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세종실록에 이미 <국수>가 등장한다고 한다. 제삿상에 <정면靜麵>을 올렸다는 류의 기사가 있는데, 음식으로서 어떤 모양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이후 음식디미방등의 여러 책에서 국수를 만드는 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국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선시대 국수의 주재료는 밀가루가 아니라 메밀가루라고 한다. 정신문화연구원 주영하 교수에 의하면 <송나라 사람 서긍이 고려 중기의 모습을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당시 고려에서 밀이 부족하여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고 적었다. 특히 밀은 한반도에서 다른 곡물에 비해 잘 자라지 못하는 생태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이 충분치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당시 사람들이 유밀과를 잔칫상에 빠트리지 않고 올리는 호사(好事)를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일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그래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잔치음식으로 여겨졌다. 밀가루 국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국수하면 밀가루를 연상하지만 사실은 메밀이 국수의 주재료로 널리 쓰였다.> 여담으로. 자료 몇 개를 찾아봤는데, 모두 다 <고려에서 밀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라는 기록 한 줄을 우리나라에서 밀이 모자랐다는 근거랍시고 제시하고 있다. 원래 인터넷 자료야 이넘이나 저넘이나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를 내가 못 찾은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아무튼간에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저자 김상보씨는 조선시대의 국수는 메밀, 녹말, 밀가루 세 가지가 있는데, 밀(소맥)국수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고, 서민부터 임금까지 일상적으로 먹는 국수는 메밀국수였다고 한다. 그 이외 문헌이 전하는 국수의 재료로는 밀가루, 메밀가루, 깨가루, 칡녹말, 녹두녹말등이 있다. 전통방식으로 국수를 뽑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그 첫번째는 지금의 칼국수 같은 것으로, 예를 들면 음식디미방의 별착면법은<물에 반죽하고, 안반에 놓고 아주 얇게 밀어 토장처럼 썰어 삶아서 찬물에 식혀...> 만든다. 두번째 방법은 이름하여 구멍난 바가지로 방법하기이다. -_ 녹말로 적당히 되직한 풀을 쑤어서, 그 풀을 구멍난 바가지에 부으면, 바가지에서 빠져나온 풀이 끓는 물 속으로 빠져서 익는 것이다. 그로부터 한참 후, 1835년에 서유구의 임원십육지라는 책에 세 번째 방법이 소개되었다. 그것은 바로 국수를 쥐어짜는-_ 방법이다. 국수틀이라고 불리우는 기계에 반죽을 밀어넣고, 국수틀을 힘껏 누르면 반죽이 틀을 빠져나오면서 국수가 되는 것이다. ![]() 이 시대 이후로는 유물도 많이 남아있다. 민속박물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물인데, 손톱깎이 비슷하게 생겼다. 이걸 손으로도 누를 수 있지만... ![]() 첫번째 방식은 칼국수이고, 두번째 방식은 녹말 위주로 만들어서 아주 쫀득쫀득한 국수가 될 것이고, 세번째 방식은 글쎄다. 아무래도 조금 퍼석퍼석해야 저런 방식으로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를 위해서 음식디미방에서 전하는 국수만드는 법을 소개하자면 난면법(卵麵法) : 달걀을 모아 그 알이 희어지면 밀가루를 반죽하여 썰거나 분에 눌러서 보통 면같이 삶아 내어 기름진 꿩고기를 삶은 국에 말아서 쓴다. 고명은 보통 면같이 한다. 별착면법(別着麵法) 밀가루를 깨끗이 체에 쳐서, 토장가루와 반씩 섞어 물에 반죽하고, 안반에 놓고 아주 얇게 밀어 토장처럼 썰어 삶아서 찬물에 건져 아주 차게 되면 깻국이나 오미자국이나 넣고 토장법처럼 한다. 