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돼지라는 말은 관용어구에 가깝다. 진짜 미친 돼지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미친 돼지를 본 사람의 생존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친 멧돼지는 곰보다 무섭다. 설화속에 등장하는 지하국 대적이 호랑이나 곰 등의 맹수가 아닌 돼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날카로운 어금니와 무시무시한 돌진력은 호랑이조차 두려워한다. 어제까지 멀쩡히 일 잘 하고, 삼겹살에 소주로 하루를 마무리한 K모씨였는데, 하루가 지나고서 갑자기 미친 돼지가 되어있다니, 쑈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K모씨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집안을 뛰어다녔고, 특히 하복부를 벽에 강하게 문지르는 괴상한 행동을 헀다.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바지 사타구니는 팽팽하게 일어서 있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K모씨의 날카로운 어금니와 흉폭한 눈빛 사진이 모든 신문의 톱뉴스로 실렸다. K모씨는 즉각 격리되었고, 병원과 학계가 온통 K모씨의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에 매달렸다. K씨의 발병원인에 대한 구구한 의견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은 <미친 돼지 섭취 설> 이었다. K씨는 어려서부터 삼겹살 매니아로, 온 동네 삼겹살이라는 삼겹살은 다 먹고 다녔다. 하루 세끼 모두를 삼겹살로 먹는 날도 있었고, 조리방법도 웰던, 미디엄, 레어, 심지어 삼겹살 육회까지 즐겨먹었다. 그렇게 먹었던 삼겹살 속에 미친 돼지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학설이었다. 미친돼지 학설에 의하면, 미친돼지 바이러스는 주로 삼겹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잠복기간이 최대 삼십팔년까지 길었다. (이것은 K씨가 한 살때부터 이유식으로 삼겹살을 먹었다는 어머니의 진술에 의거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불에 약한지 여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그가 얼린 돼지로부터 태운 돼지까지 안 먹었던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돼지고기의 소비가 급감했다. 전국의 삼겹살 소비가 일시에 1/10으로 줄어들었다. 삼겹살 구이 식당의 폐업, 돼지고기 유통업체 도산, 축산농가의 폐업이 줄을 이었다. 국제적인 파급은 크지 않았다. 사실 삼겹살을 먹는 나라는 전세계에서도 몇 안 되었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는 베이컨 대신 소시지를 먹으면 된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나라가 있었다. 바로 미국이었다. 전세계 삼겹살의 9/10을 한국이 소비하며, 그 중 절반 가량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미국 농가들이 줄초상이 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미국은 외교적 압박을 시작했다. <한국민은 즉각 삼겹살을 소비하라> 이에 반미감정이 불꽃처럼 솟구쳤다. 당신들 나라에서는 개도 안 먹는 삼겹살 따위를 우리에게 먹이려고 하다니!! 양키 고홈!! 뻑킹 유에스에이!! 지젤번천 만세!!! 때마침 이 무렵 농림부 장관이 축산농가를 살리기 위해 삼겹살 소비를 하자는 기자회견을 했다가, 테러범들에게 끌려가서 삼겹살 8인분을 앉은 자리에서 먹임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두 번째의 광돈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발병일은 정확하게 K씨가 발병했던 당일이었다. J모 여인이었는데, 보건당국은 발병사실을 알고도 숨겼느냐 아니면 파악조차 못했느냐에 대한 논쟁이 불꽃처럼 일었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J모 여인이 사실은 K씨가 일하는 노동현장의 함바집에서 일하는데, 이 두 사람이 당일에 삼겹살과 소주를 나눠먹었다는 사실이 동료들의 증언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J모 여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K씨와 달리 J모 여인은 정신이 멀쩡했다. 사람들은 J모 여인을 무균실에 가둬둔 채, 유리벽 너머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J모 여인은 충청도 사람 답게 말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도 한 사람의 여자인디 이런 말씀까정 드리게 되니께 면목이 없구먼유...." "사실 별로 대단헌 일도 아닌데 어뜩허다 요러케 뒤였는지 모르겄는디말유..." "그 냥반 댁에 아줌니 헌티도 참 지송헌 일이라서 이런디 나와개지구 해도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겄구먼유..." 대략 이런 말을 약 삼십분간 한 뒤에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그날 밤에 지허구 그냥반허구 삼겹살을 먹는디, 그 냥반이 평소부터 저한티 맘이 있었슈. 그래서 언제 날 잡어서 븅가븅가를 한 븐 허자구 맨날 그러는디, 웬걸유, 지가 암만 못 배우구 가진 긋 읎어도 그렇지, 날품팔이 노가다헌티 머땀시 공짜로 준대유. 용돈이래두 좀 두둑히 준다면 모르겄지만 말유. 암튼건에 자꾸 그러는디 지가 좋다고를 허들 안 허니께 이 냥반이 그날 전에 읎이 삼겹살을 먹재구 허드라구요. 삼겹살을 그래서 둘이 가서 오인분을 시켰쥬. 그 냥반이 그럼서롱 소주에다가 약을 타면서, 그 약을 타면 소주가 순해진다나 머라나. 그런데 그 냥반은 내가 까막눈인중 알었겠지만 웬걸유. 내가 사서삼경은 못 읽었어두 국민핵교때 받아쓰기는 백점도 받아본 사람이에유. 그 병에다가 머시라고 써졌느냐하면 '돼지 발정제'라고 써놨드라구유. 그래서 본께 돼지 한 마리 접붙일때 주사기로 하나만 넣으면 된다고 해놨는디 이 냥반은 뭐시기를 믿고서 그렇게 콸콸콸 붓었는지 모르겄구먼유."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물었다. "J씨도 그 술을 마셨습니까? " "긍께 내 말이, 약을 타놓고는 그 냥반이 지가 먼첨 먹드란맬유. 난 뭘 좀 알고 먹는건중 알았지. 그래서 저도 저렇게 먹는데 내가 먹는다고 뭔 일이야 있겄나 해서 나도 몇 잔을 먹었쥬. 근데 먹고서 한 이십분 지낭께 그냥 몸이 뜨끈뜨끈해지고 그냥 오줌보가 가랑가랑 허는게 내가 이러다가 큰일나겠구나 싶어서 얼른 도망나왔쥬." 기자들이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K씨의 미친돼지 사건은 돼지발정제 과잉복용에 의한 쇼크가 전부였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박명희 대통령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사건이 이렇게 끝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완전 이뭐병이 되오." 학자와 교수, 과학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모두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바로 어제까지 미친돼지 병균 어쩌고 하면서 앞장서서 떠들지 않았던가. 다만 언론들은 이게 무슨 특보냐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어제까지 열심히 미친돼지 병균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성토했지만, 이제 내일부터는 미친돼지 병균을 말했던 과학자를 성토하면 되는 것인데... 박명희 대통령이 그런 앞뒤를 모를 리 없다. 그는 군인들을 불렀다. "저 기자놈들 몽땅 다 지하감옥에 쳐넣어." "뭐라고? 대통령 독재다! 민주주의의 죽음이다! " "기자들 다 쳐넣고서, 지금 입벌린 놈 저 놈은 하루 세끼 삼겹살만 먹여." 그런 뒤 박명희는 말했다. "J 여인은 지금 미친돼지병에 걸려서 기억이 조작되고 있소. 이 병은 뇌세포를 파괴해서 기억을 조작하는 증상이 발견되었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소? " 학자와 교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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