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삼년 가량 의원 노릇을 하고 나자, 어느 덧 그는 의술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의술은 여느 의원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가 처방하는 것은 언제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전설로 전해오는 이야기중에는 어떤 죽어가는 시골 노인에게 까마귀 고기를 처방함으로써 육기를 보태어 목숨을 살린 명의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마른멸치똥, 시금치 뿌리, 돼지비계, 조개껍질 같은 것을 처방했다. 그의 처방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과가 대체로 좋았기 떄문에 그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갔다.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도시 뒷골목의 의원으로서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일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도시 뒷골목은 선량한 빈민 뿐만 아니라 하오배와 도둑, 창녀, 그리고 행려병자들의 소굴이기도 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피를 보는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기 떄문이었다. 여기쯤에서 잠시 독가타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독가타의 인생 역정만 듣는 사람은 독가타가 뱀같이 날카로운 눈과 학자처럼 사려깊은 지성을 가지고 장군처럼 과묵하며 침착한 사람일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독가타는 키가 작고 통통한데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벗겨졌고 눈은 만두의 칼집처럼 가늘고 입술은 썰면 한 접시는 나올만큼 두툼하다. 그런 모습으로 상대를 쳐다보면서 입으로는 쉴새없이 중얼거린다. 중얼중얼중얼중얼. 흔히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린다는 말을 쓰는데, 독가타야말로 비맞은 중처럼 늘 중얼거렸다.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다보니 사람들은 그를 어렵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단순한 진맥이나, 대단치 않은 위장병 같은 것을 치료할 떄는 그나마 낫다.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창녀를 치료할 때, 그 창녀의 가족과 기둥서방과 포주가 둘러보고 있는 가운데 치료하는 그의 모습은 한 마디로 가관이다. "어이구 이년은 뭘 쳐먹고 뒤질려고 그랬길래 입에서 똥냄새가 나냐. 똥을 먹고 뒤질려고 그랬나. 똥으로 양치질을 할 년. 양치질을 할 때 똥을 풀면 입에서 똥냄새가 나겠구나. 소똥 냄새는 맡을 만한데 돼지똥 냄새는 죽어도 못 맡겠어. 너무 독하단 말이야. 그 독한 똥을 먹고 죽을려고 했으니 너도 어찌 참 불쌍한 인생이다." 이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두고두고 중얼거리면서 고통에 신음하는 여자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가면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의 수다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봉변도 몇 번 당했지만, 대체로 그의 치료는 다른 의원이 내지 못하는 효과를 내었다. 이 무렵 독가타의 마구잡이 의술 지식은 이미 왕년의 화타나 편작에 가까울만큼 높아져 있었다. 물론 체계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 이제까지의 의사와 그가 다른 점 한 가지는 명료했다. 다른 사람은 의사로서 의술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독가타는 음식점 점원과 관상쟁이로서 의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의사는 좋은 약재와 좋은 치료를 우선시하는데 비해, 독가타는 사람의 인상과 체형과 식성을 먼저 보고, 이로부터 약을 찾았다. 그러므로 독가타는 쑥뿌리, 삶은달걀, 땅콩 같은 것을 약이라고 처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인삼이나 갈근 같은 한약재에 모자라지 않았다. 그의 의술이 일단 하오배에게 이름을 떨치자, 차츰 다른 무림인들에게도 그의 이름이 알려져갔다. 무림인은 몸의 기능을 정상 이상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이 많고, 부상 또한 기기묘묘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독가타에게 좋은 치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어떤 병도 결국 치료를 하는 것 자체는 입으로 들어가는 먹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부상이 깊은 자를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삶은달걀이나 고등어따위가 아닌 제대로 된 약재를 처방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독가타가 병원을 확장하지도 않고 아랫사람을 부리지도 않았으며 외진을 나가는 것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 그의 진료를 받으려면 퀴퀴하고 냄새나는 그의 움막 안으로 기어들어가야했다. 