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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의 설화 #6 - 형 보와 날 보 (제비 왕의 보답) + 번역



구한말 미국인 의사 호레이스 알렌의 "Korean Tales"의 한국어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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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 BO AND NAHL BO;

OR, THE SWALLOW-KING’S REWARDS.

형 보와 날 보, 제비 왕의 보답


코리아 남부의 출라도Chullado라는 지역에 두 형제가 살았다. 한 명은 매우 부유했고 다른 한 명은 매우 가난했다. 유산의 배부에 있어서 형은 아버지의 역할을 이어받아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대신에 모든 재산을 자기가 차지하고, 동생에게는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동생은 비참한 형편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모두 결혼은 했다. 형인 날 보는 부인 이외에 많은 첩을 거느렸지만 자식이 없었고, 형 보는 부인은 한 명 뿐이지만 자식이 여러 명이었다. 날 보의 부인들은 항상 말다툼을 했지만 형 보는 부인과 평화롭게 살면서, 그들이 짊어지게 된 무거운 짐을 서로 격려하며 버텨나갔다. 나이든 쪽은 아주 훌륭하고 편안하고 거대한 집에 살았지만 동생은 지푸라기를 엮어 흙바닥 위에 직접 오두막집을 지었는데, 그 오두막집은 비가 오면 지붕으로 물이 들어왔다. 방도 너무 좁아서, 형 보가 자다가 발을 뻗으면 발이 벽을 뚫고 나가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캥kang’이 없었고 더럽고 차가운 바닥에서 그냥 자야 했는데, 때로는 무는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자던 사람들을 모두 문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캥: 중국식 온돌이다. 알렌이 ‘온돌’이라는 말을 몰랐다기보다는, 그나마 서구세계에 알려진 용어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역주)
그들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돈이 없었고, 기쁘게도 가끔씩 행운이 다가와서 생필품을 살 수 있게 되면 크게 기뻐하고는 했다. 형 보는 일자리가 있을 때면 언제든지 일을 했지만, 우기나 비수기에는 형편이 크게 어려워졌다. 부인은 바느질을 하거나 또는 형 보와 함께 농부나 장사꾼이 신은 짚으로 된 샌들을 만들고는 했다. 샌들 판매는 그럭저럭 괜찮다가도 갑자기 힘들어졌다.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고, 샌들을 만들 노끈도 다 써버리고, 새로 재료를 살 돈도 없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음식을 달라고 울부짖고, 그래서 어머니는 마음 아파하고,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 열심히 방랑을 했다.
결국 쌀 한 톨 남지 않았다. 어느 불쌍한 쥐가 이 친절한 가족의 집으로 숨어들어왔다. 이 쥐는 몇날 밤 동안 부지런히 집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아보다았으나 식사가 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좌절한 그 쥐는 큰 소리로 찍찍거리면서 주변 이웃들을 모두 깨워서, 쌀 한 알이라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배고픔을 달래는 데에 실패하고 대신에 다리가 다 닳아버렸다고 울부짖었다.
이 작은 집의 굶주림이 너무 심각해서, 마침내 엄마는 아들에게 삼촌 집에 가서 그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태인지 말하고, 반드시 갚을테니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버틸 쌀을 빌려달라고 시켰다. 아이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의 삼촌은 거리에서 자기를 알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의 집에 들어갔다가 채찍질을 당하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다시 가라고 명령하자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랐다.
삼촌의 집 밖에는 뚱뚱하고 값비싼 암소가 많이 있었고, 뚱뚱한 돼지와 가금류도 집안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다. 개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들은 와서 아이에게 짖고, 이빨로 옷을 물어뜯고 계속 짖으며 겁을 줘서, 아이는 금방이라도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친절하게 말을 걸며 개들을 달래자, 그 중 한마리가 다가와서 다른 개들의 행동을 대신 사과한다는 듯이 아이의 손을 핥았다.
여자 하인 한 명이 아이에게 나가라고 명령했다. 아이는 자신이 그녀의 주인의 조카이며 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안뜰로 안내했고, 안에는 그의 삼촌이 넓은 처마 아래의 조그만 베란다에 앉아있었다.
사내가 거만하게 말했다. “넌 누구냐? ”
“삼촌의 동생의 아들입니다. 우리 가족은 너무 굶주리고 있어요. 벌써 사흘 째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찾으러 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파요. 당장 먹을 쌀을 조금만 빌려주시면 형편이 나아졌을 때 갚을께요.”
삼촌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매우 화가 나 보였고, 조카는 만약 그의 삼촌이 갑자기 다가오면 도망갈 길을 살폈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내 쌀은 모두 창고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 창고는 절대 열지 못하도록 해뒀다. 밀은 밀봉해뒀고 열 수 없다. 만약 너에게 양식을 좀 준다면, 개들이 달려들어서 짖고 너에게 음식을 빼앗아갈 거다. 내가 만약 와인을 짜낸 잔여물을 준다면 돼지들이 질투하면서 덤벼들 거다. 너에게 밀기울을 준다면 암소와 가금들이 널 쫓아올거다. 나가라. 다시는 너를 여기서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가엾은 소년의 옷깃을 쥐고 집 바깥으로 밀쳐버렸다. 그는 몸도 아프고 마음에 상처도 받아서 슬프게 울었다.
그 시간 집에서는 가엾은 어머니가 쇠약한 팔로 아기를 끌어안고 다른 아이들에게, 형이 삼촌에게 음식을 얻으러 갔으니 머지않아 솥이 끓을 것이고 모두가 즐거울 거라고 말하던 중이었다.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우르르 문 앞으로 모였다. 하지만 거기에 서있는 것은 눈이 붉어진 소년이 빈 손으로 걸어오면서 괜히 즐겁고 씩씩한 척 보이려고 하는 모습 뿐이었다.
