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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의 설화 #7 - 춘 양, 정숙한 무희 + 번역



구한말 외국인의사 호레이스 알렌이 백여년 전에 쓴 한국의 민담을 번역 중입니다. 7번째인 춘 양 입니다. 특이하게도 "봄의 향기"라는 이름으로도 여러 차례 쓰네요. 



CHUN YANG,

THE FAITHFUL DANCING-GIRL WIFE.

춘 양, 정숙한 무희(舞姬)

 

코리아 남부의 철 라 도Chull Lah Do라는 지역의, 냄 원Nam Won이라는 도시에는 예 퉁 휘Ye Tung Uhi라는 지방관이 살았다. 그는 열여섯 살의 아들이 하나 있는 행복한 사내였다. 그에게 자식이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들은 무척 귀하게 자라났다. 아들은 평범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에, 건장한 체구, 민첩하고 지혜롭고 영리하기까지 해서, 이보다 더 뛰어난 아들은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아버지의 근무지 뒷편에서 생활하면서 책읽기에 힘썼고, 날마다 저녁에는 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하며 기쁘고 건강한 숙면을 취하기를 기원하고, 아침에는 식사 전에 찾아가서 새로운 하루에 아버지의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했다.


이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에 지방관은 냄 원 지역을 다스리도록 새로 임명되었다. 따뜻한 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자, 긴 겨울을 실내에서만 보냈던 지방관의 아들인 예 토 령(Ye Toh Ryung), 또는 토 령(Toh Ryung)은 밖에 나가서 자연을 즐기고 싶어졌다. 땅속에 스스로 몸을 파묻었던 짐승이 일어나듯이 몸을 일으키고 싶은 것이다. 버드나무 아래의 밝은 노란색 새들이 그를 환영했고,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쳐갔으며 상쾌한 공기가 정신을 일깨웠다. 그는 자신의 하인이며 이 지역 출신이라 동네를 잘 아는 팽 샌(pang san:시종)을 불러, 경치가 좋은 곳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팽 샌은 여러 장소를 열거하다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여기저기 다 경관이 훌륭하지만 ‘캥 핼 루Kang Hal Loo’가 최고입니다. 여덟 지방에서 지방관들이 다 경관을 즐기러 오셨고, 모두 다 그 장소를 칭찬하는 시를 남기셨죠.”


그러자 토 령이 말했다.


“훌륭해, 그러면 거기로 가세. 내가 가기 전에 먼저 가서 그곳을 잘 정리해두게.”


하인은 서둘러 사원으로 달려가 청소를 하고 깨끗한 매트를 까는 동안, 젊은 주인은 주변의 모든 싱싱한 생명력을 즐기고 그 기운으로 독소를 씻어내듯 천천히 걸어갔다. 산의 모퉁이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서 그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덧베개처럼 생긴 커다란 쿠션에 몸을 던지고 눈을 반쯤 감은 뒤, 마치 향수를 뿌린 듯 향기로운 봄의 서풍을 맞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즐겼다.


그는 하인을 불러 이 장소를 고른 안목을 칭찬하면서, 만약 신들이 좋은 경치를 가진 곳을 찾아다니더라도 이곳보다 나은 곳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인이 대답했다.


“정말 맞아요. 사실은 유령들도 종종 이곳의 경관을 감상하러 찾아온다고 하죠.”


그 말을 듣더니 토 령은 일어나 앉아서 한 팔로 몸을 기대고, 혹시 놀러 나와서 돌아다니는 유령이 없나 구경하듯이 바깥쪽을 쳐다봤다.


그런데 순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갑자기 하늘 위에서 나타났다가, 짧게 모습을 드러낸 뒤, 관목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 어렴풋이 본 것은 천사같은 얼굴, 번개를 쏘는 검은 구름 같은 머리카락, 미칠 듯 아름다운 목, 밝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그 모든 것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그는 놀라움으로 멍해져서, 이곳에 종종 놀러온다는 유령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다시 시야에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제야 그 여자가 자신의 집 뜰 안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거의 숨도 쉬지 못하면서,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 흡수할 듯 멈춰서 있었다. 아름다운 웃는 얼굴, 아주 커다란 산호로 만든 핀이 비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을 코일처럼 동그랗게 고정시킨 모습. 밝은 색 로브 위에는 보석이 흩뿌려져 있고, 동그란 어깨와 미려하게 아름다운 하얀 손, 바람에 나부끼며 뒤로 펄럭이는 소맷자락, 그리고 격렬히 움직이면서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모습, 오! 이럴 수가!


신발 없이 흰 색 스타킹만 신은 맨발이 복숭아꽃 사이로 쏘아올려지고, 복숭아 꽃잎이 그녀의 주변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크게 몸이 움직이는 동안 머리핀이 느슨해졌다가 풀어져서,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풀어졌다. 하지만! 그 값비싼 보석 머리핀이 바위에 떨어져 토 령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면서 챙강 부숴졌다. 이 때문에 그네 타기는 끝나고 여인은 사라졌다. 하지만 봄날 그녀의 짧았던 운동은 의도하지 않게도 어느 젊은 남자의 가슴속을 흔들어놓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젊은이는 혹시 자신이 꿈의 땅을 방황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다가 하인에게 무엇을 봤는지를 물었다. 하인은 몇 마디 농담을 하다가, 자신도 한 여자가 그네를 타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여인의 이름을 묻자 하인이 대답했다.


“그녀는 을 마Uhl Mah 의 딸이에요. 이 도시의 지 생gee sang(무희:원주)이지요. 그녀의 이름은 ‘춘 양 예(Chun Yang Ye:향기로운 봄이라는 뜻:원주)이에요.”


그 말을 듣고 토 령이 기쁘게 외쳤다.


“그래? 훌륭하군. 바로 그녀를 볼 수 있겠다. 너, 노예야. 가서 그녀를 당장 불러와서, 나를 위해 노래하고 춤추도록 해라.”


