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 뉴질랜드, 오클랜드 (상)

오래전부터 뉴질랜드로 이민가고 싶었다. 사람보다 양이 많은 땅. 삶의 속도가 느린 곳, 사람에 치이지 않는 곳. 흔히들 뉴질랜드로 이민간 사람들은 <심심함을 이기지 못해> 다시 우리나라로 역이민 온다고 한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왕따인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잖아;; ;-_- 게다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이미지와 깨끗한 자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관광지인 뉴질랜드를 향해 날아갔다.



가는 과정의 첫인상? 젠장, 아주 더러웠다. 비행기 옆자리에는 마오리족으로 추정되는 괴물같은 덩치의 할머니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있었다. 다리를 쩍 벌린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는데, 본인의 짐까지 우리 자리 밑에 밀어넣어둔 채로 미안하다 한 마디 없고, 나중에는 문을 열어달라는 둥 어쩌는 둥 하며 명령조로 말을 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다. 비행기가 새벽에 도착해서, <키위 인터내셔널>이라는 호텔에 자리를 잡았는데, 국적이 짐작되지 않는 주인은 조금이라도 비싼 방을 팔기 위해 갖은 협박+뻥+거짓말을 동원했다.

아주 불쾌한 입국의 정점은 환전. 천달러짜리 여행자수표를 환전했는데, 환전 수수료가 무려 뉴질랜드 달러 $160. 그러니까 13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환전 수수료로 징수한 것이다. 시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The Change Group 이라는 놈들이다. 돈을 아끼고 싶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이름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우여곡절끝에 오클랜드의 여행자 숙소 인근에 도착했는데, 숙소에 주인이 없다. 안팎을 기웃거릴 때 동양여자 하나가 들어오더니 혼잣말을 했다. 
<방이 없네... >

젊은 여자였으나 아주 억센 서부 경상도 사투리였다. 면단위의 노인들이나 쓸만큼 억센데, 외모나 옷차림도 미묘하게 특이했다. 인사를 했더니, 한국인인데 신혼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중에 남편을 지나가다 봤는데, 영어권의 사람이었다. 저 한국인 여자도 외국 이민 2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 전 이민간 한국인들이 오히려 더 옛날의 한국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오클랜드 포구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번화한 오클랜드, 그 오클랜드에서 가장 번화한 비즈니스 구역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이나 역삼역 인근 정도가 될텐데,
오가는 차며 오가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반의반의반의반의반도 안된다.






뉴질랜드 달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략 70% 정도. 1 뉴질랜드달러는 대략 한화 700~800원 사이다. 환율만으로 물가가 싸진데다가, 제품 자체의 가격도 대부분 호주에 비해서 더 싸다. $20짜리 점퍼를 보는 순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능... (호주에서는 저런 물건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시내풍경;






오클랜드의 한인가. 이 도시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국인 간판이 많았다. 한국음식, 한국인, 한국인용 쇼핑센터... 정작 관광지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하나도 없는데, 도심의 쇼핑센터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드글드글하다. -_- 2/3 정도는 어학연수/유학을 왔거나 이민와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인 듯 하고, 나머지 1/3은 관광객인 것 같다.



외국여행 하면서 한국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을 뿐 아니라
명색이 한국의 저명한 음식문화학자로서(...) 현지 음식을 열심히 먹는 것이 학술적 연구이기도 하고;;;
또 해당 국가의 서민 음식을 먹는 것이 내 여행에서의 첫째 즐거움이지만

뉴질랜드의 첫날만큼은 소주 한 잔을 마셔야 했다. Change Group 에게 삥뜯긴 내 돈 13만원...
여행하면서 오천원 만원 아낄려고 얼마나 궁상을 떨고 다니는데... 피같은 내 돈 13만원...
어흑흑 어흑흑.... 하면서 소주를 마셨다 -_-

사실 소주를 굳이 마셔야 되는 건 아니지만, 식당에서 맥주를 취하도록 먹으려면 견적이 안 나온다. 한 병이 보통 $5~$6이니까 말이다.


사진 왼쪽 위는 팬케이크를 마치 부치개처럼 부쳤고, 가운데의 감자는 설탕에 버무려서 들큰했다. 식당에는 중국인, 호주인 등이 밥을 먹고 있었고, 서빙은 중국 총각이 했는데, 중국인 답지 않게 공손했다.


우리가 밥을 먹은 식당은 <이달의 Cheap Eat>으로 신문에도 난 곳이란다.
주인이 바뀌어가면서 십오년 가량 영업을 했다는 곳인데, 주인아저씨에게 외국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물었더니
<한국음식이라는 고정관념대로 만들지 않고, 가급적 현지화를 시킨다, 우리 음식이라고 해서 꼭 맵고! 짜고! 그래야 하느냐> 라고 답변을 했다. 그건 외국인이 좋아하는 메뉴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데;;; -_-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하기로 하고...




오클랜드 야경...




3/30  모든 화폐는 NZD / 모든 비용은 2인 기준
셔틀버스 $37
숙소 - $56 (3인 share)
버스패스 - $1100, 이던가;;;;
환전손실 - $160 씨밤바
아침 - 맥도널드 커피 $1
점심 - 맥주 2병 x 치킨슈니츨 $22
저녁 - 육개장 +제육볶음 + 소주($13) = $39

by 찬별 | 2009/07/18 15:28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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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hang at 2009/07/18 21:45
점퍼말고 다른 옷값도 싼가요? kkk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18 22:36
비싼 옷도 있고 싼 옷도 있지만,
최소한 호주보다는 쌌어요.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7/19 00:19
환전 수수료를 무슨 13만원이나...ㄷㄷㄷ 항의해보셨나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19 11:45
환전이 끝난 다음이라서 취소하지도 못하고 흑흑...
다른 지점에 갔더니 다 같은 값을 받더군요.
Commented by ikari at 2009/07/31 12:51
분류가 여행기도 되어있지 않아요.
미분류라는...^^
Commented by 찬별 at 2009/07/31 14:45
감사합니다;;; 종종 그런 실수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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