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의 탄생 - 떡볶이

고대의 떡

곡식을 이용한 음식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기보다 길다.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 곡식을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조리하다가 여러가지 먹을만한 것이 나오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밥, 빵, 떡, 밀쌈 등의 음식은 짧지 않은 역사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떡의 역사는 단군조선 시대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곰이 마늘과 쑥을 억지로 참아가며 먹을 때, 호랑이는 산기슭을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고 협박하며 삥을 뜯었다고 한다.

농담이다. -_ 하지만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돌확 등과 함께 시루가 출토되고 있다. 그 시루로 떡을 쪄먹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곡식을 쪄서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만, 떡의 역사를 삼국시대 이전으로 올려잡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삼국시대 이후부터 떡에 관한 이야기들이 역사 기록에 자주 등장한다. 소위 "이빨이 많은 사람이 지혜가 많다하니 우리 떡을 깨물어서 이빨의 갯수를 세어보자" 라는 이사금에 관한 기록부터, 백결선생이 날궁상을 떨어가며 뜯어댄 방아소리등등.

떡볶이의 재료가 되는 가래떡 또한 그 역사가 짧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떡의 초기 역사에서부터 이미 등장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한석봉네 어머니-_가 썰기도 했을테고. 그리고 조랭이떡은 개성의 향토음식인데, 고려인의 한을 풀기 위해 이성계 모가지 대신에 떡 모가지를 조르다가 지금의 그 모양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흰떡에 대한 명확한 기사는 동국세시기가 되어야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떡을 돈같이 썰어 국을 끓여먹는다는 기사가 있다.

궁중 떡볶이

친절한 장금이 덕택에 잘 알려져있다시피 옛날에 먹어왔던 궁중떡볶이는 지금의 떡볶이와는 조금 다르다. 간장양념에 쇠고기를 볶아넣고 함께 삶는 형태의 음식인데, 떡을 떡국 사이즈로 썬 것이 아니라 큼직하고 두껍게 썰었다고 한다. 떡볶이보다 떡찜이 더 옛날식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말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간장맛이 좋은 파평윤씨 가문의 종가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져있는데, 17세기에 파평윤씨에서 처음 개발하고 이후 양반가문 위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요즘의 가래떡은 떡을 찧은 뒤 기계로 뽑아내지만, 옛날의 가래떡은 손으로 일일히 밀어서 둥근 모양을 만들어야 했다. 떡 자체가 곡식을 헤프게 먹을 뿐만 아니라, 떡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손이 많이 갔을 것이다. 떡 자체도 귀한데다가 쇠고기까지 들어갔으니 일반 민가에서 먹기 쉬운 음식일리가 없다. 간식이 아닌 명절음식으로 오랜 세월을 이어갔을 것이다.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

우리가 생각하는 떡볶이의 시작은 언제일까. 검색해보면 곧 마복림 할머니(1920년쯤 태생)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마복림 할머니네 회사-_의 홈페이지( www.마복림신당동떡볶이.com) 에 나온 내용은 이렇다.

떡볶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위해서는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6.25전쟁이 끝난 후 1953년, 3년 동안의 피난살이로 너나 할것없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마복림 할머니는 집안의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중국 음식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보고있자니 또다시 언제 맛볼지 모르는 요리에 쉽게 손을 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개업식 공짜떡을 먹기로 하고 떡을 집다가 친정아버지가 드시던 자장면 그릇에 떡을 빠뜨리게 됐습니다. 자장면 양념이 묻은 떡을 드시고 생각보다 맛이 좋아 고추장을 생각하게 되셨고 그날의 실수로 우리나라 간식 문화를 바꿔놓을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마복림 할머니의 떡볶이는 춘장과 고추장이 적당히 섞여있는 비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당동 떡볶이는 사실 떡볶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하다. 신당동 떡볶이에 들어있는 떡 숫자는 붕어빵에 들어있는 붕어 숫자하고나 비슷할까. 라면, 쫄면, 계란, 만두 등등 갖은 잡동사니들이 다 들어가서, 이미 떡볶이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_ 짜장면에서 힌트를 얻어서 진화한 음식이라면 떡볶이 또한 초기에는 짜장면과 비슷한 모양 아니었을까 싶기는 한데, 당사자가 살아있으니 가서 물어봐도 될 문제인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떡볶이의 탄생은 당사자가 기억하는 1953년일 것이다.