하인은 오르막길, 내리막길, 좋은 길, 나쁜 길을 모두 지나치며 달려갔다. 여인들의 안뜰은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그 집의 대문은 반대편에 있어서 도착하려면 이리저리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숨이 차도록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바깥의 소음을 듣고 물었다. “누가 나를 불러요? ”


지친 남자가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궁금할 것 없어요. 정말 좋은 기회니까 문이나 열어요.”


“누구세요. 그리고 원하는게 뭐에요? ”


“난 별 것 아닌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예 토 령은 주지사의 아들인데, 그 분이 ‘향기로운 봄’을 보고 싶어해요.”


“예 토 령에게 내 이름을 말한게 누구죠? ”


“누가 말했는지는 신경쓰지 마요. 만약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면 왜 남들이 보는 곳에서 그네를 탔어요? 높은 사람의 아들이 경치를 보면서 쉬러 왔다가 당신이 그네 타는 모습을 봤고, 그 다음부터는 다른 것은 아예 안 보더군요. 빨리 가요. 하지만 겁낼 필요는 없어요. 그는 신사라서 당신을 잘 대해줄 테니까. 그네를 탈 때처럼 춤을 춰서 그를 즐겁게 하면, 좋은 선물을 받을 거에요. 그의 아버지에게 아들은 한 명 뿐이니까요.”


그녀는 자존심이 강했지만 좋든 싫든 귀족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직업이라서 빗질을 하고 머리카락을 빗고 허리띠를 매고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잘 생기고 유능한 젊은 귀족의 앞에 나서는 여인다운 모습으로 단장을 마치고, 하인을 따라 천천히 토 령의 휴식처로 갔다. 지 생은 귀족 남자가 부르지 않았는데 먼저 들어가면 안되기 때문에, 하인이 그녀의 도착을 알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토 령은 그녀를 초대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다가 하인을 맞이하고 반갑게 그녀를 들어와 앉도록 했다.


그가 물었다. “이름이 뭐야? ”


그녀는 주머니속의 은이 쨍그랑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춘 양 예 에요.”


“몇 살이야? ”


“여덟 살의 두 배에요.”


“아하! 운이 좋구나! 넌 여덟 살의 두 배이고, 난 네 살의 네 배다. 우리는 나이가 같구나. 네 이름, 향기로운 봄은 마치 네 얼굴처럼 예쁘다. 네 볼은 봄을 알리는 마 하mah hah의 꽃잎처럼 아름다워. 네 눈은 고목에 앉아있는 독수리 같으면서도 달빛처럼 부드럽고 온화하구나.”


황홀경에 취한 젊은이가 말했다. “네 생일은 언제야? ”


청년의 영혼이 이미 그녀에게 빠졌다는 사실은 눈으로 보기에도 뚜렷했고, 어느 사이 소녀 또한 잘생긴 청년의 열정에 매혹당했다. 소녀는 아주 얌전하게 대답했다.


“내 생일은 네 번째 달의 여덟 번째 날의 자정이에요.”


“그게 가능해? 그 날은 등불 축제날이기도 하고, 내 생일이기도 하거든. 12시가 아니라 11시에 태어났다는 것만 달라. 12시에 태어나지 않아서 미안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잖아. 신이 우리를 함께 세상에 보내서 열 여섯 살의 봄에 만나게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하늘은 우리가 남편과 아내가 되기를 원하는 거라구.”


그녀가 일어서려는 듯한 몸짓을 하자, 그는 가만히 앉아있도록 명령했다. 그는 열변을 토했고 방안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하인은 방안에서 고대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우리가 만난 것에는 의미가 있어. 가끔 새싹이 돋을 때나 숲의 나무들이 불과 피로 변할 때, 아름다운 지 생들과 함께 놀고 저녁을 먹고 그들에게 춤을 추고 시를 쓰도록 한 적도 있어. 하지만 영혼을 빼앗긴 적은 없어. 이전까지는 이렇게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난 적도 없어. 넌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넌 운명적으로 내 아내가 되도록 되어 있어. 넌 내 거야. 넌 나와 결혼해야 해.”


그녀는 아름다운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고, 이 열정적인 사랑꾼에게 마음이 거의 넘어가기 직전이면서도 그가 눈이 멀어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정도는 깨달았다. 그녀가 말했다.


“아시겠지만, 당신같은 귀족의 아들은 부모의 허락 없이는 나같은 지 생과 결혼을 할 수 없어요. 나는 운명이 내게 명령한대로 한낱 지 생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예를 아는 여자였고 앞으로도 명예를 지킬 거에요.”


그가 대답했다. “물론이야. ‘여섯 개의 전통예식 (부모의 만남, 편지 교환, 계약, 선물 교환, 사전 방문, 공식 예식:원주)’을 모두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끼리 비밀 결혼을 할 수는 있어.”


“아니, 그럴 수는 없어요. 당신 아버지는 끝까지 동의하지 않을 거고, 우리끼리 비밀 결혼을 하더라도 당신 아버지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나면 당신이 감히 나를 데려가지는 못할 거에요. 거기서 다른 귀족의 딸과 결혼해서 나는 잊어버리겠지요.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그녀는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 남자가 애원했다.


“잠시만, 잠시만. 그건 불공평해. 난 절대 당신을 버리지 않을 거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지도 않을거야. 맹세할게. 양 밴yang ban(귀족)은 입이 하나 뿐이라 두 가지 말을 하지는 못한다구. 만약 여기를 떠나게 되면 널 데려가거나, 아니면 곧 돌아올게. 나를 거절하면 안 돼.”


“하지만 당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약속은 잊을 수도 있어요. 입 밖에 나온 말은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곧 잃어버리기 마련이고, 종이와 잉크가 더 오래가니, 당신의 약속을 글로 써서 주세요.”


젊은이는 즉시 종이와 붓을 들었다. 붓에 잉크를 잘 문지른 다음 글을 썼다.


“비망록. 봄의 경치를 즐기려고 캥 핼 루Kang Hal Loo에 왔다. 그곳에서 하늘이 보낸 신부를 처음으로 만났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앞으로 백 년 동안 그녀의 신실한 남편이 되기로 약속한다. 만약 내가 변한다면 이 종이를 판사에게 보여주라.”