“네 삼촌이 채찍으로 때렸니? ”
어머니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자식의 안전을 먼저 걱정했다.
소년이 씩씩하게 말했다. “아뇨. 그 분은 수도에 사업차 가서 안 계셨어요.”
소년은 더 이상 질문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말했다.
가엾은 어머니는 울부짖고 흐느끼는 아이들 사이에서 망연자실하게, 난 이제 어떻게 하지, 하고 중얼거렸다. 이제는 굶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신고 있는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지푸라기 신발에 생각이 미쳤다. 그녀는 그 신발을 시장에 들고 가서는 캐쉬cash 세 개(캐쉬 하나는 1센트의 3/15에 해당한다:원주) (본문에서는 닢, 전, 원 등의 당대의 화폐 단위가 아니라 일반명사 cash라고만 되어 있다:역주) 를 받았다. 이 돈으로 쌀과 콩, 그리고 야채를 샀고, 당장의 배고픔은 일단 모면했다. 배가 불러지자 어린 아이들은 다시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쌍한 어머니는 내일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그들의 아버지가 다행스럽게도 산에서 한 꾸러미의 장작을 모아서 가져왔고, 그것을 팔아 신발도 되사고, 음식도 조금 더 구입해서 몇일 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지자 두 부부는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 부인은 쌀을 탈곡하는 일을 얻었다. 남편은 앞에서 등짐을 지고 걷는 아이 하나를 만났는데, 아이는 등이 너무 부르터서 등짐을 나르기 힘들어했다. 형 보는 아이의 등짐을 받아들어 자기에 맞게 조정한 뒤 대신 들어줬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 목적지에 도착하자 소년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잠자리와 식사도 제공했다. 그런데 밤에 어느 신사가 먼 곳까지 급히 편지를 보내야 할 일이 생겼고, 형 보는 그 편지를 나르고 꽤 짭짤하게 보수를 받았다.
이 짭짤한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어느 큰 부자가 거짓된 고소를 당하고서, 무거운 뇌물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에 타락한 지방 관리에게 공개적으로 처벌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형’은 이 부유한 죄수를 찾아가서, 삼천 캐쉬(2달러)를 준다면 그를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역주. 본문에서 ‘형 보Hyung Bo’의 앞 글자만 따서 ‘Hyu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에서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습관과 비슷한 방식인데, 본 민담집에서 유독 ‘형 보’에 대해서만 그런 표현을 쓰며 이유는 알 수 없다. 우리 말의 형과 구분하기 위해 ‘형’이라고 표기한다.역주) 죄수는 매우 기뻐하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형’은 대신 매를 맞았다. 그는 쩔뚝이면서 아주 처참한 몰골로 집으로 돌아갔고, 부인은 눈물과 탄식으로 남편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 하루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며 기뻐했다. 채찍 몇 대 맞았을 뿐인데 삼천 캐쉬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꼼수를 쓴 것이 곧 발각되었다. 원래의 죄수는 다시 붙들려가 매를 맞았으며, 약속했던 돈은 지불되지 않았다. 얻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부인은 남편의 불운과, 그리고 그들 앞의 더욱 큰 불운 앞에서 울부짖었다. 하지만 남편은 부인을 격려했다.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거에요.”
남편의 말이 옳았다. 봄이 오자 그는 곧 쟁기질을 하고 씨앗을 뿌리는 일자리를 얻었다. 그들은 평소처럼 작은 집에서 봄철 대청소를 했고, 이 작은 집에 축복과 번영을 부르는 주문을 써서 문에 붙였다.
봄과 함께 남쪽 지방의 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쥐와 곤충 뿐만 아니라 새들도 이 가난한 가족의 집을 좋아해서, 지붕의 차양 아래에 그들의 둥지를 지었다. 그 제비들이 진흙으로 공중에 조그만 성을 쌓는 동안 형 보가 부인에게 말했다.
“저 새들이 하필 저기에 둥지를 지어서 걱정이네요. 우리 집이 워낙 약하니 저 둥지가 금방 떨어질 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저 불쌍한 새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작은 방문자들은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고, 이 친절한 가족의 친절한 지붕 아래에서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점점 더 그 작은 둥지들은 시끌시끌해졌다. 알이 깨어지고 나서는 모든 둥지마다 입을 동그랗고 크게 벌린 모습이 보였다. ‘형’과 그 자식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아온 이 새 가족들을 아주 흥미롭게 지켜봤고, 때로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얼마 안 되는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새들은 점점 길들여졌고, 이 집을 자신들의 집처럼 바쁘게 들락날락했다.
어느 날 이 작은 새들이 처음으로 나는 법을 배우고 있을 때, ‘형’은 바닥에 누워 있다가 지붕에 사는 거대한 뱀 한 마리가 기어와서 새끼 몇 마리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목격했다. ‘형’은 급히 일어나서 그들을 도왔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파충류에게서 달아나다가 떨어졌는데 두 발이 둥지의 지푸라기 그물눈에 끼며 부러져버렸고, 그 새는 두 발이 부러진 채로 꼼짝없이 뱀이 다가오기만 기다리게 되었다.
‘형’은 급히 이 새를 낚아채 내려놓고는, 부인과 함께 부러진 다리에 말린 생선껍질을 감아서 부목 삼아 상처를 치료해줬다. (원래 흥부전에서는 명주실로 감아준다.:역주)
그리고 이 조그만 부상자를 따뜻한 방에 데려왔고, 다행히 뼈는 금방 다시 붙어서 이 새는 다시 방을 뛰어다니면서 자신을 위해 놓아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곧 부목을 떼어내자 그 새는 날아올라서 행복하게 자신의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가을이 왔다. 아홉번째 달의 아홉번째 날 저녁, 이 조그만 가족이 문 앞에 앉아있는데 다리를 절룩이는 새가 빨래줄에 앉아서 그들을 향해 지저귀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 생각에는 이 새가 고맙다고 하면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아. 이제 새들은 남쪽으로 갈 때가 되었으니까.”