하지만 그의 의술이 이름을 얻게 됨에 따라서 찾아오는 사람은 많아지고, 특히 점점 위세있고 권위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 독가타는 권세있는 사람을 까닭없이 미워했기 때문에, 만약 권세있는 사람이 지위를 이용해 먼저 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죽어라고 진료를 거부했다. 때때로 무림의 흉한들이 먼저 앞서 들어오려고 횡포를 부리면, 줄의 뒷편에 서있던 다른 무림의 고수들이 그를 말렸기 때문에, 독가타가 곤경에 처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독가타가 마침내 관상쟁이로서 그리고 의원으로서의 능력을 완성시키는 일이 생겼다. 이미 말했지만, 독가타의 의술은 사람의 관상에서 시작된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몸이 보이고 마음이 보이고 습성이 보이고 취향이 보인다. 그런데 그런 것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정불서였다. 정불서가 무림맹주의 신분으로 그의 막 안에 구부리고 들어왔는데, 좌우의 호위들이 엄중히 부축하고 있었다. 그는 무림맹을 이끌고 양양성을 암습해서 곽정 및 황용 부부와 싸움을 벌이다가 곽정에게 큰 부상을 입혔지만 스스로도 강룡십팔장의 맹렬한 위력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독가타는 정불서의 사연을 알지 못했고, 알아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보고서는 도무지 진료를 할 수가 없었다. 관상을 봐야 진료를 하는데, 정불서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단 일초도 쉬지 않고 코를 찡그렸다가 눈을 깜빡였다가 이마를 접었다가 입술을 깨무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독가타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세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렇게 찡그리는 얼굴로는 관상은 고사하고 눈이 몇 개인지도 세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독가타는 몇 개의 금침으로 정불서의 얼굴을 멈추지 않으면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좌우에 늘어선 무사들이 대경실색했다. 정불서가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 것은 차라리 그에게는 죽는것보다 더한 굴욕이라는 것이었다.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독가타는 결국 정불서의 치료를 포기했다. 그러자 화가 난 무림맹의 무사들이 독가타를 심하게 협박하고 핍박했다. 이제까지는 누군가가 그를 협박하면 뒤에 늘어선 다른 환자들이 독가타를 보호해줬다. 하지만 오늘 독가타를 핍박하는 것이 누구인가. 바로 천하 제일이라는 중원무림련맹이었고, 부상당한 사람은 천하 제일 고수로 불리우는 정불서였다. 감히 아무도 그들의 행패를 막지 못했다. 독가타는 이들이 결코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모두 함께 독가타의 앞에 버티고 드러누워서, 정불서를 치료해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이 되자 독가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정불서를 진단했다. 그의 경련하듯 찡긋거리는 얼굴을 하루종일 들여다 보면서 원래 얼굴 형체를 짐작하는 것은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독가타는 이 와중에 자신이 핍박당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는 꾀를 내어, 무림맹의 다른 사람들에게 간단한 진맥을 해준다고 속이고는, 그들이 먹으면 가장 괴로움을 겪을만한 음식을 권해주었다. 모두 열두 명의 무림맹 사람이 그가 권한 음식을 먹고 모조리 심한 배탈과 설사를 앓았는데, 이것이 의원 독가타가 독왕 독가타로 바뀌는 첫 번째의 사건이었다. 아무튼 일곱날 일곱밤을 꼬박 독가타는 정불서의 관상을 살펴보고, 마침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첫번째로는 정불서의 얼굴 찡긋임 안에는 온 천지의 변화가 모두 들어있었고, 삼라만상의 법칙이 들어있었으며, 세상 모든 사람의 얼굴이 다 들어있었다. 물론 정불서 본인은 이런 사실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독가타가 심오한 이치를 깨닫고 만족해하며 이제 처방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정불서는 부시시 일어났다. 사람들은 독가타가 뭔가 조치를 취한 줄 알고 그에게 크게 고마워했지만, 독가타는 관상만 열심히 봤을 뿐 치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조금 의아해했다. 그리고 정불서에게 물었다. - 당신은 쓰러져있다가 어떻게 일어난 것이죠? 그러자 정불서가 짧게 대꾸했다. - 멀라. 찡긋거리다가보니 내상이 다 나았나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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