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5일
찬별의 특별한 려행기 #10 - 프레이저 아일랜드, 여기가 천국
애당초 브리즈번을 간 이유는 <프레이저 아일랜드> 때문이었지만, 정말로 거기를 갈 결심을 내리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비싸기 때문이었다. 일박이일은 기본이 $250, 비싼 옵션이 조금만 붙으면 $300을 훌쩍 넘겼다. 두 사람이 가면 우리 돈 60만원. 이건 뭐 동남아 일주일 귀족여행을 해도 이보다 쌀텐데.
찬 : 그냥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갈까?
왈 : 좋아 그걸 알아보자.
찬 : 그런데 브리즈번에서 프레이저아일랜드 입구까지 고속버스비가 편도 $80 이야 OTL
왈 : 왕복 $160이네 OTL
차를 렌트해서 직접 운전하는 경우 값이 많이 내려갔지만, 나이 서른다섯에 운전도 못하는 찬별로서는 선택 불가능한 옵션이다. 두서너번을 망설이며 적절한 상품을 찾던 중에, 마침내 찾아낸 것이 $219 짜리 상품. 여기까지 왔으니 더 망설이지 말고 가자! 면서 마침내 지르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브리즈번 북쪽, 차로 5~6시간 위에 있는 해변에서, 다시 카페리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모래섬이다. 세계 최대의 모래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로 되어있다는 뜻이다. 그런 지형 때문에 이 곳은 사륜구동차량밖에 못 들어간다.
우리를 태우고 간 사륜구동차. 멀쩡하게 생겼으나, 뒷좌석에 탄 사람들은 거의 죽을 맛이다. 시골 완행열차 사이즈의 좌석에서, 곰같은 양키와 마주보고 다섯 시간을 달리는 건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 작은 우리들도 허리 부러지도록 힘든데, 곰동지같은 양넘들이 어떻게 버티고 가는지는 그저 미스터리일뿐.

브리즈번 -> (5시간) -> 카페리를 타는 곳 (레인보우비치) --> (1시간) --> 프레이저 아일랜드 상륙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제 그 유명한 100마일 비치를 달리는데, 프레이저 아일랜드 모래 해변을 타고 북상하는 그 곳은 실제로 100마일이 넘는 모래사장이다. 모래사장만 100마일이라는게 말이 되냐고;;; 그러나 진짜로 한 시간이 넘게 달려도 끝없이 모래사장만 나온다.

원래 이 투어는 점심식사 1회를 제공하도록 되어있는데, 그 1회가 <피크닉 런치>다. 샌드위치 도시락 따위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투어 차량 두 대에서 운전사 아저씨 두 사람이 세월아 네월아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_-;
거금 50만원을 내고 1박2일 여행을 온 나와 왈왈은 짜증이 나는데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본전 뽑을까 말까인데 세월아네월아샌드위치라니...)
투어에 함께 참여한, 영국이나 독일에서 온 양넘들은, 오스트레일리아는 역시 물가가 싸서 좋아 호호호, 하고 느긋하게 잔디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분위기에 전염되었달까. 그냥 함께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약 1시간 후에 샌드위치와 콘칩, 사이다를 먹었다 -_-

그리고 기다렸던 관광 시작.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고생대>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배경으로 썼다는 곳. 실제로 어디서 쥬라기 공룡 한 마리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느긋한.... 이고 싶었지만 그룹 투어인 탓에 실제로 많이 느긋하지는 않았던 하이킹.





그리고 차를 타고 얼마간 이동. 잠시 후 도착한 곳이, 평생 잊지 못할 경치였던 <레이크 맥킨지>. 바로 맥킨지 호수.
물은 신기할 정도로 푸르고, 고운 모래는 발끝 사이로 바스러져 나간다. 그 곳에 앉아서 그저 탄식만 하다가, 일박이일의 이십오만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되뇌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 카메라를 눌렀다.
물론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내 저질 촬영실력으로는 그곳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다, 안타깝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파라다이스>의 모습이 지구상에 가장 비슷하게 펼쳐진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 프레이저 아일랜드의 맥킨지 호수 아닐까.


발렌티나라는 예쁜 이름의 이탈리아 빨간머리 처녀. 한가하게 걷는 모습이, 그림 나온다 싶어 고화질로 찍었다. ;;

유명한 야생 개인 <딩고>. 이 지역의 야생 개인데, 호주 답게, 이들을 최대한 못본 척 하라는 주의를 준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야생동물에게 음식도 주지 말고 건드리지도 말라는건데;;; 게다가 들개 답게 위험하기도 하다는데.
이 넘이 내 가방 냄새를 맡더니, 가방을 물고 튀기 시작했다 -_-;;;
생각해보니 가방 안에 여권, 지갑, 돈, 신용카드, 여행자수표.... 온갖 귀한 것들은 다 들었잖아.
이 넘을 얼른 잡으러 가야 하는데... 저 가방 잃어버리면 큰일나는데... 참 그런데 딩고를 건드리면 안되겠지... 갑자기 날 물 지도 모르잖아... 저 넘이 갑자기 튀면 어쩌지...
이런 류의 갈등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_- 왈양은 그 광경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_-
약 백미터의 느린 추격전 끝에 간신히 가방을 되찾았다.

그날 밤 프레이저 아일랜드의 숙박은 <텐트>. $50 가까이 값이 싼 것은 숙박을 텐트에서 하기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의 이 사진은 거의 포토제닉.

다음날 아침의 이 사진도 포토제닉.

다음날의 관람은 다음 포스팅으로.
# by | 2009/07/15 23:11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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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웨카WEKA라고 부르는 새다. 키위가 아니다. 야생동물에게 음식 주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라서 음식을 주지 않았더니, 가방을 물고 가려고 한다. 예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딩고에게 가방을 빼앗길 뻔한 어이없는 경험이 떠올랐으나, 다행이 이 놈들은 딩고만큼 빠르지 않아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가만히 뒀다. 가방끈은 먹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사실 ... more
저도 가보고싶은 기분이 드는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