차면법 메밀을 거피하여 속가루를 깁체에 쳐서 고운 밀가루나 세면가루를 섞고 밀어, 면을 가늘게 썰어 오미자국에 잣을 고명하면 여름 차반으로 가장 좋다. 세면법(細麵法) 가장 깨끗한 토장가루를 잠깐 물을 뿜어 두었다가 덩이가 지거든 모시나 총체에 쳐서 쟁반에 담고, 그 가루를 덜어 풀을 쑨다. 넓은 노구솥에 물을 아주 많이 끓이고, 굽이 없는 놋그릇에 멍울이 없도록 훌훌하게 타서 그릇째 끓는 물에 띄워서 매우 바삐 저어 고루 익힌다. 풀빛이 노랗고 맑아 숟가락으로 들먹여 일이 같거든 그 풀을 가루에 놓아 치대 너무 질면 안 되니 양을 가장 잘 짐작할여 떠 놓으며 손으로 한참 치면 가루가 온전히 눅어서 치켜들면 실같이 느른하여 끊어지지 아니하면 물을 끓이고 바가지에 구멍을 뚫어, 그 치댄 것을 훌쳐 담아서 아주 높이 들어 바가지를 두드리고 밑에서 저어 다 흐른 후에 건져내면 모시실 같다. 반죽할 때 풀이 되거나 너무 질거나 하면 안 된다. 최초의 냉면은 언제부터인가? 냉면의 시초는 1849년의 '동국세시기'라는 문헌에 소개된 것을 최초의 기록으로 친다. 내가 그렇게 치는게 아니고, 김상보씨, 주영하씨 등의 학자들이 그렇게 친다. 동국세시기에 소개된 냉면은, 겨울철에 먹는데 무우 및 배추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서 돼지고기를 얹는다는 것이다. 그 후로 진찬의궤, 진작의궤(1873), 규곤요람(1869), 시의전서(19세기말) 등에 냉면에 관한 기록이 많이 있는데, 그 대부분이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얹는 스토리다. 오늘날의 평양냉면과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내가 자료를 좀 뒤지다보니, 이상한 곳에서 냉면이 등장한다. 내가 발견한 최초의 기록은 병자호란때 우의정까지 했던 바 있는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시문집인 <계곡집> (계곡선생집) 에서였다. 紫漿冷麪 已喜高齋敞 還驚異味新 紫漿霞色映 玉紛雪花勻 入箸香生齒 添衣冷徹身 客愁從此破 歸夢不湏頻 자줏빛 육수에 냉면을 말아 먹고 높다랗게 툭 터진 집 좋다마다요, 게다가 별미(別味)까지 대접을 받다니요 노을 빛 영롱한 자줏빛 육수, 옥 가루 눈꽃이 골고루 내려 배었어라 입 속에서 우러나는 향긋한 미각, 몸이 갑자기 서늘해져 옷을 끼어 입었도다 나그네 시름 이로부터 해소되리니, 귀경(歸京)의 꿈 다시는 괴롭히지 않으리라 쫄쫄 굶고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에게 냉면 한 그릇 얻어먹고 좋아서 쓴 시인 듯 하다. 용어도 정확히 <냉면> 이다. 어느 지역에서 먹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냉면이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은 짐작이 된다. 그런데 뭘로 만든 냉면이길래 국물이 자주빛이지? 메밀이 자색이던가? 돼지고기? 동치미 국물? 글쎄다. 나는 저것의 정답이 <오미자 국물>이라고 이해한다. 위에서 인용했던 음식디미방을 다시 보자. 별착면법(別着麵法) 밀가루를 깨끗이 체에 쳐서, 토장가루와 반씩 섞어 물에 반죽하고, 안반에 놓고 아주 얇게 밀어 토장처럼 썰어 삶아서 찬물에 건져 아주 차게 되면 깻국이나 오미자국이나 넣고 토장법처럼 한다. 아주 차게 되면 깻국이나 오미자국에 넣고 토장법처럼 한다고 그런다. 토장법은 깨로 만든 국물이다. 그러니 오미자국에 하면 동치미국물 비슷한 맛이 날 듯 하고, 깻국으로 토장법을 하면 콩국수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음식디미방 역시 오래된 문헌이다. 즉 17세기 이전의 옛날식 냉면은 오미자국물이 기본이었을 듯 하다. 냉면이 별건가. 차게 먹으면 냉면이지. -_; 차게 만들어 먹는 국수는 1600년쯤에도 이미 대중적으로 먹던 음식이었다. 그 냉면이 질긴지 툭툭한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만. (계속) 시리즈 보기 한국음식의 탄생 : 짜장면 한국음식의 탄생 : 포크커틀릿, 돈카츠, 돈까스 한국음식의 탄생 : 삼겹살 한국음식의 탄생 : 김밥 한국음식의 탄생 : 떡볶이 한국음식의 탄생 : 육개장 한국음식의 탄생 : 불고기 한국음식의 탄생 : 감자탕 한국음식의 탄생 : 도시락 한국음식의 탄생 : 전주비빔밥 한국음식의 탄생 : 오뎅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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