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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의 설화 - #5. 칭 유와 캬인 우 + 번역



CHING YUH AND KYAIN OO.

THE TRIALS OF TWO HEAVENLY LOVERS.

칭 유와 캬인 우,

두 하늘의 연인들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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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전에. 견우와 직녀 이야기인 척 하고 있지만 내용은 고소설인 백학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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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 유와 캬인 우는 태양 주위의 별이다. 그들은 서로를 미친 듯 사랑했고, 왕의 허락을 받아서 결혼을 했다. 그들은 정말 행복한 한쌍이었고, 서로에게만 탐닉하고, 서로를 위해서만 살았다. 그들은 항상 포옹하고 있었고, 그들의 삶의 나머지 기간 내내 신혼여행을 즐길 듯 살아갔다. 그러면서 맡겨진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마침내 왕은 이 부부를 처벌하기로 결심했다. 부부 중 하나는 천국의 동쪽 끝으로 보냈고, 다른 하나는 정 반대편의 끝, 천국을 반으로 나누는 거대한 강(은하수)의 건너편으로 보냈다. 
그들이 보내진 거리는 끝없이 멀어서, 가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고 왕복에는 1년 전체가 걸렸다. 그들은 해마다 보내진 자리에 있다는 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서로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왕복 이동을 제외하면 오직 하루밤 뿐이었다. 그리고 명령을 어기고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나러 왔을 때에도 그들은 오직 넓은 은하수 강변의 양쪽에서 서로를 멀리 볼 수 있을 뿐이다. 유일한 희망은 까마귀들이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주는 시점 뿐이다. 까마귀들은 머리 위에 다리를 건설할 재료를 짊어지고 다니며,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일곱번째 달이 뜨는 동안 까마귀의 머리는 털이 벗겨져서 대머리가 된다. 
서로를 사랑하는 한 쌍이 오랜 기다렸다가 아주 짧은 순간 만나고 헤어져야만 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부숴지듯 아프고 슬픈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거대한 슬픔 때문에 흘린 눈물이 비가 되어 온 대지를 적시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 슬픈 만남을 갖는 것은 일곱번째 달의 일곱번째 날 밤이다. 그 날은 보통은 비가 내린다. 만일 그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통은 정기적인 우기가 미루어지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도래한다. 그 때에는 목마른 대지가 연인들의 슬픔에 동참하여 함께 탄식을 하며, 눈물의 샘조차도 흘러나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I.
유 타 중You Tah Jung은 매우 현명한 공무원이었고,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 공무원들의 부패한 행동을 견디기 힘들었고, 왕궁에서의 삶에 점점 불만이 생겨나서, 마침내는 은퇴 허가를 얻어내고 공직에서 은퇴해서 시골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었고, 그러므로 그는 앞으로 살아가려는 고독한 삶에 더더욱 만족했다. 그의 부인은 타고난 품성이 매우 훌륭했고 서로 마음 깊이 공명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욕심이 하나 있었다. 이제까지 잠시도 잊지 않았지만 결코 해결되지 못한 소망. 그것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 딸아이 하나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유 타 중은 자신의 토지를 경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후손이 없더라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낚시를 즐기고, 들판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자연 속의 평화롭고 충만된 시간 속에서 점점 더 지혜가 쌓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봄철이 되어 새싹이 트고 짝짓기가 시작되면 그는 다시금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번성했던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라서, 그가 자손을 낳지 못한다면 대가 끊어지는 것이다. 조상들이 얼마나 불쾌해할까. 그는 나중에 천국에서 자신의 조상들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무덤 앞에서 절을 하고 그의 영혼에게 제물을 바칠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그는 자신의 가엾은 부인과 함께 한탄했다. 부인은 그에게 또 한 명의 아내를 들여서 걱정거리를 없애자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금의 행복한 삶에 또 한명의 아내를 들여서 불화 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이가 나빠지기는 커녕, 그들의 불행은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가깝게 묶어줬다. 그들은 매우 독실하고 경건했고, 아들 한 명을 얻게 해달라고 하늘에 늘상 기도했다. 어느 밤 부인은 기도를 하면서 잠에 들었다가 아주 특이한 꿈을 꿨다. 
북극성의 주변에서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있더니 아주 아름다운 소년 한 명이 흰 색 깃털로 만든 놀라운 부채를 타고서 부인을 향해 날아왔다. 소년은 부인에게 다가와서 몸을 숙였고, 부인은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저는 위대한 북극성의 일원입니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러 북극성에서 쫓겨나 몇 년간 지구로 오게 되었는데, 이 부채를 들고 당신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이 부채는 언젠가 당신과 저의 생명을 구해줄 것이구요.”
그녀는 기쁜 속에서 잠에서 깨어났다가, 그 아름다웠던 광경이 꿈에 불과한 것을 알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그 다음 해 봄에는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나게 되어서 그녀는 다시 기쁨에 가득차게 되었다. 아이는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웃 사람들 모두의 화제가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를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자 외모 뿐만 아니라 우아한 성품도 도드라져 보였다. 
