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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한국 식생활의 빈부 격차 - 하루 섭취 칼로리 + 통계로 본 밥상



보건복지부 산하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매 삼년 단위로, 국민 약 12,000 가구를 대상으로 식품 및 영양 섭취, 질병, 건강상태 등을 심층 조사하고 통계를 산출한다. 한 사람당 몇백 개의 문항에 대답하는 방대한 양의 통계라서 요약 보고서를 읽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닌데,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소득 수준별 음식 섭취량을 봤을 때 저소득층은 하루 1.22Kg, 고소득층은 하루 1.39Kg의 음식을 먹으며, 칼로리 기준으로는 저소득층 1795Kcal, 고소득층 1890KCal로 약 100KCal이나 차이가 난다는사실이었다. (옛날의 포스팅 참조 http://coldstar.egloos.com/4361173 ) 


후진국에서는 고소득층이 많이 먹고 저소득층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OECD 가입국이니 없어서 못 먹는 단계는 지났을 것 같다. 요즘의 패스트푸드 등 정크푸드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요리를 할 시간도 없어서 고칼로리의 정크푸드 소비량이 많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이런 경험담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럴듯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읽은 통계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고소득층이 오히려 섭취 칼로리가 더 높다고? 의외의 숫자에서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통계의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기 평균 섭취량의 숫자에는 왜곡요인이 있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 사분위의 최하위 계층은 소득 수준이 낮은 시골의 노인 비율이 높다. 그래서 위의 평균에 등장하는 저소득층은 고소득층 대비 연령대가 10세 이상 높다. 통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령대와 성별 등 외부요인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추고, 소득수준과 영양섭취량 만으로 숫자를 뽑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나는 10년 전 잠깐 쓰던 통계툴을 다시 찾아내어 200 메가짜리 통계 데이터를 얹은 후 삽질을 시작한 것이다.  


평균 1일 섭취 칼로리 :
저소득 - 1577 KCal
중소득 - 1678 KCal
중상층 - 1781 KCal
고소득 - 1827 KCal
평균 - 1730 KCal

공식적인 분석자료 상의 칼로리보다 조금 작은 수가 나왔다. 아마 통계 산출 기준에 일부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0세 이하를 제외한다든지, 최고/최저 5%의 anomaly를 제외한다든지. 아무튼 내가 산출한 통계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은 1인당 1827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이는 저소득층의 1577 칼로리보다 250 칼로리, 즉 15% 이상 많은 양을 섭취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수준과 칼로리 섭취량이 정비례하고 있다.

평균 섭취 칼로리의 공급원 (단백질/지방/탄수화물) : 

저소득 - 단백질 206, 지방 222, 탄수화물 1116 칼로리

고소득 - 단백질 268, 지방 355, 탄수화물 1173 칼로리

그런데 눈에 띄는 특성은, 흔히 저소득층이 기름지게 먹을 것이라는 가설과 달리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지방으로부터 흡수하는 칼로리가 엄청나게 높다. 다시 저 숫자를 비율로 계산해보면, 


저소득 - 단백질 14%, 지방 13%, 탄수화물 73%

고소득 - 단백질 15%, 지방 20%, 탄수화물 65%


고소득층에서 지방 섭취 비율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전술했듯이 아직까지는 이 데이터는 아직 소득그룹간 비교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저소득층의 나이가 평균 10세 이상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연령대를 기준으로 칼로리 섭취량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다. 



분홍색 그래프는 고소득층, 파란 그래프는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은 15~34세 사이에는 고소득층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만,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5~34세 연령대 중에서도 특히 남성의 섭취 칼로리 비율이 훨씬 높다.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블루컬러 인구의 음식 섭취량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높은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유년 및 소년기의 식사 부분이다. 저소득층에서는 엄마가 맞벌이하느라 바빠서 대충 햄 깡통 같은거 따주거나 돈을 쥐어주고 햄버거를 먹인다...는 가설을 자주 듣게 되지만, 지난 몇 번의 통계를 통해 이미 살펴보았듯이 햄 등 가공식품 소비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눈에 띄게 잦은 경향이 있다.(http://coldstar.egloos.com/4477366 ) 


유년 및 소년기의 섭취 칼로리를 한 번 살펴보자.  


