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03일
특집 음식공포소설 - 냉동 마누라
이 이야기는 100% 실화인 것은 아닙니다.....
#1.
그녀의 눈빛은 귀신을 방불케 했다.
"작이야, 왜 안 먹어? "
나는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섰다. 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붉고 눅눅하고 자극적인 고깃덩어리 한 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저것을 먹이려고 하고 있다.
나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발 뒷꿈치에 뭔가가 부딪혔다. 등이 그 무엇인가에 막혔다.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 육개월. 아직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지금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2.
그녀와 나는 결혼 후 여느 집과 다름 없는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특히 음식. 우리의 즐거움의 오할은 음식에 있었다.
그녀는 요리 솜씨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음식을 만드는 것에 취미는 있었다.
한편 나는 료리책을 출간할 정도로 음식을 잘 했는데, 나보다 음식을 못하는 그녀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앞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녀는 열심히 뚝딱거리면서 이런 음식도 만들고
이런 음식도 만들었으며

이런 음식도 만드는 등,
내게 음식해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겼다.
나 또한 그것을 즐겁게 여겼다.
#3.
결혼 석달이 지났다.
그녀는 때때로 내게 불만을 토했는데, 예를 들면 밥먹다가 방구를 뀐다든지,
화장실에서 응가를 한 뒤 물을 안 내리고 나간다든지
설겆이한 밥그릇에 고추가루가 남아있었다는 등의
아주 사소한 일들이었다.
아아, 그런 일들이 오늘의 사태의 원인이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좀 더 신경쓸 것을.
그러나 이미 지나버린 후회가 되었다.
#4.
지난 주에는 한군과 쿄로리가 집에 놀러 왔다.
쿄로리는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친구이고,
한군은 항상 함께 모여서 놀던 친구이다.
나와 마누라 모두 친구를 많이 사귀는 편도 아니고, 친구에게 잘 하는 편도 아니다.
다르게 말하면 왕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우리들에게 공통의 친구라면 몇 안 되는데,
그들중의 대표라고 할 것이 한군과 쿄로리이다.
두 사람이 놀러와서,
나와 한군은 사나희 대장부 답게 거실에 앉아 고도리를 쳤고,
쿄로리와 마누라는 부엌에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까르르 깔깔깔까르르르르르르 하고 웃으면서 료리를 했다.
마누라는 해물누룽지탕과 연변식 개고기 볶음 등의 산해진미를 동원해 그들을 접대했다.
우리는 즐겁게 술을 마시고 놀다가 헤어졌다.
#5.
한모군에게 전화가 온 것은 나흘이 지난 어느 저녁이었다.
"무슨 일이야? "
"어... 다름아니고... 쿄로리가 죽었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쿄로리가 죽다니."
"어... 몇일 전에.... 남자 문제 때문에... "
"남자 문제 때문에 죽었다고? 쿄로리가 버림받아서 비관 자살이라도 한 거야? "
"걔가 버림받았으면 남자 불알을 뽑았겠지 비관자살을 했겠어? 그냥 서로 잘 지내는 사이였는데.... 문제는... 그 남자가 좀 많이 무거웠나봐..."
"근데 몇일 전이라고? 그런데 왜 이제야 연락하는거야? "
"어...... 그게........ 뭐 어쩌다보니....."
"도대체 어디야? 장지는 어디야? "
"넌.... 너라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친구가 깔려죽었다는데에 너무도 애통했다. 그렇지만 한모군이 진실 그대로를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 그래서 나는 쿄로리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6.
쿄로리의 유품을 뒤지다가, 나는 그녀의 일기 블로그를 찾아냈다.
초 슈퍼 메이저 인기 블로거인 그녀는, 그러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의 비밀번호로 접속했을 때 그 블로그의 주소를 알려주는 비공개 포스팅이 하나 있었던 덕택에 발견한 것이다.
그곳에는 쿄로리 살아생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나는 쿄로리의 삶의 흔적에 눈시울을 붉히다가, 그녀가 남긴 최근 포스팅을 봤다.
"왈왈이가 즐거운 신혼생활중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찬모랑 즐겁게 살고 있지? ' 라고 물어봤더니
'까르르르 까르를르르르를 깔깔깔깔까까라라까랑랑ㄱ니ㅏ란ㅁㅇ란ㅇ깔르르르를르르릉ㄹㅇㄹ;'
하고 웃어젖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것을 즐거움에 가득한 웃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 귀에 그것은 '니가 방구 뀌고, 똥누고 물 안 내리고, 설겆이 할 때 고추가루 남겨놓는 찬모 소개시켜주는 바람에 내 인생이 꼬였단말이야, 내 인생 어떻게 할꺼야, 책임져 책임져 책임져' 라고 들렸다.
