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라서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와 동아시아 일부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세계인의 식품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갓 짠 우유는 상하기 아주 쉽다. 균의 입장에서 우유는 번식하기 아주 좋은 장소다. 따뜻하고, 촉촉하고, 영양가가 풍부하다. 어미소가 원래 가지고 있던 병균, 젖꼭지나 용기에 있던
바이러스박테리아, 공기중에 떠다니던
바이러스박테리아 등등이 모여들어 번식하기 시작하면, 생우유는 한나절 만에도 상하고 반나절 만에도 상한다.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는 한두시간만에 상하기도 한다. 멸균된 우유도 여름날 실온에서는 이틀 이상 가지 않는다.
우유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각 문화권별로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어왔다. 요거트, 치즈, 버터 등은 모두 기원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찾기 어려운 오래된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약으로 사용되던 <타락> 또한 유가공 저장품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우유를 가공한 성인들의 식품이다. 우유 자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한 기술은 근세에 이르러 발전하게 되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19세기 중반, 뉴욕에서 발생한 <썩은 우유 파동>이었다.
Swill milk breakout
아직 우유가 산업화/공업화 되기 전, 우유는 아주 정겨운 방식 (또는 아주 원시적인 방식)으로 유통되었다. 농장에서 키우는 젖소에서 우유를 짜내어 큰 통에 담은 후, 수레에 우유통을 싣고 배달하는 형식 말이다. 각 가정에서는 됫박이든 병이든 우유를 담았을 것이고 말이다.
▼ 독일, 1932
19세기, 플란더스
이런 상황에서는 우유의 품질에 대한 표준이나 또는 통제가 가능할 리가 없다. 불과 반나절만 지나면 상해버리는 우유는 유통과정에서 적지 않게 변질되었을 것이다. 팔다 남은 어제의 우유를 섞기도 했을 것이다. 상한 우유를 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밀가루를 풀거나, 석회가루를 풀거나, 멜라민(...)을 섞거나 했을 것이다. 물을 섞어서 양을 좀 불렸을 수도 있다. 파트라슈가 배고플 때 우유통에 주둥이를 박고서 먹었을지도 모른다.
상한 우유는 어른은 마시다가 맛이 이상해서 뱉는다거나 또는 잠시 배탈을 앓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유아들은 아무 말 못하고 이 우유를 먹어야 했고, 그 결과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다. 1858년도의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1854년 뉴욕의 사망자 총 14,948명 가운데 8,000명 이상이 상한 우유를 마시고 죽은 영유아라고 한다.
이 뉴스는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낙농업체와 결탁된 시 정부 위원회의 조사단은, 이 상한 우유가 오히려 어린이들의 건강에 좋다는 기발한 결론과 함께 수사를 종결지었다고 하는데... 이상의 이야기와 관련된 상세한 기사는 迪倫님의
http://dylanzhai.egloos.com/2911697 이 포스팅을 참조해주시고...
연유와 분유의 유행
분유는 우유에서 수분을 완전히 건조시킨 것이다. 습기를 제거하면 잘 상하지 않으므로 보존이 간편해지고, 또 산업용으로 이동성이 높아지며 창고 비용을 덜 먹는다.
처음 분유를 개발한 것은 1832년에 러시아 화학자인 M. Dirchoff(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였고, 또 1837년에는 월리엄 뉴튼이라는 사람이 진공 건조 생산법을 특허냈다고 한다. 1855년 미국의 T.S.Grimwade가 제조법과 관련된 특허를 다시 냈다고 하는데, 아마 당시의 영유아 사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연유를 발명한 것은 게일 보든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휴대 간편하고 보존성 좋은 음식으로 사업을 하려던 사람으로, 미트 비스킷 이라는(아마 육포 비슷한 물건 아닐까 싶은데...) 제품을 만들어서 군납하려다 실패 후, 대신에 우유를 진공농축시키는 기술로 승부를 걸게 된다. (또는 그의 어린 자식 몇 명이 1850년 경 상한 우유 때문에 잇달아 죽으면서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유... 라면 모두들 알고 있는 팥빙수 먹을 때 타먹는 바로 그 물건인데, 진공상태에서 액체의 끓는 점이 낮아져, 열을 가하지 않고도 우유의 수분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다. 수분을 60% 제거한 농축우유(evaporated milk)에 남아있는 우유 무게의 100~150%에 달하는 설탕을 넣고 졸이면 그게 바로 (가당) 연유가 된다. 진공포장된 연유는 캔을 열지 않으면 몇 개월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그의 연유 회사는 1856년 창업한 후 약 2년간 어려움을 겪다가 1858년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사세가 급확장되는데, 아마 1858년의 Swill Milk Breakout 에 따른 이익을 꽤 얻었을 것이다. 이후 1861년의 남북전쟁과 함께 그의 연유는 군납품으로 제공되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다.
가당 연유는 현대에도 주로 간식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동남아에서는 커피-홍차에 넣어먹고, 서양에서는 빵/케이크 등 디저트에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팥빙수)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물을 붓고 끓여도 다시 원래의 우유 형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반면 설탕을 섞지 않은 농축우유의 경우에는 물을 부으면 다시 우유와 비슷하게 된다. 1920~1930년대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젖 대신 먹이기 위한 농축우유가 크게 유행했다.
