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별의 아주 특별한 려행기 - 시드니 #4 (2/71)

어느 비스트로. 이삼층은 숙소, 일층은 술집인 전형적인 호주식 술집. 열두시 정도인데, 삼삼오오 모여앉은 아저씨들이 안주 없이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한시 반 정도가 되자, 맥주 한 잔씩을 마신 아저씨들이 사라진다. 술파는 언니께 물어보니, 동네 월급쟁이들이라고 한다. 아싸, 삶의 여유...




바에 달려있는 생맥주 탭들. 꽤 이채롭다.


여러 맥주들을 시킬 때, 사실 맛보다도 가격이 신경쓰이는데, 사나희 대장부의 가오 상 맥주값을 묻기도 그렇고.....

가 아니고, 물어봤는데, 대개 술집에서 술값에 대한 대답들이 좀 불친절했다. 대개 양넘들은 뭔가를 설명할 때, 스텝바이스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말한다. 조금 뻥을 섞은 예를 들자면

오늘 점심에 뭐 먹었니? --> (한국인이라면) 된장찌개 / (양넘이라면) 된장찌개, 공기밥, 호박나물, 김치, 계란후라이, 그리고... 뭐 하나 더 있었는데... 아 뭐더라... 아 맞아맞아! 멸치볶음.

그런데 이상하게 술값을 물어보면, 대충 그냥 <3달러부터 5달러까지 있어>라고 말하고 끝이다. 그러니 더 물어보기 거시기하다.



그날 점심으로 먹은 치킨 커틀릿.
소식부부인 나나와 나는 둘이서 하나만 먹어도 대략 충분.



커틀릿은 모두 빵가루를 입힌다고 생각했는데, 비프 커틀릿은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비후스택처럼 얇은 괴기에 빵가루를 입힌 반면, 치킨 커틀릿은 대부분 두터운 닭가슴살을 불에 구웠다는 느낌이 든다. 밑에 깔린 것은 호박고구마.




시드니의 차이나타운을 지나고...




재래시장 비슷하게 생긴 곳을 들어갔다.
1909년부터 있던 건물이라는데, 신기하게도 1999년에 지은 건물보다 더 깨끗하다.
지난 백년간 우리의 근대사가 워낙 파란만장해서 백년을 쓸 건물을 만들지 못했었다면, 그래서 재개발에 재개발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그저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었으면 좋겠다.



시장 내부.





시장에서 산 뉴질랜드제 블루베리.
우리 일주일쯤 이따가는 꿈에 그리던 뉴질랜드에 갈꺼다~
가기 전에 정통 뉴질랜드식 블루베리 한 번 먹어야지~
하면서 샀는데... 블루베리가 그렇게 맛있는 과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혓바닥 염색용으로는 아주 좋더라.





박물관 관람후, 시드니 항구로 갔다.
오페라 하우스에 붙어있는 곳인데 (걸어서 가면 십분 정도 거리?)

세계 삼대 미항이 나폴리, 시드니, 또 뭐더라?
이런 류의 등수놀이는 아주 싫어하지만, 시드니가 항구답지 않게 갯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만은 신기했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물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시드니는 이상할 정도로 보송보송하다.




구름 죽인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Maritime Museum. 오페라 하우스에서 멀지 않다.
무료이고, 볼 거리가 꽤 풍부해서, 즐겁게 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나양, 여행 2일차에 카메라를 분실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나님 께서는 박물관 입구에서 카메라가 없음을 수줍게 고백하시었고,
까짓꺼 잃어버리면 또 사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대인배가 아닌 고로
전속력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해변가를 향해 달리는 길에는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경찰에다 신고를 해야 되나, 보험사에 분실신고를 해야 되나... 등등.

그런게 그 곳을 향해 가는 길에 갑자기 어떤 양넘이 나를 붙잡아 세운다.

양넘 : "어이, 헬로우? "
찬    : (뭐야, 바빠 죽겠는데) "왜? "
양넘 : "너..."
찬    : (이 색긔 마약 팔려고 그러나...)
양넘 : "너 뭐 잃어버린 거 없어? "
찬    : (이 색긔 무슨 사기를 치려고 그러지?) "왜? "
양넘 : (약간 버벅거리며) "너 뭐 잃어버린 거 없어? "

나는 여전히 저 자식이 뭐하는 넘인가 의심하고 있는데
두 박자 늦게 영어를 알아들은 나나가 큰 소리로 외친다.  "카메라!!!!!"

알고보니 그 양넘은 해변가에서 카메라를 주운 뒤
이걸 어찌할꼬 고민하다가 카메라를 켜봤더니 거기에 인물사진 한 장이 들어있더랬다.
그래서 그 사진을 현상수배 전단 삼아, 지나가는 넘들을 한시간 가까이 쳐다보면서 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고.

찾아준 것이 그저 고마워서 커피라도 한 잔 사겠다고 했더니
억센 오스트레일리아 억양으로
자기가 다윈인가 어딘가를 갔다가 카메라를 잃어버려보니 그게 얼마나 여행에서 중요한건지를 알겠다면서
임자를 찾아줘서 다행이라고 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이것이 나를 찾게 해준 바로 문제의 그 사진이다. -_-
인생 상당히 귀찮은 표정이다;;;





십년 감수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실 카메라 잃어버린게 십년감수할 일은 아닌데, 내가 인간성이 좀 쪼잔해서;;; 

양넘들은 이렇게 길에서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 
나도 길에서 술 마시기를 좋아하지만, 그건 길이 조용할 때의 이야기다. 
사차선 도로변에서 시끄럽고 냄새나지도 않나;;;
 




저녁에는 정통 이태리식 뤠스토랑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여행도 왔겠다, 좋은 음식점을 한 번 가보기로 했는데, 이 때 술을 한 병 들고 가기로 했다.

