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사회를 쓸 때의 경험상, 쓰는 내가 재미없는 부분은 읽는 분에게도 재미가 없던데... [#MORE|이어지는 내용 #] 1. 서울시 전역과 수도권 일부에 오후 14시 3분을 기해 일제히 정전이 발생했다. 그것은 서울 일부에 대한 국지적 정전이 아니었다. 서울시 전역의 전기 공급이 한꺼번에 중단된 것이었다. 전기가 끊기는 순간, 도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사고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가장 먼저 발생한 큰 사고는 지하철의 충돌이었다. 지하철 신설동 역에서 차간 간격 조절에 실패한 지하철 앞차와 뒷차가 충돌했다. 지하철 두 대가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다행히 <열차 화제시...> 로 시작되는 안내방송을 오륙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던 덕택으로 사람들이 열차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복잡한 역 구내 였다. 신설동의 복잡한 역 내부에서 사람들은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을 구분하지 못해, 나왔던 길로 들어가고 들어왔던 길로 나가기를 반복하다가 적지 않은 숫자가 화재의 희생자가 되었다. 지하철 충돌 사고는 한 대로 그치지 않았다. 신설동 역에서는 두 건의 추가 사고가 더 발생했다. 무전 및 통신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신설동 역에 사고가 발생한 줄 모르고 1호선과 2호선 차 한대씩이 더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설동 역은 불바다가 되었고, 지하도는 꺼먼 연기를 뿜어올렸다. 신설동 인근의 상가와 주민들이 일제히 대피했다. * 지하에서 지하철이 파괴되는 동안에 지상에서는 십여 건의 교통사고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거리의 신호등이 모조리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신호등이 한꺼번에 꺼지는 바람에, 좌회전 하던 차와 직진하던 차가 부딪히기도 하고, 로타리에서 직진하던 차 두 대가 부딪히기도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니까, 광화문 네거리, 테헤란로, 내부순환도로 각 램프 등에서 한꺼번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들때문에, 또는 이 사고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지상의 도로는 모조리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일단 차들이 엉키기 시작하자, 교통경찰들이 총출동되었지만, 서울 시내의 신호등 숫자는 교통경찰의 숫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물론 공장이나 건설현장들도 피해를 입었다. 정전과 관계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골리앗 크레인 한 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건설중이던 아파트 한 채가 으깨지고, 내부에서 공사중이던 인부 수십 명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냉각기의 고장으로 인한 과열로 서울시 곳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병원의 경우도 심각했다.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목숨을 유지하던 환자들이 곳곳에서 죽어나갔고, 수술중이던 환자들 또한 갑작스런 정전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예를 들면 뇌에 구멍을 뚫는 수술 중에 드릴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억지로 드릴을 뽑다가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도 있었다. 병원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는 병원측의 사고 보고 및 정보공개 거부로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피해자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MRI 촬영을 하다가 기계가 멈추는 바람에 꼼짝없이 기계에 갇힌다든지 하는 사고는 애교에 불과했다. * 금융기관의 업무는 상당부분 마비되었다. 주요 은행 및 금융기관은 정전 발생에도 몇 시간동안은 전산시스템이 가동되도록 축전시설을 완비하고 있고, 그리고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백업시스템을 통한 금융 데이터의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은행 자동 출금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개별 은행 지점에서는 창구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소비자 금융 업무는 대부분 정지된 것이다. 이런 형편은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외환, 보험 등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돈의 흐름이 굳었다는 것은 기업활동이 상당부분 일시정지되었음을 의미했다. 아니, 돈 이전에 이미 사무실의 정전과 동시에 일할 사람의 컴퓨터가 한꺼번에 꺼지면서 기업활동은 이미 정지되고 말았다. 통신망 또한 마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전으로 인한 기지국의 마비로 인해 휴대폰의 전파 송달이 중지되었다. 인터넷은 망제공자의 전산 설비 일부가 정지됨에 따라서 전체 망이 정지되어버렸다. 