<아놔 떡 어딨어>


하지만 이 떡볶이의 원년이 1953년이라고 해서 서민적 전통이 된 것이 그 해는 아니다. 1960 년 경의 신문기사에 등장하는 떡볶이는 간장양념 그대로의 궁중떡볶이의 모습이다. 1970년 경 신당동 떡볶이집에 DJ가 들어오고 라디오에 소개됨으로써 떡볶이가 비로소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까지의 떡볶이는 노점형, 분식점형 떡볶이가 아닌 신당동의 향토음식-_ 이었을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 고추장이 흥건한 현재의 떡볶이는 신당동 떡볶이가 조금 더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연대는 1960년대 후반 또는 1970년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추장 범벅이 된 새빨간 음식의 대명사인 떡볶이는 1970년대 이전까지는 간장양념의 까만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아마도 고추장이 새빨갛게 번진 음식을 <한국인의 매운맛>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어려운 시대였을 것 같다.

한편 떡볶이의 굵기가 가래떡 사이즈에서 지금의 손가락굵기 싸이즈로 바뀌는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여러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보았을 때, 이것은 고추장 떡볶이의 유행과 비슷한 시점인 60년대 후반 내지는 70년대 초반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때의 떡은 지금과 같은 쌀떡이 아니고, 밀가루 함량이 50%도 넘는 혼합떡이었다.

이렇게 현대에 개발된 음식이므로, 북한에서는 한국과 같은 떡볶이가 없다. 2000년 이후 수입된 떡볶이는 금강산 부근이나 개성공단, 평양 등지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 정재환이 주장하는 짜장면이 자장면이 되는 쓰레기같은 국어순화법칙에 의하면 떡도 <덕>이 되어야겠군. 떡볶이는 <덕복이>이 가 되나? 이거 그러고보니 서명운동이라도 한 번 모집해볼까?  -_

짤방은 1960년의 집에서 손쉽게 떡볶이 요리법  (조선일보)




시리즈 보기

한국음식의 탄생 : 짜장면
한국음식의 탄생 : 포크커틀릿, 돈카츠, 돈까스
한국음식의 탄생 : 삼겹살
한국음식의 탄생 : 김밥

사진소스
http://http://blog.naver.com/mar0011/1400100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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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별 | 2007/01/20 13:36 | 한국음식의 탄생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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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at 2007/09/26 13:10

제목 : 떡볶이, 간단하게
떡볶이를 먹을때마다 생각하는건데요. 누가 이런걸 생각해낸걸까요. 떡을 매콤하게 끓여서 내는 음식이라니.. 훌륭하지 않습니까. 떡을 끓여서 먹는것은 다른나라에도 있는 방식이지만, 떡볶이 같은건 아직 한국에서밖에 못 본듯하거든요. 검색으로 찾아보면 흔히 신당동 떡볶이를 처음 만들었다는 마복림 할머니가 사실은 떡볶이도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출처라던가, 신빙성있는 자료를 찾을수가 없거든요. 유래야 어찌됬든, 가끔씩 만들어 먹을때마다 감탄하......more

Linked at 찬별은 초식동물 : 한국음식의.. at 2007/11/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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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곰부릭 at 2007/01/20 15:18
아니 이러시다가 책한권 내시는거 아녜요!!!
저는 1980년대에 DJ가 있는 신당동 떡볶이집에 가본적이 있지요~
그때도 떡볶이가 지금과 별반 다를건 없었지만 덜 뻘겋고 덜 매웠던거 같아요.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매운걸 잘 못먹는 편인데, 맛있게 먹었거든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1/20 15:51
허허... 점점 메이저스러워지고 있으삼...
Commented by 얼음칼 at 2007/01/20 15:54
1970년에 다니던 국민학교 매점에서 고추장 떡볶이를 팔았습니다. 그러니까 대중화는 그 이전이겠지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0 16:33
곰부릭/ 호호^^; 역치상승의 법칙에 의해 점점 더 매워지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불닭이니 핵폭탄 닭꼬지니 하는게 나오면서 계속 매워지는 걸 보면...

초록불/ 메이저는 무슨요;; 걍 스스로 낯간지러운 건 좀 참아보자는 생각 정도...

