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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출판사 차려서 책 낸 후기 (클리앙에 올린 글) 도서출판 남비



클리앙에 올린 글을 그대로 copy & paste 함.. 이 글을 편집해서 그대로 eBook 으로 출간하라는 말이 있어서 귀가 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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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신인문학상을 몇 개 받았고, 약 이십년 간 저작 대여섯 권, 번역 십여 권을 출간한 중견(...) 삼류(...) 작가입니다. 전업은 아니고 부업작가 정도로 자기소개를 하는 편인데, 최근 몇 년은 회사가 바빠서 새로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너무 멀어지고 싶지는 않아서 예전에 써둔 글 하나를 어느 출판사에서 eBook 으로 출간해달라고 하여 준비하다가, 문득 잘 팔리지도 않는 책을 출판사에 부탁하기도 미안하니 그냥 내가 출판사를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book은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그냥 원고만 주면 유통해주는 대행회사들도 꽤 있습니다. 저자가 유명하지 않아도 관계없고, 심지어 컨텐츠도 잘 보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들을 이용하면 일단은 수수료도 나가지만, 자기가 책을 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납니다. 아주 양산형으로 표지가 만들어지고 (보통 탬플릿에 제목 글씨만 바꿔넣는 수준), ebook이라는 걸 저도 몇 권 내봤습니다만 이게 웬만해서는 안 팔립니다. -_- 팔리지도 않는데 예쁘지도 않아서는 자기 만족이 전혀 안됩니다. 저는 팔리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가내수공업 취미생활 해볼 생각으로 출판사를 직접 차려보기로 합니다. 

1인 출판사 창업과 관련된 절차를 찾아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창업 절차를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책도 "1인 출판사 창업해서 월급만큼 벌기" 같은 책도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 산업이 워낙 빨리 변해 금세 outdate 되는 점도 있고, 인터넷 게시물도 잘 나와있어서, 오히려 검색을 열심히 하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관공서에 인허가를 받고 어쩌고 하는 경험이 처음이라서 좀 헷갈리기는 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내용 중심으로 기입을 해보겠습니다. 


1. 출판사 이름을 먼저 정하세요. 

기존 출판사 이름과 중복이 되면 안되는데, 이 사이트에서 중복여부 검색하시면 됩니다. (http://book.mcst.go.kr/html/system/index2.php) 뭔가 좀 허접한 느낌이라 공식 정부 사이트가 맞나 싶지만, 공식 사이트 맞습니다.


2. 구청에서 출판사 등록을 해야합니다. 

사업소재지가 위치한 구청의 문화예술과(자치단체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에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사업장"과 관련된 서류를 가져가셔야 하는데, 아파트의 매매 계약서나 전세 계약서 같은 서류를 준비해가면 됩니다.  

구청에서 민원실 이외의 장소를 찾아가본 것은 처음인데, 출판사 등록하러 왔다니까 직원 한 명이 얼른 책상에 안내하며 서류 몇 장과 153 볼펜을 내놓습니다. 공무원이 친절해서 안심은 되는데, 작성해야 할 서류가 좀 난감한 내용이 있습니다. 시설이나 설비를 넣으라는 도표가 나와서, 여긴 뭘 쓸까 망설이고 있으니 공무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선생님 출판하실 때 사용하는 도구 같은 걸 채워주세요, 라고 합니다. 음... 200자 원고지, 153 볼펜 같은 걸 넣어야 할 것처럼 생긴 도표입니다. 그래도 현실을 반영해서 컴퓨터 2대, 프린터 1대, 이렇게 대충 써넣습니다. 

뒷장을 펼치니... 설비 도면을 내라는 양식이 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푹!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무안해 해서 민망했습니다. 아무튼 적당히 칸만 좀 채워달라고 해서, 심혈을 기울여 제 방의 2차원 도면을 그리려다가 내 방 왼쪽편 책꽂이가 세개던가 네개던가 고민하는데 공무원이 서류를 뺏아갑니다 -_- 


서류를 공무원에게 제출하고 나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등록세던가? 삼사만원 했던 것 같습니다. 세금은 다른 층의 다른 과에 가서 냅니다. 세금 납입 후 증명서를 다시 문화예술과 공무원에게 제출하면, 몇일 후에 찾으러 오라고 합니다. 