왈왈이는 우리에게 해물 누룽지탕을 해줬다.
신선한 재료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맛이 조금 이상했지만, 왈왈이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는 대로 모두 먹었다.
윽! 갑자기 배가 아프다!
내가 왜 이럴까. 뱃속이 뒤집히는 것 같다.
내가 위궤양 경력 이십년과 역류성 식도염 경력 십오년, ,
그리고 이성계 장군의 위화도 회군에 버금가는 식도회군 경력 삼십년에
이런 복통은 처음이다!
우욱! 나는 오바이트를 했다! 우욱! 이런, 너무 세게 하는 것 같다!
우욱! 이런, 실수로 눈알이 하나 굴러나왔다. 얼른 주워담았는데 또 쏠린다!
우욱! 이번에는 실수로 맹장이 나왔다. 주워담으려는데 오바이트 속도가 더 빠르다.
우욱! 이번에는 십이지장이 나왔다. 연이어 신장과 콩팥, 간, 폐, 허벅지까지 모두 토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것이...
홍합이다.
난 내가 쏟아낸 것들을 천천히 살펴 보았다.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지만 조만간 죽게 될 것이다.
사람이 죽게 되면 헛 것도 보이고 귀신도 보인다더니,
내 뱃속에서 토해낸 홍합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나도 나름대로 한 많은 인생이었어요. 태평양 푸른 물에서 즐겁게 살다가, 어느 날 해녀의 손끝에 걸렸고, 그러고서는 사흘 밤낮의 여행을 했어요. 나는 간신히 그때까지 살아남았었지만, 그 뒤로 어느 집의 냉동고에 갖혔어요. 그리고 그 집 냉동고에서.... 산 채로 육개월간 얼어서 지냈어요. 난 너무너무 추웠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얼른 죽여주기를 바랬지만, 난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냉동고에서 육개월을 지냈단 말이에요. 마침내 당신이 나를 죽여줬어요, 어금니로 잘끈잘끈 씹어서."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나를 죽인 것은 이 냉동실에서 육개월간 지내온 홍합인 것을.
그리고 홍합을 정성껏 먹여주던 왈왈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윽! 갑자기 배가 아프다! 여러분, 모두 안녕녕녕녕녕녕녕녕녀연연ㅇㄴㅇㄴㅇㄴㅇㄴㅇㄴㅇ.....
역시 파워 블로거 답게 그녀의 마지막은 장렬하면서 자세했다.
아무튼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홍합을 료리에 사용하다니. 분명 그녀는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나로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왈왈이에게 어떻게 이 일을 물어보지?
만약 내가 물어봤는데, 사실 오해에 불과했다면?
쿄로리는 그 홍합을 왈왈이 때문에 먹은 것처럼 묘사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에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나는 평생을 왈왈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다.
의심이라는 상처 말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무엇부터 물어야 하는 것인가?
#7.
망설이며 집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한창 저녁을 준비 중이었다.
그럼 그렇지, 그녀가 그럴리가.
그런데... 쿄로리가 죽은 지 일주일.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의 빛은 찾을 수 없었다.
슬픔은 커녕 뭔지 모를 즐거움의 빛까지 돌고 있었다.
"작이님 오셨어요? 작이님 드릴려고 제가 료리를 준비했어요."
나는 뭔가 마음속에서 확신이 들고 있었지만, 그녀가 자리를 권하는대로 일단 앉았다.
그녀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닭갈비를 내놓았다.

나는 배가 고팠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
닭갈비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다니.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먹었던
그 모든 닭갈비는 사실 닭갈비를 흉내낸 그 무엇에 불과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은
닭은 닭이로되 닭이 아닌 그 무엇이었다.
나는 마치 닭의 일부가 된 듯, 하지만 닭은 아닌 듯,
신대륙과 구대륙의 중간에서 탱고를 추는 낯선 여인을 먹은 듯도 하고 안 먹은 듯도 한,
우랄알타이 산맥이 용솟음 치고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하나로 뒤엉켜서 휘몰아치는 것을 저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모세가 되기라도 한 듯,
베르테르가 압셍트를 마시며 절명시를 쓸 때 그의 펜촉과 원고지 사이에 긁혀나는 그 미묘한 소리가 되기라도 한 듯,
그런 닭갈비의 맛에
나는 닭갈비 한 그릇을 다 먹어 치웠다.
