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3일
찬별의 료리강좌 - 계란말이
1.
내가 처음으로 요리 포스팅을 올린 것은,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2004년 쯤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당시 나는 요리강좌를 꿈꾸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보다 요리 못하는 사람을 계몽하기 위해서였다.
이 말에 웃는 사람도 있고, <당신보다 료리 못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하냐? > 같은 댓글을 달고자 준비하는 분도 있을 줄로 안다.
그러나 그것은 승자 위주의 세상을 살아온 당신의 오만이다.
얼마전 용산구 어느 아파트에서 김정호(33)의 아사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기 어렵다.
김정호씨는 평범한 오타쿠였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곰국을 한 솥 끓여두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떠난 날 김정호씨는 그의 오타쿠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술판을 벌였다.
그 때 오타쿠 중의 하나가 뿌연 곰탕 국물을 보니 생각나는게 있다면서 그의 신체의 일부를 곰탕 국물에 담그었고, 결국 곰탕 전체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다음날 부터였다.
김정호씨는 유일한 삶의 대책인 곰탕이 사라진 것을 술이 깬 뒤에야 알았다.
결국 그는 7일간을 내리 굶다가 결국 그의 부모가 돌아왔을 때에는 싸늘한 시체로 남아있었다.
냄비 안에는 봉지째 끓이다 끓는 물에 녹아버린 라면이 김씨의 참혹했던 굶주림을 대변하고 있었다.
뭐 이런 사건이 얼마전에 있었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짓기도 한다.
물론 그 경향은 인간이므로 어쩔 수 없는, 그러나 치명적인 오류일 뿐이다.
아무튼간에.
내 요리의 가장 큰 전환점은 이것이었다 : <된장을 물에 넣어서 끓이면 된장찌개가 된다>
그전까지 나는 된장찌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불알을 내놓고 아테네를 뛰어다닌 아르키메데스처럼
된장을 바르고 돈암동 사거리를 뛰어다니고 싶은 욕망이 들끓을 정도였다.
그 이후 나는
된장을 물에 넣어서 끓이면 된장찌개가 된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이땅의 모든 처녀총각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료리강좌의 최초 동기였다.
이상.
2.
계란말이는 요즘 크게 바뀌고 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도시락 반찬통 안에 들어있던
얌전하게 샛노란, 사춘기 계집아이의 젖처럼 앙증맞은, 당근이 쏙쏙 박힌 그 조그만 계란말이를.
그리고 동골동골하면서 가운데 까만 것이 쏙쏙 박힌, 사춘기 사내아이의 털이 돋기 시작한 됻처럼 앙증맞은, 김을 넣고 만 계란말이를.
세대가 바뀌었다.
요즘은 그저 크면 장땡이다.
Size doesn't matter 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커도 별 수 없다는 뜻이다.
큰 것과 행복한 것은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학계의 논문도 많이 나와있다.
어쩌다가 우리 삶의 척도가 큰 것 위주로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만.

빨래판 위에 계란 한 판을 얹어서 나오는 것이 요즘 유행이다.
똥묻은 빤쓰도 빨고, 털 묻은 브라자도 빨고, 뭐 그러던 빨래판에다가 계란을 얹어오는 것이 자랑스러워진 이 천박한 시대여!
... 라는 건 농담이지만
사실 저만한 곳에 나오는 계란말이는 맛이 없다.
썰어놓은 계란말이 한 조각이 계란 후라이 한 개보다 많은데. 이건 이미 계란말이 특유의 재밌는 식감, 재밌는 모양을 잃었다.
앙증맞은 계란말이 만들기.
계란 두 개를 깨넣고

계란을 마구 섞는다

문득 옛날 양반들은 계란찜을 할 때 계란을 체에 걸러서 곱게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나서 나도 해봤다.

웬만하면 하지 말기 바란다. 흰자의 끈끈한 부분만 체에 걸러지는데, 이게 아주 야동스럽다.
물론 저 부분을 그냥 걸러서 내버리면 아래에 내려진 계란물은 아주 곱기 때문에, 찜을 만들면 아주 곱게 나올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아깝게 저걸 어떻게 버려.
자, 이건 계란에 얹을 김 한 장. 붉은 빛이 유독 강하다.

후라이판에 기름을 넓게 바르고, 계란 물을 좍 붓는다.
아, 저기 하얀 반점들은 계란 익은 것도 있지만, 쪼갠 마늘도 들어있다.
예전에 료리 전문가 로시양 및 쿄모양이 계란말이를 만들 때 내가 마늘을 넣자고 애원했더니
<다음에 하자> 라면서 매몰차게 거부했던 기억이 한으로 남아,
(사실 계란말이에 마늘을 넣는 건 을지로 골뱅이에서 처음 먹어본 기억이다)
계란말이를 만들때면 늘 마늘을 넣는다.... 라기 보다는 냉장고에 든 야채가 마늘 뿐이다.
사실 계란말이를 만든 이유 자체가 냉장고에 야채가 없기 때문이다. -_

바닥이 익었다 싶을 때 김을 얹는다. 위는 국물이 질질 떠다니는 상태여야 한다.

계란말이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돌돌 마는데 있다.
이것은 마치 떡 맛을 좌우하는 것은 막상 떡을 칠 때 보다는 그 전에 반죽 주무르는 것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종일 번역 생각 하다보니, 지금 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넘이 있다면 얼마나 골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_)
(사진 찍느라 잘 익을 타이밍을 놓쳤다 T_)

아 이쁘다.

역시 이쁘다.

# by | 2007/12/03 20:09 | 찬별의 료리강좌 | 트랙백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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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나 계란찜을 할때는, 생강즙을 조금 넣고 하면 맛이 좋아집니다. 나중에 그렇게 해서 먹어봐요.
한도사/ 승자 위주의 관점 되겠스빈다 -_
맑음뒤흐림/ 저도 뒤집개로 했어요 ^^;;
강설/ 체험에서 우러나온 상상력..... 은 물론 아닙니다 -_;
저와 같은 패자들을 위하여 만드신 것이었어요! + _ +
저도 얼마 전에야 물에 된장을 넣고 끓이면 된장찌개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습니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요. ㅠ ~ ㅠ
저도 계란말이 자주 해 먹는데,
마늘? 생강즙?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머 암튼 그건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온통 B급 끈적끈적한 농담만 살길이다, 라고 외치는 글쓰기 같아보이는군 -_;
알을 다루는 건 힘들어요..
계란말이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추세인 듯합니다.
.. 그런데 요즘 사진에 신경쓰시나 보오..
자고로 계란말이는 켜켜이 살아있는 끈~적~허고 미끄덩한 질감이 생명인데 말이죠~
(뭔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걸까나...)
우기/ 그렇져
쩜/ 가슴에 털을 묻고 반성하느라... 사진은 그나마 아주 조금 더 신경쓰지...
곱분이/ 신경써서 사진찍느라 타이밍을 놓쳐서 그래요
표류소녀/ 아니에요 그게 정상이에요
그리고 담번엔 계란찜 부탁드려효~ 중탕으로 해도, 채에 걸러도, 물을 1/2 섞어도 요새 할때마다 뻣뻣실패라 너무 상실감이 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