이건 온라인으로 안 됩니다. 신청은 본인이 직접 가야하고, 수령은 다른 사람이 대행할 수 있습니다. 


3. 출판사 등록이 다 되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합니다. 

관할 세무서에 직접 가서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으로도 처리가 됩니다. 반차를 낼 상황은 아니라서 저는 인터넷으로 처리했습니다. 정부 세무관련 사이트는 익히 알고 있어서, 내 PC에 Client (클리앙 아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설치할 각오도 했는데, 다행히 액티브 엑스만 참으면 됩니다. 조금만 참는 거 아니구요 꽤 많이 참아야 합니다. 그냥 차라리 가서 할 걸 하는 생각도 몇 번 하게 됩니다. 

출판사 등록필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 몇 가지를 제출했던 것 같습니다. 사본은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서 자동으로 서류로 보정해서 냈습니다. 업종은 출판업과, 혹시 모르니 통신판매업신고를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그게 필요하다는 언급도 본 것 같아서. 근데 뭐가 됐든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_-) 양식 작성에서 헷갈리는 순간들이 좀 있기는 합니다. 세무도 잘 모르고 정부 기준도 잘 몰라서, 직접 가서 했다면 물어봐가며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입하는 항목이 틀렸다고 별 대단한 일이 생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생업이 아니라 취미 수준의 출판이라서요. 출판업은 부가가치 면제사업자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그런 다음 국립중앙도서관에 신고를 합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ISBN을 등록하는 과정입니다.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http://seoji.nl.go.kr/) 이름도 좀 어려운데 암튼 저 사이트에 가입해서 출판사 신고를 합니다. 출판사 등록필증, 사업자 등록증 등 지금까지 발급받은 서류들을 업로드하고, 발행자 번호를 발급받습니다. 온라인 교육도 필수로 받아야 하는데, 클리앙 하면서 다음다음 클릭하시면 됩니다. 필요한 서류를 다 제출하고 나면 발행자 번호를 발급받는데, 5일정도 걸린다고 안내가 나오지만 실제로 그만큼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국립종합도서관의 시스템은 사이트 URL과 사이트 이름 빼고는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ISBN을 받는 과정 등이 복잡하기도 하고 순서도 헷갈리고 하는데, 정부기관 사이트 치고는 안내가 꽤 체계적이더군요. 약간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행 경과가 매번 카톡으로 날아와주는 것도 은근히 좋더군요. 근데 사이트 URL을 당최 외울 수가 없고, 사이트 이름도 너무 어렵습니다 ㅠ 


5. 여기까지 했으면 축하합니다 일단 당신도 사장님입니다(...) 하지만 이제 거래처를 터야 합니다. 

리디북스와 한국이퍼브, 두 곳과 계약을 하기로 합니다. 한국 이퍼브를 통하면 알라딘, YES24, 네이버북스, 그리고 여러 대학교나 공공기관 도서관 등의 B2B 거래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리디는 사이트 하단에 파트너 등록 주소가 나와있고, 한국이퍼브는 https://www.k-epub.com/crema/pubGuide.jsp 으로 접속하면 가이드가 있습니다. 

두 회사의 절차가 조금씩 다른데, 한국이퍼브는 오프라인으로 계약서가 오가야하고, 계약서 부속서류로 인감증명서니 통장사본이니 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인감증명서는 온라인 발급이 안 되므로 동사무소 한 번 가야 합니다) 표준계약서 인쇄해서 칸 채우고, 첨부서류 마련해서 도장찍고 보내면 며칠 후에 도장찍힌 계약서가 돌아오고, 이메일로 제휴사 사이트용 아이디 패스워드 등이 옵니다. 사이트 들어가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Taeyo의 ASP 2.0 교재를 봐가면서 만든 느낌입니다. ㅠㅠ  리디는 온라인으로 전자서명 하게 되어있습니다. 인감도장을 찍어서 사진을 편집해서 보냈던 것 같네요. 전자서명이 좀 더 편하기는 하지만, 양사가 날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에 되지는 않습니다. 

이외에 교보문고, 원스토어, 애플스토어, 플레이스토어 등 다른 사업자들도 필요하다면 추가 등록을 할 수는 있겠지만, 1~4의 절차보다 5의 파트너 등록절차가 더 귀찮기도 하고, 내가 벌면 얼마나 벌 거라고(......) 저기들에 하나하나 다 등록하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파트너 등록은 2개로 마쳤습니다. 