그런 뒤에야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 때 갑자기 닭갈비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닭이었다. 닭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난 불과 두 달 살았어요. 계란 속에서 21일을 살았고, 그 다음에 40일을 살았거든요. 그리고 죽어서 어느 포장속에 들어갔는데, 그런 뒤에 더 오래 살았어요. 무려 2년 8개월동안요. 너무 추웠어요. 그곳은 아마 어딘가의 냉동실이었던 것 같았어요. 난 너무너무 추웠어요. 고마워요, 날 먹어줘서. 이 기나긴, 그리고 지겨운 냉동의 삶을 마치게 해줘서."
나는 귀를 후볐다. 분명 헛들은 것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는 마누라가 생글거리며 있었다.
"작이야, 왜 안 먹어? "
"안 먹는다니까."
"작이야, 왜 안 먹어? "
나는 그녀의 눈빛이 변했음을 깨달았다. 이제야 나는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8.
"작이야, 왜 안 먹어? "
나는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섰다. 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붉고 눅눅하고 자극적인 고깃덩어리 한 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저것을 먹이려고 하고 있다.
나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발 뒷꿈치에 뭔가가 부딪혔다. 등이 그 무엇인가에 막혔다.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닭갈비에 무슨 짓을 한 거지? "
"무슨 짓이라니, 호호호? "
"난 벌써 다 알아. 네가 홍합에 무슨 짓을 했는지. 육개월동안 냉동실에 넣어놨지? "
"호호호.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닭갈비는 안 그랬어."
그 때 나는 옆의 쓰레기통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막바로 깨달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냉장 봉투의 봉지였다.

"저게 뭐야."
"저거? 호호호호. 뭘 부끄럽게."
그녀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더 물러섰다. 허겁지겁 물러서자, 냉장고가 뒤로 밀렸다. 내 뒷걸음을 막고 있던 것이 다름아닌 냉장고였다. 냉장고가 힘없이 옆으로 픽 쓰러졌다.
꽝-
냉장고가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부서졌다.
냉동고가 열리면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쿄로리의 목아지였다. -_;
"엄훠. 저거 음식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걸 깜박했네..."
왈왈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는 놀라서 버둥버둥거리며 물러났다.
그런데 이어서 냉동실에서 뭔가가 더 떨어졌다.
그것은... 그것은... 닭갈비였다.

"엄훠, 작이야, 낼모레 줄려고 냉동실에 넣어놓은 건데, 이거 쥐마퀫에서 산 닭갈비야. 시판 닭갈비에 비해서 영양성분이 강화되었고, 판매 당일에 포장해서 송부하기 때문에 영양 성분이 더 살아있어. 얼마나 몸에 좋은데. 깔까까ㅏㄴ랑가까만ㄹ암ㄴㅇ"
그 때 갑자기 심한 복통이 밀려왔다.
정신이 아득했다.
나는 죽음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음 생애에는 절대 식탁에서 방귀 따위는 뀌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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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저자입니다. 책 좀 사주세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y | 2008/08/03 20:27 | 신혼만담 | 트랙백(1) | 덧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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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모두들, 냉동실 정리는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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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에서 피어난 미스테리 스릴러;;;
웃다갑니다^^
결혼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마눌님을 부멐에 들이지 않거나
신혼 초기부터 확실히 잡아 두던가...
매주 냉장고 대청소를 해서라도 끝까지 살아 남겠습니다!
시리벨르/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
여름/ 이히히히히히ㅎ
제절초/ 어제 저녁을 먹고, 오늘 아침과 점심에 볶음밥을 끝으로 다 먹었습니다.
그런데 음식들이 다 맛있게 생겼네요-ㅠ-(야!)
그래도 변 보시고 물 안내린 건 잘못하신듯..
냄새와 나중에 청소할때 미생물이 더 많이 생겨요.[..]
.... 무슨 이런 호러물이....
리씨 / 실제로도 맛있었어요 ㅎ
머미 / 저의 와입후는 문체 및 스토리 전개의 일관성 부족, 살인 동기의 설득력 부족 등에 대하여 비평하고,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키치너 / 맨정신에 해서는 고기의 대답을 듣기 어려우실 듯...
Scilla / ^^;
이오냥 / 죽을만큼 맛있지는 않은데... -_
soup/ 저도 일부러 안 내리지는 않습니다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앨리스/ 이어지는 작품 <냉장 마누라>도 기대해주세요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블로그에 글 내용도 너무 재밌네요...
제 블로그까지 친히 다녀가 주시고~~~
고맙습니다..^^
저랑 나이도 동갑이시더라고요~~히히~
여하튼 넘넘 반가워요~~
아..그리고 저...지금까지 책 4권 썼어요~히히~~
글고 그렇지 않아도 와입후가 쓰신 책이 네권 뿐인데 무슨 다섯 권이냐고 쫑코를 줬어요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