그것은 아마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 날 이후로는 그들의 작은 친구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둥지는 텅 비워졌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 새는 바로 그 시간에 머나먼 얼음나라 너머의 새의 나라에서 새의 왕에게 절을 하고 있었다. 새의 왕은 어느 작은 절름발이 새의 인사를 받고서 왜 다리를 저는지 설명하라고 했다. 그래서 이 작은 새는 자기 형제와 사촌들이 뱀에게 잡아먹혔고 자신 또한 거의 잡아먹힐 뻔 했는데, 가난하지만 정말 친절한 사람이 자신을 구출하고 치료해줬다고 이야기를 했다.
새의 대왕은 그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듣고 기뻐했다. 그래서 이 절름발이 새에게 금으로 아름다운 글씨가 새겨져있는 씨앗을 주면서, 조롱박 종류의 씨앗이니 다음 해 봄에 그 친절하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주라고 말했다.
겨울이 지나갔고 봄이 왔다. 이 가족은 처음 묘사했던 것과 똑같은 궁핍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낯익은 새의 노래소리를 듣고 뛰어나갔다. 다리를 절름이는 그들의 조그만 친구가 입에 뭔가를 물고 찾아온 모습을 보았다. 그 물체는 씨앗처럼 생겼는데, 새는 그것을 바닥으로 내려놓고는 왕의 선물이라고 노래를 불렀으며, 선물을 전달한 뒤에 날아서 사라졌다.
‘형’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씨앗을 주워들었다. 한 면에는 아름다운 금색 글씨로 이 씨앗의 품종이 적혀있었고, 다른 면에는 전하는 말이 담겨 있었다.
“나를 부드러운 땅에 묻고 물을 많이 주세요.”
그들은 시키는대로 했고, 4일만에 고운 흙을 뚫고 조그만 싹이 돋았다. 줄기가 쓱쓱 뻗어올라 집을 뒤덮고 지붕에 무게를 더해서 어쩌면 집이 내려앉을만큼 무거워져갔다. 그 모습은 경이롭고도 흥미로웠다. 머지않아 꽃이 피고, 네 개의 조그만 박이 열렸다.
박은 곧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형’은 곧 그것을 따려 했는데, 부인은 서리가 내리는 때까지 잘 익도록 놔두었다가 속은 파서 먹고 겉껍질은 물그릇을 만들어 팔아 두 가지 이익을 다 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당장 궁핍하지만 아홉 째 달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줄기가 모두 말라서 흔적만 남고 지붕 위에는 박만 남게 되었다.
‘형’은 톱을 가져다 첫 번째 커다란 박에 톱질을 했다. 한참 후 톱질이 끝나자 그는 하마터면 졸도할 뻔 했다. 박 안에서 아름다운 소년 두 명이 몇 병의 좋은 와인과 우아한 컵이 놓여진 옥으로 만든 테이블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형’은 뒷걸음질을 치며 부인을 쳐다봤고, 부인 또한 남편처럼 정신을 못 차렸다. 소년 하나가 앞으로 걸어나와서 그들에게 테이블을 내밀며, 새의 왕이 자신의 무리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준 보답으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자, 충격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들이 미처 답을 하기 전에 다른 소년이 테이블 위에다 은으로 된 병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와인은 죽은 사람도 살려낸답니다.”
그리고 다른 병을 가리키며 그 와인은 눈먼 사람의 시력도 회복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박으로 돌아가더니 두 개의 금으로 된 병을 가지고 왔다. 병 하나에는 담배가 들어있는데 그것을 피우면 벙어리가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다른 한 병에 들어있는 와인을 마시면 나이를 먹는 것을 막아 늙어죽지 않게 된다고 했다.
설명을 마친 뒤 두 명의 소년은 사라졌고, ‘형’과 그의 부인은 놀라움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호리박과, 그리고 조그만 테이블, 거기 놓인 내용물들을 번갈아 보다가, 이것이 꿈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한참 뒤 ‘형’이 침묵을 깨고, 매우 배가 고프니 다른 호리박을 열어보자고 했다. 지금은 배가 고프기 때문에 뭔가 먹을 것이 잔뜩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들보다는 지금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 호리박이 열리자 어떻게 된 일인지 가지각색의 가구와 옷가지, 수십 롤의 질 좋은 비단, 공단, 아마포, 그리고 최상품의 면이 쏟아져나왔다. 공단 한 가지만 해도 부피가 호리박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서 그들의 집은 값비싼 가구와 최상급 직물로 문자 그대로 온통 뒤덮혀 버렸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어떤 물건이 쏟아져나왔는지를 하나하나 보지도 못한 채 다음 박을 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워낙 비현실적이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면 안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다음 박을 톱질했고, 이번에는 여러 명의 목수가 갖은 목재와 연장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엄청나게 빠르고도 조용히 집을 지어올렸고, 톱질을 하던 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화려한 집 한 채가 완성되어 있었다. 훌륭한 정원, 하인들이 묵는 방, 마굿간, 곡식창고까지 붙어있는 집이었다. 이어서 박에서 황소와 나귀가 줄지어 나왔는데, 그 짐승들은 쌀과 여러 농산물을 마치 지역에서 수도로 공물을 보내는 것처럼 실어날랐다. 이어서 돈을 지고 나오는 남녀 하인들의 행렬이 뒤를 이었다.
그들은 꿈의 땅에 있다고 생각했고, 꿈속에서 만큼은 마음껏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박에서 나온 것을 모두 치우라고 시켰다. 돈은 ‘사흐랑sahrang’이라고 부르는 응접실로 옮기고, 옷은 ‘태랙tarack’이라고 부르는 난로 위의 다락으로 옮기도록 했으며, 쌀은 곡물창고로, 그리고 짐승은 마굿간으로 옮기도록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목욕을 시켰다. 너무 늦기 전에 새 옷을 입어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인들이 모두 말없이 복종했기 때문에 부부의 놀라움은 더욱 커져갔고, 지금 일어나는 기적에 압도되어 네 번째 박을 켜는 것을 잊고, 만족과 행복으로 가득한 꿈같은 기분을 즐겼다.

