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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어느 선배는 평생의 소원이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트랙킹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밀포드가 어딘지도 모르고 사운드가 뭔지도 몰랐으나, 예약이 밀려서 육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거나, 삼박 사일간의 트렉킹 비용이 일천 불 이상 든다는 말도 들었다. 육개월은 과장이지만, 실제로 한두 달 전에는 신청을 해야 하는 것 같았다. 일정상, 그리고 비용상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결국 당일치기 버스+크루즈 투어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여행자의 거점인 퀸즈타운에서 움직이는 당일치기 투어도 있지만, 하루 종일 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는 밀포드 사운드를 조금 더 즐기기 위해, 퀸즈타운과 밀포드 사운드의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인 티아나우로 들어갔다.

투어는 티아나우에서 버스로 출발해서 크루즈로 갈아타고 두어시간을 돌아다닌 후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었다. 투어 프로그램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딜 가나 숙소와 교통편이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이 곳에는 어쩔 수 없이 패키지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게다가 운전도 못 하는 사람은 더더욱.)

티아나우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를 향하는 길. 창밖에 아주 희안하게 생긴 구름이 보였다.



미러레이크. 사실 뉴질랜드에서 이 정도 호수는 한두 번이 아니라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으나(오히려 레이크 푸카키 등을 본 이후라서 물이 더럽게 느껴졌다) 표지판 만큼은 센스가 있었다.



또 어딘가에서의 포토스톱. 산 정상에 올라앉은 눈처럼 보이는 것은 눈이 아니고 빙하다. 눈과 빙하는 물론 다르다. 만년설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강한 압력에 짓눌려져 투명한 빛깔을 띄게 된 것을 빙하...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략 두세시간 가량을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했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창밖을 바라보며 계속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다. 뉴질랜드의 남섬은 북섬에 비해 산이 높고 험하다. 북섬이 우리나라의 전라도나 충청남도 느낌이라면, 남섬은 강원도 느낌이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한결같이 장관이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대개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도시락 한 통 씩을 손에 받아들고 배에 올라탔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Sound>란 것이 네이버 영한사전에는 <해협>정도로 번역되어있다. 현지에서 읽었던 기억으로는 해협 중에도 아주 울퉁불퉁한 해안선을 주로 일컫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밀포드 사운드가 아닌 밀포드 '피오르드'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다는 말도 본 것 같다.바다 사이사이로 장대한 바위산이 우뚝우뚝 서있는 곳. 그곳이 바로 밀포드 사운드다.



아주 미치도록 기가 막힐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밀포드 사운드는 그럭저럭 아름답다는 정도였다. 뉴질랜드의 자연에 많이 익숙해져 있어서, 웬만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작은 배인데다가 험한 바다를 건너느라 배가 제법 흔들렸다. 왈모양이 심하게 멀미를 시작했다. 배에 탄 약 이백여 명의 동서양인 가운데 유일하게 멀미를 했다 -_-;  그러자 사방팔방에서 외국애들이 몰려와서, 멀미하는 동양여자애를 구경 했다 -_-;;; 양뇬 하나는 멀미에 특효라면서 가르쳐주는 비법이, 창밖의 한 지점을 계속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눈만 뜨고 있어도 오바헤트를 하려는데 창밖은 무슨 창밖 -_-;  여행 가실 분이라면, 그리고 평소 멀미를 조금 하는 분이라면, 멀미약을 챙겨두는게 좋겠다.


이 곳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풍경이라면 거꾸로 쏟아지는 폭포 되시겠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다가 강풍에 휘말려 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때로는 물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도 한다.



여행에는 부시 대통령이 동참하였다... 가 아니고, 운전수 아저씨가 부시와 꼭 닮았다. -_-



두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멀미로 죽어가는 왈양 때문에, 빨리 크루즈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_)
다시 왔던 길을 버스로 되짚어 돌아가서 티아나우에는 저녁 무렵 도착했다.

무려 18.5 달러의 비프슈니츨(역시 한 접시를 시켜 둘이 나눠먹다)과 생맥주 한 잔으로 저녁을 먹다.



by 찬별 | 2009/08/16 23:34 | 트랙백 | 덧글(3)

#25, 뉴질랜드, 퀸즈타운 (상)

세계에서 처음으로 번지점프를 만든 곳이며,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곳. 조용하다못해 고요한 뉴질랜드에서 몇 안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요란스럽게 노는 도시다. 시끄러운 바와 술집이 모여있고, 이십대 초반의 젊은 서양 아이들이 밤새도록 요란스럽게 떠들기도 하는 곳. 즉 나와 정서가 맞지 않는 곳이다. 물론 시끄러워봐야 뉴질랜드라서, 두세 블럭으로 이루어진 번화가만 벗어나면 다시금 조용해진다만. 시끄럽고 조용하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서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퀸즈타운은 이상할 정도로 여행기가 써지지 않는다. 이 곳에서 한 일도 많고,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보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인상이 남지 않는다. 한 가지 있다면 퀸즈타운 가득한 바위산들.




