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5일
#21, 뉴질랜드 - 픽튼
뉴질랜드의 북섬에서 남섬을 향해 배를 타고 이동. 웰링턴 --> 픽턴이다. 이 구간에 배를 운행하는 몇 개의 여행사가 있는데, 우리는 그 중 Interislander 라는 배를 탔다. 저기, 산 앞에 있는 산보다 조금 작은 것이 바로 인터아일랜더라는 배다.

큰 배는 처음 타보는데. 배를 타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이런게 다있어. 배의 층별 안내판을 보면 대충 감이 올꺼다. 일반 손님은 4층 한 층에만 타는데, 그 한 층에는 영화관부터 술집,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지도에서는 북섬과 남섬이 딱 붙어있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세네 시간을 타고 들어가서야 픽튼에 도착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픽튼 항구. 픽튼은 인구가 이천명인지 천명인지 되는 작은 마을이다. 대개 카페리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차 한 잔 마신 뒤, 바로 남쪽을 향해 내려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하룻밤을 Juggler's Rest라는 숙소에서 쉰 후, 다음 날에는 <퀸 샤롯 트랙>이라 불리우는 소풍 코스를 향했다.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나가서 반나절 가량 걷고 오후 서너시에 돌아오는 코스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돌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서 Thanks for all the fish 라고 말한 뒤 은하계를 향해 사라져버렸다. 그 돌고래는 사진 오른쪽에 간신히 흔적만 남기다.


배에서 내린 후 한동안 산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가 펼쳐져있다.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새 한마리가 주변을 얼쩡거린다. 먹을 것을 달라는 포즈였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새가 신기하다. 아, 이 새는 웨카WEKA라고 부르는 새다. 키위가 아니다.

야생동물에게 음식 주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라서 음식을 주지 않았더니, 가방을 물고 가려고 한다. 예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딩고에게 가방을 빼앗길 뻔한 어이없는 경험이 떠올랐으나, 다행이 이 놈들은 딩고만큼 빠르지 않아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가만히 뒀다. 가방끈은 먹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차린 웨카. 조용히 사라지다.

호수 느낌이 나는 바다를 느릿느릿 걸었고, 약 네댓시간이 지났을 때 부터는 발이 무거워서 질질 끌기 시작. 환호작약을 할만큼 대단한 경치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행복한 느낌이 드는 풍경들.