그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종이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말에는 발이 달리지 않았지만 수천 마일을 여행할 수 있죠. 이 사실이 당신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두렵지 않아. 내 아버지도 한 때 젊었으니, 옛날에는 아버지도 나처럼 행동했을 수도 있지. 난 너와 약속을 했고, 우리는 이제 결혼했어. 내 아버지라도 그 사실을 바꾸지는 못해. 그가 우리 관계를 알게 되어 나를 버리더라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것이고, 우리는 함께 살고 죽을 거야.”


그녀는 일어나면서 옥 같은 손을 들어 대나무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집은 저쪽이에요. 제가 당신께 갈 수는 없으니까, 당신이 제게 와야 해요. 우리 어머니의 집을 당신 집처럼 사용하세요. 당신 부모님에 대한 의무를 지키는 한에서요.”


태양이 산 꼭대기에 붉게 걸리자 그들은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하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 토 령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지만 이제 그곳은 즐겁게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감옥 같았다. 책을 펼쳤으나 읽어지지 않았고 모든 글자가 ‘춘Chun’ 아니면 ‘양Yang’자로 보였다. 머릿속에는 봄의 향기라는 여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다른 책을 들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고 심지어 책을 거꾸로 들고 읽기도 했다. 평소처럼 공부하는 것을 큰 소리로 노래하는 대신에, 자기도 모르게 ‘춘 양 예 포 고 싶 소 Chun Yang Ye poh go sip so(봄의 향기를 보고 싶어요:원주)’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우연히 그 소리를 듣고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를 궁금해졌다.


소년이 계속 말했다. “칠 년 간의 가뭄으로 말라붙은 대지가 비를 갈구하듯 내 마음은 춘 양 예 때문에 두근거린다. 그녀의 얼굴은 9년간의 장마 때문에 젖은 땅이 햇빛을 그리워하는 듯 하다.”


그는 소년의 하인에게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 비서를 보내 아들이 그토록 원하고 노래하는 것이 뭔지 물어보도록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년은 계속 노래를 불렀다.


“난 보고 싶소, 난 보고 싶소.”


질문을 받자 토 령은 재미없는 책을 읽던 중이라 다른 책을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 소년은 훨씬 조용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부인을 보고 싶어 안달했고, 하인을 불러서 해가 지려면 얼마나 남았는지 묻고는 했다. 이 상황을 즐기던 하인은 해가 지금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대답하고는 했다.


“썩 꺼져라! 누구라도 저 태양을 말릴 수 없을까. 내가 해가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집에 가야한다.” (문맥 상으로 해가 져야 부인의 집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이 맞으며, 원문의 착오로 보인다:역주)


마침내 저녁이 되어 하인이 식사를 가져왔지만 그는 입맛이 없었다. 그는 저녁 식사 후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기까지 긴 시간을 힘들게 기다렸다. 마침내 불이 다 꺼지고 아버지가 잠들면, 그는 충실한 하인을 데리고 벽을 넘어서 춘 양 예의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가까이 가니 누군가가 하프를 타면서 ‘연인이 멀리 있을 때는 너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여’ 라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어머니가 맞이했는데, 토 령을 아주 믿는 것 같지 않았지만 그를 딸의 방으로 안내해줬다.


집은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안뜰을 바라보는 거실은 봄의 물결 위에 떠다니는 즐거운 유람선의 느낌이 나는 감미로운 푸른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춘 양 예의 작은 응접실로 이어지는 문 위에는 선조와 후손들에게 주어지는 싯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삶과 행복을 누리기에는 일백 년도 부족하니, 자식의 자식들 모두 천 년간 번영과 축복을 받으리라.”


열려진 창문을 통해 작은 정원에서 그네를 타는 여자의 달빛에 비친 그림자가 보였다. 거기에는 연(蓮)으로 가득찬 작은 연못이 있었고, 두 마리의 졸린 백조가 머리를 서로의 날개 사이에 묻고 둥둥 떠있었고, 가끔씩 물속에서 금색과 은색 물살이 일었다. 물가에 있는 여름 주택은 향기로운 봄의 꽃들로 거의 완전히 뒤덮혀 있었고, 모든 존재들은 아담한 대나무와 버드나무의 숲으로 감싸져있어, 외부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이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는데 춘 양 예가 나왔다. 그 순간 모든 풍경은 그녀의 아름다움 앞에서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작은 응접실로 그를 이끌었다. 작은 응접실은 잘 다듬은 옷장과 옥과 금속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광택 나는 마루 위에는 정교한 자수가 놓여진 매트가 깔려져 있었다. 그녀는 매우 즐거워하면서 자신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그녀는 그를 다른 방으로 이끌었다. 그 방에는 키 작은 테이블에 아주 우아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설탕에 절인 과일, 꿀에 버무린 땅콩이 겹쳐진 상자 속에 우아하게 차려져있었고, 지나간 여름의 열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 태양에 의해 상해버릴 운명은 피해간 달콤한 피클과 잼, 배, 포도. 길고 뒤틀린 모양의 기묘한 병 속에는 고급 와인이 들어있었고, 조상들이 사용했을 듯한 자잘한 금이 난 도자기 잔이 놓여져 있었다.


술 한 잔을 따르며 그녀가 노래했다.


“이것은 영원한 젊음의 정수입니다. 이 잔을 드세요. 결코 늙지 않을 것이에요. 당신 머리 위로 일만 년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당신은 결코 변하지 않는 산처럼 우뚝 서있을 거에요.”


그는 술잔의 절반을 마신 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칭찬하고 또 한 곡의 노래를 부르도록 청했다.


“우리 마실 수 있을 때 이 술을 모두 마셔요. 무덤에서는 누군가가 우리의 잔을 가지게 될 거에요. 젊었을 때 놀아요. 늙었을 때는 보살핌 받을 일만 남았을 뿐이에요. 꽃들은 피어나지만 몇일 후에 지고, 죽지만 씨앗을 남기지요. 달은 차면 기울기 시작하지만 새로운 달이 다시 뜨겠지요.”


