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29일
아시아 음식여행 - 시드니
아껴먹듯 천천히 여행기를 쓰려고 생각했는데, 미루다보니 점점 쓰기 싫어지고 있다 -_-;
하여 생각날 때 생각나는 만큼 천천히 진도를 나가려 한다.
3월 18일. (여행 1일차)
14:00,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강변역에서 출발하다. 나나는 샴푸를 담은 지퍼백이 검문대에서 걸릴지 말지를 두 시간째 고민하고 있고, 나는 일부러라도 설레고 싶었으나 그다지 설레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전화하다보니 마치 신혼여행 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이 대략 작년 이맘때였으니, 아직 신혼여행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때일까.
3월 19일. (여행 2일차)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내린 후, 도심으로 향하며 들었던 첫번째 생각은, 동남아 느낌이라는 것이다. 덥고, 모든 것을 녹일 듯 진한 햇살이 내리쬐고, 이파리가 넓적한 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늘어서있고, 햇살에 반쯤 녹은 듯 바래진 낡은 주황색 건물이 도로 양편에 서있는 모습. 차이가 있다면 날씨가 건조하다는 것 정도다.
셔틀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체증이 심한 시드니의 중심가를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마침내 우리를 숙소에 내려주었다. 스트란드 호텔이라는 곳인데. 전형적인 호주식 숙소다. 일층은 술집, 이층과 삼층은 숙소. 개척시대에 광부나 황야의 무법자들이 애용하던 형태의 숙소 되시겠다. 저 건물도 백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도착시간은 대략 아침 여덟시반. 밤을 새우고 날아와서 피곤했지만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주변을 조금 헤매기로 했다. 남반구는 오존층이 뚫렸다더니, 그래서인지 시드니의 하늘은 참 파랗다.

한참을 헤매다 어느 태국 식당에 들어갔다. 페르세포네가 떡 하나 먹어서 하데스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던가. 어떤 나라에 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 순간인데. 호주에서 하필이면 첫 끼니가 태국음식이었다;;

그런데 지나고서 생각하면 많이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 호주 식당 중 적어도 20% 정도는 태국식당이었던 것 같다. 대략 호주식(영국식) 식당이 가장 많지만 (30%?), 그 뒤를 태국/중국 등 동아시아계 식당이 20%를 넘고, 인도/터키 등 중앙아시아계 식당도 20%, 이태리/프랑스 같은 유럽 식당은 오히려 그보다 적다. 이 숫자는 대략 호주의 인종 비율과도 비슷할 것이다.
식사 후 숙소에 들어왔는데, 3인 1실의 도미토리 룸은 좁고, 어둡고, 갑갑했다. 건물이 백년 이상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백년 이상 되었음직하다. 오후 한 시인데 서양 여자아이 하나가 백년 전부터 자고 있었음직한 포즈로 잠들어 있었다. 빤스와 런닝 비슷한 옷만 입고, 가끔 이불 밖으로 팔다리를 내미는데, 잘 못 맞으면 백년동안 쓰러져있어야 될 것 같았다.
십 년 만에 묵어보는 도미토리 숙소. 앞건물의 벽과 맞닿아, 바람만 간신히 통할 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숙소. 낮 열두시까지 다 벗고 뒤집어져 자는 양뇬 때문에 불도 켜지 못하자, 마음 속까지 그늘이 내리는 듯 했다. 밤새 비행기를 타서 피곤했으나,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갔다.
여담으로 이 여자는 이십대 초반, 스웨덴에서 왔다는데, 날마다 새벽에 들어오고 오후 한시까지 자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애가 이 곳을 떠날 때, 일년치 짐이 다 들었다는, 자기 방을 통째로 싸넣었다는 가방을 잠시 들어줬다. 그런데 이걸 드는 순간.... 아 띠바 됻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여자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는거야? 낑낑낑낑 거리면서 들어다 주는데, 사나희 대장부 가오가 있어서 포기하지는 못하겠고, 스웨덴 여자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옆에서 쳐다보고 있고...
여행 내내 서양인의 가공할 체력에 대해서는 여러 번이나 느꼈지만... 그래도 이 때처럼 쪽팔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둡고 불편한 숙소에서 기어나와, 도시 산보를 했다. 시드니에 왔으니 오페라 하우스 구경은 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오페라하우스까지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의 산보를 예상하다. 가는 길에 나온 것들로는
ST.Mary Cathedral.
숨은그림 찾기 : 축 늘어진 짱구처럼 걷는 왈양을 찾아보시오
이 곳을 지나다가, 심심해진 왈모양이 시비를 건다.
- 왈 : 야이 캐씨드랄아.
- 찬 : ???
- 왈 : 이 개씨드랄아.
- 찬 : @#$%
- 왈 : 이 개씨드랄만도 못한게.
캐씨드랄 내부에는, 남들이 다 찍는, 스테인드 글라스. 남들 다 찍길래 나도 찍어봤다.