이후 십년 간 그들은 행복한 시골집에서 더할나위없는 만족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이름은 팡 누(Pang Noo)라고 불렀다. 성이 유씨였기 때문에 전체 이름은 유 팡 누였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아이를 가르쳤으나 십 년이 지나자 어머니로서는 도저히 아이를 가르칠 수 없게 되었고, 지식을 많이 쌓은 그의 아버지 조차도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무렵 그들은 남 주 운Nam Juh Oon이라는 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아. 교육을 위해 아이는 선생에게 보내기로 결정이 내려졌고, 곧 다가올 이별을 생각하며 그들 모두는 가슴 깊이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도와 어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마음을 굳게 먹게 되었고, 새로운 스승을 향한 길을 떠났다. 품 속에는 아름다운 깃털 부채를 간직한 채로 말이다. 
그 부채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매우 소중하게 다뤘는데, 특히 그가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의 특이한 꿈속에 나왔던 부채이기도 했기 때문에, 악귀를 쫓아내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수호 부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II.
매우 이상하게도 방금까지 이야기헀던 것과 매우 비슷한 일이 바로 이웃 지역에 사는 또 한 명의 모범적인 사람인 초 성 누Cho Sung Noo에게도 일어났다. 그는 매우 고위직에 종사했으나 계속적인 불운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져서 은퇴하게 되었다. 유 타 중과 마찬가지로 그도 번성한 가족의 후예이지만 자식이 없었다. 또한 매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고 둘째 부인은 없었으며 앞으로 들일 생각도 없었다.  
유씨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던 무렵에, 마찬가지로 평생 하늘에 아이를 청하는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조씨의 부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녀는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언덕으로 갔다. 들짐승의 흔적이 없는 깨끗하고 평평한 곳에 앉아서 환한 달빛을 받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녀는 칭 유와 캬인 우의 만남을 목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들의 고난스러운 운명을 생각하며 마음 아팠다. 그러던 중 잠에 들었는데 네 개의 바람이 그녀에게 다섯 개의 부드러운 구름에 떠받쳐진 아름다운 가마를 운반해왔다. 가마 속 의자에는 작고 예쁜 소녀가 기대어 있었는데, 현실 세계에서 본 적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의자는 금과 옥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의자가 다가오자 꿈을 꾸던 여인은 큰 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니, 아름다운 아이야? ”  
아이가 대답했다. “네, 저를 아름답다고 해줘서 기뻐요. 그러면 제가 당신의 곁에서 머물러도 되겠죠? ”
“나도 꼭 그렇게 하고 싶구나, 하지만 넌 내 말에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잖니.”
“맞아요. 나는 천국의 왕비님의 시종이었어요. 하지만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잘못이 있어서 당분간 땅으로 추방되었어요. 제가 함께 살도록 허락해주실꺼죠? ”
“그래, 그렇게 하마, 아이야. 우리에게는 자식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네가 뭘 잘못했길래 다른 별들이 너를 쫓아냈는지 이야기해주렴.”
“예, 이야기 드릴께요. 매년 칭 유와 캬인 우가 재회할 때, 그들이 슬피 울면서 지상의 인간 커플은 항상 서로 함께 지내는데 그들은 일 년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어 슬프다고 하더군요. 지상의 인간들은 기껏해야 80년을 살 뿐이지만 그들은 수명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철없이 부러워하는 지상의 인간보다 훨씬 더 오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는거죠. 그래서 나는 이 불행해하는 커플에게 교훈을 주기로 했어요. 지난 칠월 칠석날, 하늘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거의 만들어지고 두 커플이 달려와 포옹하기 직전에 까마귀 떼들을 쫓아버렸어요. 결국 그들은 서로 닿지 못했죠. 장난이 심했던 것도 맞고, 잘못했던 것도 맞아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면 큰 홍수가 난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나 때문에 인간들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나는 쫓겨난거죠. 이제 저를 돌봐주실꺼죠, 친절한 부인께서? ”
그녀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다시 바람이 불어와서, 의자에 앉았던 아이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때 여인은 잠에서 깨었고, 자신의 주변에서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제외한 다른 것은 모두 꿈인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빠르고 완벽하게 성장했다. 이웃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어떤 이웃은 그녀가 초자연적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열 살이 채 되기 전에 ‘신의 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조그만 운 하Uhn Hah는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할 무렵에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고, 그 만남은 그녀의 미래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게 되었다. 
만남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유모의 등에 업혀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시원한 그늘에 도착해서, 잠시 쉬어가려고 길 옆에 앉았을 때였다. 팡 누 또한 학교를 가는 길에 마침 그곳에 도착했다. 운 하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베일을 둘러쓰지 않았고, 그래서 젊은 팡 누는 소녀의 비교할 바 없는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보고 즉시 빠져들어버렸다. 그는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었지만 막상 꺼낼 말을 찾지도 못했다. 
마침내 그는 한 가지 생각을 해냈다. 그녀의 무릎에 올려진 오렌지를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유모에게 정중히 말했다. 
“저는 유 팡 누라고 합니다. 학생이고, 학교를 가는 길이에요. 지금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러는데, 당신이 모시는 작은 소녀께, 내게 오렌지 하나 나눠줘도 좋을지 물어봐주세요.” 