돌아가는 배에서. 심심하여 앞자리의 부녀를 그리다. 여행 중 가끔 쓰겠다고 생각한 색연필인데, 이 때 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저녁을 먹은 Juggler's Rest 또한 괜찮은 숙소였다. 네덜란드, 체코, 기타 국가에서 건너온 넘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여행지에서는 독일인을 자주 만나는데, 대부분의 경우 외견 만으로 동독인과 서독인이 구분된다. 그러니까 동독인은 얼굴에 동독인이라고 써놨고, 서독인은 얼굴에 서독인이라고 써놨다. 그리고 싸구려 백팩커즈에서 만나는 나이든 독일인은 십중팔구 동독인이었다. 돈에 좀 더 여유가 있고 나이가 많은 서독인은 모르긴해도 좋은 숙소를 가나보다. 이 날 만난 독일인은, 대학생처럼 생긴 남자애 하나와, 독일 군인처럼 생긴, 뉴질랜드를 자전거 왕복중이라던 동독 청년 하나였다.
두 독일 청년에게 통일에 대해서 물었다. 그들은 서로 잘 섞이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서독 청년이 동독 청년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 사회적인 비용이 너무 커서...
서독넘은 동독넘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피면서, 서독이 부담해야 했던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열변을 토해댔다. 동독때문에 서독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는 둥, 거지를 먹여살리느라 우리 허리가 휜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동독남은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이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화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심한 표정이 마치 화가난 듯 보이는, 그런 표정일 지도 모르겠다.
나도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에서였다. 함께 술을 마시던 독일인 중년 부부에게, <독일은 통일 후 어떻나요? 더 행복한가요, 아니면 가난한 동독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서독이 고생을 했나요? > 이런 요지였다. 그들은 자신이 German에서 왔다고 했는데 나는 그들이 당연히 서독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서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나는 그제야 그들이 구 동독 출신임을 깨달았다. 이놈의 입..
독일인에게 통일을 물어보는 것은 대단히 구태의연한 질문이지만; 그리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첫 마디가 <북한>에 대해서 물어보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이렇게 되는 것.
비용 :
4/7
기차 (파에카카라키->웰링턴) 14$
배에서 아이스크림 $4.5
점심 $16
저녁 $20
인터넷 $7
숙소 $62
4/8
퀸 샬롯 트랙 (배편) $114
점심 - 샌드위치류 $15
저녁 - 리조또 $8
숙소 $52
3/18~3/29 오스트레일리아 11박 (시드니.3박 -> 카툼바.2박 -> 브리즈번.2박 -> 프레이저 아일랜드.1박 -> 누사 비치.2박)
3/29~4/21 뉴질랜드 22박 (오클랜드.3박 -> 로토루아.3박 -> 파에카키리.2박 -> 픽튼.2박 -> 크라이스트처치.3박 -> 퀸즈타운.2박 -> 티아나우.2박 -> 프란츠조셉.2박 -> 그레이마우스.1박 -> 크라이스트처치.1박)
4/21~4/24 오스트레일리아 3박 (멜버른 3박)
4/24~4/26 싱가폴 2박
4/27~5/1 말레이지아 6박 (말라카 2박 -> 뿔라우 티오만 2박 -> 말라카 1박 -> 쿠알라룸푸르 1박)
5/1 ~ 5/8 캄보디아 7박 (프놈펜 2박 -> 밧땀방 2박 -> 씨엠립 3박)
5/8 ~ 5/16 라오스 8박 (비엔티엔 1박 -> 방비엥 3박 -> 루앙프라방 2박 -> 루앙남타 2박)
5/16~ 5/27 중국 11박 (징홍 1박 -> 쿤밍 2박 -> 따리 4박 -> 리장 4박 -> 쿤밍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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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는 처음 타보는데. 배를 타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이런게 다있어. 배의 층별 안내판을 보면 대충 감이 올꺼다. 일반 손님은 4층 한 층에만 타는데, 그 한 층에는 영화관부터 술집,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지도에서는 북섬과 남섬이 딱 붙어있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세네 시간을 타고 들어가서야 픽튼에 도착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픽튼 항구. 픽튼은 인구가 이천명인지 천명인지 되는 작은 마을이다. 대개 카페리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차 한 잔 마신 뒤, 바로 남쪽을 향해 내려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하룻밤을 Juggler's Rest라는 숙소에서 쉰 후, 다음 날에는 <퀸 샤롯 트랙>이라 불리우는 소풍 코스를 향했다.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나가서 반나절 가량 걷고 오후 서너시에 돌아오는 코스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돌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서 Thanks for all the fish 라고 말한 뒤 은하계를 향해 사라져버렸다. 그 돌고래는 사진 오른쪽에 간신히 흔적만 남기다.


배에서 내린 후 한동안 산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바다가 펼쳐져있다.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새 한마리가 주변을 얼쩡거린다. 먹을 것을 달라는 포즈였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새가 신기하다. 아, 이 새는 웨카WEKA라고 부르는 새다. 키위가 아니다.

야생동물에게 음식 주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라서 음식을 주지 않았더니, 가방을 물고 가려고 한다. 예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딩고에게 가방을 빼앗길 뻔한 어이없는 경험이 떠올랐으나, 다행이 이 놈들은 딩고만큼 빠르지 않아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가만히 뒀다. 가방끈은 먹지 못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차린 웨카. 조용히 사라지다.

호수 느낌이 나는 바다를 느릿느릿 걸었고, 약 네댓시간이 지났을 때 부터는 발이 무거워서 질질 끌기 시작. 환호작약을 할만큼 대단한 경치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행복한 느낌이 드는 풍경들.