인터넷과 휴대폰의 정지로 인해 사람들이 너도나도 유선전화를 찾았는데, 이때문에 너도나도 유선전화를 찾았는데, 유선전화라고해서 모두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 빌딩의 유선전화는 교환기의 전원 차단으로 인해 통화가 불가능했고, 겨우 길거리 공중전화 정도만 사용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백화점 및 대형 매장에서는 POS 시스템이 망가지는 바람에 물건을 판매하지 못했다. 그나마 백화점쯤 되는 고가의 물건을 파는 곳은 따로 장부에 기입을 할 수 있었으나, 대형 할인마트들은 워낙 판매량이 많기 떄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매장의 냉장고에 있던 신선식품들은 냉장보관장치의 고장으로 조금씩 선도를 잃어갔다. 학교나 사무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은 잡담도 나누고 낮잠도 자면서 정전이 안겨준 휴식을 즐겼으나, 오후에도 정전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차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길 바깥의 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하고 신호등이 완전 정지된 모습을 본 사람들의 불안은 더했다. * FM 라디오는 북한의 쿠데타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온통 서울의 정전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었다. 신설동의 전철 충돌 소식, 구로공단의 화재 소식, 최악의 교통정체 소식, 금융사고소식들을 쉴 새 없이 보도했다. 인터넷이 세시간만 안 되어도 전국적인 인터넷 대란 운운하면서 난리를 피우는 세상이다. 인터넷이 아니라 전기가 안 되니, 그것도 한두 시간이 아니라 언제 전기가 들어올지 기약도 없으니, 국민적인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적 난리를 부리기 위한 인프라들이 모두 망가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뉴스, 무엇 하나 되는 것이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어떻겐가 촛불 한 자루씩을 들고 시청앞에 모여 전력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야당 의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 골드만블랙의 사무실에서는 원래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최근 들어 수조 원의 메가 딜이 몇 건이나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한 턱 쏘는 것이었다. 외국인의 입장으로 한국에 근무하러 온 골드만블랙, 메리리치 등은 처음에 한국의 <회식>이라는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과가 마친 시간에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먹고 노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러한 놀이를 친구도 아닌 직장동료들과 해야 한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한두 번 회식에 참석해본 골드만블랙이 먼저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직장동료들끼리의 끈끈한 정과 협동과 단결? 뭐 한국인들끼리는 그런 걸 장점이라고 내세우는데, 골드만블랙은 그건 잘 모르겠고, 다만 3차 쯤에 가는 북창동식 룸싸롱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하기는 홀라당 벗은 여자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생쑈를 벌이는 북창동식 룸싸롱을 가족과 함께 갈 것인가, 생돈들여 친구와 함께 갈 것인가. 회사 비용으로 회사 사람들과 가는 것이 가장 나았다. 일단 그 재미를 알게 되자, 골드만블랙은 회식의 추종자가 되었고, 이어서 메리리치도 회식에 끌여들여 룸싸롱의 재미를 나누게 되었다.틈만 나면 껀수를 만들어 회식을 하니, 놀기 좋아하는 직원이야 살맛이 났지만, 다른 직원들은 피곤하기가 짝이 없었다. 직원이야 어찌되었든 원칙은 사장의 취향에 따른 것이다. 골드만블랙은 그의 원칙을 발표했다. "전기가 나가도 예정된 회식은 합니다." 골드만블랙이 직원들에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동요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 내용은 모두 달랐다. 집안일을 돌보러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차피 차가 막혀서 못 움직이니 그래도 밤 늦은 시간에 가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한 사람도 있었으며, 식당도 정전이면 문을 닫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들은 서울시에 대한 걱정도 하다가, 가족에 대한 걱정, 귀가에 대한 걱정,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 냉장고가 멈춰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못하는 걱정, 커피메이커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스타복스 커피점에서 된장맛 커피를 먹지 못하는 걱정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저녁 여섯시가 되었고, 골드만블랙이 직원들을 이끌고 나섰다. "그런데... 어떻게 내려가지? " 직원들은 그제야 그들이 근무하는 곳이 40층 건물의 맨 꼭대기인데, 엘리베이터는 작동을 멈추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계단으로 내려가야지 별 수 있겠어요? " 직원 하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가자, 백킬로그램이 넘도록 뚱뚱한 골드만블랙은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현재 시간이 여섯시. 