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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 석유의 숲 + 짧은소설




강남역 인근의 거리,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나는 곳이라 자기 의견을 주장하거나 자기 물건을 팔기 위한 사람들도 항상 넘쳐났다. 도를 아시느냐, 얼굴에 선한 기운이 흐른다는 사람도 있고, 새로 생긴 술집 찌라시를 돌리는 할머니, 주 예수를 믿지 않으면 불지옥에 떨어진다며 넥타이를 매고 메가폰을 들고 소리지르는 중년.
그 가운데에서 사내는 유독 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는 표지판 하나를 목에 걸고, 어딘지 공허해보이는 눈으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표지판에는 "석유 중지" 라는 글자만 씌여있을 뿐이었다. 출근길, 퇴근길, 다음날 출근길에도 똑같은 모습으로만 서있는데, 집에도 안 들어가고 잠도 안 자는 눈치였다.
그 날 퇴근 후 이차 삼차로 이어지는 회식을 마치자 새벽 두 시가 되었다.
회식은 최악이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 김부장은 회식 장소에서도 내내 나를 갈궜다. 평소 업무시간에 할 수 없었던 조언을 해주겠다며, 내 구두 색깔이나 넥타이 각도, 인사할 때의 목소리 같은 것에 대해 계속 지적을 해댔다. 대답을 하면 말대꾸 한다고 화를 내고 , 대답을 하지 않으면 상사를 무시한다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한 잔만 더를 외치다가, 열두시에 이차가 끝나고 단 둘이서 삼차를 더 가자고 할 때에는 뒷목이 저려왔다.
그리고 단 둘이서 괴롭히기를 두 시간 더. 김부장은 인사불성이 되어 엎어졌고, 나는 그를 택시를 태워보낼까 하다가 그냥 나 혼자 일어섰다. 참 불가사의하지만 그렇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도 다음 날 아침 일곱시면 출근하는 사람이라, 내가 굳이 챙겨줄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출근은 내가 걱정이지. 아무튼 누적된 피로와 홀가분함이 겹쳐져서 술을 꺨 겸 거리를 걷는데 그 남자가 아침과 똑같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갔다. 그는 내 접근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허한 눈으로 서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냄새가 났다. 지난 이삼일동안 자지도 씻지도 않은 사람의 냄새였다.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어쩌면 과로사(?) 할 지도 모르겠다. 술에도 취했겠다, 호기심에 말을 걸어봤다.
"몇 일이나 여기 계셨어요? "
그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가볍게 그의 팔을 두드리며 다시 물었다.
"내 말 들려요? "
팔이 닿는 순간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는 천천히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조금 놀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서기 2450년에서 온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 정상적인 답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 안 했다.
"시간이 괜찮으면 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 떄문에 커피숍이든 술집이든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2400년부터 지구는 급속하게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추워졌다는 표현은 충분하지 않아요. 생기가 없어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생기라니. "기"나 "에너지" 같은 건가요? "
"아마도 말씀을 듣는 분은 2400년의 지구의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2019년에 1619년의 과학 수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벌레는 나쁜 공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나, 가뭄은 왕의 잘못을 하늘이 징벌하기 위해서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인데."
"차이가 크죠."
"2400년의 사람인 저에게 2019년의 당신은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이야기가 황당하게 들리더라도 나를 미친 사람으로 몰고 가지는 말아주세요."
이미 나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술 취한 김에 이야기는 더 들어보기로 했다.
"당신이 25세기에서 왔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믿죠? 타임머신을 타고 왔나요? "
"지금 내 육신은 21세기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성공한 것은 시간대를 건너뛴 통신기술입니다."
"통신기술? "
"전파에 실을 수 있을만큼 가벼운 일종의 나노머신을, 빛보다 빠른 물질에 실어서 과거로 보내는 것 까지는 성공했죠. 그리고 그 나노머신은 일종의 통신 기지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는 내가 25세기에서 왔다고 말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25세기에 존재하면서 21세기의 당신과 전화통화를 나누듯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죠."
"그러면 이 육체는? "
나는 그의 얼굴을 한참 쳐다봤다.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사실은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멀쩡하게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서 노숙자와 곁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까 말이다.
"뭐... 아무튼 들어나 보죠."
*
"25세기에 지구가 생기를 잃은 것은 지구가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인데..."
"그거 가이아 이론이네요."
그는 내 말을 무시했다.
"그 유기체의 생기가 없어져서... 지구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그 병이 지구 위의 모든 생물체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병에 걸린 숙주의 몸에 사는 기생충들이 모두 영향을 받는 것처럼요. 인간도 병에 걸리고, 식물도, 동물도... 그 중 허약한 것들은 먼저 멸종되기 시작했구요."
"인류는 그런 위기를 많이 넘기지 않았나요? "
"지구온난화... 오존층파괴... 열대우림 훼손... 탄소 배출... 미세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원자력 발전과 방사능 오염... 그런 것들을 21세기에는 중요한 문제로 생각했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노력은 별로 없이 입으로만 떠들어대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모두 본질적 문제는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피부에 이물질이 묻었다거나, 피부의 털이 깎였다거나, 기껏해야 멍이 들거나 찰과상을 약간 입은 정도의 문제였으니까요."
