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1일
꿀벅지
1. 우리가 배웠던 최고의 <공감각적 심상>을 주는 싯구는
김광균의 <설야>였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야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후략)
저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그러니까 침침한 방, 호롱불 아래 홀로 앉아
창호지 바깥으로 눈 내리는 소리를 듣는
하이칼라의 남자를 떠올리게 하지만
뭐 물론 이런 앞부분 싯구라든지, 시의 제목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검색한 후에야 기억을 했고
원래 기억하는 것은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한 줄뿐.
그리고 그 한줄로 떠오르는 모습은
그냥 음침한 골방에 앉아서 한 손으로 불알 마사지를 하며
옆방 여자가 옷을 벗나 안 벗나 관심있어하는 뵨태 뿐.
2.
꿀벅지라는 말은 김광균의 <여인의 옷벗는 소리>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공감각적 심상의 포쓰가 막강하다.
그러니까.
꿀벅지는 분명 허벅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시각적 심상)
왜 내 머릿속에는 그 허벅지를 껴안고 핥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르는거야? (미각+촉각)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났다면 꿀벅지라는 말에서 잉여의 냄새까지 풍길리는 없다.
내가 껴안고 핥을 뿐만 아니라,
모니터에 꿀벅지 띄워놓고 불알마사지하는 디씨 잉여 백여명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 아닐까.
(미각+촉각+.... 후각)
ps.
잉여놀이하면서 꿀벅지라는 말을 쓰는건 별 불만이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쓰는 말은 마이너리그에서나 써야지..
대형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꿀벅지 꿀벅지 해대는 건
이제 언론이 잉여의 일부가 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 by | 2009/09/21 21:26 | 잡담 | 트랙백(2) | 핑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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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꿀벅지에서 명품이 연결된다니;;;
마이너리그에서 놀아야 될 단어가 메이저리그에서 사용되고 있는건
메이저리그의 한심함이라고 말해야 될 듯 하네요
(한번 애들한테 그 단어를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럭셔리 섹시 같은 더 노골적이고 천박한 단어들도 판을 치는 세상이니 되려 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군요...
이 말씀이 완전 정답이네요.
님은 호리병을 핥핥 핥고 먹고싶진 않잖아영
유이는 엔지 비욘세의 허벅지에 가당한 말이라고 생각 됩니다만... ㅡㅡ;;
구릿빛 피부때문에 시각적 효과 1000배 상승
>> 은근슬쩍 잉여짓을 하던게 이제 대놓고 잉여짓을 하는 느낌 (...........)
저런단어 하나에 오르가즘을 느낄 상상력이면
사막을 정글로 만들수 있을듯
하지만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이 문장을 쓰기위해서 무언가 사족을 덧붙이고
싸움을 좋아하는 비로그인 유저나 파이터들은 사족에 파이트를 걸려고 하지요.
이것이 바로 이글루스의 진실.
마지막 문단은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꿀벅지'라는 단어에서 성적인 의미를 도출해내는 사람을 이해 못하겠네요
아니면 세상이 내가 생각 한 거 보다 훨씬 더 저어~~~쪽에 가있는 건가요?
제 남친은 꿀벅지를,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 같은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귀여운 허벅지, 라고 생각했대요. 상상력도 다들 다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