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밤에 상해에서는 별반 볼 것이 없었다. 주택가를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발전하는 여파일까, 고층빌딩과 더러운 주택가가 공존하고 있다. 그 풍경은 서울역과 인근의 빈민촌 만큼이나 이질적 풍경이다. 상해 중심가인 인민광장. 역시나 삼성 간판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 밤이 늦어 숙소를 찾아보는데, 여행책자가 없으니 숙소 밀집지역을 알 수 없다. 대형 호텔이야 가끔 눈에 띄었지만 가격이 그림의 떡 수준이고.. 중국은 우리나라 비슷할테니 우리나라 모텔같은 것이 사방에 널려있을꺼다... 같은 계산이 있었는데 상해지역은 그렇지 않았다. (런민꽝창-인민광장 주변이었는데 어딘지는 모른다) 한참 돌아다닌 끝에 International Hostel에 가입되어있다는 24K Hotel (이름하고는...) 을 찾아 짐을 풀다. 하루 방값 약 200위안, 우리돈 25000원 정도. 중국 물가는 음식을 제외하면 모두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 ![]() 창문이 없는 방에는 대신 큼직한 벽화가 걸려있다. 창문 또는 텔레비젼이 걸려있는 자리에 저런 벽화가 걸려있는 것이 중국에서는 흔했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도 대형 디스플레이가 걸려있을 자리에 저런 벽걸이 그림이 있더라. 한시간 반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밥까지 준 덕택에, 시간이 늦었음에도 저녁식사 생각이 없었다. 간단히 떼울 생각으로 다니다보니 꼬치구이집이 보이는데... 이게 메뉴판이다. ![]() 아 꼬치 포장마차답게 "매운 닭꼬치 천원. 그냥 닭꼬치 천원. 비둘기꼬치 오백원." 뭐 이렇게 붙여놓든지. 도대체 저기서 뭘 고르란 말이냐. 그러다보니 뒤에 좀 알아보기 쉬운 메뉴 하나가 있다. 꼬치 두 개를 사고, 편의점에서 삶은달걀과 맥주를 샀다. ![]() 다음날 아침. 중국놈식 국수를 먹고 (기름에 말아먹는다는 느낌 -_) 비오는 상해 거리를 걷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가볍게 비가 오는데, 맞을 사람은 맞고 우산 쓸 사람은 우산 썼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상해 박물관에 들어갔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를 주워들었던 것 같은데, 가서 봤더니, 개뿔. 이게 무슨 세계 3대 박물관이야. 만약 진짜 그렇게 선정되었다면... 양넘들 보기에 동양문물이 신기해서 하나 끼워준 거겠지. 다만 특이했다면 연대기적 전시가 아닌 주제별 전시였다. 위진남북조시대 - 당송 - 명청... 이런 순서가 아니라, 중국의 서예, 중국의 공예, 중국의 가구... 이런 식의 전시. 좀 이채로웠던 의자 뒤의 병풍. 종이 병풍에 그려진 담채화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병풍 위에 옥돌이나 보석을 깎아 붙인 것이다. ![]() 박물관을 나와서, 상해에서 유명하다는 외탄쪽으로 가다. 뭘 알아서 간 건 아니고, 동방명주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마침 지나가다보니 허공에 동방명주 비슷한 게 떠있는 것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나온게 외탄이었다... 뭐 이런 거다. 가보니... 강 건너에 이런게 보이는데. 저 빨갛고 동그란 유치뽕한 탑이 바로 동방명주다. 여기서 야경을 보면 죽인다는데, 뭐 밤에 건물에 불켜지면 그게 야경이지 별 거 있겠어? 못 보고 왔지만 그다지 후회되지 않는 풍경이다. ![]() 상해를 돌아다니다보니 정말 구경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떠오른 의문 하나. 외국인이 서울에 오면, 어디를 구경하면 제대로 구경했다고 생각할까? ... 이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다시 하자. 암튼간에 관광지도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지금이라도 론니플래닛 중국판을 사자,,, 하면서 서점에 들어갔다가, 에이 무겁게 뭘 들고다녀, 이왕 이렇게 됐으니 걍 다니자 싶어서 결국 안 사고. 식당에 들어가다. 영어메뉴판이 없을 뿐 아니라, 메뉴에 그림도 없다. 게다가 두껍기까지 하다. 십여장이나 되는 메뉴를 손에 쥐고 망연자실.. 그런데 중국 웨이터는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 문화인듯. 좀 이따 시킬테니까 시간을 달라, 같은 고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당연 불가능.)