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여행

발리 여행 #3

이틀째 <해양레포츠>를 떠났다. 발리는 제주도만한 섬이지만, 섬은 딴에 동서남북이 있어서, 석양으로 유명한 곳과 해양레포츠로 유명한 곳, 기타등등으로 유명한 곳들이 나뉘어져있다. 신혼여행에는 흔히 포함된 프로그램인데, 우리는 별도로 고른 것으로, 대충 3~4만원에 스노클링과 터틀 아일랜드 관람을 포함하는 오전여행 패키지였다.



▼ 스노클링 중간기지쯤 되는 곳이다.

어릴 때 남태평양 지역의 낚시 풍경 같은 화보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만, 서사모아, 나우루, 이런 나라의 어린이들이 나무 말뚝으로 만든 저렇게 생긴 곳에서 헤엄치고 노는 모습을 떠올리...기는 했다만, 사진빨인지 뭔지 몰라도 그 때의 그곳처럼 아름다워보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의 스노클링이다. 익숙하지 않은 오리발과 호흡용 주둥이였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였다. 조끼를 입었지만 안심되지는 않았다. 바닷물이 심하게 밀려와서, 열심히 헤엄치지 않으면 해변쪽으로 밀려갔다. (하지만 해변은 이삼십분 헤엄 거리는 되는 곳이다.)

이십분의 이동, 삼사십분의 스노클링(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운동안한 사람에게는 나름 운동된다),
바다 아래의 풍경은... 오색찬란한 산호초가 번쩍인다든가 하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리 깨끗하지 않은 바다였지만, 물고기들만큼은 형형색색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무서워하지 않았다. 주먹만한 물고기 이삼십마리가 헤엄쳐다니니, 저 놈들이 사람을 좀 무서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 거북이섬을 갔다. 예전 베트남에서도 <몽키 아일랜드> 라는 이름의 섬이 있었다. 정체불명의 이 섬은 관광객용으로 만들어둔 희귀동물 수용소였다. 매, 뱀, 거북이 등을 가득 잡아두고 사진 찍으며 놀도록 시킨 후, 음료수 따위를 강매하는-_ 곳이었다.

가이드 하나가 날쌔게 뛰어왔다. 거북이섬 입구에는 대나무 울타리에 가둬둔 거북이가 있었다. 저 거북이 때문에 거북이섬이란 말이야? 라는 허무함이 밀려왔으나, 거북이는 확실히 여지껏 본 적이 없는 큰 사이즈였다. 가이드의 강권으로 나와 마눌 두 사람이 저 거북 위에 올라탔는데, 거북이는 힘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_




▼ 그 거북이의 손자쯤 되어보이는 작은 놈인데, 두 손으로 간신히 들 만큼의 크기였다. 인물사진 없이 거북이 사이즈 강조하려니 힘들구만.




▼ 터틀 아일랜드표 부엉이인데, 사진으로는 우습게 보이지만 부리나 발톱이 무시무시했다.



터틀아일랜드에서는 뱀도 목에 감아보고 원숭이도 껴안아봤지만, 사진은 걍 생략.
 


대충 구경을 하고 나니, 가이드 아저씨가 비치파라솔을 턱 하고 앉더니 이런저런 신세타령을 하면서(폭탄테러가 난 이후 관광객이 줄어들어서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 ) 코코넛을 먹겠냐고 묻는다. 바가지 쓰는 건줄 알면서 그냥 먹어줬다. 물은 미적지근+달큰했고, 숟가락으로는 과육을 긁어먹어다. 가이드꺼 1개, 내꺼, 마눌꺼, 보트 운전수꺼 2개 (내가 사준게 아니라, 가이드 아저씨가 저 친구들에게도 사줘야 되지 않겠냐? 하면서 옆구리를 찔렀다.)  총 5개. 가격 만원. 우리돈으로는 그냥 그저그런 돈이지만,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바가지다....만 그냥 속아줬다.


