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해양레포츠>를 떠났다. 발리는 제주도만한 섬이지만, 섬은 딴에 동서남북이 있어서, 석양으로 유명한 곳과 해양레포츠로 유명한 곳, 기타등등으로 유명한 곳들이 나뉘어져있다. 신혼여행에는 흔히 포함된 프로그램인데, 우리는 별도로 고른 것으로, 대충 3~4만원에 스노클링과 터틀 아일랜드 관람을 포함하는 오전여행 패키지였다.
▼ 스노클링 중간기지쯤 되는 곳이다.
어릴 때 남태평양 지역의 낚시 풍경 같은 화보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만, 서사모아, 나우루, 이런 나라의 어린이들이 나무 말뚝으로 만든 저렇게 생긴 곳에서 헤엄치고 노는 모습을 떠올리...기는 했다만, 사진빨인지 뭔지 몰라도 그 때의 그곳처럼 아름다워보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의 스노클링이다. 익숙하지 않은 오리발과 호흡용 주둥이였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였다. 조끼를 입었지만 안심되지는 않았다. 바닷물이 심하게 밀려와서, 열심히 헤엄치지 않으면 해변쪽으로 밀려갔다. (하지만 해변은 이삼십분 헤엄 거리는 되는 곳이다.)
이십분의 이동, 삼사십분의 스노클링(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운동안한 사람에게는 나름 운동된다),
바다 아래의 풍경은... 오색찬란한 산호초가 번쩍인다든가 하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리 깨끗하지 않은 바다였지만, 물고기들만큼은 형형색색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무서워하지 않았다. 주먹만한 물고기 이삼십마리가 헤엄쳐다니니, 저 놈들이 사람을 좀 무서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 거북이섬을 갔다. 예전 베트남에서도 <몽키 아일랜드> 라는 이름의 섬이 있었다. 정체불명의 이 섬은 관광객용으로 만들어둔 희귀동물 수용소였다. 매, 뱀, 거북이 등을 가득 잡아두고 사진 찍으며 놀도록 시킨 후, 음료수 따위를 강매하는-_ 곳이었다.
가이드 하나가 날쌔게 뛰어왔다. 거북이섬 입구에는 대나무 울타리에 가둬둔 거북이가 있었다. 저 거북이 때문에 거북이섬이란 말이야? 라는 허무함이 밀려왔으나, 거북이는 확실히 여지껏 본 적이 없는 큰 사이즈였다. 가이드의 강권으로 나와 마눌 두 사람이 저 거북 위에 올라탔는데, 거북이는 힘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_
▼ 그 거북이의 손자쯤 되어보이는 작은 놈인데, 두 손으로 간신히 들 만큼의 크기였다. 인물사진 없이 거북이 사이즈 강조하려니 힘들구만.
▼ 터틀 아일랜드표 부엉이인데, 사진으로는 우습게 보이지만 부리나 발톱이 무시무시했다.
터틀아일랜드에서는 뱀도 목에 감아보고 원숭이도 껴안아봤지만, 사진은 걍 생략.
대충 구경을 하고 나니, 가이드 아저씨가 비치파라솔을 턱 하고 앉더니 이런저런 신세타령을 하면서(폭탄테러가 난 이후 관광객이 줄어들어서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 ) 코코넛을 먹겠냐고 묻는다. 바가지 쓰는 건줄 알면서 그냥 먹어줬다. 물은 미적지근+달큰했고, 숟가락으로는 과육을 긁어먹어다. 가이드꺼 1개, 내꺼, 마눌꺼, 보트 운전수꺼 2개 (내가 사준게 아니라, 가이드 아저씨가 저 친구들에게도 사줘야 되지 않겠냐? 하면서 옆구리를 찔렀다.) 총 5개. 가격 만원. 우리돈으로는 그냥 그저그런 돈이지만,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바가지다....만 그냥 속아줬다.
▼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해변. 상쾌했다.
스피드보트까지 타고 나서, 숙소로 돌아간 뒤 식사를 위해 나왔다. 점심은 길거리의 현지 식당. 발리에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곧잘 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은 곳은 현지인들의 공간이었다. 우리가 만났던 몇 안 되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중의 하나인 아줌마가 주문을 받아갔다.
▼ 나시 짬뿌르 : 사진은 살짝 삐꾸.
Nasi는 밥이라는 뜻이고
Champur는 비빔이라는 뜻이라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같이 반찬들을 이것저것 담아서 먹도록 만든 음식을 나시 찬푸르라고 한다.
오키나와에도 찬푸르라는 전통음식이 존재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비빔> 또는 <잡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짬뽕>이라고 말하는 음식이 일본식 발음으로는 <찬퐁> 인데, 결국 짬뽕이라는 말의 어원은 찬푸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나시고랭을 시켰는데, 동네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조금 이상하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식 음식이라면 당연히 미고랭과 나시고랭. 고랭은 <볶음>이라는 뜻이다. 즉 나시고랭은 볶음밥인데, 저 집의 나시고랭은 나시찬푸르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인도네시아 식사의 특징 중 하나라면, 과자를 반찬으로 먹는 것. 새우깡과 뻥튀기의 중간쯤되는 칩을 밥과 함께 즐겨 먹는다. 대부분 생선살과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것인데, 짭쪼름하게 먹을만하다. 새우깡의 유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 소또아얌. 우리말로 풀면 닭고기 스프쯤 될꺼다. 카레와 향채 국물맛이 진해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썩 잘 맞지는 않는다만, 향신료를 좋아하는 나는 갠찮게 먹었다.
▼ 점심식사 후에 나간 <프라이빗 비치>
그러니까 호텔에서 운영하는 사설 해변인데, 물놀이를 한다기보다는 주로 워터스포츠를 하는 것 같았다.
▼ 숙소에서 큰 길을 건너야 프라이빗 비치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경비원 하나가 지키고 서있다.
두 차례의 폭탄테러 때문에 관광의 생존기반을 잃을 지경이 된 발리는, 자구책으로 모든 숙소에 드나드는 차량에 대하여 폭발물 탐지기로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실효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만, 성의표시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
다만 저 아저씨의 역할은 폭탄감시가 아니라 인간신호등-_이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는 관광객이 있을 때마다 차도를 가로지르며 안전 보행을 도와준다. -_ 나로서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황송한 대접이다.
▼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