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31일
홍동길, 배를 탑승하다
#2. 홍동길, 배를 탑승하다
삼년 간 고등 군관학교에서 무술과 병술을 익힌 뒤, 나는 곧바로 소좌가 되어 부대원 백 명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번에 그 백 명의 부대원들과 함께 오서투랄리아로 가게 된다.
“귀관도 금은보화가 있다는 소문을 믿고 오서투랄리아를 택했나? ”
우리의 수송을 담당한 해군 대좌인 원종호가 말했다.
“뜬소문일겁니다. 그런 말은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서투랄리아를 골랐나? ”
나는 피식 웃었다. 그가 진짜로 내 설명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서자로서 유년을 살아온 설움, 적자보다 나은 재주를 지니고도 적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억울함,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 그 모든 것들을 들어줄 생각이 있을까?
내가 만약에 서부 아세아 전선에 참전해서 큰 공을 세우면 어떻게 될까. 서강의 아랍인을 도와 곤륜노와 색목인을 몰아낸다면, 그때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양반과 보부상이 한 밥상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하더라도(그런 세상이 올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지의 땅으로 간다.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검은 피부에 흰 흙을 바른 식인종들이 살고 있다는 그 곳. 사막과 빙하와 황무지가 공존한다는 황량한 땅. 조선시대부터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만큼의 중죄인들이 보내지던 곳. 그러니 누구도 서로 족보 파헤치는 취미 같은 것은 가지지 않은 그 곳.
이 모든 말들을 그에게 쏟아낼 필요도 없지만, 쏟아낸다한들 다 들어줄 리도 없다. 그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혼잣말처럼 말했다.
“귀관의 생각보다 험한 곳이라네. 이제까지는 죽창이나 나무 부메랑 따위을 들고 덤벼드는 아보리진과만 잘 싸우면 됐지. 물론 아보리진을 얕봤다가는 큰일 나네. 그들한테 우리 병사들이 몰살당하는 일도 종종 있으니까.”
“아보리진들이 흉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잡아먹는 원시인들이라더군요. 하지만 병법을 모르는 오합지졸일 것입니다.”
“병법을 아는 자들도 있지.”
“안남인들? ”
“알고 있었구만. 결코 얕볼 자들이 아니지. 게다가 우리처럼 떨거지들이 아니야. 정예중의 최정예를 가려서 오서투랄리아로 보내지. 그들과의 전투는 쉽지 않을걸세.”
원종호 대좌는 독한 술 한 모금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떨거지였다. 독한 술에 절어 코가 붉고 눈빛이 흐리며 허리에 군살이 잔뜩 매달린 자는 제대로 된 군인이 아니다. 큰 파도가 한 번 치자 그는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파도 때문에 휘청이는 자가 선장이라니. 이번 항해는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 by | 2009/03/31 20:05 | 찬별의 소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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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홍동길의 오서투랄리아 활약기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