자료는 대부분 다 위키에서 긁어옴. 위키의 여러 기사 간에 상호 충돌되는 내용도 있는데, 일단 기본적인 기사는 이렇다.
우유 살균의 역사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요약해보자면...
1860년 : Louis Pasteur, 살균이론 정립
1870년 : Fjord, 우유에 살균법을 적용
1888년 : A. Caille, 멸균기 개발
1893년 : 125 ℃, 5분 연속살균법 개발
1894년 : 스팀주입식 직접살균법 개발, 병장멸균법
1912년 : 130-140 초고온 순간 연속식 살균법 특허
1914년 : 뉴욕시, 61.1-62.7 ℃ 30분 살균법 고시
1927년 : HTST 살균법 등장
1932년 : 용기내 멸균법 실용화
1949년: 간접식 UHT 열교환기 실용화 보급
1932년 : 용기내 멸균법 실용화
1949년: 간접식 UHT 열교환기 실용화 보급
1951년 : 무균포장법 개발 (James Doles사)
1952년 : 무균충전용 UHT 처리시스템 개발
1961년 : VTIS 공법 (알파라발), Tetra-Pak 시스템
1991년 : 캐나다, MF-ESL 우유 생산
Tetra-Pak, UHT-ESL 우유생산
우유 열처리법 국내 변천사
1933년 : 일본, LTLT 살균법 도입
1937년 : 한국, (협)경성우유 생산개시
1957년 : 일본, UHT 멸균법 도입
1965년 : 일본, 멸균우유 최초생산
1974년 : 한국, 멸균우유 최초생산
년 : 한국, UHT-ESL 우유 최초생산 (매일유업)
년 : 한국, 튜브식 열교환기 최초도입 (남양유업)
이 내용은 검색질하다 발견된 [천안 연암대학 박승용] 강의자료.
그런데 어려서부터 항상 우유 살균법인 UHT의 <135도에서 2초간 살균>
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꼬꼬마 찬별의 상상
1) 우유를 냄비에 부은 후, 135도의 연탄불 위에 2초간 올렸다가 내려놓는다 ;;;
2) 135도의 냄비에다가 우유를 확 부었다가, 2초 후에 치운다;;;
3) 가마솥 같은 곳에 우유를 넣은 후, 135도의 쇠몽둥이를 2초간 넣었다가 뺀다 ;;;
4) 얇고 넓은 후라이판에 우유를 1밀리미터 두께로 깔아놓은 후, 135도의 넓고 넓은 샌드위치 판 같은 것으로 위에서 2초간...
뭐 이런 상상만 하다가, 역시 상기 강의자료에서 실체를 알만한 그림을 찾아냈다.
사실 봐도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35도의 얇은 관을 초고속으로 통과시키면서 살균시키고, 즉시 냉각시킨 후, 엉킨 것을 부숴뜨리는 균질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유 생산 공정은 검사 - 여과 - 냉각 - 균질 - 살균 - 포장 - 보관 - 출고 인데, 저 기계에서는 대략 여과-냉각 이후의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한편 이 짤방은 러시아/중앙아시아에서 먹는다는
Ryazhenka ㄴ... 라젠카라고 읽어도 되는거샤??? 아무튼 그런 우유. 영어로는 baked milk라고 한다는데, 우유를 러시아 전통 오븐에 넣고 하루 정도 구워낸다. 상온에서 약 40시간 정도 보존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생긴 것 참 신기하다 ㅋ
덧글
참고로 플란다스의 개 실물 사진인데, 의외로 흥미있지않은가 해서 알려드립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Dogcart3.jpg
주말 잘 보내시길!
원본 사진속의 플란더스의 개는... 도사견이었군요 -_-
살균되서 안전한 우유를 계속 공급 받을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참...음식도 냉장보관,살균도 없고
게다가 수도도 없던 시절 생각하면...병에 많이 걸릴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우유가 브랜드에 따라 맛이 다른건
그런 살균 과정에서 갈리는건가요?
방법이 다르다던가...?
살균과정보다는 지방을 얼마나 제거하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던데
저는 저렇게 이해했는데 아저씨 말론
치즈를 많이빼는 ** 우유는 다른 우유에 비해 맛이 싱겁다고 하더군요..
사실 목장 생우유의 맛은 소가 그날 저녁에 뭘 먹었느냐;;; 에 따라서 가장 많이 갈린다고 합니다. 공장제 우유는 균질화 과정을 거치니까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비로긴님 지적대로 부산물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맛을 가르는 큰 요소가 되겠죠. 그 외에도 살균 과정이나, 또는 운송/처리/보전 과정 등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네요.
구운 우유 비슷한 걸 남미쪽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연유 만드는 것이랑 비슷하게 우유를 오래오래오래 가열하면 농축되어 달달한 돌체가 된다던데..-ㅠ-
뜨끈한 우유가 한 잔 마시고 싶네요.
이번 맛의 달인을 보니 생우유에 대해 극찬하던데
오래 전 살균을 안했을 땐 정말 무서웠군요...
저지방우유가 싱거운 것도 지방이 없어서 그렇죠
젖소가 건강하고 착유과정에서 잡균이 안 들어갔으며, 완전 무균포장이 가능하다면.... 그래도 생우유가 일주일씩 간다니... -_-;;
해당 과정은 pasteruization 전에 행해집니다.
목적은 단지 지방과 액체층의 분리를 막기위함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4)번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