운 하 또한 그 젊은이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고, 두 개의 오렌지를 건넸다. 팡 누는 씩씩하게 말했다. 
“친절에 감사드리며 답례를 하고 싶습니다. 만약 허락한다면 이 부채에 당신의 이름을 써서 선물로 드리고 싶군요.”  
허가를 받고, 그녀가 이름을 불러주자 그는 글을 썼다. 
“이제까지의 다른 어떤 여성도 절대 가지지 못했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운 하여. 나는 이미 그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살아있는 한 어떤 다른 사람과도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부채를 여자에게 건넸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눈에 가득 담은 뒤 헤어졌다. 부채는 다시 닫혀진 상태였고 운 하는 부채에 적힌 고아한 감정은 발견하지 못한 채 부채를 소중하고 안전하게 간직했다. 

III.
팡 누는 학교로 갔고, 삼 년간 꾸준히 공부를 했다. 배움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도 10년은 걸릴 공부를 불과 삼 년 만에 끝냈다. 그의 스승은 이제 그가 자신을 가르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헀다. 소년 또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만나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스승에게 작별을 고했다. 다른 선생과 학생의 관계와는 달리 상호간 매우 유쾌하고 유익한 관계였기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컸지만 말이다. 
팡 누와 그의 몸종은 언제나 즐거웠던 고향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학교에 간 이래 한 번도 아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갑자기 육체와 정신이 불쑥 성장한 아들을 맞이하고 놀라워했다. 아버지는 여행 전에 줬던 조상의 부채를 보자고 말했고, 소년은 그 부채를 지금은 갖고 있지 않으며 길에서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아버지는 심하게 화를 냈고 이 불행한 상황 때문에 한동안 그들은 기쁨을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젊은이이자 오직 하나뿐인 아들을 오랫동안 용서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곧 모든 일이 잊혀져갔고 그는 부모의 사랑과 친구들의 존경을 받으며 계속해서 학업을 성취해갔다. 
마침내 그가 열여섯 살이 되었고 이웃들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깊어졌는데 아무도 그 숨겨진 이유를 알지 못헀다. 그리고 항상 공부에 마음이 빼앗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그 작은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도 그만의 비밀이었다. 
이 무렵 이웃에 사는 매우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 한 사람이 그의 아버지를 방문해서, 격식있는 인사를 나눈 뒤, 유 타 중의 아들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어왔으며 혹시라도 두 가문이 결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아름답고 성숙한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 타 중은 아들이 그토록 좋은 혈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동의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의 아들이 매우 심하게 그것을 반대했고, 최대한 정중하게 그 결정은 철회 되었다. 두 사람은 모두 분별이 있고, 특히 아버지가 아들을 존중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영악한 악동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떨치고 높은 직위를 얻을 때 까지는 결혼과 관련된 모든 일을 미루도록 졸랐다. 
팡 누는 곧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아냈다. 대규모로 ‘쿠아가quaga(공무원 채용 시험)’가 수도에서 열리게 되어, 팡 누는 이 시험에 도전해서 공직의 직위를 얻겠다는 결심을 선언했다. 그의 아버지는 기뻐했고 그는 제 때에 맞춰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은 왕궁의 뒷편의 넓은 정원에서 치루어졌고 왕과 그의 신하들은 벽돌을 쌓아 만든 무대 위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광경을 바라봤다. 그 나라 곳곳에서부터 모인 수백 명의 청년들이 거대한 차양 아래에 앉아서 시험을 치렀다. 
팡 누는 문제를 제시받고, 금방 자신의 에세이 작성을 마쳤다. 그는 답안지를 조심스럽게 접어서 울타리 너머로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곳에서 채점관들이 답안지를 건네받아 채점을 하는데, 국왕과 신하들은 그의 답안이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해서 충격을 받았으며, 즉시 그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찾아봤다. 곧 유 타 중의 아들인 팡이 최고득점자라는 사실이 공표되었다. 
유 타 중은 왕의 면전으로 소환되었다. 왕은 그의 아들의 지혜와 영민함을 기뻐하면서 그에게 지위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유 타 중 또한 지역의 주지사로 임명했다. 그의 아버지는 군주에게 두가지 은혜를 함께 받은 것을 감사하고 또 그의 아들의 성공을 축하했다. 
팡은 휴가를 받고 그의 조상의 산소에 참배를 하고 하늘의 축복에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어머니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자신의 아들을 거의 숭배하게 되었다. 그가 자리를 비웠던 동안 왕은 인사 위원회를 통해서 그에게 우싸Ussa라는 최고위 직위를 주도록 승인했다. 너무 젊기는 하지만 매우 현명하면서도 민첩하기 때문에, 변장한 채로 부패한 공무원의 행위나 국민의 생활 실태를 조사하면서 부패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역할에 딱 맞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팡 누는 자신에게 높은 직위가 내려진 것에 놀라는 한편 그 자리는 자신이 원하던 희망과 딱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 직책으로 일한다면 국민의 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가져가버린 뒤 다시는 만날 수 없던 아름다운 소녀를 어떻게든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변장을 둘러쓰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IV.