잠시 한 숨 돌리면 

제 경우는 대략 2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작년 7월 중순에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리디북스 파트너 등록 마친 것이 9월 중순 쯤 되는 것 같네요. 평일에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주말에만 세월아 네월아 모드로 진행해서 평균보다 조금 더 걸리기는 했습니다. 협력사 등록 과정에서는 관련 메일이 지메일의 스마트한 스팸 분류(...) 때문에 구석탱이에 들어가서 한 일주일 까먹기도 했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메일의 스팸 분류 이거 아주 환장하겠습니다. 중요한 메일들을 알아서 스팸함에 넣어주는데 ㅠㅠ ) 

하지만 급하게 뛰어다니더라도 신청 후 대기시간, 우편물이 움직이는 시간, 승인버튼 누르는 시간 등등, 2주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만약 청운의 꿈을 품고 출판사를 차리려고 한다면 생각보다 느려서 답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세금을 냅니다 ㅠ 

출판사를 차리고 나면 그 뒤로 의외의 우편물들이 자꾸 날아와서 놀라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라든지(...)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라든지(...) 암만 생각해도 우표값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우편물이 자꾸 날아와서, 뭔가 연금공단에 미안해집니다. 그러던 와중에 전화도 가끔 옵니다. 주로 설문조사, 통계조사 같은 것인데 이 역시도 나같은 불량 사업자에게 세금을 쓰는게 미안해집니다. 그리고 출판사들이 종종 우리나라 출판업의 90%는 연매출 1000만원도 안되는 영세사업자 운운하는데에 거기에 일조하는 것 같아 보람찹니다(...) 

그런데 이 모든게 오산이었던 것이... 매년 세금을 냅니다. 올해 연초에 3만원인가 얼마인가를 냈는데, 제가 출판사 차린 뒤 발생한 누적매출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입니다 ㅠ


7. 첫 책 - 혈사병  (표지 디자인)  

책 출간을 위해서는 표지를 디자인하는데, 이게 은근히 어렵더군요. 곰손이라 표지를 잘 못 만드는 건 둘째치고... 이미지나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준비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책 표지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따로 있는 이유도 이해하게 됩니다. 

일단 이미지는 저작권 무료 이미지 사이트 몇 개를 검색합니다. 픽사베이 같은 곳에서 여러 가지 검색어들을 넣어가면서...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게다가 저작권과 관련된 조건들이 좀 더 복잡합니다. 어떤 폰트는 개인적으로만 쓸 수 있고, 어떤 폰트는 상업적인 허용은 가능하지만 상표나 CI 용도로는 쓸 수 없습니다. (주로 대기업이 만들어 제공하는 폰트들이 이렇습니다.) 아래한글에 번들로 묶여나오는 폰트 같은 것을 쓰면 안됩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폰트는 주로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만든 폰트들입니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폰트는 거의 대부분 100% 무료 활용이 가능합니다. 서울남산체/서울한강체 등이 본문용으로는 훌륭하고, 부산체, 이순신체, 해수체, 고양체, 제주한라산체, 이런 것들이 좋아보입니다. 사용기 쓰면서 검색하다보니 훌륭하게 정리된 사이트들이 존재하네요 ㅠ (https://noonnu.cc/ , https://akal.co.kr/?p=1570 ) 

이제는 PC 에서, 약 10년전부터 생각날 때 가끔 쓰고 있는 와콤 타블렛을 꺼내놓고 pixlr 에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궁민학교때 반공포스터 잘그린다고 상 받은 적이 있는 정도, 고등학교때 수업시간에 선생님 얼굴 그려놓으면 "쟈는 그림은 몬 그리는데 관찰력이 좋다" 는 평을 듣던 정도의 미술 실력입니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했던 적이 있고, 포토샵에서 레이어와 요술봉 기능을 아는 정도입니다. 그 실력으로 pixlr 에서 이미지들을 옮겨붙여가면서 작업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웹 툴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다른 툴을 더 찾아봅니다. GIMP 가 있군요. 10년전 리눅스 설치할 때 패키지로 설치했던 기억이 나는 툴인데, 오픈소스계의 포토샵 수준으로 올라왔다나 뭐라나 합니다. 

