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박민규, 박상

장정일, 박민규, 박상. 기발한 상상력, 형식 파괴, 그리고 골때리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소설의 기저에 깔려있는 모티브다.

아마도 상당수의 전업 작가들은 평범한 삶과 작가의 삶 사이의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그 선택은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전업작가를 택했다면 직장인을 그리워하고, 직장인을 택했다면 전업작가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남의 떡을 끝없이 부러워하면서, 그러나 내가 고른 떡이 더 낫다고 자위하면서, 그렇게 살 것이다. 아, 뭐 좀 지나치게 단순무식하게 쓴 감은 있겠지만.

내 경우는 직장인을 택했고, 전업작가를 부러워하지만, 지난 칠팔년간 끊임없이 자위한 결과, 나는 전업작가가 됐어도 대단한 글을 쓸 재목이 못 되었을 것이고, 전업작가로서의 무료하고 나태한 일상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고, 술먹다가 위가 내려앉았을지도 모르고, 등등등을 반복하여, 현재는 내가 원래 작가가 될 그릇이 못 되었지, 암, 그렇고 말고... 라는 결론에 거의 근접해있다. -_-

장정일은 스무살 언저리, 고교생때 아니면 대학 초년에 읽었고, 박민규는 입사 초기 쯤에 읽었던 것 같고, 박상은 직장에서 대략 과장 비슷한 짬밥이 된 요즘 읽었다. 각각의 감상이 매우 다른데, 가령 장정일의 경우에는 대구역(서울역?) 삼수생 여자와 동거하는 양아치의 삶에 나름 환상 곁든 매력을 느꼈다. 가장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직장 초년에 읽은 박민규였다. 그의 끊임없는 삼미슈퍼스타즈와 B급 인생에 대한 예찬은 내 선택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었고, 그의 긍정은 곧 나의 부정이 되었다. 박상의 처음 몇 편을 읽을 때 이미 박민규가 생각이 났고, 한참 후에야 그의 글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오히려 낄낄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과장급으로 숙성되는 동안 이제 나는, 나를 부정하는 말들을 대충 낄낄거리면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인가.

물론 읽은 시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세 사람의 글은 모티브는 비슷할지 몰라도 색깔은 아주 많이 다르다. 장정일에게는 약간은 이론적으로/오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 박민규는 세상의 옳고 그른 것을 아주 단순명쾌하게 접근하는 경향. 그래서 박민규를 읽기 싫었던 것은 조선일보나 한겨레신문을 보기 싫은 것과 같은 이유였던 것 같군.

그리고. 록불님은 <가지고 있는 시 다내놔>를 1위로 꼽았는데, 나는 미세한 차이로 치통, 락소년, 꽃나무가 1위. 시 다내놔는 2위. 나이대별로 좋아하는 글이 갈린다는데 내 나이는 몇짤?

PS. ㅈ모님의 촌평을 보고서야 그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기억이 났다. 역시 난 직장인이야 -_-;

by 찬별 | 2009/09/29 22:05 | 독서 (및 영화) | 트랙백 | 덧글(0)

따꼬, 뷰리또

멕시코 음식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따꼬와 뷰리또다. 특히 어학연수 등으로 미국/캐나다 등의 경험이 있다면, 맥도널드 못지 않은 거대 체인점 TACOBELL에서 타코나 뷰리토 사먹기를 즐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국인이 먹는 따꼬와 뷰리또 두 가지는 모두 멕시코 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다. (쌍자음 발음을 못하는 백인들이 <타코> <뷰리토>라고 읽지만, 우리는 따꼬, 뷰리또로 읽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따꼬 그 자체는 멕시코 인들의 국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밀전병과 비슷하게 생긴 얇은 옥수수/밀떡인 또띠야에다, 다른 재료를 함께 먹는 음식이 따꼬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처음 신대륙에 왔던 시절에도 현지인들은 따꼬를 먹었다. 아마도 옥수수떡에다가 콩이나 고기, 생선 등을 싸서 먹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밥과 반찬이다. 그러니 서양인들 또는 우리가 생각하는 따꼬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따꼬는 대개 양넘들이 Fried Taco 또는 Hard-Shell Taco 라고 부르는 넘이다. 옥수수떡을 U자 형으로 접어서 딱딱하게 튀긴 뒤, 그 사이에 토마토, 양상치, 닭고기나 쇠고기, 피망, 과카몰리, 리프라이드빈, 싸워크림 등을 넣어서 먹는 그 음식 말이다. 이 따꼬는 사실 멕시코에 연원을 두고있기는 하되 멕시코 음식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다. 따꼬를 U자형으로 접어서 튀기는 것은 길게 잡아도 20세기 초반에 나온 조리법이다. 식당에서 크게 대중화된 계기는 따꼬를 U자형으로 접어서 튀기는 틀이 보급되면서인데, 이 틀은 1950년도 뉴욕의 멕시코인 식당에서 특허가 등록되었다. 멕시코인이 미국에서 개발한 음식을 멕시코 음식이라고 불러야 할지, 미국 음식이라고 불러야할지 상당히 헷갈린다.

