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사업인 바퀴벌레 소독을 실시.
보통은 미끼 독약 설치 후 2개월간 지속적으로 없애는거라는데
시간이 없어서 독가스 훈증-_ 방식을 수행.
그래도 한 몇 년 동안 살을 맞대고 지낸 사이인데
다른 방법도 아닌 꼭 화생방을 동원해야 하느냐,
살짝 미안하기도 하고...
놈들과의 추억이 방울방울 스쳐지나간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불을 켜면
아침 11시, 외근 중 들린 남편의 벨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우유배달부처럼 허둥지둥 달아나던 모습.
냄비 속에서 튀어나와 까꿍을 외치던 모습.
하지만 어쩌겠니. 새로 이사가는 집에서는
과거의 흔적은 지우고 싶은 걸.
7만원을 주고 써비스를 불렀다.
(쎄스코는 훈증 서비스가 없어서 다른 업체를 불렀는데,
기사님 왈, 그래도 바퀴가 썩 많아보이지는 않는데요?
암튼 가격이 의외로 저렴(7만원)하고, 기사님이 친절하고 꼼꼼하셔서 괜찮았던 듯.
애용하시라 :
http://www.inowon.com암튼 그게 아침 아홉시 반.
그리고 이 볼일 저 볼일을 마치고 곱분이 번개에서 중간에 나온 뒤(반가왔어요) 귀가시간은 열두시.
두근반 세근반 뛰는 가슴으로 집에 돌아왔다.
바퀴벌레 시체가 오백마리면 그걸 어떻게 다 치우지?
천 마리쯤 죽어있으면 어떻게 할까?
진공청소기를 써야하나, 걸레로 닦아야 하나, 테이프로 부쳐야 하나....
문을 연 순간
최루탄 냄새.
그리고 바퀴벌레 시체......
아....
몇 마리 없다.
빗자루로 쓸어모아보니
고작 이십 마리 정도다.
가끔씩 평소에는 모습을 안 드러내시던 왕건이가 몇 마리 계실 뿐...
갑자기 이 넘들에게 미안해진다.
내가 좀 무심하기는 했지만 조금만 애썼다면
각각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숫자 아닌가.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하고
조금만 아껴썼으면
충분히 건사시킬 수 있는 것들인데
잠깐의 형편이 어렵다고 이렇게 모조리......
암튼 이사가는 날 까지는 바퀴벌레님들을 안 보게 되었으면 하는데...
어째 너무 적게 죽어서
내일 아침 밥상에서 또 한번 인사를 나누게 될 것 같은 예감이...
PS. 지금 밸리를 가만히 보니, <애완동물> 밸리가 있다.
그래서 거기로 올린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