는데, 나중에 먹어본 결과 슈퍼에서 파는 복분자술이나 산사춘보다 훨씬 맛이 없었다.


이동시간이 네 시간 가까이 걸린 만큼 조금 부담스러운 거리기도 하지만, 시간만 잘 맞춰서 이동하면, 바람쐬기 괜찮을 것 같네효  

by 찬별 | 2006/04/25 11:39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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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4/25 12:59
달걀이 아니라 오리알 아니었을까요?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6/04/25 13:33
역시 재미있고 유익한 찬별님의 미니^^;;여행기 잘봤습니다.
하이트소주 한 번 마셔보고 싶은데 서울에서는 파는데가 없을 것 같군요. 아쉽...
Commented by 찬별 at 2006/04/25 15:46
그렇게 물어봤죠, 이거 혹시 오리알 아니냐고... 했더니 달걀 맞다더군요.
그리고 하이트소주는 처음처럼이나 진로보다 나은 것 같더라는 느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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