뷰리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뷰리또는 스페인어로 작은 당나귀라는 뜻이라는데. 이 음식은 20세기 초반의 멕시코 북부지방에서 누군가가 개발했다고 한다. 음식이 식지 않도록 미리 말아둔다는 컨셉이었다는데 나름대로 성공했으나 대박이라기에는 힘든 정도? 그랬던 음식이 오히려 해외에서 크게 인기를 끌게 되기는 했으되, 자국에서는 북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음식이다.

결국 따꼬와 뷰리또는 멕시코인들이 잘 모르는 멕시코 음식으로서 세계를 제패했다. 이것을 한국음식에 대입해보면 여러 재밌는 상상을 할 수가 있다. 이삼십년 후, 된장에 밥을 비빈 뒤 햄버거 고기와 치즈, 토마토를 얹어서 오븐에 구운 것이 대표적인 한국음식으로 알려질지도 모르겠다.



by 찬별 | 2009/09/28 04:28 | 세계의 음식 에세이 | 트랙백(1) | 덧글(7)

뉴질랜드 - 그레이마우스

프란츠조셉 빙하지대에서 그레이마우스로 이동하는 버스길은, 우천으로 인해 하룻동안 봉쇄되었다. 그러니까 폭우도 아니고 폭설도 아니고, 그냥 '우천' 정도라고 해야 할텐데, 그 비 때문에 봉쇄되었다. 아니 이 선진국에서 그게 말이돼? @#$%^&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한 면적에 지형은 강원도 뺨치면서도 인구는 백만에 불과한 뉴질랜드 남섬이다.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지나는 길에 있는 어느 휴게소.
메뉴판을 자세히 읽어보면 상당히 아스트랄한데...
언젠가 나중에 이 집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할 일이 있을 듯.




도시 이름인 Greymouth는, 참 도시 이름치고 멋없다.
이 도시는 그러니까 별반 특색없고 관광할 거리가 없는 지방 소도시다. 아니, 우리 기준으로는 도시라는 이름 보다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적합할 규모다.

▼ 도착한 날. 믿기 어렵지만 도시 분위기가 이렇다. 회색 아가리라는 도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하늘이 가라앉을 듯 무거워, 회색 뱃속에 들어간 느낌.




론니플래닛에는 이 도시의 유일한 놀잇거리가 <Monteith's>의 맥주공장 견학이라고;;;


저 설명하는 아저씨는 내가 질문을 하면, 저 노란 애가 말을 하네, 그런데 액센트가 너무 이상해서 못 알아듣겠어, 하지만 잘 알아듣는 척 해야겠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힘겹게 대답을 해줬다.


몬티쓰 역시 우리나라 기준으로 말하자면 동네 양조장 정도 규모의 맥주회사인데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망망주해를 보며 청운의 꿈을 키우는 왈여사.




견학을 마치자 모든 맥주를 조금씩 맛보는 시음시간.
조금씩 모두를 마시고, 이어서 한 잔을 마시는데, 배고픈 오후라서 그런지 금세 알딸딸해졌다.




<노아의 방주Noah's Arc> 라는 재밌는 숙소에는 방마다 짐승 컨셉을 적용했다;
관광지가 아닌 관계로 방값도 쌌다.



여행을 마친 뒤 그리운 것 중 하나는 여행자 숙소의 넓은 응접실이다.






하룻밤을 자고서 느릿느릿 도시를 걷다가 먹은 빅 블랙퍼스트.
가난한 여행자로서 왠만하면 나온 음식을 다 먹어야겠건만
와입후와 나는 둘이서 덤볐어도 반 밖에 못 먹었다.

반만 먹어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이 느끼함;;;




아침을 먹은 뒤 하릴없는 도시 산보.
화창하게 날씨가 개자, 회색 아가리라는 도시 이름이 무색하도록 새파란 하늘이 되었다.





by 찬별 | 2009/09/28 03:38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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