픽사베이에서 피와 관련된 이미지를 찾아봤고, 두 개를 찾아서 위 아래를 붙였습니다. 웬지 "혈관 건강법 100가지" 같은 책의 느낌이 되었습니다. 허접한 표지이지만 제작까지 주말 두 번을 바쳤습니다. ㅠㅠ 사실 제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폰트를 찾고 고르는 일이었습니다. 저 위에 제가 소개한 사이트를 이 때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안 걸려도 됐을 텐데 ㅠ 



두 번째 책을 낼 때에는 작년에 구입한 서피스3 기억이 나더군요. 그림 그릴 때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억도 나고. 그래서 서피스3에 펜을 들고 작업을 해봅니다. 조금은 쾌적하지만 pixlr 로는 안되겠더군요. 어떻게할까? 하다가 마침 Win10 에서 Sketch가 무료라는 광고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Sketch 를 깔아 봅니다. 오 이거 좋은데? 포토샵이나 Pixlr 계열과 UI가 달라서 조금 헤맸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두 번째 책은 표지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병맛 소설인데 어떤 표지를 해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몇 권의 책을 가져다놓고 표지를 뜯어보다가, 그냥 아무 얼굴이나 하나 베껴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대로 적당히 그립니다. 



온갖 개똥같은 그림들이 다 나옵니다. 병맛소설이니 그냥 이렇게 낼까도 한때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물론 귀찮아서...가 더 큰 이유입니다 -_- ) 그래도 참고, 약간의 음주를 한 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도전해봅니다. Sketch에서 1번 레이어에 대충 밑그림을 그리고 2번 레이어에 굵은 펜으로 제대로 선을 그어서 색칠을 하며 (보통 만화가들이 연필로 스케치하고 나중에 먹으로 펜터치한다는데에 착안해서... 하지만 진짜로 그게 효율적인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그려갑니다. 웹툰도 이렇게 그리나? 궁금해집니다. 



8. eBook 파일을 편집합니다  

처음 낸 책인 혈사병은 강철군화, 화이트팽(늑대개), 마틴에덴 등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잭 런던이 쓴 종말소설(The Scarlet Plague)이 번역이 안 되었길래 틈틈히 번역해둔 원고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주홍전염병' 같은 제목이 되어야 하고, 붉은 역병, 홍역, 적역, 홍사병, 적사병 등등 여러 제목을 고민하던 중에 페친께서 추천해준 제목입니다. 제가 Lol 잠시 할 때 블라디미르만 나오면 치를 떨었기 때문에 저 병의 무서움을 알죠. ㅠ 

번역은 저작권이 없는 책으로 내는 것이 좋습니다. 저작권은 저자 사후 70년 이후부터 소멸됩니다. 좀 헷갈리지만 출간 후 70년이 아니라 저자 사후 70년입니다. 저작권이 있는 책은 중간에 에이전시를 찾아내고, 해당 에이전시에게 계약선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유명하지 않은 책도 돈 백만원은 내야 하고, 아시다시피 위로는 끝이 없습니다. 

두번째 낸 책은 직접 쓴 소설인 "솔직한 사회" 입니다. IoT, 생체기술, 빅데이터가 결합되어 모두의 솔직한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간접 민주주의가 의미없지 않나, 모두가 솔직한 생각을 쏟아내고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더 나은 세상은 맞을까? 세상을 구할 선각자도 한 표, 바보도 한 표, 조폭이나 쓰레기 인생도 똑같이 한 표인 게 맞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블로그에 한두 편 연재하던 소설이 나름대로 제 주변 찻잔속에서는 폭풍같은 반응을 일으켜서, 완결까지 써내려간 소설입니다. 10년 전에 쓴 소설인데 이 때 "한일전 월드컵에서 실축한 대표선수에게 사형 언도" 같은 판결이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며, 내가 미래를 예언했구나 -_- 하는 생각을 하며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아무튼 eBook 편집은 HWP나 DOC 문서를 *.epub 으로 변경시키는 작업입니다. epub 이 뭔가 했는데, 만들면서 봤더니 특정하게 사전에 정해진 태그들을 포함하는 약간 특수한 포맷의 HTML 문서더군요. 그래서 HTML과 CSS 를 편집해야 합니다. 이게 익숙한 작업이 아니라서, 원하는 문서 모양이 잘 안 나옵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그냥 잘 된 템플릿을 찾아서 그 템플릿을 고치는게 제일 낫겠다고 판단합니다. 

