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coldstar.egloos.com/811424 2편 http://coldstar.egloos.com/811438 3. Banff 캐나다 최초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이라는 곳인데,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네시간 동안 오만가지 록키를 다 보고 왔는데 새삼 별다른 느낌이 있을 리 없었다. 3-1. YWCA 첫날의 숙소는 YWCA. 간판이 없어서 찾느라고 조금 고생했다. Koji라는 일본인과 이름을 모르는 캐나다놈 하나가 앉아있었다. 캐나다 녀석은 일주일동안 스키타러 왔다는데, 노트북으로 오락하느라고 바빴다. 코지는 볼살이 퉁퉁하면서도 몸은 호리호리한,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다. 의학을 전공했고 취업이 확정되었는데 그 전에 4주간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왔다고 한다. 녀석에게 일본의 성문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 녀석의 영어가 하도 짧아서 제대로 대화하기는 힘들었지만, 얼추 뜻을 통하게는 할 수 있었다. 나는 헨타이나 망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 교통정리를 하느라고 한참이 걸렸는데, 결국 나온 녀석의 대답은 “헨타이는 영어로 Crazy라는 뜻인데, 배운 사람은 쓰지 않는 비속어이다.” 정도. 일본의 갖가지 변태 미소녀 여학생 포르노등등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정말로 모르는 눈치다. 심지어는 “쎄일러문” 같은 것도 변태라고 그러니 뭐. 기껏 한다는 소리가 ‘비디오테이프는 매우 구하기 쉽다’ 는 정도. 하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예전에 야스오라는 대학원생에게 이런 것을 물어봤던 적이 있었는데, 그도 ‘포르노’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러니 말하자면 일본내에서 이쪽 극단과 저쪽 극단사이에 서로가 뭐하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자상하게 가르쳐줬다. 인터넷 들어가서 “Hentai + Manga + Adult + XXX" 라고 검색해 보라고. -.-V 캐나다에 와서 내가 깨달은 것 - 내 깨달음이라는게 언제나 그렇듯이, 언제 취소될 지 모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 나 자신에 대한 관찰이 어려운 까닭은 단순히 관찰대상과 관찰자의 구별이 모호한 까닭만은 아니다. 관찰대상과 관찰자가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 아무튼 내가 깨달은 것의 하나는 사춘기에 관한 것이다. 내 사춘기는 명백하게도 스무살과 스물 한 살때, 대학 초년생일 때였다. 당시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민감했고, 무언가가 굉장히 허전해서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술을 마셨다. 일학년 일학기, 한 학기 동안은 오백명이 넘는 학과내에서 어지간한 사람이 다 내 얼굴을 알만큼 요란하게 설치고 다녔고, 일학년 이학기와 이학년 일학기, 거의 한 해 동안은 하루에 몇 마디의 말을 했는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게 지냈다. 그러면서 그걸 사춘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은, 아마도 사춘기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나보다. 조용하던 시절의 내 벗은 책과 술이었다. 그 때에 나는 무슨 책을 읽었던가. 푸코와 김용옥. 두 논자에 대해서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가 읽은 것은 거의 입문서나 개설서, 에세이류였으니), 두 사람의 책은 내 생각의 방향을 정 반대로 바꾸어 놓았다. 내가 느낀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대상의 본질과 진실에는 도달할 수 없다>, 의미란 결국은 관계속에서 형성될 뿐이다. 다만 푸코는 본질에 도달할 수 없는 절망의 횡설수설이라면, 김용옥은 다분히 본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인상 -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사춘기에 못박혀버린 생각의 방식은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다. 나는 여전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이고 씩씩한 보수주의자이고 싶지만, 생각을 조금만 하다보면 결국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결론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나는 세상에 진리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내 생각은 여전히 “진리란 여론의 일종일 뿐이야” 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외로움과 그리움. 호젓함과 쓸쓸함. 같은 상태를 다르게 형용하는 저 몇 개의 단어들에 여러달 동안 집착했었다. 여행중에 생각한 건데, 외로움과 그리움은 자기 바깥의 세상에 향한 것. 호젓함과 쓸쓸함은 자기 내부에 관한 것이 아닐까. 