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온다'는 참 별로 공감이 안 가는 책이었다. 뭐랄까, 1990년대에 읽은 X세대가 온다, 와 비슷한 느낌이 없지 않았달까. 특이한 관찰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90년대생을 만난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대성공한 책인데
70년대생이 운다, 는 제목의 임팩트 때문에 산 책이다 ㅠ 대히트한 책에 얹혀가는 재치있지만 불성실한 제목이 심금을 울리다니. 앞의 절반을 채 못 읽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70년대생은 뭐랄까, 70년대생이 아니라 60년대 초반생의 갬성이다. 이게 내가 자유로운 회사를 다녀서 그런건가? 사회 평균을 잘 모르는 건가?
"오늘 점심은 저는 혼자 마라탕 먹으러 다녀오려구요." 라고 말하는 90년대생에게, 저 새끼가 미쳤나, 개기나, 팀웍을 무시하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70년대생이 있나? 일단 내가 다니는 직장은 안 그런데. 그냥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진 않은데. 내 주변이 이상한건지 저자 주변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사실 같은 직장인이라도 업종이나 업권에 따라 시차가 날 수 밖에 없는 건 아는데... 그런데 책 전반의 느낌이 그런 식이다. 뭐랄까, 저자가 십년쯤 전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꼰대에 대한 자가검열이 이렇게나 심한 요즘, 정말 탄광업이나 은행직원이나 공무원, 이런 곳 아닌 이상은, 신입사원 붙들어 놓고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조언을 하는 70년대생이 많을 것 같지가 않다. 아 너무 우물안 개구리린가?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저자는 87학번이다. 올해 나이 54세이고, 인사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70년대생의 애환을 다루고 있지 않다. 후반으로 가면 그냥 팀장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제목 낚시에 내가 걸려들었을 뿐이다. 걸려들어서 기분이 나쁘다. 서점에서 샀다면 사지 않을 책이다 ㅠ
덧글
신세대인 척 하는 386 vs. 진짜 신세대의 최초.
뽕짝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서태지를 사랑하는, 전통과 변화를 동시에 수용할 줄 아는 첫 세대.
LP → CD, 아날로그의 끝과 디지털의 시작을 경험한 첫 세대.
일상화된 오렌지족과 외국배낭여행 등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전통과 새시대의 연결점 혹은 하이브리드가 된 첫 세대.
보릿고개와 춘궁기가 있었다는 걸 잘 알지만, 겪지는 않고 자라서, 자각할 줄 알고 남용하지 않는 첫 세대.
꼰대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꼰대를 벗어나려 노력하는, 거울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첫 세대.
이 정도가 70년대생이 공통으로 느끼는 지점 아닐까 합니다.
좀 슬픈 지점을 언급하자면,
논술고사라는 새로운 교육을 받는 수능 세대는, 사고력이 조금 더 고차원적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컸지만,
4지 선다형인 제 세대보다 오히려 더 단순해지고, 찰나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회의 척추가 된 70년대생으로서, 저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20대에 겪은 위의 수많은 변화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 더 컸지만,
덕분에 깨어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남탓하지 않고, 모든 변화는 나에게서 시작한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잘 지내시죠?
(누군지 기억도 못 하실 겁니다 ^^;;)
네이버 블로그 홈에 이웃들의 포스팅이 항상 떠서, 찬별님 글도 항상 보는데,
저는 찬별님 제목에 낚였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 ㅋㅋㅋ
저도 거의 비슷한 70년대생으로서... 어느 덧 우리 또래는 회사에서 부장님이나 임원들이 되고 있고, 잠시 후에는 지금의 386이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든 간에 젊은이들이 보기에 우리는 못마땅한 기성세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살고 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인가 ㅎㅎ)
이를테면 요즘 20대들이 말하는 40대에서 묘사되는 행태는 거의 50대 이상에서나 보이는 모습같거든요. ㅋ
애시당초 10년 단위로 묶어서 어떤 특성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언제 이웃으로 추가했는지도 기록되어 있어요.
찬별님을 이웃 추가한 건 2015년 11월 13일(어머나~~~)이라고 나오네요 ^^*
그리고, 찬별님을 알게 되었던 건, 책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거든요.
여전히 종이책을 구입하는 소수의 한국인 중 한명이긴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주기적으로 알라딘에 중고로 파는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은 매번 그걸 피해서 책장을 지키고 있네요 ㅋㅋㅋ
다음 갈 땐 꼭 팔아야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