하인들이 호리박에 톱질을 하라고 조심스럽게 충고를 했다. 그제야 그들은 정신이 들었고, 하인의 충고대로 톱질을 하자 이번에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타났는데, 그 전에 나타났던 선물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웠다. ‘형’의 앞에 단정하고 단아하게 서있는 아가씨는 이제까지 본 적도 없을 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그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도저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아가씨를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부인은 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다가 그녀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그리고 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를 물어봤다. 아가씨들이 대답했다.
“저는 새의 왕께서 이 남자분의 첩이 되라고 보내셨습니다.‘
부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부인은 그 여자에게, 그녀가 온 곳으로 되돌아가서 다시는 남편의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집과 땅과 엄청난 돈과 보물들로 만족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하고, 이 마지막 호리박에서 나온 물건은 모두 남편의 고약한 욕심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그제야 남편은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어제까지 거지와 다름없이 가난했는데 오늘 이렇게 하늘이 주신 선물을 받고서 버릇 없이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심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여자들의 내실로 가라고 명령했다. 이제 아내는 그곳에서 마치 감금된 것과 다름없게 혼자 지내야 했고, 더 이상 기분나쁜 말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제 그 아가씨는 큰 환영을 받았고, 부인의 방 옆에 방 하나를 얻어서 살게 되었다.

