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 지구를 지키는 전대장 #1

전대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지구를 지키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지구평화의 수호를 위해 <전대장의 초능력 연구소>를 설립한지도 어느 덧 한 달이 되었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능력자는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아, 역시 지구를 지키는 일은 고독하고 힘든 일이야."

전대장은 사무실 문을 닫아걸고, 12중 자물쇠를 순서대로 잠근 후, 산책길에 나섰다. 짧은 산책이지만 만약에 이 때 외계인이 사무실로 쳐들어온다든지 하면 지구 평화가 흔들릴 우려가 있었다. 그러다가 평소와 달리 그날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소주를 한 병 마셨다.

늘 그가 다니던 길가에 있는, 장례식장 육개장이 맛있기로 유명한 삼송의료원이라는 병원의 주차장 뒷길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소년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결핍된 환경에서 자라난 불량기가 줄줄 흘러넘치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평소에도 꼭 그 시간에는 그 인근의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전대장은 평소에는 혹시 돈이라도 뺏길까봐 무서워서 그를 피해다녔다. 하지만 오늘은 소주를 한 병 마셔서인지 그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야, 뭐하냐? "

전대장이 다가갈 때 까지 인기척을 모르던 아이가 소스라쳤다. 아이가 얼른 옷을 부스럭부스럭 껴입는데, 이제보니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전대장은 갑자기 아이가 만만해져서 말했다.

"야 이놈아, 어디 이렇게 큰길가에서 날이면 날마다 이러고 있냐."

아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억세게 쓰는데, 의외로 당돌했다.

"아 씨발 의사는 앰블란스에서 맨날 빠구리 하는데 나는 그거 보면서 딸도 못침니꺼? "

전대장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아이의 말이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사가 앰블란스에서 하고 있다고? 어디서 하고 있는데? "

아이가 손으로 병원 주차장을 가리켰다. 전대장은 아이가 가리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앰블런스 한 대가 서있었다. 그런데 차 안의 불은 꺼져있고 유리창은 막혀있으며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전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몇 발짝 다가갔다. 그리고 자세히 보자, 차의 문틈에서 약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으며, 차가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 저 안에서 뭘 하는지 니가 어떻게 알아? "

"아저씨는 저거 안 뷔요? 지금 의사가 간호사 아줌마 뒤집고 있다 아임니꺼."

"불도 다 꺼지고 문도 다 닫겼는데 그게 어떻게 보여? "

전대장의 말을 들은 아이도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앰블란스의 안까지 쳐다보고 있었는데, 자기의 상식으로 생각해도 막혀있는 차 안을 보는 건 이상한 일이다.

"진짜, 우째 보이지? "

전대장은 순간 깨달았다. 이 아이는 어쩌면 닫혀있는 앰블란스 너머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전대장은 가장 먼저 아이의 초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저 안에 있는 의사가 어떻게 생겼냐? "

"나는 남자는 관심없슴니더."

"야이... 그러면 여자는 어떻게 생겼냐."

"가슴은 A컵도 안될 것 같네요. 쪼맨하고요. 겨드랑이가 성감대지 싶습니다. 거짜만 빨아주면 아주 디비지네요."

"얼굴이 어떻게 생겼냐고."

"마스크 쓰고 있어서 모르겠심니더. 머리에 간호사 모자 쓰고.."

"음... 그러면 옷은 어떻게 입고 있냐."

"남자는 활딱 다 벗었고... 여자는 다 벗었는데 간호사 모자하고 가운하고 마스크만 쓰고 있고..."

전대장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저 남자 의사 아주 신났겠구만. 그러고는 잠시 마음을 다잡은 후, 차로 달려가서는 뒷문을 확 열어젖히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안에서 걸어두었는지 잘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전대장은 힘껏 차 뒷유리창을 돌로 후려쳤다. 콰장창 하면서 유리창이 깨졌다. 안에는 흐린 불빛 아래에서 놀란 눈으로 바깥을 보는 남녀가 있는데, 여자는 마스크와 간호사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너 뭐야 이 자식아-! "

차 안에서 사내가 고함을 지르려고 할 때 전대장은 얼른 폰카를 꺼내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러고는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저씨요 지금 머합니꺼."