얼음칼/ 정보 감사합니다. 떡볶이에 대해서는 지금껏 썼던 글 가운데 가장 자료찾기가 어렵더라구요.
Commented by 시퍼렁어 at 2007/01/20 17:07
우리집에서도 나 유아원때나 초등학교 시절에는 간장 떡볶이를 더 많이 해먹었었는데
Commented by cinemaquai at 2007/01/20 17:45
아하...떡이 그렇게 귀했군요..그래서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했구나..

근데, 저 떡없어 사진에서요. 야끼만두 옆에 엉덩이 처럼 생긴거 뭐에요?
Commented by 3-KB at 2007/01/20 18:20
우왓 좋은 정보, 링크 퍼갑니다
Commented by kikkik at 2007/01/20 19:12
안녕하세요
첨으로 왔는데 떡볶이 역사라..
좋은 정보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7/01/20 21:23
씨네꽈마이 님은 역시 특이한 묘사에 강하신 거 같아욤..달걀에서 엉덩이라니...ㅋㅋ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0 23:41
시퍼렁어/ 신기하네.. 80년대 중후반까지도 읍면 단위에는 패스트푸드화된 떡볶이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네
에모양, 왈왈/ 그거 엉덩이 맞아요. 바비인형 엉덩이였는데 한 눈에 알아보다니 -_
3-KB, kikkik/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01/21 01:22
고추장에 오뎅과 떡을 넣은 떡볶이를 76년 먹은 기억은 있는데... 그 이전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뭐라 이야기하기 어렵네.

76-77년에 "초록불과는 떡볶이를 같이 먹지 말라"는 격언이 있었지. 매운 걸 워낙 잘 먹어서... 신당동 떡볶이는 원래 그다지 맵지 않게 만들어졌었다는 생각이 들고... (맵게 먹는 친구들은 고추장을 더 달라고 하거나 처음부터 맵게 해달라고 이야기했지.) 80년 무렵 동네 분식점에는 모두 [즉석 떡볶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신당동 식 떡볶이였어.

그 전에는 굵은 가래떡이 주로 사용되었다고 기억하는데, 이때부터 얇은 떡들이 등장한 걸로 기억하지만, 뭐 이런 기억은 불확실...

간장 떡볶이는 결혼한 다음에 먹은 음식.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1 11:54
그러고보니 그 즉석떡볶이는 저도 본 기억이 나네요. 제가 먹었던 것은 90년대 초반이었을 것 같구요. 조그만 떡볶이떡에 대해서는 어느 공장과 관련된 정보가 좀 있을까 했더니 그런 것도 없드라구요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7/01/21 16:26
간장에 한 떡볶기는 서울에서 오래전부터 먹었다고 하는군요. 마복림 할머니 이전에도 간장과 각종 재료를 넣고 만든 궁중떡볶기 스타일의 떡볶기는 있었다고 해요. 서울 토박이이자, 4대문안에서 사신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습니다. 현재의 떡볶기는 6.25 전쟁 이후에 생긴것이 맞다고 하네요.
조그만 떡볶기떡은 내가 초등학교때 서울에 처음 나왔습니다. 70년대 초반입니다. 당시에는 쌀이 아니라 100% 밀가루로 만든것이었고, 그래서 맛이 없었지만... 국민학교앞의 불량식품 가게에서 주로 팔았습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7/01/21 16:30
아 그렇죠, 100% 밀가루! 그러고보면 중고등학교때까지도 슈퍼에서 파는 가래떡은 밀이 50% 정도 들었던 것 같네요. 좋은 정보였습니다..
Commented by 루드라 at 2007/01/21 21:57
75-77 사이에 김해에서도 요즘 같은 떡볶이를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부산, 경남쪽 떡볶이는 서울 떡볶이보다 훨씬 뻑뻑합니다. 80년대 중반 서울에 갔을 때 서울 떡볶이는 싱거워서 못 먹겠더군요.
Commented by cinemaquai at 2007/01/22 00:21
woodstock / 저거 달걀 아닌데~ 암만봐도. 자세히 봐보세요. 밑에 엉덩이처럼 연결된게 , 달걀로는 불가능한 형태에요.
Commented by 박혜연 at 2008/03/18 14:53
이제 떡볶이도 유럽가서도 먹을수있을정도래요~ 워낙에 한인들이 많이 진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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