II.
날 보는 자신의 동생의 집이 갑자기 깜짝 놀랄 정도로 변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직접 그 곳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봤다. 그리고 소문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생이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얻었다고 욕했다. 동생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날 보는 그에게 어디서 누구의 집과 비싼 옷감과 좋은 가구를 훔쳐서 과거의 누추한 집이 있던 자리에 한꺼번에 들고 들어왔는지를 계속 물었다.
날 보는 설명을 요구했고, 형 보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줬다. 뱀이 덤빌 때 새를 구하고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줬는데 그 새가 금으로 글씨가 써진 씨앗을 물고 돌아왔고, 새가 건넨 씨앗을 심어서 키웠더니 네 개의 박이 열렸고, 박이 다 익은 뒤 박 속에서 이런 선물이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성품이 나쁜 형은 그런 보물을 형 보가 자신의 형과 나누지 않고 혼자 차지하는 것은 도둑질보다 나쁘다고 퉁명스럽게 주장했다. 천성적으로 친절한 형 보는 이미 형의 형답지 못한 과거의 나쁜 행동을 모두 용서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받은 현재의 부를 나눠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의무를 다 지키지 않았다는 날 보의 주장에도 마음이 불편해져서, 자격도 없는 형에게 상당한 양의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형은 집안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는 것을 보더니, 그녀를 가지겠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참을성 많은 형 보로서도 너무 심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답지 않게 거절을 했다.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결국 그의 나이 많은 형제는 분노에 휩싸여 돌아가버렸다.
그는 자신의 형제가 성공했던 방식을 똑같이 활용해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결심했다. 집에 가자마자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새를 후려쳤고, 하인들을 모두 동원해서 새를 때려잡으라고 시켰다. 수많은 새를 죽인 다음 다행히 한 마리를 잡았다. 그 새의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런 다음 물고기 껍질로 부러진 다리를 감아서 그 작은 환자를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회복이 된 후에 날려보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새는 새의 왕에게 부러진 다리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다리 부러진 새는 어떤 사내가 잔인하게도 아주 많은 새를 죽이고 자신의 다리도 부러뜨렸다고 말했다. 왕은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이 작은 절름발이 새에게 씨앗 하나를 주며, 그 사악한 자에게 봄에 돌아가서 전해주라고 했다.
봄이 오자 날 보는 자신의 정원 베란다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가 익숙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긴 담배 파이프를 내던지고 종이 창문을 열어젖혔다. 거기에는, 바로 그, 절름발이 새가 빨래줄 위에 앉아있는데 입에는 씨앗을 물고 있었다. 날 보는 아무도 그 새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새가 씨앗을 떨어뜨린 후 날아가자 신발도 신지 않고 달려들어서 깨끗한 흰 스타킹이 모두 더러워졌다. 그는 씨앗을 어루만지며 이제 자기 몫의 재산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씨앗을 조심스럽게 심고,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덩굴은 거의 호화스러울 정도로 뻗어갔다. 식물은 빠르게 자라나서 그의 큰 집 전체를 덮어버렸다. 박이 열렸는데 하나도 아니고, 동생의 집처럼 네 개도 아니고, 무려 열두 개나 열리고 계속 자라나서, 그 큰 집의 기둥이 박의 무게 때문에 신음하는 듯 했다. 날 보는 이 박이 지붕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키도록 신경써야 했다. 그는 사람을 고용해서 이 박을 잘 지키도록 했다. 형 보가 왜 부자가 되었는지를 안다면 모든 사람이 박을 가지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 보는 이기심 때문에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형 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형처럼 새를 잡아 죽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이 비밀을 지켰다.
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특히 식물의 덩굴손이 흙과 습기를 찾아 파고드는 바람에 지붕의 타일이 느슨해져, 이 집에서 우기를 보내는 것이 정말 위험해졌다. 내부의 회반죽이 무너져 종이로 된 천장을 짓눌렀고, 그래서 더러운 물이 방안으로 줄줄 새어들어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식물은 그 이상 더 큰 해는 끼치지 않았다. 마침내 서리가 내리고 덩굴이 말라죽자 십여 명의 인부들이 기둥과 로프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을 간신히 땅으로 내렸다. 박을 안뜰까지 운반한 뒤, 큰 문은 잠겼다.
날 보는 안도감을 느끼며 목수와 그의 보조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을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대한 충격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목수는 박 하나를 열 때마다 1,000 캐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날 보는 조바심으로 다른 목수를 불러올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도 없었고 잠시 후면 왕자와 같은 부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터무니 없는 인건비를 주기로 동의했다. 그리고 박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던 목수가 이제 톱질을 시작했다. 박을 절반으로 쪼개는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박이 열리자 안에서 줄타기 곡예사 한 무리가 뛰어나와 공연을 시작했다. 