▼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해변. 상쾌했다.



스피드보트까지 타고 나서, 숙소로 돌아간 뒤 식사를 위해 나왔다. 점심은 길거리의 현지 식당. 발리에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곧잘 한다. 하지만 점심을 먹은 곳은 현지인들의 공간이었다. 우리가 만났던 몇 안 되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중의 하나인 아줌마가 주문을 받아갔다.

▼ 나시 짬뿌르 : 사진은 살짝 삐꾸.
Nasi는 밥이라는 뜻이고
Champur는 비빔이라는 뜻이라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같이 반찬들을 이것저것 담아서 먹도록 만든 음식을 나시 찬푸르라고 한다.

오키나와에도 찬푸르라는 전통음식이 존재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비빔> 또는 <잡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짬뽕>이라고 말하는 음식이 일본식 발음으로는 <찬퐁> 인데, 결국 짬뽕이라는 말의 어원은 찬푸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나시고랭을 시켰는데, 동네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조금 이상하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식 음식이라면 당연히 미고랭과 나시고랭. 고랭은 <볶음>이라는 뜻이다. 즉 나시고랭은 볶음밥인데, 저 집의 나시고랭은 나시찬푸르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인도네시아 식사의 특징 중 하나라면, 과자를 반찬으로 먹는 것. 새우깡과 뻥튀기의 중간쯤되는 칩을 밥과 함께 즐겨 먹는다. 대부분 생선살과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것인데, 짭쪼름하게 먹을만하다. 새우깡의 유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 소또아얌. 우리말로 풀면 닭고기 스프쯤 될꺼다. 카레와 향채 국물맛이 진해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썩 잘 맞지는 않는다만, 향신료를 좋아하는 나는 갠찮게 먹었다.



▼ 점심식사 후에 나간 <프라이빗 비치>
그러니까 호텔에서 운영하는 사설 해변인데, 물놀이를 한다기보다는 주로 워터스포츠를 하는 것 같았다.


▼ 숙소에서 큰 길을 건너야 프라이빗 비치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경비원 하나가 지키고 서있다.
두 차례의 폭탄테러 때문에 관광의 생존기반을 잃을 지경이 된 발리는, 자구책으로 모든 숙소에 드나드는 차량에 대하여 폭발물 탐지기로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실효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만, 성의표시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

다만 저 아저씨의 역할은 폭탄감시가 아니라 인간신호등-_이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는 관광객이 있을 때마다 차도를 가로지르며 안전 보행을 도와준다. -_ 나로서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황송한 대접이다.



▼ 이렇게...


by 찬별 | 2008/03/23 17:02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3)

신혼려행기 - 발리#2 (라마다 리조트 브노아)

우리가 택한 숙소는 라마다 리조트 브노아.
나는 일반 배낭여행을 선호했지만, 신혼려행은 휴양려행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와입후님의 의사에 따라 리조트 여행을 선택했다. 다만 와입후님이 허니문 패키지가 아닌 개별 예약을 택했다. 비행편, 숙소, 약간의 현지 투어 패키지를 포함한 발리 투어가 1인 150~180 수준인데 비하여, 와입후님의 비행편과 숙소 예약 합계가 1인 90 정도였으니, 가격차이가 크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꽤나 좋은 음식 골라먹었던 4박 5일의 여행 총 경비가 둘이 합쳐서 약 50만원 정도. 그래서 2인 총 240만원 정도를 썼으니, 패키지 여행보다 훨씬 값이 싸더라.

그리하여 들어간 라마다 리조트 브노아는 아주 대왕 훌륭하다. 오죽하면 별도 포스팅으로 쓸 정도인데, 그 내용을 볼작시면

▼ 프론트에는 불상(?) 들이 늘어서있다. 아니. 발리는 힌두를 믿기 때문에,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힌두의 신들일 것이다.




▼ 프론트에서 나와 개인 숙소를 향해 찾아가는 긴 여행. 잘 정돈된 공원을 이백미터쯤 걸어갔다.