운 하는 그 무렵 소녀가 성장하는 전형적인 방식대로 아주 조용히, 하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 동안 그녀는 길가에서 만났던 그 잘생긴 젊은이를 꿈속에서 자주 만났다. 그때의 기억이 몇 번이나 다시 되풀이 되었고, 아름다운 부채를 몇 번이고 다시 쳐다보았다. 매번 부채를 접거나 닫으면서도 그가 쓴 글은 접는 면 속에 있어서 금방 발견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마침내 그 글을 발견했고, 아주 기뻐했다. 그녀는 그 글을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그들의 만남은 하늘이 정해둔 결합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젊은이가 이미 자신의 신념을 그녀에게 글로 전달했으니 그녀 또한 다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 생각은 점점 커져서, 그녀는 팡 누를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고, 스스로를 그 사랑하는 사람의 부인이 되었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언제 어떻게 그를 찾을지를 고민했다. 
이 무렵 왕국의 가장 직위가 높은 장군 중 하나가 있었는데, 용감하지만 잔인하기도 한 것으로 유명한 장군은 자신의 소유지로 오는 길에 이 뛰어난 소녀가 있고 그 아버지가 은퇴하기는 했지만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는 초씨의 집을 방문해서 자신의 아들을 초씨의 딸과 약혼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초는 그에게 기꺼이 동의한다고 했다. 
장군이 떠나자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게 행운이 왔음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충격을 받아 얼어버리더니 거대한 재난을 당한 것처럼 흐느껴 울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녀는 먹지도 자지도 않았고 뺨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는 당황했지만 현명하게도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잘 달래고 안심시키면서 그녀가 왜 그렇게 이상하게, 그리고 여성답지 못하게 행동을 했는지, 혹시라도 비밀스러운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가 말헀다. “그 사람이 내게 약속을 했어요. 그는 첫눈에 내가 하늘이 그에게 보낸 신부라는 것을 알아차렸거든요. 그래서 나 또한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약속을 했어요. 혹시라도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이 부채를 내 남편으로 평생을 살 것이고, 죽음이 내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주면 하늘에서 그와 만날 거에요.”  
그녀는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다른 결혼을 하라고 압박하느니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라고 말했고, 혹시 그녀가 죽는다면 꼭 팡 누에게 자신이 얼마나 진실한 마음이었는지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왜 이제까지 너희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니? 장군께서는 영광스럽게도 우리에게 두 가문이 결합할 것을 요청하셨고 나는 그에 동의했다. 이제 나는 그것을 거절해야만 하고, 어쩌면 그는 분노해서 도시 한 가운데에서 나를 파멸시켜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네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바보같이 떠드는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느냐. 네가 말한 훌륭한 젊은이가 만약에 네가 말한 우아함의 절반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이미 훨씬 전에 약혼을 했었을 것이다. 
그녀가 부르짖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는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그리고 지금 나를 찾아 오고 있어요. 난 다 알아요. 그는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에요. 한 여자에게 두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하실 건가요? 아버지는 이미 저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나는 내 마음 속에서 이미 팡 누의 아내이니까요. 원하신다면 나를 죽이세요. 하지만 그것 한 가지는 양보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몸을 파묻고 매트가 젖을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부모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고 그녀의 탄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장군에게 그의 친절한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다는 편지를, 도저히 반론할 수 없는 문체에 담아 써서 보내고, 이제 조만간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들이 우려하던 결과가 돌아왔다. 장군은 분노에 사로잡혀 군대를 보내서 초씨를 붙잡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서울에서 인편으로 소식이 와서 국경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니 장군이 급히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고 헀다. 장군은 떠나기 전에 지역의 시장을 불러서, 감금된 사람이 결혼에 동의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놔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시장은 매우 정직한 사람이었고, 장군이 아주 잔인하고 자비심없는 전사라는 사실도 잘 알았다. 시장은 초씨의 이야기를 듣고,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여자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그의 마음이 약해졌다. 결국 시장은 그들이 최대한 짐을 싸서 다른 지방에 가서 살도록 지시했다. 초는 시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마을을 떠났고, 시장은 장군에게 그 죄수가 탈옥해서 가족 모두를 데리고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편지를 썼다.  

V.
가엾은 팡 누는 조사관으로서 맡겨진 직무를 다 했지만 개인적인 목표를 수색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는 오랫동안 여행하던 끝에 삼촌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우연히도 그의 삼촌은 초씨 가족을 풀어줬던 바로 그 시장이었다. 삼촌은 그의 유명한 조카를 따뜻하게 맞이했는데, 그의 얼굴이 초췌하고 건강이 나빠보였기 때문에,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아프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를 캐물었다. 마침내 이 친절한 노인은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었고, 이번에는 그가 슬픔에 빠졌다. ‘우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바로 사람을 자신이 바로 얼마전에 멀리 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팡은 그 사실을 알고 병이 더욱 심해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공무를 보지 못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왕궁으로 사람을 보내서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당분간은 이 힘겨운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그의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각과 야망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그녀에 대한 흔적을 찾기를 빌면서 서울로 향했다. 
   
VI.