날 보가 기대한 상황은 이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이 큰 실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들은 안뜰이 마치 사람으로 가득찬 장소인 것처럼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을 했고, 가족들은 이 악단이 큰 재산이 오기 전에 축하하는 파티라고 여기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날 보는 곧 싫증이 났다. 그는 빨리 재산을 가지고 싶었고, 배우들이 더 훌륭한 공연을 위해 로프를 설치하려고 하자, 이제 그만 공연을 멈추고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날 보의 요청을 거절했다. 공연비로 5,000 캐쉬를 주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당신들이 요청해서 우리가 온 거 아니오. 그러니 돈을 내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사는 곳에서 우리도 같이 살아야겠소.”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내보냈다. 날 보는 언청이 입술 때문에 아주 추악하게 생긴 목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이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해. 당신이 우리집 안뜰로 오기 전까지만해도 저 박에는 돈이 가득했는데, 당신 못생긴 얼굴 때문에 거지로 바뀐 거니까.”
두 번째 박이 열렸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한 무리의 불교 사제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사원을 위해서 돈을 내주기만 하면 그에 맞는 보답을 하겠다고 애원했다. 날 보는 견딜 수 없이 역겨웠지만 여전히 다른 박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제들을 빨리 떠나보내려고 그들에게도 5,000 캐쉬를 쥐어주었다.
사제들이 떠나고 세 번째 박을 열었다. 이번에는 더 나쁜 결과였다. 시체를 매고 걷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뒤에는 돈을 받고 울어주는 사람들의 행렬이 따랐다. 울어주는 사람들은 최대한 큰 소리로 울어댔고 소란이 엄청났다. 가라고 명령을 하자 울어주는 사람들은 울어주는 값을 받기 전에는 떠날 수 없고, 시체를 묻어주는 값을 내라고 했다.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5,000 캐쉬를 주자 그들은 시체를 지고 떠나갔다.
그러자 날 보의 부인이 안뜰에 들어와서, 언청이 남자에게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언청이 남자도 화가 나서, 갈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들은 아직은 이 탐색을 마칠 생각이 아니었지만 목수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못생긴 친구는 지금까지 한 일에 대한 대가도 받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선불도 받았다.
네 번째 박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날 보는 열망에 가득차서 작업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 박에서는 지 생gee sang이라고 부르는 무희들이 나왔다. 이들은 각 지역별로 한 명씩의 여자들이었는데 각자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첫 번째 여인은 양 왕yang wang, ‘바람의 신’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다음 여인은 왕 자이wang jay, 목양의 신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다음 여인은 성 지sung jee, 신을 찬양하기 위해 집집마다 지붕위에 올려진 돈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뻐꾸기의 노래도 있었다. 너무 오래 살아서 마침내 심장이 사라져버렸지만 아직도 매 4년마다 싹을 틔우는 고대의 나무에 대한 노래도 있었다. 웃고 우는 노래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중간중간마다 떠나간 영혼을 위해 쌀을 제공했다. 태양과 별의 왕에게 바치는 노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였다. 한 사람이 독창으로 열두 달이 모이면 일 년이 되고 열두 시간이 모이면 하루, 삼십 일이 모이면 한 달, 작년의 모든 고통들은 과거 속에 묻어지고, 새해의 명절을 축하하려고 모두가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새해는 풍족하고 번영할 것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마친 지 생들은 우아하게 춤을 추고 화려한 실크 깃발을 흔들어대더니 수당을 요구했고 결국 가족들의 재산은 5,000 캐쉬만큼 줄어들었다.
(역주: 여기서 언급된 노래들은 다 뭔지 모르겠다-_- 무희들의 노래라고는 하지만 무당이 부르는 무가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박 속에서 나오는 아이템이 흥부전 원문과 차이가 있고 특히 놀부 파트는 많이 다르다. 흥부전 원문에서도 팔도 무당이 나오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부인은 이제 날 보에게 더 이상 박을 열지 말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언청이 목수가 다음 박은 500 캐시만 주면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언청이도 이 상황을 속으로는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박이 조금 열렸고 노란 색 물체가 살짝 들여다보였다. 그것이 마치 황금처럼 보여서 허둥지둥 박을 열었다. 하지만 거기서 나타난 것은 황금이 아니라 곡예를 하는 한 쌍의 남녀, 힘이 강한 남자와 짝이 되는 젊은 여자였다. 남자가 춤을 추는 동안 여자는 남자의 어깨 위에 균형을 잡고 앉아서 고대의 어느 임금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그 폭군은 동굴 속에 궁전을 만들어 바닥을 반지르르하게 덮고 벽을 보석으로 채우고 무수히 많은 등을 달아서 밤을 낮처럼 밝혔다. 그 궁전에서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음악을 연주시키고 최고의 음식과 와인을 준비해서 축제를 열고 사치스러운 즐거움을 누렸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비밀을 알게 된 폭군의 적수가 이 동굴을 활짝 열어젖혔고, 그러자 아름다운 여인들은 태양의 빛 속에서 사라져버렸다는 노래였다. 날 보는 이들이 공연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 5,000 캐시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제까지의 그 모든 불운에도 불구하고 날 보는 다음 박을 또 열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릿광대가 나타나서 긴 여행에 대한 경비를 달라고 했다. 날 보는 결국 그 돈도 줬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날 보는 이 현명한 어릿광대를 데려와서는 그의 지혜를 총동원해서 여기에 있는 여러 박들 가운데 황금이 들어있는 것을 짚어보라고 했다. 