"하지만 25세기에 인류가 봉착한 지구의 문제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멍이 들거나 찰과상을 입은 것이 아니라 속병이 들었던 겁니다. 사람도 이유도 알 수 없이 시름시름 앓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는데 아프고, 치료할 방법도 없는..."
"25세기쯤 되면 그런 질병은 다 사라졌을 줄 알았는데."
그는 역시 내 말을 무시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상, 지질활동, 해류... 그 모든 것들이 과거 50억년간 지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패턴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괴롭혔습니다. 북아메리카에는 산소 농도가 40%까지 높아져서 한 달간 유지되는 바람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절반이 생명을 잃었죠.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일대는 대륙 전체가 보름 동안 500 미터 이상 솟아올랐습니다. 5센티미터나 5미터가 아니라, 500미터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진이 났겠어요? 지진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대재앙이었습니다. 도로든 통신이든 건물이든, 모든 것이 다 파괴되었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이게 전부도 아닙니다. 설명이 불가능한 일들이 말입니다. 텍사스에서는 걸어다니는 식물들이 도시를 점거했구요, 베네주엘라에서는 섭씨 100도의 뜨거운 물이 폭우처럼 쏟아졌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하루만에 열대 정글이 만들어지기도 하구요. 식물이 하루만에 자라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
그는 내게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을 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에 우리는 도저히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25세기의 과학 수준을 말씀드렸죠. 25세기에 사람들이 손목에 차고 다니던 휴대용 컴퓨터는 21세기 전세계에 있는 모든 컴퓨터를 다 합한 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25세기의 슈퍼컴퓨터는 지구의 40억 역사를 모두 분석할 만큼 대용량입니다. 현대의 슈퍼컴퓨터는 일기예보를 종종 실패하죠? 25세기의 슈퍼컴퓨터는 우주의 일기를 예보하고, 강수량을 소숫점 두 자리 수준에서 맞출만큼 정교합니다. 인간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들에 대해서 질문하면 42라는 정확한 답을 내놓을 만큼 정교하다구요. 그런데 일단의 이상한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맞추지 못했습니다. 예측도, 해석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가지 답을 찾아냈습니다. 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 곳들은 21세기의 석유 산지였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이 힌트를 바탕으로 연구에 몰입한 결과... 석유는 석유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는 퇴적된 유기물이 장시간의 변화와 숙성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에너지원, 지구에게는 피부 속에서 곪기 시작한 여드름이나 노폐물 찌꺼기 정도라고 생각했던 물체가, 사실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뭐랄까요,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하자면, ..."
그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찾으려는 듯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호르몬과 같았다고나 할까요. 아주 적은 분량이지만 인체의 육체와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갑상선 호르몬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그를 멍하게 쳐다봤다. 그의 말이 점점 구체적이 되고 있는데, 얼핏 듣기에도 최소한의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뭐지? 미치기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인가? 멀쩡한 사람이 미친 척 하는 건가?
"인간은 석유를 어마어마하게 사용했습니다. 20세기에 사용한 양 까지는 괜찮았어요. 지구가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죠. 하지만 21세기부터 정상적인 방법으로 석유를 캐기 어려워지니까 갖은 희안한 방법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돌을 부수고 석유를 캐내기도 하고, 과거보다 두 배 이상 시추봉을 깊이 박기도 하고... 23세기가 되어서는 아직 석유 상태가 되지 않은 유기화합물에 인위적인 열과 압력을 가해서 석유를 만드는 기술까지 나왔어요. 결국 석유라는 호르몬을 잃은 지구는 25세기가 되어서 마치 조울증에 걸린 환자처럼 불안정한 모습으로 변해갔어요. 25세기의 지구가 이 추세로 조금만 더 간다면... 스스로 폭발하거나 또는 백색왜성으로 냉각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25세기의 지구의 많은 학자들은 저마다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석유의 정확히 어떤 성분이 사라져서 지구가 그토록 불안정하게 되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대책들이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았죠. 바닷물을 석유로 치환시켜서 석유가 있었던 자리에 도로 채워넣으면 어떨까, 석유의 전체를 생성하기는 어려우니 석유의 특정 성분을 합성해서 영양제처럼 주사를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차라리 온건했지요. 대증요법처럼,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서 핵폭탄을 폭발시켜 버리면 어떨까, 지구의 중심으로 깊숙하게 드릴을 집어넣고 뚫어서 열기를 빼내 버리면 어떨까... 갖은 이상한 의견들이 나왔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견들 중에 실행으로 연결된 것이 그나마 거의 없었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이익이 나지 않는 일을 거부했고, 정부는 정부대로 지구 공통의 과제이므로 각 국가들이 아주 정확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결국 아무도, 아무 조치도 행하지 않는 가운데 시간이 점점 더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 과거의 산유지가 아닌 다른 곳들까지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리오 공화국, 21세기에는 대한민국이라고 불렀죠? 