한편 쫓겨난 가족은 향수병과 여독에 지쳐서 어느 작은 산골마을에서 임시로 발걸음을 멈췄고, 지치고 낙담한 부모는 그곳에서 병을 얻었다. 운 하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지극한 관심과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끝없는 기도와 눈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선조의 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가엾은 소녀는 가슴을 두드리고 머리칼을 뜯으며 고뇌하고 낙심했다. 낯선 지역에 돈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이 홀로 남았으니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든 유모가 기운을 차리도록 격려하면서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다른 평온한 지역으로 떠나자고 했다.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했다. 그들은 미혼 남자의 복장을 흉내내서 긴 머리칼을 땋아 늘어뜨리고 남자 옷을 입었다. 그리고 길을 걸어다니자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걸은 후, 그들은 그 지역의 주도(州都) 인근에 도착했다. 길 옆의 나무 아래에 앉아 있을 때 주지사의 일행이 지나게 되었고, 이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그들의 행진을 바라봤다. 주지사(팡 누의 아버지)는 그 때 독특한 깃털 부채를 발견하고서 자신의 수행원 중 한 명을 보내어 여자들을 붙잡아 데려오도록 했다. 그들이 관청의 야멘yamen(관아의 아문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야멘이 되며 영어에서도 일반명사다. 아문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겠으나, 낯설게하기 효과를 위해 야멘으로 번역한다:역주)에 도착해서 여자들이 부채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를 물었다. 
운 하가 말했다. “이 부채는 가족의 유물입니다.”
주지사는 흥미를 느꼈다. 그는 여자의 말이 거짓인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 부채는 주지사 자신의 가문에서 전해내려오는 유품이었고, 자신의 대에서 도둑 맞은 바로 물건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주지사는 그 부채에 좋은 값을 쳐주겠다고 넌지시 제안했다. 하지만 운 하는 그 부채를 내놓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대답했고, 변장한 두 여인은 그대로 감옥에 갇혔다. 주지사는 말주변이 좋은 남자 하나를 감옥에 보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부채에 아주 좋은 값을 제시했다. 운 하의 몸종은 그들의 형편이 슬플 정도로 어려우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 남자가 결국 실패하고 돌아섰고, 운 하는 늙은 유모를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이제 내가 내 남편에게 내놓을 물건이라고는 내 가슴속에 간직한 이 부채 하나 뿐이에요. 내게 이것을 뺏아가겠다구요? 앞으로도 내 사랑을 받고 싶다면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러고는 그녀는 몸종의 팔에 안겨서 흐느껴 울다가 탈진과 긴장으로 인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높은 곳에 있는 아주 훌륭한 궁전을 보았다. 그곳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났는데, 한 여자가 그녀에게 아랫쪽 강둑의 피처럼 붉은 갈대를 가리키면서, 오랫동안 연인을 찾아 헤매며 흘린 눈물이 갈대를 붉게 물들였다고 말했다. 다른 여자 한 명은 운 하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되고, 조만간 연인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연인은 지금 고위 공무원이고 그 또한 그녀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중인 것도 말해줬다. 
그녀는 낮잠에서 깨어나자 훨씬 기분이 나아졌고, 곧 감옥에서 방면됨으로써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주지사의 집사는 이 잘 생긴 ‘소년’을 가엾게 여겨서 약간의 술과 음식, 그리고 돈을 선물로 주면서 작별을 고했다. 여인들은 그들이 아주 먼 지방으로 여행한다고 말해줬다. 

VII.
그 동안 팡 누는 집에 도착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었다. 왕은 그에게 왕궁 안에서 근무하라고 제안했으나, 그는 양해를 구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한동안 조용히 숨어 지내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 상황에 매우 놀라면서 젊은이에게 다시 한 번 결혼을 권했는데, 당연히도 그의 불평만 더 심해졌을 뿐이었다. 
마침 그의 삼촌이 업무 때문에 주지사를 만나러 찾아왔다가, 젊은이를 동정하면서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 해줬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상황의 전모를 알게 되었고, 부채를 주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던 그 이상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를 떠올렸다. 삼촌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의 훌륭한 부모는 딸의 결혼을 거부하면서 고난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이상한 상황의 앞뒤를 모두 알게 되고서, 하늘이 정말로 자신의 아들을 위해 모범적인 여자를 정해뒀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그리고 부채를 팔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하마터면 그녀를 매우 심하게 처벌할 뻔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고, 차라리 그녀를 계속 붙잡아 놨다면 아들과 결합시킬 수 있는데 먼 곳으로 내쫓아버렸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들이 이제까지 자신의 상황을 한 번도 자신있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비난 했다. 
시종들은 지사의 야멘에 불려와서 그 조금 이상한 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고 어느 방향으로 떠났는지, 목적지를 짐작할 수 없을지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을 받았다. 필요한 정보를 알고 제대로 답변을 한 것은 집사 한 사람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받았지만, 그의 답변을 들은 세 사람은 우울해졌다. 그들이 가겠다고 한 목적지에서는 지금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탄식을 하며 말했다. “이 바보 같은 아들아. 네가 대체 무슨 짓을 했냐? 넌 비밀리에 그 고귀한 소녀와 약혼을 해버렸고, 그러고도 바보같이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그녀를 두 번이나 놓쳐버렸고, 하마터면 네 아버지의 손으로 그녀를 죽일 뻔 했고, 이제는 네 멍청함 때문에 그녀는 죽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 내 아들아! 네 경솔한 행동의 결말이 모두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 고귀한 여인의 생명은 우리 손에 달려있고, 또 너의 가엾은 아버지를 부끄럽게 할지 말지도 네 손에 달려있다. 일어나라! 멍청한 사랑앓이 놀이는 그만하고 행동을 취해라. 국왕께 여쭈어서 군무를 맡아라. 그래서 전쟁에 참여해서, 네 부인도 찾고 네 명예도 찾아라.”