어릿광대는 몇 개의 박을 두드려보더니, 하나를 가리키며 황금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곱번 째 박이 열리자 관원 한 명이 많은 야멘의 수행원을 데리고 뛰어나왔다. 날 보는 터무니없는 ‘자백 강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급히 달아나려고 했지만 금방 붙들려서, 예의를 어겼다며 얻어맞았다. 그리고 관원은 자신의 손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비서에게 읽도록 했다. 비서는 날 보가 앞으로 농노가 되며 해마다 무거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을 선언했다. 그러자 그들은 진심으로 울부짖었고, 부인은 이제 그들은 돈이 마지막 한 푼까지 하나도 없으며 계속 튀어나온 사람들이 값나가는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원의 하인은 자신들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고, 떠나기 전에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라도 받겠다고 했다.
상황은 이제 최악이 되어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었다. 그러니 혹시 모를 금을 찾아서 나머지 박을 하나하나 열기로 했다.
다음 박이 열리자 무 탱moo tang(점쟁이:원주)여자들이 나타나서 질병의 귀신을 몰아내고 병자들의 건강을 찾아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평소대로 춤추는 의식에 사용되는 현수막을 걸고 악마를 쫓는 북을 준비했고, 영혼에게 먹일 쌀과, 불태워서 영혼에게 줄 옷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날 보가 외쳤다.
“나가! 난 어디 한 곳도 불편하지 않아! 당신들이 방문한 것만 제외하면 말이야. 항상 가난한 사람에게 짐을 지우고 수고비라며 터무니없는 대가를 받아내지. 가버려, 가서 다른 파 삭 예pah sak ye(팔 개월만에 태어난 사람 – 바보라는 의미: 원주)나 속여. 난 당신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들 또한 다른 모든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물러나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 그는 결국 이제까지처럼 또 돈을 건네고는 절망적으로 주저앉았다. 그는 아홉번째의 박을 여는 것을 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다음 박 속에서는 조그만 곡예사 한 명이 나와서 재주를 부리면서 날 보를 놀려댔다. 날 보는 그의 머리칼 다발을 붙들고 문쪽으로 끌어냈지만, 그 재주 좋은 사내는 자신을 괴롭히려는 사람의 허벅지를 붙들고서 그를 머리 너머로 집어던져 버렸다. 날 보는 거의 목이 부러질 뻔 했고,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다. 이 전문가는 날 보를 거꾸로 세워 들고 손발을 꽁꽁 묶었기 때문에, 부인은 자신의 남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그 사내에게 돈을 지불하고 떠나가라고 애원했다.
열 번째 박에서는 한 무리의 눈먼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눈을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치켜뜨고 긴 막대를 두드리며 걸어 나왔다. 그들은 이 가족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그런 서비스는 이전에도 제안을 받기도 했었지만 이제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라서 그런 도움 따위는 필요가 없기도 했다. 그 노인들은 작은 종을 딸랑거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네 개의 훌륭한 영혼이 지구의 네 귀퉁이에 있어, 그들이 인내심있게 어깨로 세상을 떠받치고 있고, 머나먼 천국이 대지 위에 아치를 이루며 건너가고 대지는 다시 천국을 포옹하며, 머나먼 지평선에서 천국과 대지가 만나서 돌아간다는(마치 한국의 국기의 모습과 같이:원주) 그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맹인들은 주사위를 던졌고, 혹시라도 죽음의 예언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 날 보는 급히 돈을 지불해서 그들을 보냈다.
다음 박은 쉽게 열렸는데, 내용물을 꺼낼지 말지 조금만 더 고민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처 생각을 하기도 전에 안에서 천둥같은 목소리가 울리더니, 거대한 형체가 박을 스스로 쪼개고 튀어나왔다. 안에서 나온 거인은 분노에 가득차서 가엾은 날 보를 붙잡아서 어깨위로 들어 올리더니 어디론가 데려갈 것처럼 걸어갔다. 날 보의 부인이 울부짖으며 원하는 몸값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괴물은 한참 후에 겁에 질린 날 보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날 보는 거의 뼈가 부러질 뻔 했다.
목수는 이제 더 이상 박을 타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너무 위험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받을 돈을 정산해달라고 했고, 날 보는 그가 마지막 박을 열어줘야 돈을 주겠다고 동의했다. 이제 돈도 음식도 다 떨어져버려 좌절했기 때문에 이 마지막 박에서 그냥 수프를 끓여먹을 재료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박은 초청하지 않았던 손님들의 발에 짓밟혀서 더 이상 음식으로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수가 박을 타기 시작하자마자 박은 썩은 것처럼 저절로 쪼개졌는데, 무시무시한 악취가 풍겨나서 사람들이 모두 달아나버렸다. 악취에 이어서 질풍이 불어쳤는데 그 바람이 너무 강해서 건물이 무너져버렸고, 캥kang으로부터 불꽃이 번져서 사내의 마지막 남은 재산을 쓸어가버렸다. 한때 번영했던 사내에게는 이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불행이 가득했다.
씨앗은 정직한 동생에게는 번영을 가져다줬고, 부유한 형의 재산은 잔인할 정도로 망쳐버렸다. 이제 탐욕스러운 날 보는 한때 자신이 그토록 잔인하게 대했던, 친절한 동생의 자비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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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가 박을 따고 망하는 과정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느 흥보전 판본보다 더 빡세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로는 네다섯 개를 따면서 마지막에 똥물을 뒤집어쓴다...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도 순서대로 빡세게 괴롭히고 있어서;;; 몇 편을 더 찾아봤다. 어느 흥부전에서도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있지는 않아서... 거의 새디스트 느낌이다...




