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순창 자전거 려행기 #1 (약간의 스크롤 압박)

첫 짤방은 화끈하게 메타세콰이어 길의 꽘쮝이 뮈녀





0. 떠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낸 금요일 오후, 세 시에 땡땡이치고 나오는 와입후를 위해 두 대의 접는 자전거를 모범택시에 싣고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 뚝섬에서 정류장까지 일만칠천원. 후덜덜. 모범택시가 이렇게 비싼 물건이었군하. 그냥 택시 불러서 커피값 이천원 더 주고 가도 될 껄 그랬다.

순창을 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음식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에 출장차 순창에 갔다가, 팔천원짜리 백반이 나온 걸 보고 실신할 뻔 했다. 이게 팔천원이란말야, 제기랄. 언젠가 꼭 여행 목적으로 다시 오고야 말리라. 그러던 끝에 이박삼일 여행지로 순창을 택했다.

1. 여정 선택

통영, 속초, 남해, 순창, 영광 등 다양한 경로는 주로 나 혼자 고민했고, 마눌은 옆에서 나의 우유부단함을 마구 뭐라고 그랬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통영은 경치가 좋고, 남해는 통영 옆이고, 영광에는 굴비가 있고, 순창에는 음식이 맛있는걸. 게다가 남부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반해, 영동지방은 비도 안 온다는걸.

한참의 고민 끝에 마침내 담양 - 순창 - 남원으로 코스를 정했다. 담양에서 순창은 15Km, 순창에서 남원은 30Km. 작년 이맘때 전주-임실을 갔었는데, 그 때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임실에서 순창까지 거리도 약 30K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2.
여행짐에 실수로 책이 빠졌다. 여행지에 가서도 번역일 하겠노라고 컴퓨터를 싸다보니 생긴 실수다. -_ 휴게소에서 혹시 볼만한 책이 있을까 하면서 뒤져보는데, 볼만한 책이 없었다. <한 권으로 읽는 투잡으로 일억벌기 백가지 방법> 어쩌구 하는 책을 펴보다가 와입후가 말헀다. <나무 아까운 책이라는게 이런거구나...> 나도 몇 쪽 펴보고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떡였다.

서클모임으로 일억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서클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보다 지방출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위주가 되어야 한다. 즉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꼬셔야 한다. -_
에혀. 저런 걸 보느니 번역이나 하자.

담양에 내려, 추적거리는 비 사이를 헤매고 다니며 숙소에 다다르다. <대나무 이야기>라는 <호텔> 간판을 건 모텔. 자전거를 두고 식사하러 나오다. 담양이라면 당연히 떡갈비. 우리가 먹은 곳은 죽녹원 인근의 한식당. 주인이 약간의 우격다짐을 곁들여서 대통밥과 쇠고기 떡갈비를 권한다. 살짝 불쾌하다. 대통밥은 똑같이 두 개, 다만 돼지고기 떡갈비를 시켰다.




별로 추천하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광주의 전남도청 인근에서 먹었던 (전남도청이 아니라 광주 시청이었나?) 떡갈비는 아주 푸짐하고 맛있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떡갈비는 갈비 덩어리를 칼등으로 잘게 두드린 것이지 다져서 뭉친 것이 아니다. (이건 부정확하다만) 아무튼 비싸기도 하고 맛도 유별날 것 없고. 대통밥 또한 인사동에서 먹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질고 찐득한 맛이었다.

담양 죽녹원 인근에는 오히려 대통밥/떡갈비보다 대나무국수라는 간판을 더 많이 보았다. 강변에 평상을 시원하게 널어놨기에, 떡갈비의 명성을 미리 알지 않았다면 당연히 여기서 국수로 저녁을 먹었을텐데. 아무튼 다음날 아침을 이곳에서 먹었다. 잔치국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주인장께 물어보니, 면이 아닌 육수에 대나무 이파리가 들어갔단다. 가격은 삼천원. 국수 그릇 옆에 있는 계란은 4개 1000원. 희안하게도 삶은 달걀인데 속에 빈 틈이 없이 껍질과 완전 밀착 상태였다.