아버지의 조언은 적절한 것이었다. 아들은 물론 거역하지 않았고 거역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미 반란군들 때문에 위험에 처해있을 그의 연인을 구하는 생각을 하면 용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급히 서울로 달려가서 군주의 앞에 나아갔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맹렬한 열정으로 군대에 자원하겠다고 하자 군주는 깜짝 놀라며 그의 요청을 허락했다. 
군대의 장군은 운하에게 아들을 결혼시키고자 했던 바로 그 장군이었다. 그는 팡 누의 아버지의 적이기도 했고, 적의 유일한 아들이 죽은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도 했다. 
아주 다급하게 원정대의 출정이 시작되었다. 길고 힘든 행군을 통해 전장 인근의 산으로 둘러싸여진 길에 도착했다. 세월에 의해 닳아버린 검은 벽처럼 거대한 암석이 길을 향해 미끄러져내려왔다. 죽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 하면서 지휘관은 바위의 표면에 글자를 새겼다. 그 내용은 
“전장의 입구에 들어서서, 저 유 팡 누는 하늘 앞에 겸손히 절을 합니다. 이것은 승리입니까? 죽음입니까? 오직 하늘만이 알고 계시겠지요. 내 유일한 소망은 나의 여인인 ‘초 가Cho Gah’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 뿐입니다.”
잘 보이는 곳에 이런 글귀를 써두면 혹시라도 그녀가 우연하게 이 지역을 지나다가 글귀를 발견하고서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그에 더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서 찾아오기를 꿈꿔보았다. 
그는 반란군을 만났고 왕국에 승리를 안겨주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곧 보급품이 바닥났다. 날마다 전령을 보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군량은 결코 도착하지 않았다. 병사들이 병들거나 죽어갔다. 고난과 굶주림은 병사들의 분노를 더 키웠고, 그들은 모든 어려움을 침묵의 강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충성스러운 창날을 적병의 핏물로 붉게 물들였다.  
유 팡 누는 결국 참지 못하고 후퇴하려고 생각하는데, 반란군은 그들의 적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한꺼번에 쳐들어와서 남아있던 병력을 휩쓸어버렸고, 이어서 지휘관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몇 사람이 지휘관은 살려두고 몸값을 받아내자고 주장해서, 그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VIII.
운명은 두 연인을 다시 한 번 갈라놓았다. 운 하는 원래 여행을 계속 할 계획이었지만, 서울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쉬면서 수도에서 내려오는 중인 행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람은 운 하의 어렸을 적 고향 마을 근처에 있었고 유 팡 누 우싸Ussa의 수행원으로 서울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우싸는 그 마을에서 병을 얻어 서울의 왕궁에 가서 우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있는지는 그도 모르지만, 이 열정적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팡 누의 가족에 대해서 아는 다른 모든 것을 다 말해줬다. 
지치고 발이 아팠던 소녀는 방향을 수도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침내 오랫동안 찾던 것을 찾게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날 저녁 어두워지고 아직 잠자리를 찾기 전에, 나무들 사이로 불빛이 보였다. 불빛 속에서 한 노인이 살고 있는 오두막집이 있었다. 노인은 책을 읽고 있다가 그들이 문을 두드리자, 책을 내려놓고 손님을 안으로 초청했다. 가벼운 인사를 교환한 뒤에 노인은 그 방문객들에게 어디에 살며 누구냐고 묻는 대신 갑자기 그녀의 진짜 이름, ‘초 낭 자Cho Nang Jah’ 라고 불렀다. 
그녀가 외쳤다. “나는 낭 자Nang Jah(여성적 칭호)가 아니에요. 나는 남자에요.”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난 자네를 알아. 자네는 초 낭 자가 확실해. 그리고 변장을 한 채로 자네의 미래의 남편을 찾고 있는 중이지. 하지만 이 집에서는 무조건 안전하니 걱정 마.”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노인이 말했다. 
“질문은 하지 마. 난 너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기로 올 줄 알고 있었거든. 넌 조만간 위대한 일을 할 거고, 난 그 일을 도와줄 거야. 배고픈지는 모르겠는데 이 알약을 먹어. 그러면 초인적인 힘과 용기가 생길 테니까.”
노인은 그녀에게 커다란 알약 한 알을 줬다. 그녀는 알약을 먹고 그대로 마루에 쓰러져 잠들었다. 노인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지친 몸종도 곧 잠에 빠졌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는 환한 아침이었고 새가 나무 위에서 울고 있었다. 어젯밤 그들이 잠들었던 오두막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고, 노인 또한 없어졌다. 그들은 그 노인이 하늘의 전령이라고 결론짓고, 이 위대한 기적에 경건히 감사를 드렸다. 
