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침몰
1.
최덕호박사가 한국 서해안 침몰설을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 그것은 영화 <일본침몰>이 개봉하고 이어서 <일본이외 전부침몰>이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을 듣고 피식 웃던 것과 비슷한 맥락의 코웃음이었다. 나까무라 박사가 외계인이 쳐들어온다고 경고했을 때나, 또는 스미스박사가 헬리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했을때나, 또는 라스푸틴 박사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환경 대란을 경고했을때와 비슷한 종류의 코웃음이었다.

당시의 코웃음들은 대체로 적절한 것이었다. 그들이 경고한지 몇십년이 지났지만 일본도 일본이외도 모두 침몰하지 않았다. 외계인이 쳐들어오지 않았고, 혤리혜성은 지구와 충돌하지 않았으며, 지구 온난화는 모르겠지만 환경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어제 살듯이 오늘을 살았고, 오늘 살듯이 내일을 살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최덕호 박사는 가슴이 아픈 것이다. 사람들은 영화와 만화와 소설의 홍수 속에서, 차츰 위험에 대한 감각을 잃고 있었다. 수많은 재난영화들은 불가항력적인 거대한 재난을 경고한 것이 아니라 그 재난조차 오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반복되는 오락들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한껏 줄였다. 그래서 머지않아 다가오는 서해안의 침몰과 그 숱한 증거들 조차도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해안의 어부들과 해수욕장의 잡상인들은 진실에 가장 근접해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해마다 이상하게도 수위가 높아지고 갯벌이 좁아지고 방파제가 낮아지고 모래사장이 좁아짐을 알고 있었다. 해변과 몇백미터나 떨어져있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이던 횟집 주인은 이제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에는 가게 안으로 들이치는 파도 때문에 걱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소한 걱정에 불과했다. 횟집이 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2.
사람들은 <전지구적> 변화라는 것은 그 위의 생물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느리고 천천히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모습 조차도 사람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니, 땅 하나가 솟아나거나 가라앉는 일은백만년이나 천만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누구도 모를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이 가라앉는다고 하더라도 십만년에 걸쳐 매년 0.1 센티미터씩 가라앉기 때문에 누구도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지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시계열적인 스케일은 클 수 밖에 없다. 황해를 두고 말하더라도, 삼만년 전 황해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5미터 가량 높았고, 일만년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150미터 가량 낮았다. 만년이나 십만년은 사람의 머리로 짐작할 수 있는 세월이 아니다.

하지만 저 계산에는 사람들을 눈속임하는 함정이 있다. 사람들은 일만년전과 지금의 150미터 차이를 <매년 1.5 센티미터>라고 마음대로 계산해버린다. 하지만 의외로 지구는 그렇게 느긋하지 않다. 최덕호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지금의 황해가 땅에서 바다로 변한 것은 불과 오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 사라진 황해에는 이미 문명이 건설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나라는 이제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땅에서 멀리 북국으로 유형을 떠났던 사람들이 간신히 환국이라는 나라를 세웠으나, 수몰되어버린 문명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이 작고 초라한 국가였다.

빛나는 고대국가의 영광이 불과 오년만에 사라졌다. 물론 당대의 고대국가의 문명을 현대의 문명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의 계산에 의하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서부의 절반 정도가 잠기는 것이기 때문에, 문명의 폭사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서부의 절반이 어디인가. 남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이 모조리 수몰된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 또한 마찬가지다. 대전과 인천, 광주 또한 피해를 입는다. 그곳에 몰려있던 엄청난 인력과 산업과 행정이 무너지면, 나머지 절반의 땅에 살아남는 사람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3.
최덕호 박사는 최선을 다해서 이슈를 제기하고 성실하게 언론과 대화하고 국민에게 경고했다. 그것은 전형적인 성실한 학자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성실을 원하지 않았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성실함은 고결한 가치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성실함은 노골적으로 조롱받는 세상이었다. 특히나 높은 직위에 있을 수록 그랬다.

결론을 말하자면, 방송사의 공개 토론회에 나간 최덕호 박사는 아주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 물론 <그린라운드와 무역마찰> 공개 토론회장에서 서해안 지각 침몰에 대해 열변을 토한 것은 성실함이라기보다 우둔함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말이다. 한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음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젼에 최박사는 단 5초가 방영되었을 뿐이다. <서해 지구과학연구소 소장 최덕호입니다.> 라는 한 마디였다.