NSW(뉴 사우스웨일즈 주 : 시드니가 속해있는 주정부)의 의회.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길래 뭔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까다롭지 않은 몸수색을 했고, 경찰과 관광 안내소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안내를 했다. 안에는 초딩들이 단체 관람도 와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도 관람 되나? 여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시의회 또는 도의회에 해당될텐데;; 의회라기보다 박물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누구인지 모르겠고; 아무튼 가는 길에 찍었다. 훌륭한 분이시겠지;; -_-
저런 건물 양식을 빅토리아풍 건축이라고 하나? '식민지풍'이라는 수식어도 많이 쓰던데, 아무튼 이 곳에는 저런 형태의 백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석조건물이 아주 많다.

호주는 1800년 쯤에 영국인 함장 제임스 쿡이 처음...이던가? 아무튼 발견했고, 그 뒤로 시드니에 영국령인 “뉴 사우스 웨일즈” 정부를 세우고, 1830년 경에는 브리즈번으로 범죄자를 보내기 시작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끽해야 이백년이 안된 역사를 가졌다. 그 중 첫 번째 도시가 바로 시드니다.
시드니 도심에서는 백오십년 가량 된, 개척 시대에 사용하던 건물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만. 우리는 옛 건물을 ‘보존’한다. 하지만 그들은 옛 건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가난하고 못 살던 시대, 역사적 격변기, 그 무렵에 생존을 위해 허겁지겁 지은 건물은 재개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백년을 보고 건물을 지을 정도의 여유는 생기지 않았을까. 약간의 마음의 여유만 더한다면 말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오래된 느낌이 나는 건물을 모조리 찍었으나, 옛 건물과 첨단 빌딩이 함께 늘어선 공간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한참을 걸어서, 로얄보타닉 가든(왕립 식물원)에 도착. 식물원을 지나면 오페라 하우스가 나온다.
식물원은 도심 한 가운데의 공원 정도인데, 아주 넓고 구경거리도 많지만, 첫 날은 이 곳을 그냥 지나쳐서 바다로 향했다.

길목의 어느 나무 아래에서 폼 잡은 나나.

요란하게 따각따각 소리를 내면서 지역을 순찰하는 기마경찰.
호주/뉴질랜드를 다니면서는 이게 도대체 관광용인지 현지인용인지, 그러니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것들이 있는데, 저 기마경찰도 그렇다. 완전무장을 갖춘 폼을 봐서는 실제 경찰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이 대도시에서 기마경찰이 어디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 계속 -
ps. 이번 여행기 타이틀을 뭘로 할까 좀 망설였는데,
동남아시아로 떠나기 전에는 음식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가 조금 민망하지만
그냥 그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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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생각날 때 생각나는 만큼 천천히 진도를 나가려 한다.
3월 18일. (여행 1일차)
14:00,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강변역에서 출발하다. 나나는 샴푸를 담은 지퍼백이 검문대에서 걸릴지 말지를 두 시간째 고민하고 있고, 나는 일부러라도 설레고 싶었으나 그다지 설레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전화하다보니 마치 신혼여행 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이 대략 작년 이맘때였으니, 아직 신혼여행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때일까.
3월 19일. (여행 2일차)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내린 후, 도심으로 향하며 들었던 첫번째 생각은, 동남아 느낌이라는 것이다. 덥고, 모든 것을 녹일 듯 진한 햇살이 내리쬐고, 이파리가 넓적한 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늘어서있고, 햇살에 반쯤 녹은 듯 바래진 낡은 주황색 건물이 도로 양편에 서있는 모습. 차이가 있다면 날씨가 건조하다는 것 정도다.
셔틀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체증이 심한 시드니의 중심가를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마침내 우리를 숙소에 내려주었다. 스트란드 호텔이라는 곳인데. 전형적인 호주식 숙소다. 일층은 술집, 이층과 삼층은 숙소. 개척시대에 광부나 황야의 무법자들이 애용하던 형태의 숙소 되시겠다. 저 건물도 백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도착시간은 대략 아침 여덟시반. 밤을 새우고 날아와서 피곤했지만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주변을 조금 헤매기로 했다. 남반구는 오존층이 뚫렸다더니, 그래서인지 시드니의 하늘은 참 파랗다.