노래 속의 감성이, 그리고 와인이 그를 적셨고 그의 기분도 잔뜩 고양되었다. 그는 술잔을 비우고, 술과 노래를 더 청했다. 하지만 그녀가 제지하면서 먼저 우아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그런 뒤 다시 술과 노래가 이어졌다.


그녀는 그들이 맺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갈 달콤한 약속에 대해 말했다. 짧은 삶 동안의 약속으로 만족할 수 없으니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하자, 그가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만약 죽음이 마침내 그들을 갈라놓으면, 그녀는 꽃이 될 것이고 그는 나비가 되어서, 그녀의 가슴 위로 날아와서 쉬고 또한 그녀의 향기로운 달콤함을 들이마시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최근에 누구를 만나는지 몰랐다.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의 집무실에 보관된 지역의 지 생 명부에서 춘 양의 이름을 지웠다. 그녀는 결혼한 여자였으니 더 이상 다른 무희들과 함께 다닐 필요가 없었다. 성실한 아들은 변함없이 아침마다 아버지에게 찾아와서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며 건강과 지난 밤의 휴식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매일 밤 아들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매일 밤을 자신의 부인의 집에서 보냈기 때문이었다.


 


몇 달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연인들은 천국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자신의 업무를 즐겼고, 피지배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지역에서 발생해서 수도로 보내진 세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컸지만 백성들의 실제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과거에는 그들이 낸 세금 중 많은 부분이 중간에 사라지고 정부의 창고까지는 아주 작은 일부분만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이 주지사의 정직한 업무 수행은 여러 사람의 보고를 통해 왕의 귀에도 들어갔고, 재무부서 장관의 자리가 비자 그를 호 조 판사 Ho Joh Pansa(재무부 장관:원주)로 승진시켰다. 아버지는 기뻐하면서 아들에게 그 소식을 알려줬는데, 놀랍게도 아들은 축하의 말은 커녕 충격을 받아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사실 아들의 내부에서는 난리가 벌어진 상태였다. 심장이 미친 듯 뛰고, 목젖이 뭔가로 꽉 차서 하고 싶은 말이 모두가 잘려나가는 것 같았다. 아들의 행동에 놀란 아버지는 그에게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이삿짐을 준비시키라고 했다.


그는 기회를 보아 춘 양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그의 얼굴이 중병이라도 걸린 듯 나빠보여 그의 건강부터 걱정했다. 그는 그녀에게 상황을 말해주고는 그녀를 꼭 붙들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침묵과 당혹 속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마침내 그녀가 마비된 듯한 침묵에서 깨어나서 절망 속에 가슴을 두드리며 흐느꼈다.


“아, 우리가 어떻게 헤어진다는 말이에요. 헤어져서는 살 수 없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눈물을 줄줄 흘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가 울부짖었다.


“작별 인사를 나누면 이제는 영영 작별인 거에요.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몰라요. 두려워요. 우린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이런 명령을 내린 사람은 살인자에요. 나를 죽이는 것과 다름 없어요. 나를 두고 서울로 가면 나는 죽겠죠. 난 가엾고 약한 여자에 불과해요.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그는 그녀의 머리를 꼭 껴안으면서 달랬다.


“그렇게 슬프게 울지 말아. 내 심장도 이미 다 부숴져버렸어. 나도 참을 수가 없어. 하지만 언제나 봄날이면 좋겠지만, 가끔은 잔인한 겨울이 산꼭대기에 남아있다가 골짜기로 내려와 봄을 밀어내고 활짝 피었던 꽃을 죽이기도 하잖아. 우리는 포기해도 안되고 죽어도 안 돼. 앞으로 백 년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고, 지금의 쓰디 쓴 이별 덕분에 다음 만남은 훨씬 달콤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서울에 갔는데 나 혼자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 길고 지루한 여름의 낮을 생각해봐요. 길고 외로운 겨울의 밤을 생각해봐요. 난 누구도 만날 수 없어요. 당신 소식도 모르고 말해줄 사람도 없을 텐데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요? ”


“우리 아버지가 이 일을 불명예스럽게 여기지만 않았다면 우리가 헤어질 필요도 없겠지. 난 가야만 해. 다른 방법이 없어. 하지만 믿어줘. 꼭 다시 올게. 약속해. 자, 여기 이 크리스탈 거울이 내 약속의 징표야.”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 있던 크리스탈로 된 거울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가 말했다. “언제 돌아올지 약속해줘요.”


그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불타고 말라버린 나무 그루터기에서 꽃이 피는 날, 나뭇가지에 앉은 죽은 새가 노래하는 날, 그 날 내 사랑이 돌아오겠죠. 강이 동쪽 산을 거슬러 흐르는 날, 그 강물 위에 내 사랑을 태운 배가 미끄러져오는 것을 보겠죠.”


그는 그녀가 자신을 믿지 않음을 꾸짖었고,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이 약속은 돌처럼 단단하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좀 더 침착해진 뒤 옥으로 된 반지를 빼서 건네주며 말했다.


“내 사랑은 이 반지처럼 영원할 거에요. 당신은 떠나야해요, 아아! 하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거에요. 험한 산을 넘고 먼 강을 건널 때 당신을 지켜주고 안전하게 내게 돌아오게 해줄 거에요. 서울에 가면 놀지 말고, 책을 읽으세요.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해서, 직위를 얻으면 그 때 다시 내게 오세요. 난 손등으로 눈 위에 차양을 치고 당신이 돌아오는지만 바라보고 있을게요.”


그녀와 다시 한 번 약속을 나누고, 또 그녀의 모습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그들은 마지막 작별을 했다.


긴 여행은 연인에게 장례식 같았다. 어디서든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고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서울에 도착하자 그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고, 그의 부모는 자식의 단호하고 확고한 태도에 감탄했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다. 밖에도 나가지 않고, 이 휘황찬란한 도시의 다른 귀족 젊은이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단지 그는 몇 달간 열심히 공부만 했다.