0~4세 영유아의 섭취 에너지
저소득층 : 931 (단백질 120, 지방 215, 탄수화물 596) (단백질 13%, 지방 23%, 탄수화물 64%)
고소득층 : 1110 (단백질 155, 지방 248, 탄수화물 708) (단백질 14%, 지방 22%, 탄수화물 64%)
매우 불행하게도, 영유아들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빈부격차를 자신의 입으로 체험하게 된다. 필수 영양소의 섭취 비율은 거의 동일한데 비해, 섭취량은 고소득층이 거의 20% 가까이 더 많다. 이것은 음식 자체의 질의 차이, 양육 환경이나 양육 방법 등 다양한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  

5~15세 청소년의 섭취 에너지
저소득층 : 1561 (단백질 212, 지방 307, 탄수화물 1044) (단백질 13.5%, 지방 19.6%, 탄수화물 66.8%)
고소득층 : 1761 (단백질 248, 지방 377, 탄수화물 1135) (단백질 14.1%, 지방 21.4%, 탄수화물 64.5%)
소득수준에 따른 섭취 에너지의 차별화 경향은 5~15세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고소득층 아동은 저소득층 아동보다 10% 이상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그리고 밥보다는 밥 이외의 음식에서 많은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기름지게 먹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실제 고소득층의 지방 섭취량이 더 많다.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서, 밥도 많이 먹고, 고기와 지방도 더 많이 먹는다.  


통계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식생활의 빈부격차는 미국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이 다시 확인되었다. 통계라는 거대한 숫자 속에 가려진 다양한 문제들, 즉 질병에 가까운 초고도비만이라든지, 질이 낮은 농축산물 문제라든지, 인스턴트 식품 과다 섭취 등의 문제를 무시하면 안되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식생활의 빈부격차는 절대적 섭취량의 차이, 그리고 부식 및 간식 섭취의 다양성의 부족 문제가 더 크다. 가난한 사람은 고소득층만큼 마음껏 먹지 못한다. 섭취량이 평균 10% 적다는 것을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열흘 중 하루는 굶는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밥상에 대한 토론은 이와 같은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후기 아닌 후기> 국민건강영양조사 4기, 2008년도 분석자료를 활용했다. 약 5년 전 글을 쓸 당시로는 비교적 최근 통계였으나, 어느 사이 강산이 절반은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났다. 국민의 식습관 변화를 추적하기에 5년은 그다지 긴 세월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워낙 변화가 빠른 나라여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덧글

  • 오시라요 2010/10/10 17:27 # 답글

    미국 결과로는 1cm 클수록 연봉이 몇백달러씩 많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치면,
    고소득층에서 태어난 아이들일수록,
    키가 더 클 확률이 높고, 그들의 연봉도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빈부격차가 대물림되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찬별 2010/10/10 18:00 #

    실제로 그런 통계가 있군요. 저도 키가 크면 상대에게 위압감/자신감을 주고... 등등의 이유 때문에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저 통계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vf2416 2019/07/13 07:56 # 삭제

    강냉이밥을 권장함2MB처럼 맨밥에 간장 먹던가ㅋㅋ http://pann.nate.com/talk/320596037
  • Frey 2010/10/10 20:41 # 답글

    이 자료 분석한 것만 가지고도 논문이 나오겠는데요 (...) 가난한 이가 더 체구가 작다는 건 약간 충격적입니다;
  • 찬별 2010/10/10 21:21 #

    설문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큰 샘플을 대상으로 잘 설계되었기 때문에, 웬만큼만 분석 하면 어지간한 학위논문 정도의 결과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 산을넘는바람 2010/10/11 03:54 # 삭제 답글

    통계청 사람들이 이거 보면 깜짝 놀랄 듯...ㅎㅎㅎㅎ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_~
  • 찬별 2010/10/11 06:50 #

    통계청 사람들이 놀랄리야 ^^
    감사합니다~
  • 2010/10/11 21: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찬별 2010/10/11 21:35 #

    칭찬 감사합니다 ^^;

    운동량은 통계 데이터 항목에서 못 봤던 것 같네요. 하지만 아연, 요드, 철분 같은 미량 영양소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악순환 부분은 정말 어떤 답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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