▼ 개인용 수영장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가로 이미터, 세로 오미터 정도의 수영장으로, 퍼덕이며 수영하기에는 좁지만, 물속에서 이쁜짓 해가며 놀기에는 대단히 넓다.



▼ 아름다운 베일이 쳐진 침실.... 이라고 생각하려했으나, 사실은 저 베일의 용도는 모기장인 듯 하다.



▼ 주택과 여행공간숙소의 가장 큰 차이는 욕실이라고 느낀다. 개인 주택이라면 욕실이 클 필요가 없다. 그 공간을 거주공간 또는 수납공간으로 써야한다. 그러나 여행공간의 욕실은 아주 대단무식하게 화려넓직하다.



▼ 그런데 특히나 라마다 리조트의 샤워실은 하늘이 뚫려있다. 샤워를 하고 있노라면, 지나가던 개똥이 소똥이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지는 않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샤워하는 맛이 나쁘지 않다. 다만 벌레들에게 적지 않게 물리는 것이 문제다.






▼ 바다쪽에 있는 리조트 전용 해변.


▼ 사실은 좀 아리까리한 분수. 물 나오는 각도가 오줌싸개 소년과 비슷해보여서 민망했다 -_;



▼ 내부 수영장의 압권은 물이 흐르는 분수. 압도적으로 기괴한 Waterfall. 대략 이삼십방의 사진을 찍게 만든 괴물이다.



머 이렇게 숙소가 좋더란 이야기.

숙소는 하루에 10만원 정도였는데, 대충 말하기에도 국내 펜션의 독채 전세보다 3배쯤 좋다고 말하면 될 것 같다.
내 돈 내고 자본 숙소 가운데 가장 비싼 숙소이기는 했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와입후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숙소는 <정식 풀빌라>에 비하면 싼 것이라고 하는데. 그놈의 정식 풀빌라는 얼마나 좋은걸까?

by 찬별 | 2008/03/16 21:52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6)

신혼려행기 - 발리 #1 (도착 / 짐바란)

결혼시간 오후 세시. 가족행사를 마친 시간 여섯시. 공항 도착시간 여덟시. 공항 신도시 숙박후 기상시간 아침 일곱시반. 비행기 아침 열시.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 열차에서 내려 걷다가, 이 후줄근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것이 비참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 잘난 척 해봐야 나도 저들 중 한 명, 후줄근하게 지친 여행객이겠구나. 발리행 열시 비행기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내 자리에서 화장실까지 약 이십미터의 복도를 걸어가면, 양쪽으로 쫙 펼쳐진 신혼부부의 물결. 얼굴에 신혼부부라고 써놓은 남녀들. 철없는 고딩같은 액면부터, 재혼부부 내지는 금혼식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액면까지. 얼핏 보기도 대략 백여쌍은 됨직한 부부들. 나도 그 중의 하나. 아 인생무상하다.

그들이야 어쨌든, 대략 일곱시간의 비행 후 발리에 도착하다. 온통 한국어로 된 피켓을 든 현지 가이드들 사이를 뚫고, 택시를 타러 나갔다.

발리는 남반구다. 적도 아래에 있다. 적도에는 새빨간 선이 우뚝 서있으리라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여행중에 어느 현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발리는 남반구니까 사계절이 북반구와 반대지?>

질문 오초 후 나는 내 질문이 잘못되어있음을 깨달았다.

<발리는 적도니까 계절이 없던가? 그렇지, 발리에는 계절이 몇 개나 있어? >

그 현지인은 두 개의 계절이 있다고 했다. 열대지방에 계절은 무슨 계절? 그 두 개가 뭐냐고 했더니, 아저씨의 대답은 이렇다.

