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길, 오서투랄리아로 배속받다

#1. 홍동길, 오서투랄리아로 배속 받다

“대감마님, 오서투랄리아로 배속 받았습니다.”

예상대로 아버지의 미간이 지푸려졌다. 이제 불호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마조마하게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의외로 조용했다.

한참을 담담히 앉아있던 아버지는 말했다.

“험한 곳이지. 잘 다녀오라.”

의외였다. 오서투랄리아를 선택했을 때, 당연히 아버지에게 크게 혼날 것을 예상했다. 그곳은 서부 아세아처럼 군관으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경성에 위치한 총사령부 작전분과처럼 안전하고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오서투랄리아는 전통적으로 유배지였다. 그곳은 군주를 따르지 않은 신하, 부모를 따르지 않은 자식, 남편을 따르지 않은 계집들이 보내지던 곳이다. 대한제국의 군사를 총괄하는 병조 장관의 자제가 배속받기에 적절한 위치가 아니었다. 비록 서자라고 해도 말이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곁눈질을 하며 아버지, 그러니까 병조 장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결코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비록 서자이지만, 촉망받는 재주를 가졌기에 기대도 하고 있던 아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반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씁쓸한 허락 한 마디에 나는 더 보탤 말이 없어졌다.

나는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내 어머니는 가련한 여자다. 어머니는 아름다웠고, 그래서 나를 가졌다. 대감의 서자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바라볼 수 없는 곳에 있는 대감 대신, 나를 바라보면서 살았다.

그 아들이 목숨을 총구에 걸어놓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무관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대한제국, 이 시대에 무관이 된다는 것은, 어느 나라로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며, 또한 어느 피부색의 인간에게 총을 맞아 죽을지 모르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서자로 태어나서 제 몫을 하며 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무관이 되는 것이라는 정도는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아서 큰 공이라도 세우게 된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살 수도 있다.

어머니는 오서투랄리아가 어딘지 제대로 모른다. 배를 타고 이틀을 가야 하는 중국이나 이십일을 가야 하는 안남, 그리고 석달 열흘쯤은 가야하는 오서투랄리아는 어머니에게는 모두가 똑같은 외국일 뿐이다. 단지 아들이 멀리 간다는 사실이 그녀의 유일한 걱정일 것이다.

“그래, 파견일이 언제더냐.”

“이 달의 그믐날입니다.”

“고작 사흘이 남지 않았더냐. 돌아오는 것은 언제냐.”

“두어 달 후에 건강히 돌아오겠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운이 나쁘다면 뱃길로 가는 데에만 두어 달이 될 수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저녁에는 집에서 밥을 먹거라. 얼굴빛이 거칠해서 안 되겠다.”

“네, 그러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앞으로 사흘간 저녁을 두 끼 씩 먹어야 하는구나.


by 찬별 | 2009/03/31 19:41 | 찬별의 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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