이 나라에까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서... 결국 우리들이라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아리오 공화국의 과학대학교수 그룹이고, 우리들은 서기 21세기의 생각없는 석유 사용을 멈춰볼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까마득한 조상 대에서 석유 사용을 멈춘다면, 25세기의 지구가 이상현상을 멈추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나노머신 한 대를 21세기까지 보냈고, 그 나노머신으로 최근 죽은 사람 한 명의 육체를 장악했습니다. 지금 이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심장박동이라든지 '그런데'라고 말할 때는 얼굴을 찡그린다든지 하는 것은 이 사람의 습관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생각은 25세기의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이제 이 사람을 통해 우리가 하려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21세기 이후의 세대가 석유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잠깐, 지금 이 말은 놀라운 이야기다. 25세기에서 보낸 나노머신이 21세기의 시체의 육체를 장악해서 말을 하고 있다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산뜻하게 미칠 수가 있는거지? 이제껏 나는 이 사람의 말을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방금의 이야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쳤다. 더 이상 긴장해가면서 들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언젠가 정신과 의사인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정말 많은 종류의 미친 사람이 있지만 그 중 상당수 증세의 공통점은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 라는 형태의 신경쇠약이고, 여기서 조금 더 진도를 나가면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한다' 의 형태가 된다고 한다. 지금 이 사람의 경우 조종 중에도 조금 더 진도를 많이 나갔고, 그래서 25세기의 지구인이 타임머신을 통해 나노머신을 보내, 그 나노머신으로 자신을 조종한다는, 소설 소재로 써도 될 만큼 창의적인 과대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빙글빙글 웃으며, 석유 중지라는 표지판 하나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진지한 생각을 말한 것은 아니고, '희롱'에 가까웠다. 그는 내 말을 잠자코 들었지만, 내 말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유감인 것은 우리가 보낸 나노머신의 성능입니다. 우리의 현재에서 과거의 당신에게 보내는 통신은 빛의 몇 배나 되는 속력으로 도달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향해 보내는 통신은 빛보다 느린 속도라서 몇 달이나 걸려야 우리에게 도착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당신이 우리에게 하는 말, 행동, 모든 것은 몇 달 뒤의 우리에게 전달될 겁니다. 몇달 뒤까지 갑상선 항진증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
"아무튼 우리의 계획은, 자동차 회사의 사장이라든지, 정유회사의 오너라든지, 아니면 산유국의 대통령나 정유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그런 사람들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죽여 없애는 겁니다. 우리는 이백 사람 정도를 죽일 계획입니다. 죽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 나노머신으로 장악한 이 사람... 이 사람이 살인자가 될 겁니다. 고인에게 무례한 행위이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인류 전체를 살리는 일을 하는 셈이니,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지요."
"21세기의 석유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죽여 없애면 25세기,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지구가 앓고 있는 갑상선 항진증이 과연 치료가 될까요? 글쎄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에 대한 확신은 없어요. 타임 패러독스... 하지만 최소한 어느 평행우주의 지구에 살고 있는 나와 내 친구들과 부모... 그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한 번 해보는거죠."
"그러니 이제 부탁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석유를 사용하는 무리의 우두머리', 그런 사람의 이름을 한 명만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제일 큰 정유회사의 주소와... 그리고, 사장이나, 오너나, 이사회의장이나, 아니면 그게 누구든 그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을 알려주세요. 그러면 이 육체의 주인은 그 사람을 죽일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죽일지는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에게 피해가 간다면 곤란할 테니까요. 이 죽은 육체는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을 죽인 뒤, 그대로 스러질 것입니다. 나노머신이 종료되면 이 사람은 원래 죽은 사람이었다는 듯 시체로 돌아가고, 생체시계는 이 사람의 원래 죽은 날짜를 가리킬 거고, 21세기의 과학수준에서는 밝힐 방법이 없기 떄문에 떠들썩한 미제 사건이 되겠지요. "
신경쇠약증 환자와의 대화가 엉뚱한 지점에서 끝이 났다. 그 자는 이제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 사람의 눈빛이 흐리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헷갈릴 정도로 초점이 불분명하다. 뭐, 이런 건 회사 회의시간에 자주 보던 눈빛이라 딱히 이상하지는 않다.
나는 눈빛이 흐린 사람에게, 우리 회사를 말해주고, 김부장의 이름을 말해줬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보니 사내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 끝.



덧글

  • kyoko 2019/08/27 22:20 # 답글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터짐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슈!!!
  • 찬별 2019/09/05 00:42 #

    댕큐 ... 터질만큼 재밌진 않은 것 같은데 ㅎ
  • 지나가설라무네 2019/09/04 07:52 # 삭제 답글

    진지먹자면 25세기쯤 되면 400년전 석유관련 관계자들에 대한 아카이브 정도는 다 구축해놨을텐데요...
  • 찬별 2019/09/05 00:43 #

    200년쯤 전에 전쟁이 나서 전부 다 유실됐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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