덧글

  • 밥과술 2019/02/10 13:28 # 답글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어제까지 거지와 다름없이 가난했는데 오늘 이렇게 하늘이 주신 선물을 받고서 버릇 없이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심하게 꾸짖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는 것을 보더니, 그녀를 가지겠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참을성 많은 형 보로서도 너무 심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답지 않게 거절을 했다."

    이 대목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여러 이야기꾼들이 말로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 늘어난 이야기일터인데 흥부를 마음씨가 착하고 도덕적으로도 완벽하면 재미가 없을터이니 약점과 한계를 주자, 라고 생각한 지은이들의 '배려'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남자들만은 아니었을터이니 재밌게 듣다가 '역시 남자들은...' 하면서 쓴웃음을 짓는 여성 청중들의 모습을 즐기는 남자들의 '짖궂은'(요새라면 '야비한') 표정이 상상됩니다.

    암튼 요새라면 나올 수 없는 내용입니다...

    여태까지 읽었던 흥부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gfvccv 2019/02/10 17:54 # 삭제

    그 반대죠

    남자가 까라면 까지 왜 질투심으로 첩을 시기하고 화를 제촉하느냐는 여자들의 대한 질책인겁니다
  • 찬별 2019/02/11 21:23 #

    저도 번역하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이 흥부전이었던 것 같네요. 저 대목도 번역을 하던 시점에는 되게 재미있었는데 후기를 쓰면서는 까먹었습니다. 19세기후반의 미국인들이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하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asdf 2019/02/10 18:57 # 삭제 답글

    흥부 아내가 눈물나네요. 잘 가다가 첩이...
    이 대목은 다양한 버전에서 일반적으로 나오는 부분이라 당대 사람들이게도 특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진 것 같습니다.
    판소리 버전에 비하면 흥부의 고된 삶 부분이 딱히 사건 자체는 대동소이한데도 전반적으로 비극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이 드니 이것도 기묘합니다. 표현이 운율이 있는 글이 건조한 산문체로 옮겨졌기 때문일까요?
  • 찬별 2019/02/11 21:20 #

    그게 저는 건조한 산문체라기보다, 일상적이라 느낌이 안 오는 것들이 번역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 연재편 쯤에서 하려고 생각중이구요
  • 으아한리철진 2019/02/10 22:56 # 답글

    인천 앞 바다가 사이다로 변해도
    고-뿌 없으면 못 마셔,애들은 절루~


    라는 것 처럼,tales를 외쿡사람이 
    듣고 기록 한것이지요.

    그 당시(구한말)의 정서(미풍양식)가
    묻어 있을 겁니다.
    -외쿡양반께서 보는 시점에.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tale)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 찬별 2019/02/11 21:24 #

    이게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었을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구전을 받아썼을지, 본인이 출판본을 번역했을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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