한참을 헤매다 어느 태국 식당에 들어갔다. 페르세포네가 떡 하나 먹어서 하데스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던가. 어떤 나라에 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 순간인데. 호주에서 하필이면 첫 끼니가 태국음식이었다;;


식사 후 숙소에 들어왔는데, 3인 1실의 도미토리 룸은 좁고, 어둡고, 갑갑했다. 건물이 백년 이상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백년 이상 되었음직하다. 오후 한 시인데 서양 여자아이 하나가 백년 전부터 자고 있었음직한 포즈로 잠들어 있었다. 빤스와 런닝 비슷한 옷만 입고, 가끔 이불 밖으로 팔다리를 내미는데, 잘 못 맞으면 백년동안 쓰러져있어야 될 것 같았다.
십 년 만에 묵어보는 도미토리 숙소. 앞건물의 벽과 맞닿아, 바람만 간신히 통할 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숙소. 낮 열두시까지 다 벗고 뒤집어져 자는 양뇬 때문에 불도 켜지 못하자, 마음 속까지 그늘이 내리는 듯 했다. 밤새 비행기를 타서 피곤했으나,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갔다.

여행 내내 서양인의 가공할 체력에 대해서는 여러 번이나 느꼈지만... 그래도 이 때처럼 쪽팔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둡고 불편한 숙소에서 기어나와, 도시 산보를 했다. 시드니에 왔으니 오페라 하우스 구경은 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오페라하우스까지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의 산보를 예상하다. 가는 길에 나온 것들로는
ST.Mary Cathedral.

이 곳을 지나다가, 심심해진 왈모양이 시비를 건다.
- 왈 : 야이 캐씨드랄아.
- 찬 : ???
- 왈 : 이 개씨드랄아.
- 찬 : @#$%
- 왈 : 이 개씨드랄만도 못한게.
캐씨드랄 내부에는, 남들이 다 찍는, 스테인드 글라스. 남들 다 찍길래 나도 찍어봤다.

NSW(뉴 사우스웨일즈 주 : 시드니가 속해있는 주정부)의 의회. 일반인 관람이 허용되길래 뭔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까다롭지 않은 몸수색을 했고, 경찰과 관광 안내소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안내를 했다. 안에는 초딩들이 단체 관람도 와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도 관람 되나? 여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시의회 또는 도의회에 해당될텐데;; 의회라기보다 박물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누구인지 모르겠고; 아무튼 가는 길에 찍었다. 훌륭한 분이시겠지;; -_-
저런 건물 양식을 빅토리아풍 건축이라고 하나? '식민지풍'이라는 수식어도 많이 쓰던데, 아무튼 이 곳에는 저런 형태의 백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석조건물이 아주 많다.

호주는 1800년 쯤에 영국인 함장 제임스 쿡이 처음...이던가? 아무튼 발견했고, 그 뒤로 시드니에 영국령인 “뉴 사우스 웨일즈” 정부를 세우고, 1830년 경에는 브리즈번으로 범죄자를 보내기 시작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끽해야 이백년이 안된 역사를 가졌다. 그 중 첫 번째 도시가 바로 시드니다.
시드니 도심에서는 백오십년 가량 된, 개척 시대에 사용하던 건물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만. 우리는 옛 건물을 ‘보존’한다. 하지만 그들은 옛 건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가난하고 못 살던 시대, 역사적 격변기, 그 무렵에 생존을 위해 허겁지겁 지은 건물은 재개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백년을 보고 건물을 지을 정도의 여유는 생기지 않았을까. 약간의 마음의 여유만 더한다면 말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오래된 느낌이 나는 건물을 모조리 찍었으나, 옛 건물과 첨단 빌딩이 함께 늘어선 공간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한참을 걸어서, 로얄보타닉 가든(왕립 식물원)에 도착. 식물원을 지나면 오페라 하우스가 나온다.
식물원은 도심 한 가운데의 공원 정도인데, 아주 넓고 구경거리도 많지만, 첫 날은 이 곳을 그냥 지나쳐서 바다로 향했다.

길목의 어느 나무 아래에서 폼 잡은 나나.

요란하게 따각따각 소리를 내면서 지역을 순찰하는 기마경찰.
호주/뉴질랜드를 다니면서는 이게 도대체 관광용인지 현지인용인지, 그러니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것들이 있는데, 저 기마경찰도 그렇다. 완전무장을 갖춘 폼을 봐서는 실제 경찰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이 대도시에서 기마경찰이 어디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 계속 -
ps. 이번 여행기 타이틀을 뭘로 할까 좀 망설였는데,
동남아시아로 떠나기 전에는 음식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가 조금 민망하지만
그냥 그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
# by | 2009/06/29 23:52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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