돌아가는 배에서. 심심하여 앞자리의 부녀를 그리다. 여행 중 가끔 쓰겠다고 생각한 색연필인데, 이 때 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저녁을 먹은 Juggler's Rest 또한 괜찮은 숙소였다. 네덜란드, 체코, 기타 국가에서 건너온 넘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여행지에서는 독일인을 자주 만나는데, 대부분의 경우 외견 만으로 동독인과 서독인이 구분된다. 그러니까 동독인은 얼굴에 동독인이라고 써놨고, 서독인은 얼굴에 서독인이라고 써놨다. 그리고 싸구려 백팩커즈에서 만나는 나이든 독일인은 십중팔구 동독인이었다. 돈에 좀 더 여유가 있고 나이가 많은 서독인은 모르긴해도 좋은 숙소를 가나보다. 이 날 만난 독일인은, 대학생처럼 생긴 남자애 하나와, 독일 군인처럼 생긴, 뉴질랜드를 자전거 왕복중이라던 동독 청년 하나였다.
두 독일 청년에게 통일에 대해서 물었다. 그들은 서로 잘 섞이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서독 청년이 동독 청년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 사회적인 비용이 너무 커서...
서독넘은 동독넘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피면서, 서독이 부담해야 했던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열변을 토해댔다. 동독때문에 서독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는 둥, 거지를 먹여살리느라 우리 허리가 휜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동독남은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이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화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심한 표정이 마치 화가난 듯 보이는, 그런 표정일 지도 모르겠다.
나도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에서였다. 함께 술을 마시던 독일인 중년 부부에게, <독일은 통일 후 어떻나요? 더 행복한가요, 아니면 가난한 동독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서독이 고생을 했나요? > 이런 요지였다. 그들은 자신이 German에서 왔다고 했는데 나는 그들이 당연히 서독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서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나는 그제야 그들이 구 동독 출신임을 깨달았다. 이놈의 입..
독일인에게 통일을 물어보는 것은 대단히 구태의연한 질문이지만; 그리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첫 마디가 <북한>에 대해서 물어보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이렇게 되는 것.
비용 :
4/7
기차 (파에카카라키->웰링턴) 14$
배에서 아이스크림 $4.5
점심 $16
저녁 $20
인터넷 $7
숙소 $62
4/8
퀸 샬롯 트랙 (배편) $114
점심 - 샌드위치류 $15
저녁 - 리조또 $8
숙소 $52
3/18~3/29 오스트레일리아 11박 (시드니.3박 -> 카툼바.2박 -> 브리즈번.2박 -> 프레이저 아일랜드.1박 -> 누사 비치.2박)
3/29~4/21 뉴질랜드 22박 (오클랜드.3박 -> 로토루아.3박 -> 파에카키리.2박 -> 픽튼.2박 -> 크라이스트처치.3박 -> 퀸즈타운.2박 -> 티아나우.2박 -> 프란츠조셉.2박 -> 그레이마우스.1박 -> 크라이스트처치.1박)
4/21~4/24 오스트레일리아 3박 (멜버른 3박)
4/24~4/26 싱가폴 2박
4/27~5/1 말레이지아 6박 (말라카 2박 -> 뿔라우 티오만 2박 -> 말라카 1박 -> 쿠알라룸푸르 1박)
5/1 ~ 5/8 캄보디아 7박 (프놈펜 2박 -> 밧땀방 2박 -> 씨엠립 3박)
5/8 ~ 5/16 라오스 8박 (비엔티엔 1박 -> 방비엥 3박 -> 루앙프라방 2박 -> 루앙남타 2박)
5/16~ 5/27 중국 11박 (징홍 1박 -> 쿤밍 2박 -> 따리 4박 -> 리장 4박 -> 쿤밍 1박)
# by | 2009/07/25 15:43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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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행때 꼭 참고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