편집용 도구로는 보통 오픈소스인 SIGIL 을 쓰는 것 같습니다. 다른 몇 가지 툴을 시도해봤는데, 자동화가 되는 도구는 태그가 덕지덕지 붙는다든지 해서, 초반 몇 번 써보고 미련을 버렸습니다. SIGIL 사용법은 어렵지 않으니 조금만 검색하고 공부하면 됩니다. 

그리고 epub 문서의 정합성 검증을 해야 합니다. 태그가 깨지거나 하는 경우도 많은데, SIGIL의 태그 검증이 의외로 부정확합니다. 출판사에 등록하면서 몇 차례 빠꾸를 먹은 끝에, 검색을 해보며 pagina epub checker 라고 하는 공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최종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문서를 예쁘게 만들려면 폰트도 따로 넣고 표지 이외에도 간지 이미지 등을 넣어줘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eBook 을 보면서는 리더기의 표준 폰트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문서 용량 커서 다운로드 느린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꼭 필요한 표지 이미지 이외에는 모두 텍스트로 처리합니다. 그러면 완성된 eBook 은 대략 400KB 내외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9. 책의 ISBN을 받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접속해서, 출간할 책을 등록합니다. 분류가 뭔지, 저자가 누군지 등의 정보를 입력하는데, 여기에서 "가격"도 입력합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여기에 입력한 가격보다 10% 이상 할인해서 판매할 수가 없으므로, 가격을 얼마를 할지 잘 생각해서 입력해야 합니다. 

저도 전자책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이 없습니다만, 보통 원고지 1,000매 (보통 판형으로 약 250 페이지 정도 되는 소설책) 정도의 종이책이 12,000원 정도 하면, 전자책값은 종이책의 70~80% 정도로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9,800원이라든지 8,800원이라든지... 하지만 종이책 없이 바로 전자책으로 나오는 경우,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3,000원 또는 3,500원 정도... 

ISBN을 받고 나면, 해당 번호는 출간할 책의 epub 파일 내 판권지에 넣어야 합니다. 

epub 파일이 다 만들어지면 위에서 말씀드린 Pagina 로도 검증해보고, epub 파일을 크레마 리더에도 넣어보고, 핸드폰으로도 열어보고 해가며 생각처럼 제대로 보이는지를 테스트해봅니다. 화면이 작아보인다든지 하는 건 귀찮아서 못 고치겠고-_-, 다만 표지사진이 안 나온다든지, 글자가 안 나온다든지 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습니다. 


10. 서점에 책을 등록합니다. 

ridi 및 한국이퍼브의 파트너 사이트에 들어가서 책을 등록합니다. 보통 파트너 사이트에 등록해야 할 내용은 편집이 완료된 epub 파일과 함께 "책 내용 소개", "출판사 서평", "저자 소개" 등입니다. 주의할 점으로는 출판사 서평 등의 내용을 미리 준비해두시기를 권합니다. 제 경우는 첫 책인 혈사병을 낼 때에는 9번까지 마친 뒤, 내가 할 일을 끝냈다, 이제 등록하세~~~ 하면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생각도 못한 입력을 더 요구받자, 뭐랄까, 보고서 표지에 오탈자를 지적받은 듯한 짜증이 솟구치면서, 그냥 아무렇게나 넣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더군요. 아래와 같은 문구들인데, 사실 이런 소개문구 같은 거, 출판사 서평 문구 같은거 참 낯 간지럽고 잘 안 써집니다. 두 번째 책을 내기 전에는 그래도 이틀간 열심히 빈 화면과 씨름을 해서, 칸은 다 메꿨습니다. 


도서 소개


21세기 초반부터 나노기술, 빅데이터 기술의 급속하게 발전하더니, 21세기 중반이 되자 '국민합의 시스템'이라는 실시간 투표 플랫폼이 완성되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뇌파를 BT기술로 인식하고 초고속인 7G 네트워크로 수집해서,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실시간 분석을 하는 시스템 덕택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날마다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오랜 꿈인 직접 민주주의의 세계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왕자와 거지와 경찰과 도둑이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은밀한 음모를 꾸미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직접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일당독재를 꿈꾸는 거대 지하조직, 반금련 
그들에 맞서 직접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투사가 되고 싶은 응유엔기정과 그 친구들. 
이 두 세력의 충돌을 이끌어가는, 또는 그 충돌에 휩쓸려가는 세 사람. 