국수집 옆에 있던 대나무 자동차 -_; 차 바깥에 저렇게 깜찍하게 대나무를 붙여놓을 생각을 했을까. 차 앞에 매달린 팬더는 어떻고. -_;



죽녹원은 산에 오만평 규모로 대나무를 심어둔 공원인데, 이른 시간에 꽤 운치가 있었다. 다만 열시가 넘어가자, 온동네 각지의 꼬꼬마 및 노인네들이 총집합하여... 좀 시끄러워졌다.





땅에 쑥쑥 솟아있는 대나무 뿌리. 그리고 반으로 쪼갠 성게 내지는 삼류 야애니의 OOO 묘사-_- 처럼 생긴 저 대나무 몸뚱이들. 저그의 썽큰도 잠시 생각했고, 와입후는 저그의 캐리건 머리칼을 생각하더라.


죽녹원의 하이라이트는 이 곳. 팬더가 뛰노는 폭포. -_-



예술하려 꽃 사진 몇 장.




죽녹원 관광 후 유명한 메타세콰이어길을 향하다.
메타세콰이어길은 아마도 신 도로가 뚫리면서 기존 도로를 산책로로 용도변경한 곳인 듯 하다. 이 지역 인근 도로는 메타세콰이어를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비단 산책로가 아닌 차도에도 말이다. 꽤 괜찮았지만, 날씨가 흐려서였을까. 만족도 100은 되지 못하다.


이제 순창으로 가자. 원래는 담양호 국민관광지를 가려고 했는데, 하필 메타세콰이어길이 그대로 순창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약 2킬로미터쯤 가고, 이어서 갓길도 없는데 오톤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국도를 벌벌 떨면서 약 2킬로미터쯤 진행. 그 이후에는 갓길이 깨끗한데다가 다니는 차도 많지 않아서, 비교적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

(계속)

by 찬별 | 2008/05/25 23:02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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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클리드시아 at 2008/05/26 01:00
순간적으로 ... 사진속의 팬더곰 진짜인줄 알았습니다.. -ㅅ-;;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10:47
팬더 열마리가 옹기종이 앉아있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었다는...
Commented by 하프오크 at 2008/05/26 06:49
할머니집 순창

외할머니집 담양

광주사람들은 질려서 안간다는그곳 죽녹원

(광주에서 버스타고 천오백원이면 감)

아...담양가셧으면 승일식당이라고 유명한 갈비집있답니다.

꼭 가보셔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10:47
미리 알았으면 좋을 뻔 했네요. 시골 내려가면 음식 하나는 푸짐하게 드시겠어요
Commented by Pluto at 2008/05/26 08:55
토요일에 저도 담양에 갔었는데요^^

윗 분이 말씀하신 (저는 별론데 처가 좋아해서) 승일식당도 갔었는데 잘 하면 뵐 수도 있었겠네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10:47
그러게요 ㅎㅎ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8/05/26 09:29
근사하네요. 자전거로 씽씽 달리면서 즐거웠을 듯. ^^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10:48
네, 꽤 괜찮았어요.
Commented by 오우거 at 2008/05/26 10:18
일억을 벌 제일 좋은 길은 역시 저런 나무 아까운 책을 내는 것일지도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10:48
그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잘 팔릴까요?
Commented by 오우거 at 2008/05/26 15:38
로버트 기요사키는 사업으론 고만고만하다가 부자아빠 쓴 게 대박이었다던 전설이...
Commented by woodstock at 2008/05/26 16:38
어머 깜쮝이 뮈녀 너무 예뻐요! (ㅡ_-)
Commented by 찬별 at 2008/05/26 23:41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다했더니, 댓댓글이 전부 별도 댓글로 계산되어서 그렇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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