"시끄럽다. 너 나 좀 따라와라. 돈 줄테니까."

아이는 돈을 준다는 말에 두 말 없이 전대장의 뒤를 따라 달려왔다.

by 찬별 | 2007/09/26 13:15 | 글쓰기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coldstar.egloos.com/tb/340654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파인로 at 2007/09/26 19:39
소년의 능력 우왕ㅋ굳ㅋ

제가 평소에 쓰던 경상도 사투리를 소년의 대사에 대입해서 읽어보니 입에 착착 달라붙는군요. 좀 더 걸죽하게 써도 괜찮았을 뻔 했지만 말이죠 ^^;
Commented by 찬별 at 2007/09/26 22:00
어 이글루 하셨었군요 ^^; 몰랐었네요...

:         :

:

비공개 덧글

next



야채와 과일만 먹고 순하게 살고 싶다
by 찬별 2007 Egloos top100
간단한 공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느슨하게 섞인 가벼운 술자리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공지는 여기에 (클릭)

메일 : coldstart@파란.컴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이 출간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궁금하시면 클릭


찬별의 려행기 (연재)

이 블로그는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월 $100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싶습니다.


Locations of visitors to this page

카테고리
전체
잡담
글쓰기
찬별의 려행기
찬별의 료리강좌
한국음식의 탄생
책읽기
TOYS
IT 이야기
광고이야기
직장관련
인생
주식
신혼만담
미분류
태그
여행 발리 NHN 바퀴벌레도애완동물 내이글루결산 링크프라이스 네이버 2010년베트남에서돈을캐라 세계의주식고수들 mp3 음식 독서일기 씽크프리 신혼여행 가리봉동 맛의걸인-_- 렛츠리뷰 20대직장인부동산에빠져라 오피스 한국속의외국
이글루 파인더
이전 블로그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more...
최근 등록된 덧글
으하하하 ㅠㅠㅠㅠㅠㅠ;;..
by Rapunzel at 09/06
OTL 쿨럭!!!
by 유클리드시아 at 09/06
빅브라더 비슷한거군여
by 찬별 at 09/05
허걱 -_;;
by 찬별 at 09/05
은행 싸이트야 1. 법적..
by 찬별 at 09/05
욕나오는거 맞아요. 은..
by catnip at 09/05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by 쩜 at 09/04
찬별 결과의 '영업은 부적..
by 쩜 at 09/04
홋카이도에서 비슷비슷한..
by 쩜 at 09/04
난 백신이란 말이 나올..
by 쩜 at 09/04
백신쓰다보면 바이러스라..
by 시퍼렁어 at 09/04
욕해쥐야죠. 내 마누라까..
by 거울 at 09/04
이야기를 보니 아시모프..
by 초록불 at 09/04
달러는 아니지만 유로 ..
by 허안 at 09/03
아놔... 출장안마서비..
by 찬별 at 09/03
그런데 그 마사지 찍고 ..
by 찬별 at 09/03
구글광고는 접속자의 지..
by 우기 at 09/03
그러니까 그 구글 마사지..
by 찬별 at 09/02
그 모님 저도 좀 소개시..
by 찬별 at 09/02
스님답게 등신불 되기를..
by 머미 at 09/02
최근 등록된 트랙백
Xanax lawsuits.
by Xanax without a presc..
Xanax norx needed ..
by Buy cheap xanax wi..
에고그램 테스트
by Fuzzy Cat
이상하게 이런 건 꼭 해 ..
by 파란미디어
모두들, 냉동실 정리는..
by 다인의 편의점 이것저것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by 다인의 편의점 이것저것
남 얘기 같지 않아.
by . ....그리고 ↗
찬별님의 '한국음식 그 ..
by 런~의 밥하기 싫은 날 '..
&quot;한국음식, 그 ..
by 야옹이의 야옹이 세상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by punkthaus.com ♬
rss

skin by 꾸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