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8일
본격 칙릿소설 사회복지사 김나나의 하루 (3)
#3.
동사무소 사층의 옥상. 사방으로 우뚝 솟은 임대아파트 건물 틈새로 구 월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었다. 바람은 서늘하고 새는 운다. 임대아파트로 가득한 골짜기, 노파가 벌거벗고 똥을 싸든 말든 햇살은 따뜻하고 새소리는 청량하다.
건물 옥상은 원래 잠긴 곳인데, 마음씨 좋은 수위 아저씨가 손녀딸 같 은 계집애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담배 피우라며 낮 시간에는 열어주었 다. 등촌 18동에서 근무하는 총 21명의 젊은 여직원 가운데 흡연자는 모두 여섯 명. 이 여섯명의 여직원이 수위아저씨에게 틈틈히 소주니 오징어니 하는 것들을 사다 바친 것도 중요하다.
김나나는 버지니아 슬림 한 개피를 뽑았다. 담배를 뽑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박진희는 자판기 커피 한 모금을 호르륵 마시면서 먼 하늘을 바라봤다. 박진희가 담배불을 당겨주었다. 김나나는 땅이 꺼지도록 긴 한숨을 두 번 내쉰 뒤에야 말문이 조금 틔였다.
"미친 년."
박진희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험한 말로 대꾸했다.
"나도 이 동네 잡것들하고 오 년을 부대끼면서 그런 미친 할망구 처음 본다."
김나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잠시 후 한 방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김나나는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서 새끼 새처럼 박진희의 가슴에 푹 안겼다. 박진희의 가슴은 알이 찬 배추 같 았다. 참새 대가리 같은 김나나의 머리가 박진희의 두 개의 살덩어리 사이로 쏙 들어갔다. 김나나는 징징거리며 말했다.
"언니, 나 왜 이러고 살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더러운 할망구한테 미친 년 소리를 들어야 해? "
"괜찮아, 이 잡것아. 그 할망구가 냄새나는 미친 년이지 네가 무슨 미친 년이야."
박진희는 장비같이 두꺼운 손으로 김나나의 등을 투덕거렸다. 김나나가 담배 한 대 피울 시간 만큼은 징징거리고 난 뒤, 박진희가 말했다.
"근데 진짜, 할망구 똥내 겨내에 미치겠더라. 벗더라도 좀 씻고서 벗지, 아침에 똥싸고서 똥은 닦았나 몰라. 그 년 덮어줬던 잠바 나 불태워버려야겠어 씨발."
박진희가 너스레를 떨자 안겨있던 김나나가 울음 사이로 피식피식 웃었다.
"그 할망구 엊저녁에 곱창전골 먹었을꺼야. 빤쓰에서 똥트림냄새 나는 꼬라지가 곱창 아니면 그런 냄새가 안나."
"엉엉, 아이, ㅋㅋㅋ 자꾸 웃기지 마. ㅋㅋ엉엉엉ㅋㅋㅋㅋㅇ엉엉엉."
"웃지마, 이년아. 울다가 웃으면 똥꼬 털로 파마해야 돼."
들썩이면서 웃던 김나나가 박진희에게서 떨어지며, 새 담배 한 개피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언니라도 있으니까 이 생활 계속 하긴 하는데, 정말 낙이 없다, 낙이 없어."
"하루하루가 흥미진진의 도가니탕이구만, 무슨 낙이 없어? "
"어제는 내가..."
김나나는 어제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를 하고는 스스로가 참담했던 기억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친하긴 했지만 못 생기고 공부도 못해서 은근히 속으로 무시하던 혜미. 그녀가 약혼자의 인피니티 옆좌석에 타고 나타나, 육칠십만 원 어치의 풀코스 프렌치 디너를 사고는 당당하게 사라진 것이다. 아침 부터 기분이 우울했던 것도 바로 이때문이었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려다보니 어쩐지 제 얼굴에 침 뱉는 기분이 들었다. 김나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월급은 쥐꼬리지, 맨날 주정뱅이들 소리 지르지, 일주일에 한 번씩 칠 득이 찾아오지, 오늘은 미친 할망구까지 찾아오지..."
"그냥 그런가보다 해. 그리고 오늘은 오후에 이벤트도 있잖아. 이벤트 끝나고 회식도 한다던데."
"복지부 정책국장 온다는거? 뻔하잖아. 배 나오고 머리 까진 높은 사람 오는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 먹어봤자 삼겹살 아니면 매운탕일꺼고."
"이 년이, 삼겹살이 뭐 어때서. 그나저나 너 못 들었구나? 국장 말고 컨 설턴트도 온대."
김나나가 귀를 쫑긋 세웠다.
"무슨 컨설턴트? "
"도봉구청에도 엊그제 그 국장이 방문했대. 근데 같이 온 사람 중에 컨설턴트가 있었대. 이십대에다가 잘 빠지고 샤프하고 미남에다 최고급 양복 입고... 뭐 그러고 있대."
김나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컨설턴트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만났던, 잘생기고, 매너 좋고, 능력있는, 딱 내 스타일의 그 남자. 그 남자는 겸손하지만 당당하고 자신있는 말투로, 자신의 외모와 매너는 모두 직업병이라고 했다.
그 남자의 직업이 바로 컨설턴트였다.
1회부터보기 : http://coldstar.egloos.com/4022342
# by | 2008/12/28 17:12 | 찬별의 소설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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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k literature 쯤 되겠죠 아마?
돈을 못 타면 하다못해 병원에 가서 약을 타다 되팔아서라도 -_-
어려우실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