한편 냄 원에는 새로운 주지사가 도착했다. 그는 낯이 두껍고 마음이 차가운 정치인이었다. 방종하고 포악했으며 시민들의 복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춘 양 예라는 여인이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만약 그 명성대로라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야멘의 사무원을 불러 ‘춘 양 예라는 아름다운 지생’에 대해서 물어봤다. 사무원은 그 이름이 무희의 명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지워졌고, 전임 주지사의 아들과 결혼을 해서 이제는 존중 받을 신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자기 생각이나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하나도 참지 못하는 주지사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 마, 이 사기꾼 자식아! 귀족의 아들이 무희와 결혼했을 리가 없어. 당장 꺼져버려. 그리고 그 고귀한 ‘숙녀’를 내 앞에 불러와.”


사무원은 명령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기에 야멘 일꾼들을 불러서 춘 양 예의 집으로 가서 명령을 전달하도록 했다.


야멘 일꾼들은 모두 이 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이라서 그 명령을 따르기 싫기도 했고, 이 훌륭한 젊은 여인이 그들에게 ‘와인 마실 돈’을 주자, 모두 돌아가서 ‘그녀가 너무 아파서 시청으로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지사는 격노해서 그들을 두들겨패고는, 이동식 의자를 가져가서 여자가 아프든 건강하든 데려오라고, 이번에도 명령을 복종하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명령했다.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받은 지시를 따라야 했지만, 막상 춘 양 예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걱정해주자 깊이 감동을 받았다. 일꾼들은 그녀를 데려가지 않고 돌아가서 어떤 운명이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고, 그들을 따라 가기로 했다.


그녀는 머리칼을 일부러 흐트리고 얼굴에 흙을 바르고 지저분한 옷을 입은 뒤, 잘 맞지 않는 가운을 걸쳤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만들 뿐이었다. 그녀는 슬프게 울면서 야멘으로 들어갔는데 그 모습이 주지사를 더 화나게 했다. 그는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두들겨패겠다고 했고, 그런 뒤 흐트러지고 눈물에 젖은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진흙이 튄 옥과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네 행동은 무슨 의미인가? 어째서 다른 지 생들과 함께 인사를 오지 않았나? ”


“저는 태어날 때는 지 생이었지만, 결혼을 했고, 그래서 더 이상 예전 직업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해라. 너는 앞으로 다른 지 생들과 함께 다녀라.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이다.”


그녀가 용감하게 대답했다. “절대로 안됩니다. 천 번을 죽어도, 저에게 그런 명령을 할 권리는 없습니다. 당신은 왕의 신하이고, 법을 지켜야 할 분입니다. 스스로 법을 어겨서는 안됩니다.”


그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분노했고, 그녀를 쇠사슬로 묶어서 감옥에 즉시 가두도록 했다. 사람들이 모두 그 일로 슬퍼하자 억압자의 분노는 더욱 커져서, 간수장을 불러 그녀를 특별히 더 엄격하게 다루고, 동정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탈옥시키지 못하도록 간수를 더 붙여두라고 명령했다. 간수장은 지시를 받았지만 사실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는 그녀가 최대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와서 흐느껴 울며 슬퍼했고, 신의 없는 남편 때문에 이런 곤경에 처했으니 더 이상 그에게 바보같이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웃들은 노파를 말리며, 딸의 행동이 옳기 때문에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 시켰다. 그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고 격려를 해준 덕분에 그녀의 상태가 그나마 조금은 나아졌다. 그녀는 그 밤 내내 하늘에 절하고 신과 그녀의 남편을 부르며, 자신이 방면되기를 기도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물어봤고, 그녀는 연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은 살아있어요. 하지만 죽어가고 있어요. 이제 난 다시는 토 령을 만나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내가 죽으면 시체를 서울로 보내서 그가 자주 다니는 길 근처에 매장해주세요. 그러면 살아있었을 때는 비록 이별했었지만 죽더라도 그에게 가까이 있게 될테니까요.”


어머니는 그런 남자와의 약속에 집착하는 것을 꾸짖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머니가 하는 말을 참을 수 없었고, 그런 이야기를 계속 하려면 차라리 가버리라고, 더 이상 오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내 진심과 영혼이 시키는대로 했어요. 그리고 옳은 일을 했어요. 내가 미래를 볼 수 있었겠어요? 오늘 해가 빛난다고 내일도 빛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이미 한 일은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나는 이미 충분히 슬퍼요. 여기에 어머니의 불친절함을 더하지는 말아주세요.”


하루 이틀이 한달 두달이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죽은 사람 같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녀는 정말 아팠고, 간수가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밤 꿈을 꿨다. 꿈속에 혼자 방에 앉아 옷을 입으며 토 령이 주었던 작은 거울을 들고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거울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부르르 떨고, 이제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자신의 몸이 반으로 쪼개져 죽음이 찾아오고 슬픔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으로서 자유를 얻는 것은 관계 없으나, 사랑하는 남편을 마지막으로 만나지 못한고 혼자 죽는다면 도무지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꿈에 대해 한참 생각하다가 간수를 불러서 맹인을 불러서 미래를 점치고 싶다고 했다. 마침 바로 그 시점에 바깥에 긴 막대를 짚어가며 거리를 걷는 맹인 한 명이 있었다. 그를 안으로 불러들여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 맹인은 과거에 꽤나 잘 살았고 그녀의 아버지와도 친밀한 사이였음이 밝혀져서, 그들은 금세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그 자가 마치 아버지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죽음이 그녀에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를 물어봤다. 그러자 그 자가 대답했다.


“꽃이 지고 떨어져도 죽지는 않지. 그들의 생명은 씨앗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꽃으로 태어날 거야. 죽음으로 영혼이 해방된다면 자유로워진 영혼은 다른 육체에서 다시 태어나 빛나게 될 거야.”


