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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미분류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로, 요즘 들어 이 인용구를 자주 들었다. 주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같은 말이 하고 싶은 정치인과 경영자들에게 들었던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로 시작하는.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다른 명언들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성공한 사람보다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라"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 지식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인생의 성공 =x+y+z라면, x는 일, y는 놀이, z는 침묵이다."

대체로 겸손하고 감수성 풍부한 시골 노인의 덕담 느낌이다. 정신병 초기 증세라는 발언과 톤이 다르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다. 일단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 이라는 말을 영어로 찾기는 어렵다. 아인슈타인 명언 수집 사이트(https://en.wikiquote.org/wiki/Albert_Einstein) 에서 today, yesterday, future, past, mental disease.... 등등을 넣어봐도 적당한 문구가 안 나온다.

한참 이래저래 뒤져보다가, 의역이 더해졌을 듯한 원문 하나를 발견했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정신병이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도가 되겠다.

그러고보니 이 원문까지 인용하면서, "우리 말에서는 의역이 너무 많이 됐지. 사실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교육 하면서,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한 말이다" 라고까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인용하는 상황도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이 문구가 맞느냐? 명언이 그렇듯이 맞다면 맞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똑같은 버스를 타도 어떤 날은 10분 걸리고 어떤 날은 30분 걸린다.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어느 날은 식중독이 걸린다. 똑같이 땡땡이를 쳐도 어떤 날은 걸리고 어떤 날은 안 걸린다.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말도 있는데, 천리동안 죽도록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도착을 할 수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는데 똑같은 일을 열 번이나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 일이다.


*

아무튼 다 그렇다고 치는데, 이 문구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 맞나? 여전히 좀 이상하다. 아인슈타인의 어록 치고는 너무 단호하고 목적지향적이다. 항상 불확실성, 자연에 대한 겸손,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인데. 

그래서 저 문구 전체를 구글 검색창에 넣고 검색을 해보면 좀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여러 결과들 중에 가장 자세하게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리고 가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결과 페이지가 있다.

https://quoteinvestigator.com/2017/03/23/same/

명언을 분석하는 사이트인데, 영어로 된 내용이 좀 길다. 몇 줄로 요약해보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흔히 오해되는 명언이지만 이런 말을 했다는 증거 없음

-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아인슈타인 명언집"에서는 잘못 인용되는 문구라고 규정했음

- 1981년 약물중독자갱생연합 Narcotics Anonymous organization 의 팜플렛에서 이 문구가 가장 먼저 등장함 

- 이 문구가 알콜 중독자 연합 등 이후의 다양한 단체에서 인용/재인용을 하게 됨

- 이 단체 이외에 막스 노르다우, 조지 버나드쇼, 사무엘 베케트, 리타 매 브라운 등등이 상기 문구와 비슷한 맥락의 글을 썼던 바 있음

정도의 내용이다. 근거들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언급이 이 사이트 이외의 다른 사이트에서도 종종 보인다. 영어권에서도 이 문구가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흔히 오해되고 있지만, 사실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아니라는 것이 아는 사람들끼리는 아는 정설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문구는 알콜 중독자, 약물 중독자를 계도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는데, 누군가의 오해나 오용으로 인해 아인슈타인이 한 말로 둔갑해서, 전세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  


*

사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든 안 했든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이렇게 들고 파기 시작한 건, 저 문구가 인용되는 컨텍스트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저 문구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고, 영리하게, 변화와 혁신을 해라" 라는 의도로 인용이 된다. 하지만 보통은 듣는 사람에게는 "그냥 노오력만 하면 안된다. 씨발 존나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야 한다" 정도로 들린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노력. 내일은 오늘보다 더 노오력. (그리고 사실 인용하는 사람도 의도야 어쨌든 본심은 이거인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도 듣는 이의 반응은, ㅅㅂ 어쩌라고 ... 정도가 되겠다. 날마다 똑같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정신병 말기인 것인가... 인용하는 당신은 아인슈타인 반이라도 따라가나... 정도가 되겠다 

내 정서에는,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 진인사대천명, 이런 말이 차라리 낫다. 존나 노오오력... 이라는 뜻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아무튼 희망차고, 성실한 노력을 긍정하는 문구라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보통 높은 사람들이라... ㅠ 다음 번에 이런 말을 누군가가 한다고 했을 때,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안 그랬습니다...' 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_- ) 







덧글

  • 김쏭 2019/10/25 17:29 # 삭제 답글

    문구의 출처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찾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는 것이로군요.^^
  • 찬별 2019/11/05 21:20 #

    알콜중독자들의 교화용 문구를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설파하고 있다는게 아이러니죠 ㅠ
  • 103 2019/11/19 20:59 # 삭제 답글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oinv 2019/12/06 12:28 # 삭제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궁금즘이 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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