내 호젓함과 쓸쓸함이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바뀌는, 그 계기가 없었다면 나는 혹시 내 본질의 일부를 알게 되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거창하게 말하면 본질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도대체 내가 어떤 놈이냐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은, 만난 상황과 장소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다르다. 카리스마있는 리더로, 공부벌레로, 알콜중독자로, 좌중을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시니컬로, 골방의 허무철학자로,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온순한 마마보이로, 깡패 사촌으로, 쪼잔한 공부벌레로, 털털한 촌놈으로... 당황스럽다. 그 중 몇 가지는 명백하게 아니지만, 대부분은 분명히 내 모습이 틀림없는데, 이 중의 어떤 것이 원래의 내 모습인지를 모르겠다. 의미란 관계속에서 형성된다. 나. 의 정체성도 관계속에서 형성된다. 관계가 바뀌면 정체성도 바뀐다. 나의 정체성 = 본질 = unreachable. 아이구. 모르겠다. 3-2. Surfur Mountain 철자가 정확한지 기억나지 않는다. 케이블카가 있는 산. 재스퍼의 휘슬러 마운틴의 정상을 밟지 못했었기에 이번에는 꼭대기를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물어보니, 보행자 등산로가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눈이 많이 와서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설마 재스퍼보다 많이 왔겠나 싶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거리는 5Km 이며 한시간 반정도 걸릴거라고 하는데, 경사가 급한데다 눈이 적지 않아서 두시간 반 정도가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눈썰매를 타기로 친다면, 이 곳은 휘슬러 마운틴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급경사이고 바닥이 반질반질해서, 휘슬러에서보다 훨씬 신나게 미끄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멈추기가 좀 힘들어보였으며 -_- 게다가 방향전환을 하기 힘든 급커브가 제법 있었다는 것. 그 급커브에서 방향전환을 하지 못하면, 미끄러지는 대신에 굴러가거나 딩굴어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을 듯. 나무랑 헤딩도 하고 바위랑 뽀뽀도 하고 해가면서. Hot Spring이 있었다. 예전에 어느 이에게 이곳이 그렇게 좋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마침 산에서 5분 거리에 있길래 가보았더니, 웬걸. 그저 더운 물 나오는 수영장일 뿐이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미국에는 공동 목욕탕 같은 것이 없으니, 북미주 생활을 이년간 하면서도 이 곳 남자들의 시계추를 볼 기회가 생각보다 없었다. 그래서 이 많은 거대한 시계추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백인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원망해보다. 부모님! 저를 왜 시계추 조그만 황인으로 낳으셨나요. -_-;; 4. 캘거리 북미에서 약 이년을 거주하면서 인구 백만 정도의 도시를 몇 군데나 가보았던가. 세어보자. 라스베가스.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 밴쿠버. 캘거리. 이 정도였던가? 대도시 기피증이 있는 내가, 이 중에서, 이만하면 여기서 살아도 좋겠다라는 느낌을 받은 곳은 캘거리와 포틀랜드 정도였는데, 그 중에도 캘거리는 정말 인상이 좋은 도시다. 밝고 넓고 깨끗하고 조용하다. 포틀랜드와 캘거리는 비슷하다. 인구나 규모도 비슷하며, 도시 한 가운데로 궤도전차가 다니는 것도 똑같다. 시내의 특정구간이 무료라는 것, 구간을 약간 벗어나면 동물원이 있다는 것 까지 똑같았다. 전체적으로 캘거리가 약간 더 크고 깨끗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4-1. 유스호스텔 - 이스라엘 친구. 이곳의 HI Youth Hostel, 숙소도 매우 좋았다. 나는 정말 깨끗한 거 따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지 숙소의 밝고 깨끗함이 이렇게나 좋은 것인지는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유스호스텔의 룸메이트중에,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을만큼 괜찮은 이스라엘 친구를 만났다. 이름은 오웰이었나 오우이르 였나 잘 모르겠다, 아마 놈도 발음 고약한 동양인의 이름을 기억하기는 힘들겠지. 녀석은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박식하고 진지하고 진취적이면서도 적당히 보수적인, 세상에는 진리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건실한 청년이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내가 여자였다면 이 녀석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여자라면 이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셋 있는데, 내게 여동생이나 딸이 있어 그 남자들과 사랑에 빠진다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리고 싶을 것이다. -_-) 이스라엘 친구와는 꽤 오랜 시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군사제도, 정치사상, 종교와 전쟁,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등. 