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의 탄생 : 김밥
김밥의 역사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네이버 지식인 등에 나온 답변은 대체로 김밥천국 싸이트(클릭) 에서 나온 듯 하다. 김밥 회사에서 이 정도 정리를 했다는 것이 나름 대견스럽다. 나름대로 잘 정리된 역사이고, 상당히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였다. 아무튼 저 내용도 꽤 참조를 했는데,

김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으로는 삼국유사와 본초강목을 언급한다. 삼국유사에서 언급된 부분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내가 짐작하기로는 연오랑씨가 바다에 <해초>를 따러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부분이 아닐까 싶다. 본초강목 부분은 기사 자체가 꽤 재미있는데, 신라의 깊은 바다에서 해초를 채취하는데,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서 채취하는데, 4월 이후로는 ”대어가 나타나 해치기에 채취할 수가 없다" 라고 한다. 죠스라도 나타난 모양이다 ^^;;

위의 기사는 불행히도 다시마 전문가도 인용하고, 미역 전문가도 인용한다. 저 기록으로는 신라시대에 먹었던 해초가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김인지 알 길이 없다.

실제로 김이 처음으로 문헌에 나타난 것은 조선초기, 1420년의 경상지리지라고 한다. 이후 기록이 좀 들쭉날쭉한데, 하동지방 민담도 인용되고 잇고, 구전설화도 인용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바치는 물건에도 정월에 김과 미역이 있는 것을 보면, 아무튼 조선시대에는 적지 않게 먹은 모양이다. 동국세시기(1849)에는 정월보름에 복쌈을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풍습이 있다고도 한다. 수라상에 오르는 김은 튀각, 김구이, 쌈 등을 해서 먹었다고 하며, 민간의 복쌈은 김, 취나물, 배추등에 밥을 싸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돌돌말아 김밥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인터넷상에서 김밥에 관한 쟁점은 주로 <김밥이 먼저냐 스시가 먼저냐> 내지는 <김밥이 일본에서 왔느냐 아니냐> 에 관해서이다. 일본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쪽은 <마끼즈시> 혹은 <노리마끼> 라는 김밥으로부터 현재의 김밥이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의 여러 초밥 가운데 마끼즈시 또는 노리마끼는 김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박고지를 얹어서 돌돌 만 형태다. 한편 우리나라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쪽은 김 양식이 우리나라가 먼저이며 김 취식 기록도 우리나라가 먼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먼저라고 말한다.

문헌 기록으로만 보자면 김밥의 일본 기원설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김밥은 어떻게든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내 판단에도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 김에 밥을 싸먹는 것과, 김을 김밥처럼 돌돌 뭉쳐 먹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물론 김밥이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김밥이 일본 음식인 것은 아니다. 짜장면이 우리나라 음식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비슷하게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함경도쪽의 가자미 식해 등의 생선을 밥으로 삭힌 음식들이 일본 스시의 원조격인 나리즈시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손들끼리 누가 먼저인 걸 뭘 그리 따지나. 아무튼 두 음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돌돌말이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조선시대의 김이 진상에 올랐던데 비해, 일제시대의 김은 그다지 고가의 음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 김의 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그것이 지역 특산물로서 일본에 수출하는 것이 크나큰 산업이었던 모양이다. 신문의 PDF 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면 거의 매년 <해태(海苔) 풍작> <해태 생산량 20만원 초과달성> 이런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돌돌말아 김밥에 대한 기록은 일제시대가 끝난 이후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이명박 대장께서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태어나시지 아니하고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시와 초딩시절 김밥장사로 고학을 했다고 한다. 1941년 생이라니, 1950년대에 이미 김밥은 초딩이 팔고 다닐 수 있는 음식이었던 듯 하다. 이외에도 4.19 등에 국민학생들이 데모 학생들에게 정성껏 김밥을 제공했다는 기사등도 확인했다. 돈까스나 짜장면 등이 서민에게 파고드는데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 것과는 달리, 김밥은 귀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조리법도 복잡하지 않았으므로, 일단 개발된 시점부터는 대단히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제시대 내지는 해방이후 초기의 김밥은 속재료가 아주 단순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치, 장아찌, 단무지등의 짭짤한 채소류에, 나물 종류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계란이나 어묵 등은 경제 형편이 나아지면서 가능했을 것이며, 소시지나 고기류는 그보다도 한참 더 뒤의 일이겠다.

여담으로 김밥쌀 때 쓰는 김밥말이, 그게 우스울만큼 붓말이와 비슷하게 생긴 것도, 사실은 처음에는 붓말이로 김밥을 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_;; 

한편1. 김밥의 응용인 충무김밥은 1930년대 또는 1960년대부터 충무지역에서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1980년의 국가적 행사인 <국풍80>에서 소개된 이후부터라고 한다.

