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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전쟁 (2) + 긴소설



#3. 


미국의 폭격기가 멕시코 영공을 넘고 있을 그 때, 투쏜으로부터 열 몇시간이 걸리는 거리의 인도, 벵갈로르에서도 똑같은 몬스터가 나타났다. 헬스틱. 


인디아는 미국과 다른 나라이고, 벵갈로르는 투쏜과 다른 곳이다. 투쏜은 비록 미국 내에서 지방 대도시 정도이지만, 일부 중심지를 제외하자면 광활한 대지 위에 사람과 건물이 드문드문 뿌려진 곳에 가까웠다. 물론 헬스틱이 나타난 곳은 그 일부 중심지에 속했기는 하지만, 그 중심지조차도 벵갈로르의 가장 한적한 곳보다 인구밀도가 낮을 것이었다. 


투쏜은 미국이지만 그 중에는 작고 한적한 도시였고, 방갈로르는 인디아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발전하고 번잡한 도시였다. 그런 방갈로르에 헬스틱이 나타났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 고층빌딩과 움막이 공존하는 이 도시에서 헬스틱이 나타난 곳은 고층빌딩이 있는 쪽이었다.  


아시아에 나타난 헬스틱은 투쏜의 헬스틱과 다르지 않았다. 아주 오래된, 잉카의 고성같은 느낌. 면도칼 들어갈 틈도 없이 정교하게 벽돌로 쌓아올려 세월에 적당히 풍화된 돌기둥같은 모습. 아랫쪽은 돌탑처럼 굳건하게 단단하지만,  가로등이라면 고개가 꺾인 위치 정도부터는 두리번 거리듯 천천히 움직였다. 


어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던 대참사는 이미 방갈로르에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방갈로르 시민들에게 공상과학소설 이상의 영향을 주지는 못했었다. 지난 반년간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 B62와 그에 의한 지구의 위협에 대한 기사가 뉴스를 장식했지만, 그것이 방갈로르 시민들의 일상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그래서 눈앞에 헬스틱이 나타나서 우뚝 솟았을 때, 바로 그 앞에 있던 사람 조차도 그것이 헬스틱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냥 갑자기 돌기둥이 솟아났네, 돌기둥이 주변의 대형 건물들과 비교하면 꽤 작고 초라하네, 그런데 뭔지 모를 위압감? 경계심? 같은 것이 드네. 이게 뭐더라, 어디선가 봤는데, 혹시 어제 뉴스에.... 투쏜에 나타났던... 설마? 정말? 


사람들이 상황에 대한 의심을 가졌고, 어떤 여자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하듯 헬스틱의 머리 꼭대기에서 입이 열렸다. 그리고 참고 참았던 거북한 속을 게운다는 느낌으로, 입으로 불덩이를 토했다. 


- 콰쾅, 콰쾅, 콰캉


세 차례나 연달아서 불덩이가 쏘아져 나갔다. 불덩이는 대기권에 돌입해서 불타오르는 소행성의 느낌이었다. 일백 미터가 넘는 거대한 빌딩, 어느 IT기업의 본사 건물에 잇달아 직격했는데, 첫 두발은 건물의 칠층과 오층을 불바다로 만들면서 관통해서 건물 뒷편의 다른 건물을 덮쳤고, 마지막 세 번째의 일격은 건물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쳐, 12층부터 20층까지를 불질렀다. 하지만 화재는 그나마 둘째 문제. 건물은 불덩이에 부딪힌 반대방향으로 마치 바람에 떠밀리듯 기울다가, 마침내 그대로 쓰러졌다. 


백이십미터의 건물은 넘어지면서 오층 건물 두 채와 사차선 도로위를 달리던 차량 수십 대 , 그 도로 건너편에 다시 오층 건물 두채를 집어삼켰다. 


이어서 헬스틱은 마치 개가 침을 흘리듯 입으로 불꽃을 주르륵 흘렸다. 헬스틱의 주변이 불바다가 되었다. 헬스틱은 그로부터 약 이십분 동안, 간헐적으로 불을 뿜어댔고, 주변이 점점 불덩어리가 되어가던 무렵, 경찰 병력이 도착했다. 


헛되게 권총으로 돌기둥에 총을 쏘는 사람들 사이에, 연발 유탄 발사기를 가진 사람이 하나 있었다. 경찰이 군용 무기를 왜 가지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여기까지 들고 왔는지, 그리고 그걸 도심 한 복판에서 쏴도 되는지... 같은 것은 아마도 여기가 미국이 아닌 인디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먹만한 유탄이 퓻퓻퓻퓻 하는 소음과 함께, 골프공 같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헬스틱을 향해 날아갔다.  오륙십미터 거리에서 날린 유탄 여섯 발이 거의 연달아서 헬스틱의 여기저기를 후려갈겼다. 애초에 정조준해서 쏘는 무기가 아닌 연발 유탄을 이 정도로 직격시킨 것은 거의 국가 최고 수준의 명사수라고 불러도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큰 불이 치솟았다. 헬스틱이 서있던 자리에서, 마치 교통사고 현장에서 휘발유가 새어나와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했다. 헬스틱은 허공으로 불을 뿜어올렸고, 반경 수십 미터 범위가 불길에 휩싸였다. 유탄을 발사했던 사수도 화상을 입었을 만큼의 폭발이었다. 


불길이 가라앉을 무렵, 그 가운데에는 헬스틱의  잔해, 돌기둥 한 채가 남아있었다. 






덧글

  • 불옆 2018/06/11 19:40 # 삭제 답글

    신작 연재 인가요!!
    재미있네요 ㅎㅎ
    3편도 부탁드립니다!!!
  • 찬별 2018/06/17 23:04 #

    스토리 생긴게... "그리고 지구는 멸망했다" 로 끝내기 아주 좋게 생겼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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