그녀는 남자의 친절함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자세한 해몽을 부탁했다. 맹인은 즉시 대답하기를, 나쁜 징조 였다면 거울이 깨질 때 소리가 났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질문을 해서, 그녀의 꿈에서 거울이 깨지는 그 때에 새가 방안으로 날아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말했다. “새는 좋은 소식을 가져 오는 존재야. 그리고 토 령이 줬던 거울이 깨진 것은, 그 좋은 소식은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이라는 뜻이야. 한 번 보자.”


그리고 그는 한 줌의 막대를 배열한 뒤 잘 섞으면서 주문을 외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마루 위에 던졌다. 곧 그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헀다.


“네 남편은 성공 했어. 시험에도 합격했고, 직위도 얻었어. 이제 곧 너에게 올 거야.”


그 소식은 너무 반갑고 기뻤지만, 노인이 옛 친구의 지친 자식을 기쁘게 하려고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해석을 기쁘게 받아들여 지친 몸의 위안으로 삼았다.


한편 예 토 령은 낮이든 밤이든 열심히 학업을 계속해, 부모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는 이제 시험을 치를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할 무렵에 마침 국왕이 나라의 오랜 평화를 기념하고 올 한해도 재난 없이 마무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의 구아가guaga(경쟁시험: 원주)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문학의 순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험 날 엄청나게 많은 참석자들이 국왕과 주요 신하들이 모여있는 궁궐의 앞 풀밭에 모여 앉았다. 예 토 령에게도 작문을 위한 주제가 주어졌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놀던 젊은이에게 나이든 여행자가 질문을 했다”


젊은이는 오랫동안 잉크 스틱을 돌에 비비면서, 한참 주의깊게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글을 쓰기 시작하자 마치 영감을 받은 듯이 아름다운 글자가 씌여져 내려갔고, 작문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마치 고전문학에서 외우고 있는 글을 베껴쓰는 듯 했다. 그의 작문 속에서, 소년은 노인에게 그 나이에 대해 마치 조상을 찬양하듯 숭배의 감정을 표시했고, 그 대화 속에 왕이 될만한 지혜를 담아 넣었다. 그는 아주 거침없이 작문을 해나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눈썹을 찡그리고 생각에 잠겨있었지만 그는 종이를 접어서 제출자의 이름을 가린 후(그래서 제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자신의 작품을 제출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제출한 첫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에 심사관들은 즉석에서 심사를 시작했다.


왕은 글을 한 번 읽어보고 그 속에 담긴 생생한 인물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작문, 문장, 감성 모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에 아직 다른 답안지를 받지 않았지만 이 글을 능가하는 작품이 나오지는 않을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제출자의 이름을 확인한 뒤, 자신이 아끼는 관리의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즐거워했다.


젊은이는 곧 불려왔고, 왕의 축하를 받았다. 왕은 그에게 세 잔의 와인을 줬고, 그는 경건하게 받아 마셨다. 이어서 왕이 직접 화환을 건네주고, 새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군주의 명령을 실행한다는 의미를 가진, 양쪽으로 날개가 달린 궁전용 모자를 주었다. 또 앞뒤로 여러가지 화려한 수가 놓여진 궁전에서만 입는 로브도 주었다.


이어서 그는 화려하게 장식된 말에 올라타고 궁정의 음악가와 종사원들로 이뤄진 밴드의 뒤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어디에서든 군중들이 환호를 했고 그는 마주 인사를 했는데, 이렇게 공개된 행사에 사흘을 보냈다.


이런 의무를 마친 뒤, 그는 조상의 무덤으로 찾아가서 엎드려 절을 하고, 조상들이 직접 자신의 성공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왕 앞에 나아가서 겸손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불충분한 사람에게 이토록 큰 영광을 준 것을 감사했다.


왕은 기뻐하면서 젊은이에게 그의 정직한 아버지를 본받아 열심히 노력하라고 했다. 그리고 희망하는 직무를 묻자, 예 토 령은 다른 어떤 직무보다도 왕을 위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정말 번영한 해였고, 풍성하게 수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때면 부패한 사람들이 국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 허락하신다면, 우싸Ussa(정부의 감사관:원주)로서 험한 일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 일을 맡는다면 자신의 부인을 찾으러 갈 수도 있고, 이 일 자체가 아주 좋은 일이기도 했다. 왕은 기뻐하면서 그를 임명했고(물론 업무 특성 상 은밀하게), 그에게 독특하게 생긴 인장을 줬다.


신임 우싸는 거지로 변장해서 지푸라기 샌들을 신고 부숴진 모자를 썼다. 그 아래 머리는 빗지도 않고 머리 뭉치를 고정하지도 않아서 사방으로 삐쳐져 나왔다. 낡은 가운의 목 부분에 흰 띠도 달지 못했고, 얼굴은 더러워서 누가 봐도 거지 같았다. 그는 도시 외곽의 우싸들을 위한 말이나 하인들이 있는 마굿간에 나타나서, 인장을 내밀어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옛 집이 있던 남부 지역으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는 불행한 마을의 외곽에 남고, 시종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의 형편을 조사하고 소식을 확인했다.


떄는 다시 봄이었다. 새싹이 돋고 새가 노래하고 따뜻한 계곡에는 농부들이 게으른 소를 끌고 쟁기질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공정한 왕을 칭송하며,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또 그들의 배가 부르기를 기원하는 노래였다. 우싸가 변장을 하고 그들 사이에 섞여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농부들이 우싸를 싫어하며 건방지게 대하자, 그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이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이 사람의 말투를 들어보면 우리들의 일상 언어와 절반만 똑같다는 것을 모르겠니? 그 사람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거야. 변장을 했지만 틀림없이 귀족일 거라고.”


우싸는 노인도 대화로 끌어들였고,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물어보다가 마침내 주지사의 성품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그가 착실하고 공정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폭력적이거나 술주정뱅인가요? 자신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다 포기하고 방탕하게 사는 사람인가요? ”


“우리도 주지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그의 심장은 죽은지 오래된 떡갈나무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어있다지요. 그는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아요. 사람들은 그를 신경쓴다기보다는 피하죠. 그는 쌀과 돈을 억지로 빼앗아가고, 나쁘게 모은 재산으로 방탕한 삶을 살죠. 그리고 그 착한 춘 양 예가 자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둬서, 거의 죽어가고 있어요. 예전의 공정하던 주지사의 아들과 결혼을 했다는 이유인데...”


