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1일
본격 칙릿소설 사회복지사 김나나의 하루 (4)
#4.
어제는 고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었다. 결혼하게 된 고등학교 친구인 혜미가 예비 신랑을 친구들에게 소개시키는 자리였다.
고등학교 때는 혜미 이외에도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 사순이, 오순이, 김나나까지 총 일곱 명의 친구가 함께 어울렸다. 이들은 고등학생 때 부터 다른 아이들과 눈에 띄게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드라마 대신 케이블 텔레비젼의 패션 채널에 목을 매었다. 아이돌 가수보다 패션 모델이 좋았다. 떡볶이를 먹느니 돈을 모아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마키아토를 먹는 편이 좋았다. 주말이면 화장을 하고 청담동이나 정자동 거리를 걷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대학교와 다른 학과에 갔다. 그로부터 칠년이 흘렀다. 스물일곱살.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범생이 일순이는 회계사가 되어 많은 월급을 받았다. 이순이는 백수와 알바를 전전하더니 운 좋게도 주식투자에 성공해서 큰 돈을 벌었다. 삼순이는 외국계 항공사의 승무원이 되어 우리나라에는 가끔만 온다. 사순이는 불문과에 들어가서 어학연수 중 프랑스인과 눈이 맞더니 결혼해서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다. 오순이는 연락이 끊겼다.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었는데, 잡지사에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 연극배우가 되어있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김나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다른 여섯 명의 친구와 비교했을 때 가장 엉뚱한 진로였다. 입시에 실패한 뒤 재수를 피하기 위해 딴 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허름한 청바지 차림으로 낡아빠진 재수학원 건물에서 일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게 다였다. 사회복지에 대한 신념 같은 것은 없었다. 오드리햅번과 나이팅게일의 이미지가 오버랩된 상상을 잠시 하기는 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던 혜미는, 외국계 회사에 들어갔다. 입사할 때 직원이 오십 명도 안되는 중소기업이라는 둥, 그래도 외국인 사장 비서니까 좋은 직장이라는 둥, 곁에서 말이 많았다. 김나나는 그 정도면 혜미에게 과분한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이던 친구들 중 외모도 가장 모자라고, 학벌도 나쁘며 스타일도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혜미는 그 회사의 직원 중 한 명과 결혼을 하기로 했다.
여섯명의 친구가 모인 곳은 양재동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우아하고 격조높은 곳이었다. 사회복지사로서 백몇만원의 쥐꼬리같은 월급을 받는 김나나는 비싸서 자주가지 못할 뿐이다. 신랑을 소개시키는 자리니 당연히 신랑이 내겠지. 기쁘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서 먹었던 어제의 저녁식사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샐러드, 소테된 키조개와 아스파라거스, 바질 페스토로 감싼 야채요리, 토마토 베이스에 신선한 해물이 조화되고 샤프란으로 향을 낸 부이야베스, 오향빵 위에 얹은 살짝 구운 푸와그라 소테, 푸룬 소스를 곁들인 항정살 구이, 오리 기름에 마늘을 으깬 흰살생선, 수박 그라니떼, 당근고구마와 호스래디쉬와 돈나물을 얹은 안심과 양갈비,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렘브륄레와 그릇에 담아 구운 무알뢰, 마무리로 진한 커피.
혜미와 함께 모인 사람들이 가까운 친구이기는 하다. 하지만 남자 본인까지 합쳐서 여섯 명. 여섯 명 분의 저녁 식사로 쓴 돈이 얼마일까. 식사 후에 집에서 인터넷으로 그 식당의 가격을 찾아보았다. 일인분에 칠만원, 봉사료와 세금 별도. 더해서 프랑스 와인 두 병.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만원이다.
친구들과의 저녁 한끼에 육십만원을 쓸 수 있는 남자는, 식사를 마친 뒤, 혜미를 회색 인피니티 앞자리에 태우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혜미는 행복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그 손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 남자의 직업이 바로 컨설턴트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복지부에서 찾아오는 사람 중에 바로 그 컨설턴트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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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1/21 22:21 | 찬별의 소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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