퇴근시간이었다. 사무실 기기가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무실 근무자들은 여섯시 정각이 되자 퇴근을 위해 물밀듯이 계단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래서 비상구 계단에서는 떄아닌 교통정체가 발생하게 되었다. 40층 건물의 꼭대기에서 입구까지 빠져나오는 데에는 무려 삼십분 가량이 걸렸다. 진땀을 비오듯 흘리며 건물 아래로 내려선 골드만블랙은 직원들을 이끌고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내놓은 고기는 녹아서 질퍽했고, 소주는 미지근했다. 물론 소주 안주라는 음식이 다 그렇듯, 첫 한두 조각을 먹을 때면 맛도 따지고 신선도도 따지지만, 술이 세 잔만 들어가도 음식의 맛에 대한 개념은 사라진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났을 때, 이미 도시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은 도시는, 이제 여덟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이 정도의 어둠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나 불행히도 룸싸롱의 나가요 아가씨들은 최악의 교통난 때문에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집이 가까운 아가씨들만 몇 명 걸어서 나왔을 뿐이었다. 이것은 웨이터들 또한 비슷한 형편이었다. 룸싸롱의 방에서 먹고 자는 사람 몇 명 정도만 나왔을 뿐, 대부분의 다른 웨이터들은 나오지 못했다. 잔뜩 몸이 달아있던 골드만블랙은 어이가 없어서 카운터에 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술집에서 술을 안 팔고, 여자집에서 여자를 안 팔면 어쩌자는거요?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술은 팔 수가 있지만, 저희 애들이 집이 먼 애들이 출근을 할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요? 돈을 내도 여자를 못 불러오겠다는건가? " "죄송합니다. 없는 여자애들을 어디서 데려올 수가 있어야죠." "자, 이 돈을 보시오. 이래도 안 된다고? " 골드만블랙이 주머니에서 십여장의 백만원권 수표를 휴지뭉치처럼 꺼내들었다. 웨이터의 눈이 잠시 동그래졌지만, 없는 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젠장, 뭐 이따위 술집이 다 있어. 여자가 없으면 지 마누라를 데리고 오든가, 아니면 딸을 데리고 오든가." 3. "우리게 팔자에 먼 살이 붙었는중 몰르겄지만 참말로 징햐. 목포서는 하수도가 막히드만 여그 서울 온께 전기가 다 나가버랴." 최씨가 김씨에게 소주잔을 꼴깍 넘기면서 말했다. "어때서 그라요. 시방 우리가 일당 받고 일하는 사람인가? 아니시. 월급을 받고 일한단 말이지라. 근께로 전기가 안들어와서 회사가 일을 안 하면 그냥 공일이 되부는거시요." "워쨔 생각을 고로코롬 싸가지 없게끔 헌다냐이. 회사가 망하믄 월급은 어디가서 받을라고 그란댜." 박씨가 말했다. "즌기 안 들어오는 날 술 묵는것도 별미네 그랴. 오늘 술 잘 묵고 내일 일어나면 전기 들오일팅게 신경들 그만 쓰자." 브루스타 위에서는 김치찌개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소주잔은 쉴 새 없이 비워졌다. "근디 원동권이 이노마는 계집애 만나서 데이트 한다등마, 즌기가 나가부려서 워치키 할랑가." "워치키는 워치키여. 불도 안 들어오는데 남자 여자 만나서 다른 일 할 것이 있간디? " "새포란 청춘은 좋겄다. 거시기랑 거시기도 헝께." 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기울였다. 그리고 술이 어느 정도 거나해지자, 다시금 최씨의 신세타령이 시작되었다. 자신을 비하하고 남을 욕함으로써 삶의 의의를 찾아내기라도 하는 듯한 대화들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예전에 최씨가 늘상 떠드는 레파토리, '우리나라가 망하든지, 바닷물이 넘쳐서 꼬로록 가라앉아버리든지, 혁명이 나든지, 전쟁이 나불든지, 맬짱 다 뒤집어져부야뒤야.'가 나오게 되는 발단이 대체로 직속 화이트칼라 근무자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목포 하수도공사의 말단 공무원 K씨였다. 그런데 이 곳 횬다이에 납품하는 조그만 하청공장에는 화이트컬러라는 사람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장 조차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누가 보기에도 불쌍해보이는 체수를 하고 다니는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최씨가 욕하는 대상은 높은 사람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었다. 바로 함께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이었다. "긍께, 이 작것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게 우리나라 망쪼라 이것이여.머땀시 이 썩을 넘들은 저그 땅을 내비두고 우리나라까정 와가지고 지랄이냐 이것이제. 이 사람들이 일꾼으로다가 들어와서 일자리를 가져가분께 봉급도 따운이 뒤야. 나가 십년전에 받던 봉급보다 지금 받는 봉급이 절반밲이 안되는디, 고것이 다 머땀시간디. 앙? " 일단 최씨가 말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도 평소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넘들 생긴것도 참 워치기 고로코롬 생겨부렸는가 몰라도 말이시, 몸도 쪼깐한게 얼굴도 꽤죄죄하고, 한 주먹이믄 한 넘씩 날려불 수 있갔는디." "이넘들허고 우리허고는 피부 색깔도 틀리고 말귀도 못 알아묵고 허는디 워짜 봉급은 우리허고 똑같이 받는단가잉." "그르게 말이여. 이 넘들 봉급 떡 잘라서 우리럴 노나주먼 을매나 좋겄나." "나는 이 넘들 봉알을 떡 잘르면 좋겄구먼." "으하하하. 그라먼 나넌 모가지를 떡 잘라야 쓰겄다." "나넌 눈깔을 뽑을팅게, 너는 낫으로 배떄지를 그어서 창새기를 널어놔라잉." 