예 토 령은 자신의 부인을 깊게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찬 말을 듣고 가시에 찔린 듯 놀랐으며, 잔인한 시장에게 쓴 분노를 느꼈다. 그는 꼭 자신이 정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대화를 하기에는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뒷편에서 농부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어떤 사람은 부자로 태어나고 다른 사람은 고생을 해야 하나, 누구는 평화속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누구는 오두막도 없이 가난하게 사나.”


그는 걸어가면서 명상을 했다. 그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왔고 이제 그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생각에 잠긴 상태로 계곡을 건너고 상쾌한 산과 시냇가를 따라 계속 걷다보니 허름한 오두막이 나타났다. 거기에서 한 노인이 삼실을 꼬고 있었다. 그가 다가갔지만 노인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인사를 건네자 노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분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정부 기관에서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직급만 중요하지. 젊은이가 상관이라면 노인이 인사를 해야만 해. 하지만 이 시골에서는 안 그래. 중요한 것은 나이 뿐이지. 자, 이렇게 불쌍해보이는 풋내기가 내게 말을 거는 이유는 뭐지? “


젊은이는 노인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질문을 했다. “새로운 주지사가 춘 양 예라는 지 생과 결혼을 한다던데, 그 소문이 사실인가요? ”


“그녀의 이름을 말하지 말게. 자넨 그럴 자격이 없어. 그녀는 잔인한 짐승을 사랑하고 결혼한 죄로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으니까.”


예 토 령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서둘러 부하들을 불러, 지역 공무원들이 자신의 방문을 알아차리기 전에 즉시 도시로 쳐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즉시 춘 양 예의 집으로 갔다. 그 집에는 예전의 즐거웠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값비싼 가구들은 감옥에 갇힌 소녀를 지원하기 위해 거의 다 팔아넘겨졌고, 소녀의 어머니는 그가 거지라고 생각하고 비명을 지르며 쫓아냈다.


“당신은 아무 소식도 모르는 외지 사람이오? 내 하나뿐인 자식이 감옥에 갇혔소. 남편은 벌써 옛날에 죽었고, 재산은 이제 거의 다 사라졌어요. 그런 내게 와서 동냥을 해달라니. 가시오. 가서 마을의 소식이나 좀 들어보시오.”


“저 좀 보세요. 저 누군지 몰라요? 예 토 령이에요. 사위라구요.”


“예 토 령이라고? 그런데 거지라고! 그럴 수는 없어. 우리 유일한 희망은 자네야, 그런데 자네는 없는 것만도 못한 상태잖아. 내 불쌍한 딸이 죽겠구나.”


“무슨 일이 있어요? ”


그는 짐짓 시치미를 뗐다.


그녀는 과거 몇달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금도 그를 배려하지 않고 몰아붙이고, 여자의 관점에서 박한 평가를 내리면서 떠들어댔다. 그는 자신을 감옥에 데려가달라고 했다. 그녀는 딸이 지난 몇 달간 유지하던 신념과 자신감이 모두 틀렸고 자신이 맞다는 것에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그를 데려갔다. 감옥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딸을 부르면서 자기의 이상한 느낌을 표현했다.


“여기, 네 훌륭한 남편이 왔다.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예 토 령을 보고 싶어했었지. 여기 그가 있어. 이 거지를 봐라. 그리고 네 믿음의 결과가 뭔지를 봐라. 그를 저주하고, 내쫓아버려라.”


우싸가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깨달았다.


“내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죠? ”


그녀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얼마전에 새롭게 추가된 형벌 도구인 목과 어깨를 죄는 거대한 나무 판자에 짓눌려져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통 때문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의 평온함에, 그녀는 마치 자학하듯이 말했다.


“대체 왜 안 왔던 거에요? 공무로 많이 바빴나요? 강물이 너무 깊고 물살이 빨라서 건널 수가 없었나요? 너무 멀리까지 갔었기 때문에 돌아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던 건가요? ”


그리고는 심한 말을 후회하며 말했다.


“얼마나 기쁜지 나는 말로 할 수가 없어요. 천국에 가야 당신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당신이 여기에 있네요. 내 발목을 풀어줘요. 그리고 목에 매달린 멍에를 풀어줘요. 그래야 당신에게 다가갈 수가 있죠.”


그는 음식을 넣는 작은 창을 통해 다가가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의 얼굴과 옷매무새를 보더니 흐느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괴로움을 겪는 걸까요. 당신도 나를 도울 형편이 아니군요. 이제 우리는 죽을 거에요. 하늘이 우리를 버리셨어요.”


그가 말했다. “맞아. 나는 가난해. 하지만 우리가 다시 만났는데 기뻐하면 안될까? 약속대로 나는 돌아왔고, 우리는 금방 행복해질거야. 상처받지 말고, 나를 믿어.”


그녀는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는 냉소를 지으며, 기도했던 대로 오랫동안 기다린 남편이 왔으니 뭐가 더 필요한지를 비꼬듯 물었다. 그녀는 그 잔인한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 숨겨놓은 보석의 위치를 말했다.


“그 보석을 팔아서 남편에게 음식과 옷을 사주세요. 그리고 집에 데려가서 잘 돌봐주세요. 내 침대에서 잠을 재우고, 그가 우리를 도울 수 없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그는 노파와 함께 집으로 왔다가, 곧 집을 떠나서 하인들에게로 향했다. 다음 날이 주지사의 생일이라서 축하 잔치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큰 잔치라면, 와인이 물처럼 흐를 것이고, 아침부터 시작할 것이다. 손님 접대를 위해 지역의 지 생을 모두 소집해 음악과 공연을 벌이며 웅장하고 방탕한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 시간이라면 우싸가 기다려왔던 계획을 실행하기에 알맞을 것이다.