그 방송이 끝난 이후 최덕호 박사는 심한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가 서해안 침몰을 아무리 경고하고 다녀도 친척들조차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최덕호박사는 결국 그가 이제까지 세상을 살아온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구하고 기업을 구하기 위한 그의 모든 시도가 좌절되었다고 느낀 순간부터, 그는 전재산을 처분했다. 인천에 위치한 연구소도 처분하고, 서울의 마흔 평 아파트도 처분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자퇴시키고, 그런 다음에 한계령 기슭에 주택을 하나 지은 다음, 그 부근에 임야 이백만평을 구입했다. 평당 이백원짜리 땅이었기 때문에 구입 비용은 총 사억원.

옛날 농군들은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고 현대의 복부인들은 아무튼 땅장사는 망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것도 땅 나름이다. 강원도 임야 이백만평은 언제 어떻게 망할지 모르는 땅이었다.

그가 그렇게 혼자만의 도피를 준비하고 있을 때, 강남의 복부인단에서 호출이 왔다. 그들은 강남구 대치동 및 청담동 거주자 모임이었는데, 남편의 직업으로는 정부 초고위공무원, 종합병원 원장, 삼송전자 임원, 벤쳐그룹대표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돈은 많이 벌어오지만 남편이 바빠서 혼자 놀아야 하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이었다. 이들은 심심해서 100분 토론회 방송을 보다가 최덕호라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리고 그가 방송이 끝나자마자 시작하는 괴상한 재산도피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최덕호는 사람들에 대한 쓰라린 배신을 겪은 뒤였지만 그들의 관심이 고마워서 그들에게 열심히 상황과 배경을 설명했다. 아줌마들 가운데 조금 성실한 사람은 최박사의 말을 무시했고, 조금 귀 얇은 사람은 최박사를 따라서 강원도에 수만 평의 대지를 구입했다.



4.
그러자 복부인 1팀의 준동에 복부인 2팀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의 남편은 대학교수, 고위공무원, 변호사, 종합병원 의사, 한의사, 주유소 사장, 골프장 사장 등이었다. 즉 남편이 돈이 많지만 집에 붙어있는 시간도 많아서 복부인 활동이 조금 느린 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복부인 1팀의 움직임을 뒤따라가서 큰 손해를 본 일은 드물었다. 이들은 복부인 1팀의 움직임에 따라 강원도와 경상북도 인근에 많은 땅과 건물을 구입했다.

복부인 2팀이 움직이자 복부인 3팀이 움직이고 복부인 4팀이 움직였다. 이들의 움직임은 가속도를 타기 마련이었다. 강원도는 점점 땅값이 오르고, ...

결국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던 돈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강원도쪽으로 엄청나게 흘러들어갔다. 물론 타오팰리스나 빡큐뷰 같은 아파트의 값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청은 지방세 수입이 전년의 세 배가 늘어났다며 어리둥절함을 표시했다.



.... 재미없군. -_;;

(Maybe) to be continued... or may not be...

by 찬별 | 2007/03/01 14:12 | 글쓰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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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페로페로 at 2007/03/01 14:32
허어억! ... (말로 표현이 되질 않습니다, 충격 크~)
Commented by blus at 2007/03/01 14:52
내용이 무척 재미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면 재미없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네요.^^;;;;
Commented by 시퍼렁어 at 2007/03/01 15:00
쩝 ;;;
Commented by 혈견화 at 2007/03/01 15:14
이제 강원도는 제 2의 강남이 되는 거군요! 으하하하!
Commented by 세리자와 at 2007/03/01 15:19
재미있습니다!
Commented at 2007/03/01 15: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措大 at 2007/03/01 15:46
저는 왜 어느 환빠가 이 글을 진지하게 읽고 -_- 대륙조선설에 필적하는 "서해수몰(수메르?)설"을 주장할까 걱정이 될까요. (...)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03/01 17:12
매우 흥미진진한 서두입니다. 계속 쓰세요! 미저리를 아시겠지요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7/03/01 17:22
음...대단히 사실같은...
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7/03/01 19:04
아 중간에 환국이라던가 고대국가에 대한 언급만 없었어도,
충분히 낙을 수 있을만한 개연성이 보였는데 말이죠.
그 부분만 아쉽고, 다른 부분은 충분히 재미있네요. 크크크.
Commented by 쇠밥그릇 at 2007/03/01 19:31
최덕호 박사가 땅을 사기 전에는 깜박 사실인 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7/03/01 20:08
흠... 사실인 겁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7/03/01 20:17
허걱... 뭐지 이 뜨거운 반응은... 이 무슨 퐝당한 사태가 ... -_-;;;

책 읽다가 종종 <이것처럼 써보고 싶다> 까지만 생각하고 딴 책 읽으면 또 <그것처럼 써보고 싶다> 그러다가, 아예 독서감상문을 그렇게 써야지... 라는 생각으로, 일본침몰 독서감상문으로 쓴 글입니다. -_;; 그런데 웬지 계속 써야될 것 같자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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