<비오는 여름과 비 안오는 여름>

2월은 비오는 여름에 속한다. 어제까지 큰 비가 계속 왔었다고 한다. 열대성 스콜을 상상했는데, 그 곳의 날씨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비가 오는 날은 하루종일 온다고 한다. 어제, 그제, 그그저께까지 사흘간 제법 비가 많이 왔다가 오늘 개었으니, 우리는 럭키하다고 한다.

*



오후 네시쯤 내린 발리 공항. 남반구라는 느낌은 없다. 남반구는 그냥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처음 그었고, 이후 지구본 제작 업체들의 습관 하에 계속 그려지는 선일 뿐. 발리는 걍 열대다.

*

공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공항택시가 비싸다는 관광안내서의 해설은 이미 읽었지만, 동남아 려행객으로서 공항에서 내린 그 순간의 바가지는 운명이다. 운명에 거역하고 싶은 그대라면, 의무라고 생각하라. 딴중브누아에 예약한 숙소까지 10만 루피아를 불렀다. 우리돈으로 대략 10,000원에서 12,000원 사이가 되겠다. 그 돈을 주고 택시를 탔다.

기사는 친절하다.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향후 일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내일은 뭐할꺼냐. 투어 가이드가 없다면 자기가 데리고 투어해주겠다. 저녁에는 어디 가느냐. 등등. 와입후님과 토의끝에, 숙소에 짐만 놔두고서, 석양과 해산물이 유명한 짐바란 (Jimbaran) 으로 가기로 합의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10만 루피아를 더 불렀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공항에서 탄중브누아의 거리의 겨우 절반쯤이다. 너무 비싸니 5만 루피아로 하자고 했더니, 넘이 그러면 7만 루피아로 하잔다. 좋아여 그렇게 하죠, 라고 대답하면서, <신혼려행객은 봉이야 깔깔깔 그 중에도 우리는 대마왕봉이야 깔깔깔> 하면서 웃었다. 그래봐야 우리돈으로는 이만원 이하다.

딴중브누아에 짐을 풀었다. 약 이십분을 기다린 택시 운전사가 우리를 실어가며, 돌아올 때도 자기의 차를 타란다. 물론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우리를 기다렸다가 바가지를 씌워 우리를 태우는 것이 훨씬 대박이라는 사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운전사를 기다리게 하기 미안해서 거절했다. (사실 미안할 일이 아니다만...) 놈은 제삼 권하고 우리는 제삼 거절했다. 차가 도착할 때 쯤에야 넘이 친절히 설명한다.

<이 동네의 레스토랑은 밥 다 먹고나면 당신을 호텔까지 공짜로 태워줄꺼다.>

넘은 떠들던 김에 끝까지 마저 떠든다.

<만약에 내일 와서 또 먹고 싶으면, 호텔에서 전화해라. 택시탈 필요 없다. 이 넘들이 차를 보내줄꺼다.>

그러니까, 자기가 칠만 루피아 받고 우리를 태워준 것은 사기였다고 실토하는 셈인데. 열대의 밝고 낙천적인 사람들의 웃음소리 때문인지, 신혼려행의 들뜸 때문인지, 좀체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발리 여행서마다 짐바란의 해산물 바베큐가 유명하게 나와있다만. 원하는 해산물을 고르면 숯불에 구워서 소스와 함께 나오는 시스템인데, 대단할 것 하나 없다. 오히려 생선도 펄펄 뛰던 걸 먹고, 새우도 펄펄 뛰는 걸 먹는, 우리나라 사람의 눈에는 전혀 신선해보이지 않는 해산물이다. 불에 굽는 단순한 조리법일 뿐이다.
 
풀코스로, 생선국과 찐밥, 약간의 야채를 곁들이는데, 가격은 싸지 않다. 두 사람의 식사에 대략 오륙만원이 나왔다.



식사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석양이 유명한 짐바란이라는데, 날씨가 흐려서 석양빨이 약했다. 온 바다가 붉게 타오르는 장관을 기대했는데, 보지 못했다.


by 찬별 | 2008/03/16 21:19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6)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