한편2. 북한에서는 김밥이 그리 대중적인 음식이 아닌 모양이다.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김밥은 햄버거가 도입될 무렵 생긴 일식집에서 김초밥/우동 형태로 수입되었나보다. 이북요리강좌, 탈북자 음식 등에서도 김밥에 대한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여기에는 김의 주산지가 대체로 남해안이기 때문인 것도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다. 탈북자 까페 같은 곳 없나... 북한 음식의 현황을 생생히 물어볼 수 있는...


짤방은 동아일보 1920년의 중국국수 기사. 일제시대에 발간된 동아일보/조선일보에서 탕수육 관련 기사는 찾을 수 있으나 짜장면 기사는 없다. 저 중국국수의 기록이 거의 유일한데, 저것이 짜장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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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별 | 2007/01/18 23:02 | 한국음식의 탄생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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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찬별은 초식동물 at 2007/12/04 23:09

제목 : 조선시대의 김밥?
한국음식의 탄생 : 김밥트랙백에 썼던 것과 같은 글을 올린 바 있다. 요약하자면 -. 한국 기원이든 일본 기원이든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한국의 김밥의 기원을 수천년 전으로 올려잡는 것은 근거가 없다.-. 돌돌말이 김밥에 대한 한국의 문헌 기록은 일제시대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 일본에서는 돌돌말이 김밥에 대한 문헌 기록 및 풍속화 기록이 조금 더 이른 시기, 그리고 더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위의 내 글이 종종 네이버 엔......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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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드라 at 2007/01/19 03:10
우리 어머니가 일제시대에 소풍갈 때 김밥을 싸갔는데 그걸 칼로 설어야 한다는 걸 할머니가 모르셔서 통째로 가져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가져온 김밥이 너무 예쁘게 설어져 있어서 그 방법을 물으니 그냥 칼로 쓸면 된다고 하더라네요. 그 뒤로는 할머니가 칼로 썰어주셨다는 하더군요.

어머니가 부산 영도에서 자라셨으니 최소한 40년대 초반 부산에서는 김밥이 있었던게 분명하고 소풍때 가져갔던 음식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다만 김밥 속에는 김치를 넣었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19 09:25
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내용으로봐서는 40년대 초반의 김밥은 대중에게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았던 음식인 것 같군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19 10:56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햄버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경이다. 물론 고급호텔이나 외화만 취급하는 백화점 등 일부 상점에 국한된 것이었다. 북송교포들이 가락국수, 김밥, 초밥 등 일식당을 열면서 함께 생겨난 것이다 . 이들 음식은 모두 외화를 줘야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 김밥은 북한에서는 대중화되지 않은 음식인 듯 합니다. 이것은 일제시대때부터도 김 양식 자체가 주로 남부 해안에서 이루어지던 것과도 관련이 있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언에일리언 at 2007/01/19 19:08
탈북자가 쓴 수기를 읽었었는데,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갔다가 탈출한 사람이었습니다. 러시아쪽으로 갈 수 있으려면 북한 안에서도 출신이 좋고 좀 살아야 한다는데 그 사람들이 러시아 갈때 집에서 도시락으로 김밥을 만들어줬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한국와서 앞으로 뭐할까 고민하다 자기가 벌목공 하면서 식당에서 일했었다고 북한 음식을 팔까 생각하고 시장조사를 나가는데 거기서 남한에서도 김밥을 먹는데 북한에서는 일년 중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인데 이쪽에선 대단히 흔해서 놀라는 대목도 있더군요. 책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0 00:32
그렇군요. 김밥 속이 비쌀 것 같지는 않고, 김이 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김밥 또한 일제 이후에 남한에서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음식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군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1/20 01:56
1972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김밥은 소풍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소시지, 시금치, 단무지가 들어갔으니까 지금 김밥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지.

본래 김밥은 식초를 넣은 밥으로 하는 것도 이미 이 당시에 사용되었어.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0 09:26
집에서 김밥 드실때 식초 넣어서 하셨나요? 대개 식초는 안 넣지 않나..?
1970년대 쯤에는 이미 김밥이 지금과 비슷한 모양을 갖춘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군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1/20 17:23
약간 초밥을 넣어서 부채질해서 밥 식히면서 김에 피거든... 그게 좀 힘들어...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1/20 17:24
내가 대학 다니던 85-86년경에 누드 김밥이라는 걸 처음 봤지. 김가네도 아직 생기기 전이었고...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0 23:28
또 의외의 정보를 접했네요. 김가네는 90년대 중반에 생겼고 이경규의 압구정김밥이 그보다 전, 90년대 초반 내지 80년대 후반 같은데... 그 전에 누드김밥이 이미 있었군요
Commented by 허안 at 2007/02/13 22:30
출처는 기억 안나지만 내가 읽은 바로는 지금처럼 김을 대량생산 할 수 있게 된 것은 일제시대에 기술이 전래되었기 때문이라고 본 적이 있음. 그 전에는 김양식이 지금 같지 않았으며 벼농사에서 모내기의 도입처럼 혁명적인 발전이었다는 식의 설명을 본 적이 있음
Commented by 찬별 at 2007/02/14 23:13
네.텃발양식인가 뭔가 하는, 발을 세워서 말리는 기술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7/10/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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