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한다. 영어로 어떻게 안되겠냐고 하니까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결국 무슨 구운 오리 같이 생긴거 하나와 공기밥 하나,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웨이터가 그게 전부냐? 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럼 뭘 더 시키라고? 됐다고 하니 잠시 후 맥주가 나왔다. 295ml라는데. 아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사이즈다. ![]() 그리고 밥이 나왔는데... ![]() ![]() 김완섭 이전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경로당 내지는 복덕방에 비유했던 말은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김완섭은 뭔가 좀 더 자극적인 표현을 썼던 것 같다만.) 그런 말을 하도 많이 듣고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규모가 큰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 전체가 임시정부 건물이었다는건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지금은 저 쭉 늘어선 입구들 가운데 두세개는 임시정부 박물관이지만 그 옆집은 일반 가정이다. 왼쪽에 비친 등짝 내놓은 할아버지는 개구리만한 귀뚜라미에게 햄조각을 먹이고 있었다. -_ 귀뚜라미 싸움이 옛날 풍습인줄 알았더니 요즘도 하나보군.) ![]() ![]() ![]() ![]() 박물관 안에는 이봉창, 윤봉길 열사의 사진이 있고, 형 집행 직전에 보자기를 얼굴에 둘러쓴 이봉창 열사의 사진이 있다. 그들이 삶을 마쳤을 때, 그들은 모두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목숨을 건 진지한 투쟁이었겠건만, 독일이 읽기는 했을까 싶은 선전포고나, 인정해주는 나라는 있었을까 싶은 여권... 한국의 독립이 결국 임시정부 덕택이 아니라 국제 역학 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독립 이후의 정권도 국제역학관계에 의해 수립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본인이 속한 나라의 역사를 초국가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객관적 의미에서 정권의 정통성을 가진 것은 김일성이나 이승만이 맞다. 출구쪽으로 나가는데, 매표소 쪽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들의 집안에는 부인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직원들이 한국어 책을 읽는 소리였다. 기념품 매장에서 매장 직원은 한국어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이런게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우리가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만큼이나 저 직원들에게 한국어는 미래에 대한 절실한 약속이겠지. 팔천만원짜리 전셋집에다가 정부라는 걸 꾸려놓고 살던 넘들의 나랏말을 열심히 공부하게 될 줄을 알았을까. 상해 관람을 이쯤 마치고. 항주로 갈까 소주로 갈까. 어디서 어떻게 갈까. 버스가 좀 더 빠르고, 기차가 좀 더 싸다는 배경지식만 있었다. -_ 길거리에서 좀 젊은 사람에게 물었다. 너 영어 아니? 다행히도 영어를 할 줄 안다. - 나 저기 쑤조우에 갈려고 그러는데. - 쑤조우? (눈을 대마도만하게 뜬다) - (누가 너보고 데려다달랬냐? -_) 아니 택시타고 버스정류장 갈려는데... - 아 그래 그러면 @#$$%^! 에 데려다 달라고 해. - 뭐라고? - ㅛ#ㅆ#*&ㅇㄹ - 적어줘 -_ - 그러고 흰 택시나 하늘색 택시 타. 그래야 기사가 뻥 안 쳐. 그리하여 버스정류장에 도착. 매표소 직원도 역시 영어를 모른다. 큰 소리로 쑤조우- 까지는 자신만만하게 외쳤지만 뭐라곤가 하는데 못 알아듣자 손짓발짓 시작. 약 1시간 30분 후 쑤조 (소주) 도착. 다른 여행자들을 위한 비용 정보. - 1위엔은 130원정도. - 숙박: 24K Hotel (중심가). Single Room 230위안. - 음식:꼬치류 오종셋트를 시켜도 10위엔 안 넘음. 닭발+맥주+공기밥 점심 : 약 20위엔. - 교통: 푸동공항에서 자기부상전철 40위엔. 전철 3-6위엔. 런민꽝창에서 임시정부 기념관까지 기본요금 (11위엔). 중심가에서 상해남점(버스터미널)까지 택시비 약 30위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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