사실 동남아 출신의 사람들은 순박하고 공손한데다가, 스스로가 이 나라의 최하위층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사실에 대해 크게 항의할 의지가 없었다. (사실은 아직은 그것을 항의할만한 조직력도 없었다.) 그러니 최씨 등등이 지금 떠들면서 토해내는 불만은 사실 동남아인들에게 불만이 쌓였다기보다는, 그들 스스로에게 불만이 쌓여있었다. 그러나 기숙사 옆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베트남, 필리핀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기숙사라고 해야 큰 방을 베니어판으로 여러 곳으로 쪼갠 정도였으므로, 옆방의 이야기 소리는 대체로 다 전해들렸다. 이들 동남아 사람들은 그들대로 또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심한 전라도 사투리를 온전히 알아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욕하는 것은 어느나라의 무슨 말로 하든지 알아듣기 마련이다. 에스키모에게 고대 로마어로 욕을 하더라도 뜻이 통할 것이다. 평소같으면 동남아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거나, 그들이 오히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미 동남아 사람들도 적지 않은 양의 술을 마신 뒤였다. "머꼬. 먼 소리 하노." 부산의 신발공장에서 한국어를 배운 덕에 경상도식 한국어를 구사하는 응유엔까이가 옆방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옆방에서 동남아 사람들이 있는 줄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최씨 등은, 바로 옆방에서 그들의 욕설을 직접 들었을 동남아 사람들에게 사과를 건네고 용서를 빌었....다면 그날 밤의 폭동은 다른 곳에서 시작하거나 , 또는 운이 좋았다면 폭동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 아그들이 울고 싶은 사람 뺨떄리고 자빠졌네잉. 야, 다 죽고잡냐잉? " 최씨는 느물거리며 일어나더니, 발로 베니어판을 힘차게 걷어찼다. 와지끈 하고 요란한 소리가 울리면서 베니어판이 으꺠져 나갔다. 동남아 사람들이 전부 깜짝 놀랐다. 이들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최씨는 동남아인 하나를 발로 걷어차고, 술자리의 술상을 뒤집어 엎었다. 술상이 엎어지자, 태국 사람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이 사람이 일어나자마자 최씨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하지만 그 태국인은 최씨의 주먹에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옹박 못지 않은 킥복싱의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인 하나를 때리던 김씨도 낭패를 만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그가 떄리려던 중국인은 황비홍 못지 않은 소림권의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러시아 노동자는 효도르 못지 않은 이종격투기의 고수였고, 인도네시아 출신 잡부는 마이티모 못지 않은 강펀치와 맷집의 소유자였다. ...라기보다는 이미 술을 마실만큼 마신 김씨, 최씨 등이 제 몸하나도 가누기가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은 시비가 붙어 몇 번 밀고 당기는 사이에 그대로 픽픽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들 모두가 단지 취한 것이었고, 그래서 술취한 김에 흠씬 두들겨맞았다가 기절하는지 잠드는지 모르게 쓰러졌으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내가 취해서 아픈건지 취중에 누구에게 맞았는지도 기억 못하는 가운데 만사가 조용하게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박씨 한 사람은 취했을 때의 습관이 조금 달랐다. 다른 그의 동료들이 모두 심하게 취해서 팔다리를 못 가누다가 제 풀에 쓰러진 반면, 박씨는 술에 취하면 괴력을 발휘허고 또한 질주를 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는 최씨 등이 모두 쓰러진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문을 열고 바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베트남 출신의 응유엔까이가 박씨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그를 피해나갔다. 그러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동남아 놈들이 사람을 죽인다!! 동남아 놈들이 사람을 죽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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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느슨하게 섞인 가벼운 술자리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공지는 여기에 (클릭) 메일 : coldstart@파란.컴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이 출간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궁금하시면 클릭 찬별의 려행기 (연재) 이 블로그는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월 $100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싶습니다.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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