여론 조작 전문가 마영훈 : 
직접 민주주의 세상에서 국민들의 생각을 선동하는 능력이 있다면 과거의 정치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영훈은 넷 상에 컨텐츠를 올려 여론을 아주 세밀하게 조작하는 전문가였고, 기업인, 조직폭력배, 기타 어떤 이익집단의 의뢰라도 돈만 되면 모두 수락했다. 그런 그에게 이상한 의뢰가 들어왔다. 월드컵 16강 선발 한일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극형에 처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누가? 왜? 무엇을 얻기 위해? 

빅데이터 엔지니어 김명우 : 
지난 삼십 년 동안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프로그래머로서 국민합의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그는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그럭저럭 좋은 월급을 받으면서, 때때로 솟구치는 반사회적인 욕망을 윤리로 다스리면서 지루하지만 대체로 평온하게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십년 전의 불륜녀가 찾아왔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아내인 그녀는 남편을 보호해달라고, 다시 몸을 바치겠으니 해킹을 해서라도 여론을 조작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왔다. 만약 이를 거절했다면 그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지 않고 좀 더 오랫동안 평화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즐겁게 살자, 게이코 : 
한국이름 박안희, 직접 민주주의의 화신의 외동딸, 클래식 음악, 꽃뱀, 포주, 이십대의 복장에 팔십대의 얼굴, 이 모든 단어가 인간 게이코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지만, 그 무엇도 그녀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김명우의 삶이 반듯한 모범생의 직선, 마영훈의 삶이 삐뚤어진 사선이라면, 게이코의 삶은 묘사가 불가능한 낙서같은 삶이다. 하루하루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랫동안 아껴왔던 후배가 일당독재주의를 꿈꾸는 반체제 폭력집단에게 억류된 상황을 알고 분연히 들고 일어선다.


출판사 서평 

“어처구니가 없다” 
여태껏 한국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설은 없었다. 흔히 경계 안에서 기존 소설의 문법을 조금 비틀어둔 소설에 대해 평론가들은 '발칙한 상상력'이라는 평을 하는데, 기존 소설의 문법과 구성과 언어를 모두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소설은 발칙하다거나 전복적이라거나 하는 평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민주주의 정치 제도와 사회라는 매우 민감하고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가 B급 농담이라기에도 조금 부끄러운 음담패설이 흘러나와서,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할 때 쯤이면 다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흘러나온다. 이거 괜찮네... 라고 생각할 무렵에는 다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같은 상황극이 펼쳐진다. 작가의 시선은 어느 한 장면도 삐딱하지 않은 곳이 없다. 

“B급 농담의 향연” 
이 소설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음담패설이다. 그것도 문학적인 윤색과 정제를 거치지 않은, 공중변소(공중화장실보다 좀 더 노골적이다)나 또는 B급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는 원색적인 언어가 그대로 들어있다. 하지만 이 음담패설들은 소설의 흐름 자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인물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의 삶도, 민주주의나 독재주의 등의 정치 제도도 아니다. 

"시대를 읽는 예측" 
새 정부 들어서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여론을 직접 듣는다. 여기에는 사건의 진상 조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에 대한 처벌 등의 진지한 청원도 있는 한편, 축구 경기가 끝난 뒤 스웨덴에 선전포고를 요청한다든지, 무한도전 종영을 반대한다든지, 연예인 누구의 사형을 청원한다든지 하는 청원도 있다. 2019년의 직접 민주주의가 이런 형식을 띈다면, 2029년이나 2039년에는 어떤 형식의 직접 민주주의가 등장할까? 소셜네트워크라는 통신수단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독재정부를 붕괴시켰는데,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이 언젠가 간접 민주주의 자체를 붕괴시키지 않을까? 하지만 그 직접 민주주의 사회는 완벽할까? 15년전에 씌여진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2019년 현재에도 유효하다.
 


서점에서 판매할 때 정가, 할인가격을 따로 입력하고, 대여판매를 원한다면 그 가격을 따로 넣게 되어있습니다. 