스무살 무렵에, 나도 존경하는 사람 하나 있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고른 사람이 단재 신채호 선생이었다. ;;; 그러니까 일종의 허영심인 셈인데,

그와 비슷한 심리로 뉴질랜드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절경 하나를 머릿속에 담고 싶었다. 감동을 좀 받고 싶어서, 이 곳 퀸즈타운의 바위산이면 어떨까? 라고 생각을 했으나. 뭐 그럴 만큼 멋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

하루를 느리게 보낸 후, 시내버스를 타고 애로우타운을 갔다. 시내버스는 빙글뱅글봉글방글 돌아서, 자가용이라면 십분에 갈 거리를 약 사십분에 주파했다.

가는 길에 무지개 포착!


퀸즈타운 자체가 최초에 광산때문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한 동네인데, 퀸즈타운 이전에 애로우타운이 있었다. 퀸즈타운 바로 곁에 있는, 광산 유적이 남아있는 관광도시...라고 불러도 되지만, 서울에 살던 사람으로서 이만한 걸 도시라고 부르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골목이 애로우타운의 메인 스트리트다.


아주 흥미로웠던 것이, 애로우타운의 중국인 광부 이민들에 얽힌 이야기였다. 19세기 후반, 광동성 인근에서 금을 캐러 이곳까지 오게 된 농부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적혀있었다. 중국인들은 이미 19세기부터 세계 사방팔방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역사가 참 신기하다.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도 사실 중국인들이 몸으로 떼워가며 만든 것 아니던가.)


애로우타운 개발의 역사도 재미있는 것이, 사실은 훨씬 이전에 강에서 사금을 발견했으나,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 사금을 도로 파묻어버렸다고 한다. 금이 발견된 이후에 도시가 바뀌는 것이 싫었다는 것인데. 물욕을 초월한 애향심이라는게 그런 것일까. 이야기책속에서나 보던 것 말이다.


오전나절을 보낸 후 점심 식사로는 특제 피쉬앤칩스와 씨푸드 차우더. 피쉬앤칩스는 영국음식, 씨푸드차우더는 미국음식. 저 피쉬앤칩스 쎄트는 거의 $15에 가까운 가격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일식 도시락과 비슷한, 그러나 그보다 맛없는;;;; 반면 씨푸드차우더는 아주 맛이 좋았다능.
 


처음 사금이 발견되었다는 강


▼ 물속에 머리를 쳐박고 사금을 찾고 있는 견공



▼ 사금을 찾은 뒤 기뻐서 물 위를 달려가는 견공


▼ 사금을 찾고서 기뻐하고 있는 왈왈



조금 일찍 돌아와서 숙소에 들어와 앉았다. 여행 도중 낮술을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을 하면서 낮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낮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종종 마시던 것을 마시지 않는 것이 아쉬워, 맥주 식스팩을 사들고 숙소 뒷편의 넓은 잔디밭에 앉아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by 찬별 | 2009/08/06 23:54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2)

#24, 뉴질랜드, 레이크 푸카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버스를 타고 약 삼사십분을 이동하면 <제랄딘>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주변의 농부들이 만든 장터가 커져서 휴게소가 되었다는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이 예닐곱개의 작은 상점이 있는 마을에는, 그 마을 농부들이 만든 아주 저렴하고 맛있는 쨈이라든지, 역시나 비싸지 않은 유기농 아이스크림 같은 물건들을 판다. 여기서 구입한 쨈은 뉴질랜드를 떠날때 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 할배의 관광안내를 자장가삼아 버스는 계속 달렸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까지는 소요시간이 무려 여덟시간.... 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쉬는 시간이 약 2.5시간은 되고, 창밖이 워낙 아름답고, 버스도 시설이 좋아서,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쉬는 시간에는 단순히 식사시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중간중간 포토타임이 포함된다.) 지금와서 약간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크라이스트처치 --> 퀸즈타운을 12.5시간에 돌파하는 초저속차량이 있는데, 그 넘을 탔다면 중간에 마운틴쿡 등을 구경하고 가는건데.

그리고. 퀸즈타운도 아니고 퀸즈타운 가는 길을 한 편으로 따로 뺀 이유는 아래의 사진들로 충분히 설명이 될 듯 하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차 안에서 미친 듯 카메라를 눌러댈 때, 기사가 이 곳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말해주었다. 고맙습니다 굽신굽신.

이 곳은 레이크 푸카키(lake pukaki). 어떤 사람의 여행기에는, 버스에서 이 곳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런 풍광을 만든 조물주께 감사하고, 그 풍광을 직접 보게 된 자신이 너무 은혜로워서라고 하는데.

신앙이 없는 나로서는 그 정도의 감동을 받지는 못했으나. 태어나서 보게 된 가장 아름다운 광경 중 하나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푸른 색이 푸르다못해서 옥색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광경이구나.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못 가봐서 약오르지롱 메에에에에롱, 이라고 하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게다가 이곳은 고맙게도, 다른 광활한 풍광과 달리,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의 일부라도 담아올 수 있었다.




레이크 푸카키에서 부카케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막장인가효

by 찬별 | 2009/07/26 16:01 | 찬별의 려행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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