그들은 조금 더 여행을 계속해서 어느 늙은 농부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음식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어느 맹인이 사람들 가운데에서 예언을 하고 있었다. 맹인은 운 하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이 사람은 변장을 하고 있는 여인이구나. 그녀는 남편을 찾으려 하고 있고, 그 남편은 지금 반란군과 싸우면서 그녀의 행방을 찾고 있다. 그는 지금 거의 죽기 직전이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여인이 그 남자를 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그녀는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녀는 그 집의 주인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들려줬고, 그는 그녀를 다른 여자들과 함께 안으로 들여서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할 일이 걱정 되었지만, 하늘이 그녀에게 너무도 분명하고 명확하게 할 일을 지시했기 때문에, 그는 친절한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서 전장을 향해 떠났다. 길고 지루하지만 특별한 사고는 없이 전장 주변에 마침내 도착했다.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바위 위에 남겨진 글귀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늦게 도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슬프게 울었다. 그러자 몸종이 그 맹인의 예언을 다시 들려주면서 그녀를 격려하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한참 후에 그들은 어느 낡은 여관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여관 주인의 부인이 슬퍼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운 하는 그녀가 왜 울고 있는지를 물었다. 
“굶주린 병사들의 가여운 운명이 불쌍해서 울고 있어요. 서울에 있는 누군가가 태만하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또 반란군에게 잡혀가서 포로가 된 불쌍한 젊은 장군 유 팡 누가 불쌍하기도 해요.”
그 말을 들은 운 하는 기절해 버렸고, 유모가 허둥지둥 급하게 응급조치를 해서 간신히 그녀를 깨웠다. 운 하는 천천히 정신을 차린 뒤, 계속 질문을 했고, 지금 여관에 있는 사람들은 유 팡 누의 노예들이며 그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창고가 비어있는 이유는 부패한 대장군이 젊은 유 팡 누를 싫어하고 그가 영광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참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운 하는 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써서 여관 주인에게 팡 누의 아버지에게로 전달하도록 했다. 
주지사는 지금 자신의 영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심부름꾼은 서울로 갔는데, 그곳에서 충격적이게도 자신의 옛 주인인 주지사가 감옥에 갇힌 것을 알게 되었다. 부패한 대장군이, 유 팡 누가 배반해서 국왕의 군대를 반란군에 넘겨주고 달아났다고 고소했기 때문에 그 부친도 감옥에 갇힌 것이다.  
여관 주인은 조용히 감옥에 접근해서 편지를 그 불운한 부친에게 전달해줬다. 물론 그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자신의 자식이 그 어려움을 아버지에게 숨겼던 어리석음을 한번 더 탄식할 뿐이었다. 그 때문에 온가족이 파멸에 이르렀고 젊은 여인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친절한 삼촌에게 편지를 써서 이 상황을 알려주는 한편, 그 여자를 찾아 자신의 집에서 편히 지내도록 보살펴달라고 했다. 그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여관 주인은 그 편지를 삼촌에게 전달했다. 삼촌은 가마와 수행원을 보내서 젊은 여인을 데려올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행동을 취했지만 그 여행은 길고 지루한 것이었다.  
일단 편안한 집에 자리를 잡자 가엾은 운 하는 더욱 외로워졌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느낌이었고 무료한 느낌이 든다는 것 자체를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토록 편안하고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동안 연인은 감옥에 갇혀서 시달리는 것은 상상만 해도 괴로웠다. 그래서 자신의 후원자를 통해 임금에게 병사를 주기만 하면 앞장서서 반란군을 토벌하고 영토를 회복하며 자신의 남편을 되찾아오겠다는 요청을 했다. 임금은 보통은 틀어박혀있기 마련인 여성으로부터 이런 청을 듣고 매우 놀라워했는데, 아직도 군대 지휘를 맡고 있는 사악한 장군의 조언에 따라 이 청은 거절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강하게 주장했고 왕좌에 목소리를 넣을 수 있는 다른 경로를 계속 개척해나가서, 마침내 왕은 호기심 때문에 이 용감하고 성실한 여자를 만나기로 하고 여인을 불러들였다. 