다음 날 일찍 변장한 우싸는 혼자 야멘 문앞에 나타났고, 하인들이 그를 무시하고 쫓아내며 말했다.


“거지 잔치는 없어.”


하지만 그는 바깥을 배회하며 안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듣다가, 다시 한 번 진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나았다. 하인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해서 붙잡으려고 했지만, 어수선하게 밀고 당기다가 마침내 길을 뚫고 안으로 달려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술로 얼굴이 시뻘건 주지사는 귀찮아하면서 당장 그를 내쫓고 문지기에게 채찍으로 벌을 주라고 했다. 그의 명령은 즉각 실행되었지만 예 토 령은 바깥 벽에 있는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다시 한 번 연회장 가운데에 타나났다. 주지사는 너무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방인이 말했다.


“나는 거지요. 음식과 술을 주시오. 나도 좀 먹어보게.”


손님들이 이 남자가 뻔뻔하게 구는 것을 비웃고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주인에게 그를 놀림감으로 삼아 즐겨보자고 했다. 주인이 마침내 동의하자, 그에게도 약간의 음식과 술을 주어 구석에서 혼자 먹도록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음식에 만족하지 않았고, 다른 손님들은 아름다운 지 생들이 술을 마실 때 와인의 노래를 불러주니, 자신에게도 같은 대접을 해달라고 했다. 이 말에 손님들이 모두 깜짝 놀라고, 주지사는 그에게도 지 생을 한 명 보내주라고 했다. 그에게 가게 된 못생긴 여자는 “당신 같은 사람의 비천한 목구멍으로는 노래 없이도 와인이 술술 넘어가지 않아요? ” 하고 말하면서, 그가 오래 살기를 원하는 대신 빨리 죽기를 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동안 그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듣다가, 말했다.


“음식과 와인, 그리고 호의 어린 접대 모두 감사합니다. 이제 보답으로 제가 시를 한 편 써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연필과 종이를 들고 글을 썼다.


“주지사의 음식을 풍요롭게 하는 기름은 짓밟힌 인민들의 피와 생명이고,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억압자의 눈에는 촛불의 촛농만큼도 가치가 없다네.”


이 시가 읽혀지자 모든 사람들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손님들은 고개를 젓고, 주지사가 그에게 몹쓸 짓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저마다 중요한 일을 핑계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주지사는 웃으면서 손님들에게 앉으라고 하는 한편, 무례한 침입자를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했다. 그러는 순간 우싸가 갑자기 인장을 꺼내들고 미리 약속했던 수신호를 했다. 그러자 그의 모든 수행원들이 한꺼번에 뛰어나왔다.


왕의 인장을 보는 순간 반쯤 취한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경악으로 하얗게 되었다. 사악한 주지사는 집의 지하로 기어가 탈출하려고 했지만, 곧 체포되어서 사슬에 꽁꽁 묶였다. 손님 중 하나는 다락방으로 달아나려다 천정의 쥐구멍에 머리카락의 꼭지가 걸렸는데, 그것을 추적자들에게 붙들렸다고 생각하고는 선 상태로 비명을 지르며 자비를 청했다. 마치 큰 지진이 일어난 것 처럼 모두가 경악과 충격에 빠졌다.


제대로 된 옷으로 갈아입은 우싸는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우선 주지사는 서울로 보내도록 했고, 사무실에서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한편 부하를 보내서 춘 양 예를 데려오도록 하되,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녀는 이제 시장이 술에 잔뜩 취해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시종에게 제발 토 령을 불러달라고 애원했다. 시종은 그를 부를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가 이미 야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그에게도 피해가 왔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했다.


그들은 그녀의 쇠고랑을 풀어 야멘으로 데려갔다. 우싸는 야멘에 앉아 그녀를 불러, 고개를 들고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하라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고 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이제 빨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 방법이 실패하자, 그는 이번에는 원래의 목소리로 그녀에게 한 번만 자신을 보라고 했다.


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멍해진 눈으로 연인이 훌륭한 옷을 입고 서있는 모습을 보고 기쁨의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가다가, 어지러워져서 그만 그의 품속으로 푹 쓰러져버렸다.


딸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을 가지고 온 노파는 바깥에서 이 좋은 소식을 듣고는 음식 접시들을 내던지고 달려와서 기쁨으로 길길히 날뛰었다.


“그 악독한 주지사에게 얼마나 기쁜 생일이 되었나! ”


모든 사람들이 딸과 함께 기쁨의 환호를 질렀지만, 그 늙은 어머니가 이런 큰 행운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주지사가 지정되었고, 그들의 결혼은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치뤄졌다. 우싸는 항상 공정하고 정의로웠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를 존경하고 좋아했으며, 덕택에 그는 더 높은 직책으로 승진했다. 온 나라는 그의 신의 깊은 부인을 칭송했고, 부인은 이후 많은 아이를 낳았다.


 


덧글

  • 찬별 2019/05/20 12:03 # 답글

    https://news.v.daum.net/v/20190520103318875?f=p
  • 찬별 2019/05/20 13:09 # 답글

    https://www.krm.or.kr/krmts/search/detailView.html?dbGubun=SD&category=ResearchPaper&m201_id=10016773&local_id=10069771
  • 찬별 2019/05/20 13:10 # 답글

  • 찬별 2019/05/20 20:08 # 답글

    〈경판본 흥부전〉의 두 가지 번역지평 - 알렌, 쿠랑, 다카하시, 게일의 〈흥부전〉 번역사례를 중심으로

    > 논문은 공짜인줄 알았는데 가격 차이 알아보자.. (논문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정부보조금도 들어간 사업인 것 같은데.. 그런 관계는 좀 더 알아봐야할 듯?)
  • 찬별 2019/05/20 20:06 #

    https://www.earticle.net/Article/A260388 10,900원
  • 찬별 2019/05/20 20:11 #

    https://www.happycampus.com/paper-doc/15006575/

    같은 가격 10,900원
  • 찬별 2019/05/20 20:14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046779

    여기 공짜. 억 공짜 맞는데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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