서점에 업로드를 하면 올린 내용을 검수한 뒤, 보완할 점들에 대한 질의응답을 마치면 판매가 시작됩니다. 리디북스의 경우 테스트를 위해 몇 개 아이디는 전자책을 무료다운해볼 수 있는 것 같더군요. 


11. 그리고 수금을 했지만 세금내면 적자 ㅠㅠ 

보통 책이 1,000원이면 여기서 서점이 30%를 먹고 출판사가 40%, 저자가 30%를 먹습니다. 제 경우 출판사=저자이므로 70%를 먹습니다. 서점의 파트너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전날 판매액을 다음날 볼 수 있고, 보통 한 달 단위로 정산이 가능합니다. 원래는 세금계산서를 끊어야 이체가 되는 것 같습니다만 (어 근데 부가세 면세 사업자인데 그걸 끊어야 하나?) 

마케팅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방문자가 1일 200명 정도인 제 블로그에다 출간사실을 알린 정도가 다였는데, 이쪽에서 구매한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혈사병의 경우에는 "잭 런던"으로 검색한 분이든지, 또는 LOL 팬이든지, 아무튼 가끔 판매가 일어나더군요.  

세금계산서를 끊으려면 PC에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엑스를 20개쯤 깔아야 할 것이 무서워서, 작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았습니다. 바꿔말해서 세금계산서 까는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다는 ㅠ  이퍼브와 리디북스의 판매액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출판사 창업하면서 낸 세금이 4만원인가 그렇고, 연간 등록세가 3만원 정도 했던가... 현재까지 출간한 책 2권의 누적 판매는 한 스무 권 되던가 -_-; 적자는 약 2만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_- 매출액 중 1만원 정도는 친구들이 사준 것 같습니다 (차라리 현금으로 달라고 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궁금하시면, 리디북스 미리보기에서 보실 수 있고 : 솔직한 사회 - ( https://preview.ridibooks.com/books/3476000002 ) , 큰 돈 안 드는 취미생활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이거도 나름 할만한 일인 거 같습니다.  


12. 앞으로의 계획 

그런 건 없습니다 ㅠ 

일단은 아직 제 서랍안에 기 출간되었다가 절판/계약해지된 원고, 판매 가능성이 없어서 썩혀둔 원고들이 있으니 하나둘씩 내볼 생각이고 

돈 벌 생각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팔려야 재미있게 이 취미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페북 광고 같은 걸 조금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광고비만큼 적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더 크기는 합니다만 ㅠ) 

종이책을 내볼 생각도 아주 없지는 않은데, 1,000부만 찍어도 인쇄비만 삼사백 이상은 들 거고, 돈 뿐 아니라 신경쓸 일이 워낙 많아서 아직은 생각이 없네요. 


덧글

  • 解明 2019/03/10 21:34 # 답글

    "제가 출판사 차린 뒤 발생한 누적매출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입니다"라는 대목이 웃프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찬별 2019/03/13 22:34 #

    감사합니다.. 올해는 세금보다는 매출이 조금 더 나와야 할텐데요 ㅠ
  • 명탐정 호성 2019/03/10 22:56 # 답글

    우왓
  • 찬별 2019/03/13 22:34 #

    ~~~~!
  • 초록불 2019/03/14 08:00 # 답글

    면허세도 나올 텐데... 5천 원인가 함. 그리고 본문용 서체는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제공하는 코펍 서체가 명조, 고딕(최근에 제목용 서체도 나왔음)이 있으므로 이걸 쓰는 게 완성도 면에서 제일 좋고... 어차피 이펍 파일은 서체를 내장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음. 표지 역시 폰트 파일이 들어가는 게 아니어서 아무 서체를 써도 상관없는데 양아치 같은 서체 회사들이 위법이라고 돈내라는 협박 편지를 보내는 수가 있긴 하지.
  • 2019/03/14 08: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3/17 10: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3/17 11: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프리 2019/04/24 22:45 # 삭제 답글

    대단하시네요 ㅜ ㅜ 저도 글을 쓰거나 책을 내고 싶은데
    겁이 났는데 정말 부러워요~
  • 찬별 2019/04/28 15:39 #

    판매실적 보면 전혀 안 부러우실 겁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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