그녀는 국왕의 앞에 도착했다. 왕궁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과 존엄함에 깊이 존중하면서 마침내 그녀의 요청을 수락하기로 결정되려는 찰나, 장군은 먼저 그녀가 군대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힘과 용맹을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왕은 그녀에게 위험한 출정에 앞서서 어떤 용맹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고인이 된 부모에게 도움을 비는 기도를 하고, 또 알약을 줬던 노인의 이상했던 약속도 떠올렸다. 그러자 그녀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비바람의 영향으로 닳아버린 돌이 궁정의 바닥에 장식용으로 놓여져 있었는데, 두 사람이 간신히 들 수 있는 크기였지만 가볍게 집어들어서 왕궁 담장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그런 다음 장군의 칼을 집어서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들리지 않는 음악에 맞추는 것처럼 차츰 속도를 높이더니 어느 순간 칼이 마치 거대하게 불타는 쇳덩이로 된 반지처럼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가르던 칼이 자신의 주변으로 내려오더니, 사악한 장군을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갔다. 장군은 이 무시무시한 상황에 겁에 질렸다. 국왕은 아주 매료되어서 그녀의 출정을 그 자리에서 허락하면서 높은 직위를 주었고, 또한 선별된 대규모 병력을 주었다.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주 정중하게 바닥까지 절을 하면서 감사를 표시했고,  군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또한 그녀 자신의 영혼의 욕구를 획득하기 위해 나섰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남자의 옷을 입고서 준비를 마친 뒤, 기쁜 마음으로 임무 달성을 위해 출발했다. 군인들은 거의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신비하고 잘 생긴 지휘관이, 용기로 가득차서 전장을 갈구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막상 반란군이 점령하던 지역에 도착하자 실망스럽게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이미 죽음을 당한 군인들의 영혼이 그 지휘관의 꿈속에 나타났다. 그리고 잔인한 대장군이 의도적으로 군량을 보급하지 않는 바람에 희생당했으며 대장군의 죽음으로써 복수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그들이 임무를 성공하도록 돕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곧 왕궁으로 보고되었고, 국왕은 마침 비슷한 보고를 받았던 중이라서, 대장군을 즉시 감옥에 가뒀다. 그리고 대장군의 아들, 즉 대장군이 운 하와 결혼시키려고 했던 아들을 전장으로 끌어내서 처형했다. 
그가 살해되고 피가 바람에 흩뿌려졌다. 죽은 병사들의 영혼을 위한 축제가 준비되었고, 제물이 바쳐지자 폭풍이 가라앉고 해가 떠올랐다. 국왕의 군대는 이제 반역자들을 깨끗이 해치우고 이 지역에 평화를 되찾아왔다. 그러나 지휘관이 진정으로 찾고 있는 목표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포로들에게 한참이나 질문을 해서, 유 팡 누가 어디에 갇혀있는지 알고 있는 남자를 찾게 되었다. 그 포로는 처치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끝에 그들은 포로를 모두 찾아냈고 지휘관의 앞으로 데리고 왔다. 
물론 그 한 쌍의 연인은 한참이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이 처음 우연히 만난 이후로 몇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운 하는 유 팡 누에게 겸손하게 군대의 지휘권을 넘겼고, 여자에게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가마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온 나라가 그 승리를 칭송했다. 유 팡 누는 주지사로 임명되었고, 아버지는 다시 복권되었다.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장군은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당했고 그의 가족과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초 운 하는 부모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결혼식 때 국왕이 그녀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고, 그들의 결혼식은 왕족들의 혼례에 사용하는 대회당에서 열렸다. 결혼식은 왕족의 혼례 만큼이나 호화롭게 치러졌으며 용감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유씨는 이제까지의 다른 누구보다 왕의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의 배우자는 노래와 시가의 주인공이 되어서, 그 나라 모든 여인들의 모델로서 칭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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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은 견우와 직녀가 아니라, 실제로는 한문 소설인 “백학선전”이다. 이름의 음역이 워낙 중구난방인데, 대표적인 몇 사람의 원래 이름은 다음과 같다 : 
 유백로 (You Pang Noo – 유 팡 누)  
 조은하 (Cho Uhn Ha – 초 운 하)
 유태종 (You Tah Jung – 유 타 중)

특이한 것 몇 가지. 
1. 견우와 직녀 이야기일텐데 순서가 직녀(칭 유)와 견우(캬인 우)로 바뀌어 있다. 우연하게도 백학선전이라는 이야기 또한 여성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다만 당시는 미국도 여성의 권리를 말하던 시대는 아니라서, 왜 순서를 바꿨는지 알 수가 없다.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2. 백학선전 원문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인용하지 않는다. 즉 이야기의 인트로에 견우와 직녀를 인용한 것은 알렌 본인의 창작이거나 또는 당시 구전설화에서 이런 식의 전개를 했을려나. 
3. 그런데 이 정도 길이의 이야기를 번역한 절차는 구전을 받아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같다. 특히 원래의 이야기보다 훨씬 묘사가 길고 복잡한 부분이 많아서, 읽어가면서 번역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181821338 
전문 현대어 풀이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BBty&articleno=693&categoryId=218912&regdt=20180106203620



덧글

  • 찬별 2019/05/20 20:28 # 답글

    ‘견우직녀 설화’로 알려졌던 알렌(H. N. Allen)의 “Ching Yuh and Kyain Oo”는 <백학선전>을 영역한 작품이다. 어휘, 문장단위에서의 충실한 직역은 아니었지만, 이야기의 전개 그 자체는 충실한 번역양상을 보여준다. 그 수준은 모리스 쿠랑(M. Courant)이 검토한 경판 24장본 <백학선전>을 번역한 작품임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는 정도였다. 미국 선교사들의 사전과 문법서가 없었던 1889년경의 한국어학적 수준과 쿠랑의 번역비평과 고소설 비평을 감안한다면, 알렌의 <백학선전> 영역본은 문학작품이 아닌 설화를 번역한다는 지평 설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풍속과 생활을 보여준다는 번역적 지향을 충족해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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