한마디로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했다. (북미주인들중에는 이런 화제에 기본적인 지식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녀석의 이스라엘 악센트를 알아듣기 어려웠고 녀석은 내 한국어 억양을 알아듣기가 힘들었는데, 문제는 녀석이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워낙 좋아해서, 대강 한두 단어를 듣고는 마음대로 이해를 해서 내 말을 가로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 예를 들어 지금 한국하고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서 서로 싸운다고 치자. 그래서... 놈 : 너희가 일본을 싫어하는 건 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제국주의는 한물 갔으며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니 일본을 미워하지 말아라. 나 : 아니, 그게 아니고, 그저 예를 들었을 뿐인데, 일본이 아니라 중국하고라도 상관이 없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종교 전쟁... 놈 : 중국과 한국은 불교. Zen (仙을 Zen이라고 하니 아마 도교를 말하는 듯.) 등 종교가 같은데 두 나라가 뭣땜에 종교를 가지고 싸우느냐? 나 :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그건 단지 예를 들은 것 뿐이고... 국민학교때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야기 - “아랍 학생과 이스라엘 학생이 미국에 있었는데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났다. 아랍 학생은 그러자 징병장이 날아오면 안된다며 숨어버리고 이스라엘 학생은 전쟁에 나가서 싸워야 한다며 귀국했다. 그러자 담당 교수는 이 전쟁은 보나 안보나 이스라엘의 승리다, 라고 장담했는데 정말로 7일만에 전쟁이 끝났다” 라는 이야기. 이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빙빙 돌려서 넌지시 말했는데, 녀석이 중간중간에 자꾸 엉뚱하게 이해하고 말을 가로채는 바람에 대답을 듣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녀석의 대답은 대강 이랬다. “당연하다.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당장 돌아갈 것이다.” 녀석의 진지한 눈을 보면서, 나도 과연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너희가 생각하는 것하고는 조금 다를거다. 전쟁나면 우리도 ‘아 씨팔. 또 전쟁이야. 싸우러 나가야 해. 씨펄.’ 하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내 부모와 형제, 친구와 애인, 그 모든 것이 다 이스라엘에 있으니, 그 이유때문에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바깥에는 내 삶의 터전이 아무 것도 없다.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모든 삶의 터전이 다 이스라엘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에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굉장히 불편한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래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5. 돌아오다. 소요경비. 그레이하운드. Medicine Hat - Vancouver $130 Vancouver - Jasper $100 Jasper - Banff $45 Banff - Calgary $20 Calgary - Medicine Hat $40 숙소 Vancouver : BackPacker 1박 $20 Inn 1박 $60 Jasper : B&B 2박 $60 Banff : YWCA 1박 $20 Calgary : HI Hostel 1박 $20 식대 밴쿠버 맥도날드 1 $5 초밥 1 $8 샌드위치 $10 재스퍼 아침 $5 샌드위치 $15 맥주 $10 밴프 샌드위치 $15 캘거리 고속도로 휴게실 $10 샌드위치는, 작년 미국여행때 식빵 + 런천미트 였던 것을 이번 여행에서는 갖가지 종류의 Roll + 갖가지 종류의 Sandwich meat 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_- 대강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신버젼이 세 배 이상 비싼 것 같다. 기타 군것질, 담배, 입장료 등등. 하루 평균 $10으로 계산. $80 여기에, 필름 현상비용, 오락가락 택시비용, 기타 까먹고 안 적은 돈들을 합치면 약 $800 가량 쓴 것으로 계산됨. 보다시피, 먹느라 든 돈 없고 딴 짓 하느라 든 돈 없지만, 역시 혼자서 다니는 여행은 비용이 실없이 더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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