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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대 사건 인생



해마다 연말에 이 글을 쓴다. 나름 오래 해왔고, 스스로 의미있는 전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12월 초중순이 되면 한해의 마무리를 쓰고 싶어서 기대(...)를 한다. 물론 해마다 '올해는 뭔가 특별한 일이라고는 지지리도 없었다' 정도의 멘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특별한 일이라고는 지지리도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왔다. 올해는 그런 기대가 없었던 첫 번째 해인 것 같다. 연말에 뜬금없이 너무 (업무가) 바쁜 이유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그래서 써보자면 

1. 글을 쓰지 않았다. 스무살이 넘은 이후로 작가지망생 또는 작가 또는 번역가로서 글을 쓰지 않았던 첫번째 해인 것 같다.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닌데, 왜 이렇게 쓰고나니 마음 한 켠이 아리고 애틋한지 모르겠다;; 이것이 올해의 10대 사건 중 단연 첫번째이다. 

2. 글을 쓰지 않은 첫번째 이유는 바빠서이다. 나는 취업 이전까지, 심지어는 직장생활 10년차쯤 까지도 한국 재벌계 대기업의 관리직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해보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에 깨달았는데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을 보고나서였던 것 같다. 아무튼 근데 나는 그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재벌계 대기업의 관리직이 되었고, 그래서 존트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올 한해는 그런 해였다. 게다가 연말에는 조직장도 바뀌었고, 그래서 직장생활 이래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올해의 10대 사건 중 단연 두번째이다. 아니 첫번째인가? 

3.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지 않는 대신 무크로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을 공부했고(이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요즘은 개나소나 덤비는 데이터사이언스에 나도 한 마리의 동네 똥개가 되어 수강을 하고 있다. 이건 두번째나 세번째는 아니다. 

4. 요즘은 해마다 가는 것 같은 일본 여행을 올해도 다녀왔고, 내 일본어가 이제 여행가서 음식주문하거나 물건 사는 정도는 할 수 있게된 것을 확인했다. 이건 안 비밀인데 나도 한 마리의 덕후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와 마이코 유키의 팬으로서 지난 15년전부터 일본어를 알았으면 했고, 일본어 입문 책은 5번쯤 샀던 것 같은데, 전화영어 3년만에 아무튼 기모찌와 야메떼 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5. 여름에는 회사의 5주년 근속 휴가를 맞이해서 베트남을 7박8일인가 다녀왔다. 뭐 여행은 나름 좋았지만 딱히 대단하진 않았다. 이제 여행은 뉴질랜드 35박 36일쯤 가지 않는 이상은 전세계 어디를 가든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어 잠시 수정. 뒤져보니 내가 올해 3~4월까지는 뭔가 글을 쓸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었나보다. 비밀글로 저장해둔 것 중에, 글로벌 기업의 초기 창업사를 잠시 정리하다가 만 것이 있다. 

6. 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라면, 초기 전력산업의 역사를 그린 "빛의 제국"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초기 역사가 궁금해서 몇 권의 책을 찾아읽다가 발견했는데, 전력산업의 초기는 인터넷산업의 초기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종종 인터넷 때문에 세상이 빨리 변한다거나, 서비스가 1억 사용자까지 도달하는데에 옛날에는 10년이 걸렸으면 지금은 반년이면 된다... 는 류의 그래프들을 보는데. 뉴욕에서 첫 번째 전깃불을 켠 뒤, 경복궁(이거나 경희궁이거나 아무튼 어딘가)에서 임금 눈앞에 전깃불을 켜보이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7. 김냉면 어린이가 초등학생이 되었고, 아직도 애기 티가 나지만, 그런 중에도 쑥쑥 자라는 것이 체감된다. 강아지는 이제 가족이 되었다. 귀엽고 멍청하고 정겹다. 그리고 아직 두 살인 이 강아지가 언젠가 늙어서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생각을 한다. 

8. 건강검진에서 위궤양 진단이 나왔다. 정확히는 십이지장 궤양이거나 또는 십이지장 궤양일지도 모르는 염증 흔적 정도인데, 아무튼 그래서 약을 먹는 약 40일간 술을 끊었고... (그 기간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 정도밖에 안 먹었다) 지금은 다시 술을 마신다. 아 그리고 내가 2008~9년쯤에 그토록 몸이 힘들고 피곤했던 것이 갑상선염 때문인 것을 올해에야 알게 되었다. 과거 건강검진 진단 결과를 전수 조사해서... 
어 잠시 또 수정. 내가 SF 운명의 운석을 번역한 게 올해 1~2월이었다. -_- 올해도 글 많이 썼구나. 

9. 스타2를 다시 시작했다. 요즘은 열심히 하고 있다. 

빅토리아 비터를 세 캔째 마시는 중. 아 빅토리아 비터는 뚱딴지 닮은 박카스병에 들어있어야 제맛인데.... 

10.... 올해의 기계는 글쎄? 연말에 바꾼 V20 중고 전화기? 작년말에 바꿔서 올해 주력 기계가 된 Plum35 키보드? 아... DELL 모니터 샀는데 이거 만족도 괜찮다. 다만 생활을 바꾸지는 않았다. 뭐 그 정도? 

그리고 2005년부터의 지난 13년치 기록을 정주행했다. 처음 시작은 장난이었는데 해마다 진지함의 도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늙어서 그런가보다. 







덧글

  • vindetable 2017/12/30 00:30 # 답글

    올해도 다갔네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 찬별 2018/01/06 10:02 #

    어느 사이 새해 하고도 한 주일이 지나갔네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지나가다 2018/02/06 15:43 # 삭제 답글

    전화영어로 일본어를 배우시는 센스! ^^;
  • 찬별 2018/02/11 22:08 #

    역시 일본어는 영어로 배워야 제맛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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