호주에는 술을 파는 식당이 있는가하면,
술을 들고 오는 것을 허락하는 식당이 있다.
바로 Bring Your Own bottle. 줄여서 B.Y.O 라고 하는 식당들이다.

(약간 부연하자면. 호주는 개척시대에 술퍼먹고 사고치는 넘들이 워낙 많았던 고로
술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었고, 그것이 법제화 되어,
술의 판매나 유통에 대해서 꽤 엄격하다.
허가 없는 식당에서는 절대 술을 팔지 않고,
BYO 와 일반  주류 판매도 별도로 허가되어 있다. 여기에도 뭔가 역사적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

호주의 BYO 는 대개 값이 싸다.
우리나라는 술값의 1/3을 코키지로 받는다는 것 같았는데,
내가 마시는 술값의 1/3을 서비스 비용으로 낸다는 건 어째 좀 노지심이나 임꺽정식 계산법 같다;

호주의 BYO는 대개 병당 얼마, 또는 사람당 얼마인데,
내가 간 식당은 두당 2AUD.



말 그대로 도서관의 책처럼
다른 장식도 없이 와인이 잔뜩 쌓인 이 보틀 샵에서는 ,
와인을 많이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숙소 인근에 있는 이태리 뤠스토랑에는
영어가 아주 유창한 그리고 아주아주아주 친절한 자그만 동양 아줌마가 바쁘게 뛰어다니며 써빙을 보고 있었다.
한국인 2세일까, 궁금했지만, 궁금증은 그냥 꿀꺽 삼키고







음식은 페퍼 스테이크.
괴기를 많이 즐기지 않지만
웬지 호주에서는 괴기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랄까.

뭐 이태리 식당까지 와서 스테이크를 먹는 건... 뭐 그냥 그렇다고 치자고...
어차피 이태리 음식도 정통은 아닐테니까;;






여러 피자 중, 허브를 토핑으로 얹은 것을 주문했더니
허브를 토핑으로 얹은 것이 서빙되었다 -_-
그러니까 또띠야에 허브를 얹어서 구운 것과 비슷한 맛이었다.
이태리에서는 정말 이렇게 먹나? 라는 생각을 함.




와인;;




머 그렇게 이틀째 밤이 가고...



비용 :
아침 (빅 브랙파스트: 토마토, 계란2개, 토스트, 차, 해시브라운 - 둘이서 나눠먹음) 10 AUD
방 (더블룸) 80 AUD
박물관 입장료 24AUD (2인)
점심 (생맥주 300cc 2잔 + 치킨브레스트) = 15 AUD
블루베리 3AUD
인터넷 4AUD
슈퍼마켓 7AUD (녹차, 빵, 샐러드)
저녁 48AUD (와인 18, 스테이크 20, BYO 4, 피자 6)









by 찬별 | 2009/07/04 22:06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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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7/04 2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05 00:13
제 생각엔, 확실히 뉴질랜드는 산이 많아서 만만치 않을꺼구요,
호주는... 글쎄; 땅은 대체로 평평한데, 도시간 거리를 잘 보고 여정을 짜야 할 것 같아요.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식 농담 - 고속도로의 다음 휴게소 650Km,
이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곳이니까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05 09:28
아 그래서... 그나마 집들이 있고 도시가 있는 동부해안 종단은 몰라도,
횡단을 한다면.... 식량과 텐트를 짊어지고 다녀야 할 지도;;;

뭐 그래도 조금 (많이) 미쳐보이기는 하지만 안될 건 없을꺼라능...
저 같으면 그래도 뉴질랜드를 택하겠다는... (풍경 자체도 뉴질랜드가 나을 것 같고요)
Commented by catnip at 2009/07/05 08:01
다른 사진도 인상적이지만 카메라를 되찾게 해준 사진도 정말..
참, 피자하면 그래도 피자치즈는 빠지더라도 뻘건 토마토소스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인간이라 저 허브토핑피자는 진짜 피자라기보단 무슨 또띠야나 난(;)같은 느낌이네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05 09:32
저도 저렇게 생긴 건 처음 봤어요;;
설마 저런 걸까?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것이 나왔다는...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9/07/05 08:41
맞아요. 저도 시드니에 있을때 참 바다 특유의 냄새가 안나는 싱거운 도시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홍콩도 좀 그렇더라구요. 바다 옆에 있는데도 항구 근처에 가도 갯내가 별로 없어요. 그나저나!! 카메라 찾아서 너무 다행이예요!!! 현상수배 전단이 된 사진을 보면서 안 찾아주면..안될 것 같은 카리스마에 압도되서 굳이 찾아주신 게 아닐까요? ㅎㅎ 그나저나 허브 "토핑"이라니... -_-;;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05 09:32
홍콩도 그렇다니, 신기하네요. 거긴 그야말로 별의 별 냄새 다 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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